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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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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09.16 00:51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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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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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02

작성
15.06.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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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DUMMY

동랑시에의 항복을 받아들인 다음, 발라는 며칠이나 감옥에 처박아두었던 드롤 모다스를 끌어오게 하였다. 보통사람보다 훨씬 덩치가 큰 드롤은 밧줄로 꽁꽁 묶인 채로 짐승처럼 질질 끌려왔는데, 다리는 후들거렸고 눈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한때의 거만한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인 그는 최대한 비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발라 모다스, 우리는 혈족이 아니냐. 이렇게 싸우긴 했지만 결코 너에게 원망은 없었다. 다리오 형님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던 일이었다."


발라는 그의 사촌형을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널 사로잡았으나 무인으로서 욕보일 생각은 없다. 여기서 널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혈육의 정이 남아있으니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만약 내가 너를 놓아준다면 다리오에게 가서 항복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


"나를 놓아준다면 다리오 형님은 물론 린드블름 형님도 함께 항복을 청해올 것이다. 모다스 영지는 모두 항복할 것이니 백성들도 고통받을 일이 없고, 병사가 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드롤은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되는대로 내뱉었다. 발라는 크게 기뻐하는 척하며 드롤에게 깨끗한 옷과 좋은 말을 내주게 하고 자유롭게 갈 것을 허락하였다. 드롤은 그 즉시 호르리텐시아를 빠져나가 한달음에 북랑시에로 도망쳤다. 도망치는 동안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고 감시하던 병사가 전했다.


드롤을 놓아준 발라는 이번에 스몰우드를 데려오게 하였다. 스몰우드 장군은 허리를 굽히지 않고 양팔이 묶인 채로 발라를 올려다 보았다.


"스몰우드 장군. 장군의 의견을 듣고자 여기에 당신을 불렀습니다. 당신의 옛 주인은 다리오를 항복시키겠다 약속하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당신은 드롤이 항복을 받아올 거라 여기십니까?"


스몰우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설령 나의 주인이 권한다 해도 다리오 왕이 항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소."


발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놓아준다면 항복을 얻어올 수 있겠소?"라고 부드럽게 물었다.


"난 무인으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또한 내가 풀려나 나의 주인에게 돌아간다 해도 패장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스몰우드가 착찹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듣고 발라는 은근히 말했다.


"로드리제로스의 국왕 네스데라쉬트의 목숨을 노리던 로하르트와 베히모크 형제는 그릇의 역량을 보고 로드리제로스의 상장이 되어 선두에 섰습니다. 만약 그대가 돌아갔을 때 죽음만이 남는다면 제 곁에서 절 돕지 않겠습니까? 이 싸움이 계속되면 백성들의 고통은 이어질 것입니다. 그대가 절 도와준다면 이 싸움은 곧 끝날 것입니다."


스몰우드는 깊게 탄식하며 세 번 사양했으나 거듭 권하는 발라에게 결국 고개를 굽혔고, 발라는 그를 풀어주게 하였다. 스몰우드는 풀려나자마자 발라에게 건의했다.


"지난 전투에서 빠져나간 제 부하들이 근처 숲에 흩어져 있을 것입니다. 제게 나흘의 시간을 주시면 그들을 불러모아 발라님의 전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발라는 두말없이 그에게 보급대와 의무대를 붙여줘서 호르리텐시아를 떠나게 하였다. 이를 불안하게 여긴 바실리오가 발라에게 고했다.


"그는 오랜 시간 드롤을 따르고 있었고, 충직한 기사이니 쉽게 주인을 바꿀거라 여길 수 없습니다. 이대로 병력을 모아 드롤에게 돌아간다면 이는 우리에게 큰 우환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이에 발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스몰우드 장군은 아버지대부터 모다스의 기사였고, 그 때문에 원치않은 주인을 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원래 충직하고 백성을 사랑하니, 다리오에 대해 품고 있는 한이 클 것입니다. 그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과연 발라의 말대로 스몰우드는 3일이 되기 전에 돌아왔는데, 수백의 병사가 그와 함께 와서 발라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발라는 크게 기뻐하며 스몰우드를 군단부장군으로 삼고 바실리오를 돕게 하였다.


"스몰우드 장군이 우리 편이 되었지만 어렵게 사로잡은 드롤을 놓아주게 되어버렸네요."


세실리아가 아쉬운 듯 말하자 발라는 빙긋이 웃어보였다.


"드롤은 그릇이 얕고, 역량이 부족하며, 부하를 믿지 않아요. 그를 다시 사로잡는 것에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도리어 그가 대장으로 있다면 우리는 다시 승리를 얻을 수 있겠지요."


세실리아는 남편의 뜻을 알고 탄복했다.


동랑시에 군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발라의 기세는 온 대륙을 흔들었다. 그는 항복한 미첼과 스몰우드를 내세워서 동부의 4개의 성을 얻고 50개의 마을의 항복을 받아냈으며, 사로잡힌 이름있는 장수가 십여명에 항복해온 병사는 일만이었다.


다리오 모다스의 폭정아래에서 괴로워하던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군을 따라가기를 자처하니, 의용병을 포함한 발라의 군세는 어느새 다리오의 군대와 피등하게 되었다. 발라는 기세를 몰아 북랑시에로 진격하였고, 관문 요새인 세만에서 지키고 있는 하칸 비룬트는 철저히 농성을 하며 다리오에게 원군을 요청하였다.




호운타로의 공세를 포기하고 돌아온 린드블름이 다리오의 성에 들어섰을때 성 안은 얼어붙은 공기가 가득 차있었다. 성의 어디에서도 활력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경계를 서는 병사도 청소를 하는 시종도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것을 꾹 참는 걸로만 보였다.


술냄새가 진동하는 왕좌에 앉아 다리오 모다스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린드블름, 왔느냐, 나의 동생아. 너의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잔을 들자."


혀가 잔뜩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다리오는 술병째로 입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린드블름이 보니 초췌해진 그의 형 주변에는 십여개의 술병이 흩어져있었다. 극단적인 쾌락주의자이며 전쟁광인 린드블름이었지만, 그는 그의 형에 비해 훨씬 냉정했다. 모라우는 형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아 던져버리는 대신 자신이 한숨에 마셔버리고, 멍한 눈을 뜨고 있는 그의 형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현재 상황을 알려주었다.


"형님, 발라 모다스가 리커트와 맥크로스를 죽었소. 사바티에르는 우릴 배신하고 죽었고, 스몰우드와 미첼은 이미 발라의 개가 되었소이다. 특히 미첼은 안젤리나를 죽인 우리를 증오하고 있어서 공세가 날카롭기 그지 없소. 발라는 드롤을 놓아주었지만, 그의 기세에 동부지방과 남부지방은 대부분 그의 손에 들어갔다고 봐도..."


"어차피 우리에겐 북랑시에가 있다, 린드블름, 너는 세만 요새가 얼마나 견고한지 모르느냐! 발라가 아무리 날뛰어도 세만 요새를 뚫고 들어올 수 없어, 그래, 아무렴. 육로로는 세만 요새를 통과하지 않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지. 세만 요새를 지키는 것은 십년간 요새를 지킨 하칸 비룬트고 말이야."


다리오는 술에 취해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희망에 불구하다는 것을 린드블름은 알고 있었다. 세만 요새가 아무리 견고하다고 하지만 발라의 공세는 평범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린드블름은 그의 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래도 얼마 견디지 못할 것이외다."라고 단언했다.


"형님, 발라가 북랑시에에 이르면 왕이고 뭐고 다 부질없게 되오. 왕좌는 커녕 덧없는 목조차 남기지 못할 거요."


다리오는 린드블름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목에 손을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


"사바티에르가 배신하지만 않았어도 우리의 작전이 실패할리 없었다."


"하지만 배신하였죠. 그 녀석은 발라를 동경하고 있었으니까."


다리오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린드블름은 가차없이 상황 분석을 계속했다.


"거기에 호운타의 학생들이 군대를 일으켰습니다. 호운타 기사단이라 자칭하고 있는데, 그 수가 수천에 이르오. 유명한 마도사가 이끌고 있는데, 꾀가 사뭇 대단했지요. 전력을 다하면 우리가 못 이길 이유가 없지만..."


"그래, 그래봐야 학생들 아니냐."


"그들은 호운타를 지켜낼 정도의 힘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발라와 맞서면서 그들을 쓰러뜨릴 여유가 없소. 게다가..."


린드블름은 잠시 신음소리를 섞고 말을 이었다.


"켄츄게이트 용병단을 격파한 피아조 상단도 선전포고 한 것을 알고 있소이까."


"일개 상단의 합류가 일국의 군대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느냐?"


다리오가 짜내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린드블름은 그의 형의 말을 잘라버렸다.


"일개 상단이 아니오. 그들은 지금 발라에 대등한 군세를 가지고 있어요. 엄청난 전투 경험도 가지고 있소."


왕은 고개를 수그렸다. 그 역시 보고를 받았으니 지금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힘겹게 외면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린드블름."


"방법은 하나 뿐이오. 형님도 알고 있지 않소이까."


린드블름의 의미심장한 목소리에 다리오는 입을 굳게 다물고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우리를 다시 도울지 알 수 없지 않느냐."


"반드시 도움을 요청해야 하오. 그녀의 도움으로 모다스 영지를 얻었소. 이제 그녀가 돕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소."


다리오는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로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알겠다. 그녀를... 마후라나를 만나보겠어."




하칸 비룬트는 명장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십 년째 세만 요새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경험이 있는 장수였다. 그는 요새를 지키는 법을 누구보다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요새의 구조, 근처의 지형은 물론 날씨같은 변수마저 완벽히 알고있는 그를 상대로는 아무리 발라군이라 하여도 피해없이 세만 요새를 공략해낼 수 없었다. 미첼과 스몰우드가 번갈아가며 공략을 하고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곤란하군. 전쟁이 길어지고 있어."


바실리오는 작전 회의 중에 노골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레네이네 장군이 항복을 받은 성들과 새로운 보급선을 연결했습니다. 식량문제라면 곧 해결 될 것입니다."


객원 장군 돈 라마네가 느긋하게 말하자 바실리오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보급은 큰 문제가 아니오. 우리의 문제는..."


바실리오는 잠시 말을 멈췄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석인 발라와 미첼의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다.


발라는 미열로 쓰러지고 일어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세실리아가 정성껏 간호하고 있었지만 주기는 점차 잦아질 뿐이며 나아질 기색이 없었다.


발라의 대리를 하고 있는 미첼은 잠은 커녕 식사마저 거르고 있었다. 그녀는 하루하루 수척해지고 있었지만 아무리 주위에서 권해도 본인이 쉬지를 않았다.


"세만을 서둘러 떨어뜨려야 할 터입니다만... 정공법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스몰우드가 팔짱을 끼고 초조하게 말했다.


"차라리 우회를 고려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북부 우회로를 이용하면 꽤 많은 병력을 후방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페르미오가 한 손을 들며 다른 의견을 냈지만, 다른 세 장수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북부 우회로를 이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오. 적이 이미 그 곳을 방어하고 있다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오. 우회로라 해도 길이 좁고 험하니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도 필요하고..."


스몰우드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끝없이 침울해지는 분위기 속에 돈 라마네는 주변을 슥 돌아보더니, 박수를 두번 치고 웃어보였다.


"발라님만 일어나신다면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우울해할 필요가 없지요."


페르미오도 그의 인상 좋은 웃음에 따라 웃어보였다.


"그렇군요. 발라님을 믿도록 하지요."


두 젊은 장수의 막무가내 긍정성에 바실리오는 왼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작가의말

세만 요새는 북 랑시에로 들어가기 위한 최종 관문입니다. 관문요새이지만 상당히 넓어 최대 3만명까지도 수용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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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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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91 1 8쪽
16 15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152 0 9쪽
15 14화. 여신을 따르는 부족 15.08.19 148 1 13쪽
14 13화. 마후라나 15.08.17 196 1 14쪽
13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94 1 22쪽
» 12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15.06.29 174 1 12쪽
11 1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58 1 7쪽
10 10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162 1 21쪽
9 9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265 1 10쪽
8 8화. 실패 -2 15.06.05 175 1 8쪽
7 7화. 실패 -1 15.06.01 176 1 6쪽
6 6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78 1 9쪽
5 5화. 탈출 15.05.01 199 1 11쪽
4 4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4.22 159 1 9쪽
3 3화. 발라를 좇는 자 15.04.20 216 1 11쪽
2 2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4.20 183 1 15쪽
1 1화. 순백의 장군 +4 15.04.20 38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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