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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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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09.16 00:51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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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1
추천수 :
17
글자수 :
89,102

작성
15.09.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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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5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DUMMY

계속된 미열로 오랜시간 병상에 누워있던 발라는 오랜만의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회의장에 들어서자, 열흘째 공성전에 고전하던 장수들의 얼굴에는 동시에 생기가 돌았다. 발라가 없는 동안 전투지휘를 맡았던 미첼이 먼저 목례했다.


"어서 오십시오. 병환은 어떠십니까?"


"오늘은 몸 상태가 좋습니다. 자주 있는 일이니 염려치 마십시오, 미첼 장군님. 장군님은..."


발라는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미첼은 피골이 상접했다는 말 그대로, 지나치게 여위었던 것이다. 그녀의 활력이 넘치던 피부에는 핏기가 없었고, 총명했던 눈동자에는 죽음의 향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전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발라님."


미첼은 발라의 걱정을 읽고 미미하게 미소지었다.


"전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발라는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발라님, 세만요새를 열흘째 공격하고 있습니다만, 적의 방어가 강해서 애먹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발라가 자리에 앉자마자 스몰우드 장군이 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발라는 부드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하칸 비룬트는 세만 요새를 오랜 시간 지켜온 장수입니다. 그를 공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바실리오 장군, 우회로 조사는 어떻게 되었나요?"


바실리오는 테이블 위의 세만 요새 지도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찾긴 했습니다만..."하고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좁은 길이라 말 한마리가 겨우 들어갈 정도이고, 적의 경계병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병사를 이동시키는 것은 무리일 듯 합니다."


발라는 지도를 곰곰히 살펴보다가, "바실리오 장군님께서는 공성병기를 준비해주세요. 근처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세만요새는 공성병기가 있다해도 그 견고함을 깨뜨릴 수 없을 것입니다. 아군에게도 큰 피해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돈 라마데 장군이 느긋한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내자 발라는 빙긋 웃었다.




하칸은 열흘이나 공세를 막아낸 것으로 기세 등등해져 있었다. 발라군의 날카로운 공격은 그 동안 그가 상대했던 어떤 적보다 강했지만, 결국은 공격군의 모든 작전이 실패한 것이다.


"보아라, 천하의 발라도 나를 뚫지 못하지 않느냐! 시대의 천재라더니, 그도 필부와 다를 바가 없군!"


하칸이 부하들 앞에서 호탕하게 웃자 부하 중 하나가 고했다.


"대장, 발라군의 진형이 변하고 있습니다. 적의 병사 일부가 숲에 들어갔는데, 나무를 베어내고 있습니다."


하칸이 그말을 듣고 성벽 끝에 서서 바라보니, 과연 근처 숲에서부터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공성전을 할 생각인가?"


"저렇게 뻔히 보이는 전략이라니, 발라도 별것 없군요."


부하들은 히히덕거렸지만 하칸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건 기만전술이다."


"그렇다는 말씀은..."


"발라는 공성을 할 마음이 없어. 저건 공성전을 벌이려는 것처럼 우릴 속이기 위함이다."


깜짝 놀라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하칸은 씨익 웃었다.


"놈은 공성전 흉내를 내면서 우회로를 통해 요새를 지나칠 생각인 거다. 저렇게 뻔히 보이는 곳에서 공성병기를 준비하는 것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발라의 전술이 아니야."


성벽위에서 그의 설명을 듣는 부하들은 모두 감탄하였다. 하칸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설명을 이었다.


"게다가 놈들은 공성을 하면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발라의 목표는 북랑시에지 이 요새가 아니야. 타격을 감수하고 요새를 공략할 리 없다."


"하칸님이 지키시고 계시니 이 요새는 결코 적에게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하들은 입을 모아 칭송했다.


"우리는 발라의 작전을 역이용한다. 잘만 하면 발라를 잡을 수도 있을 거야."


하칸은 요새를 지키는 병력을 반으로 나누어 요새를 지나는 계곡 사이에 잠복하게 했다. 좁은 길의 후미에 집중시킨 병사들은 하칸의 명령대로 쇠뇌와 석궁을 장비하고 공격지시를 기다렸다.


'미첼 장군이나 바실리오가 앞서 올 것이다. 적이 절반을 지났을 때 끊는다면, 적장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사로잡힐 것이다.'


하칸의 예측은 맞았지만, 발라의 예측 역시 맞았다.




해가 질 무렵, 발라군은 돈 라마네의 공병대가 공성병기를 이끌고 요새의 외각에 섰다.


"적은 분명히 이 타이밍에 우회로를 공략할 것이다."


하칸은 적의 선봉이 지날 때까지 병사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엄히 명령하고 적의 선두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적의 선두에 선 것은 무려 발라 모다스와 세실리아였던 것이다.


'이대로면 발라를 사로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발라가 선두에...?'


하칸은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발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좁은 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말에는 재갈을 물리고, 무장을 풀어둔 것이 영락없이 소리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만 보였다.


'이대로 발라를 사로잡을 수 있는건가?'


하칸은 누구보다도 신중한 장수였기에 발라 모다스라는 먹이를 앞에 두고도 무모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라의 후위를 쫓던 부대가 숲으로 들어갔을 때 크게 당황했다.


'어째서 저들은 숲으로 들어가는 건가? 그들의 목적은 우회로를 돌아나가는 것이 아니었나?'


발라는 더 이상 부대를 진격시키지 않았다. 대신 그의 병사들은 계속 숲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우리가 여기에 잠복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건가!'


하칸은 발라의 생각을 알고 즉시 전군에게 퇴각신호를 보내기 위해 딱따기를 쳤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세실리아는 신호용 화살을 날렸다. 긴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발라의 근처에 있던 타누아스는 방어진을 굳혔다. 숲에 들어간 발라의 정예부대가 숲을 향해 진격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난전을 유도하려는 건가!"


하칸은 당황하면서도 그의 병사들에게 외쳤다.


"적은 우리보다 적다! 이 곳에서 세만 요새 수비병의 힘을 보여주는거다!"




개시(開矢)소리를 듣자마자 숲으로 들어간 병사들을 이끄는 바실리오와 페르미오는 동시에 공격을 명령했다.


"요새나 끼고 싸우는 겁쟁이들에게 타누아스의 힘을 보여주어라!"


"발라님을 위하여!"


"기꺼이 선두에 서리라!"


난전이라면 대륙에서 첫째로 꼽히는 타누아스에게 이 전투는 이미 이긴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애초에 석궁병들이 도끼와 단창, 그리고 넓은 방패로 무장한 병사들과 근접전을 벌일 수 있을리 만무했다. 다급해진 하칸이 병사를 돌리려고 하는데, 미첼이 긴 금발을 뒤로 휘날리며 장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칸은 황급히 검을 뽑았으나 미첼의 기세에 제대로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칼집에 얻어맞아 기절해버렸고, 그를 사로잡자 전투는 그대로 끝났다.


대장이 사로잡히자 북랑시에의 군사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뿔뿔이 흩어졌다. 열흘 이상을 버티던 세만 요새는 그렇게 발라의 손에 들어왔다.


요새에 입성한 발라는 사로잡은 하칸 비룬트를 데려오게 하였다. 하칸은 끌려오면서도 눈빛이 바뀌지 않았다. 발라는 그의 당당함에 감탄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항복을 권유했다.


"하칸 비룬트 장군, 모라우를 따른 것은 당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알고 있소. 항복을 한다면 당신을 높게 쓸 것이니,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마시오."


하칸은 큰 소리로 웃고 거만하게 대답했다.


"발라 모다스, 난 이 요새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이 곳을 지키는 장수였다. 이제 여기에서 사로잡혔고, 요새를 잃었으니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은 나에게는 치욕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날 살려두면 언젠가는 너의 목을 노려 나의 수치를 갚을 것이니, 즉시 목을 베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열해 있던 바실리오는 발라에게 고개를 저었다. 발라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대의 가족도 이 요새에 있지 않습니까. 그대가 죽는다면 그대의 아내와 자식들은 크게 슬퍼하지 않겠소?"


발라의 절실한 목소리에 하칸은 얼굴빛을 고치고 무릎을 꿇더니 돌바닥이 깨질 기세로 이마를 부딪혔다.


"발라님, 진정한 무인은 전장에서는 그 끝을 본다하여도, 패한 적의 가족을 욕보이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죽는다 하여도 부디 가족들에게는 그 화가 미치지 않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발라는 하칸을 죽이는 것이 그의 명예를 위함인 것을 깨닫고 한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칸은 거듭 이마를 땅에 찧어 감사를 표하고 처형장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작가의말

글의 순서와 제목은 언젠가 꼭 수정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엉망진창을 증명하고 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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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92 1 8쪽
» 15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153 0 9쪽
15 14화. 여신을 따르는 부족 15.08.19 149 1 13쪽
14 13화. 마후라나 15.08.17 196 1 14쪽
13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94 1 22쪽
12 12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15.06.29 174 1 12쪽
11 1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59 1 7쪽
10 10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163 1 21쪽
9 9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265 1 10쪽
8 8화. 실패 -2 15.06.05 176 1 8쪽
7 7화. 실패 -1 15.06.01 177 1 6쪽
6 6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78 1 9쪽
5 5화. 탈출 15.05.01 199 1 11쪽
4 4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4.22 159 1 9쪽
3 3화. 발라를 좇는 자 15.04.20 217 1 11쪽
2 2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4.20 184 1 15쪽
1 1화. 순백의 장군 +4 15.04.20 38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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