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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09.16 00:51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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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2
추천수 :
17
글자수 :
89,102

작성
15.05.0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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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탈출

DUMMY

미첼은 발라군이 주둔한 호르리텐시아에서 이틀거리정도 떨어져 있는 야푸시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자신의 예하 3천을 진격시켜 전투를 준비했다.


그녀의 작전대로 후방에 남게 된 돈 라마네는 네레이네에게 안젤레스의 구조대를 파견할 것을 권고했다.


"미첼님이 장기간 전투를 해주신다면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겠겠습죠. 별동대를 조직합시다."


"하지만 미첼님은 그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안젤레스님께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네레이네가 말하자 돈 라마네는 짧은 턱수염을 문지르며 씨익 웃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죠."


"네?"


"만약 우리가 안젤레스님을 구하다가 실패하면 안젤레스님은 죽게됩니다."


"그렇겠죠..."


"그럼 미첼님은 무사하실 수 있습니다."


"네?! 돈 라마네님은 안젤레스님을 외면할 생각인가요?"


돈 라마네는 쯧쯧, 입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선택입니다. 우리는 미첼님과 안젤레스님 중 하나를 고르게 된겁니다. 우리의 충성의 대상은 미첼님이시며, 그 분이 없다면 모르굴리스를 뒤엎을 수 없습니다. 백성과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그 분은 건재하셔야 합니다."


네레이네는 돈 라마네의 말에 동요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미첼님이 슬퍼하실 일을 할 수 없어요."


"이러다 미첼님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젤레스님은... 소중한 분이세요. 우리 모두에게요."


"구조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높지 않다고 생각해요."


네레이네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우리가 이렇게 나올수 있다는 것을 모르굴리스는 충분히 예측했을 거에요. 많은 정찰병을 배치했을 거에요. 소규모 병력으로 구조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그렇군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돈 라마네는 쓴 입맛을 마시고 물러났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스스로 별동대를 이끌고 몰래 출진했다. 네레이네가 그 사실을 안 것은 이튿날이 되서였지만 발라와 미첼의 교전소식이 들려왔기에 돈 라마네를 쫓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돈 라마네님의 작전이 성공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 미첼님께는 이 사실을 절대 알리면 안돼."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명령했다.


--------------------


다리오 모다스가 북랑시에성을 개조할 때 가장 공들인 시설은 지하감옥이었다. 감옥에 들어가고 나오는 길은 하나 뿐이었고, 묵직한 무기를 든 병사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한번 들어온 죄수는 죽기전까지 나갈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감옥은 라빈 그라나드의 힘묵의 구덩이와 비슷했다. 다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라빈 그라나드 쪽이 훨씬 나았다. 최소한 왕성 지하 감옥의 중죄인들은 제때 끼니를 먹을 수 있었고, 아무런 고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 랑시에의 모다스 성의 지하감옥은 2년 전부터 활성화가 되었고, 지금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그 곳에 묶여 있지 않았다. 고문 담당관 엘루부크는 고문 전문가로 남자든 여자든 죽지 않을 정도로 고통을 주는 것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저에게 맡겨주시면 누구든지 열흘이면 어떤 명령이라도 듣는 인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는 찌그러진 얼굴로 혀를 낼름거리며 맥크로스 앞에서 킬킬댔다. 이 정신병자같은 고문 담당관은 실제로 모다스 영지의 유력한 대항가문의 사람들을 고문했는데 그 방식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반란군을 조직했던 잘생긴 젊은 청년이 사흘만에 겨우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고기덩어리가 되었을 때는 그를 고용한 맥크로스조차 그에게 주의를 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이 잔혹함이 제가 맥크로스님에 대한 충성의 증거입니다. 이 시체같은 놈이 말하는 것을 듣는다면 누구든 모다스 가문을 거역하지 못하리라 사료됩니다."


코를 틀어막고 아직도 죽지 않은 그 남자를 살펴보던 맥크로스는 그 말을 그럴싸하게 여겨 그 포로를 북랑시에 중앙 광장에 묶어두게 하였다. 누가보아도 시체일 수밖에 없는 그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사흘간 슬피우니 시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공포는 힘의 상징입니다. 폐하의 힘을 모두가 보았을 겁니다."


그가 다리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을때 다리오는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는 감옥에 올 다음 사람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해 항상 궁금해했는데, 만취상태가 되면 미첼과 안젤레스가 동시에 수감되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자주 밝혔다.


"그들은 신이 만든 예술 작품이야. 머리카락 한올까지 반짝반짝 빛나지..."


안젤레스가 잡혀온 날 그는 여신에게 감사하며 흥분하여 날뛰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고문도구를 꺼내들었을 때 위에서 내린 지시는 "고문하지 마라."였다. 미첼의 예상대로 안젤리카는 다리오 모다스의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에 무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엘루부크는 입맛을 다시며 하루에서 수 십 번을 그녀의 철창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거의 빛이 없는 와중에서도 거무죽죽한 눈꺼풀을 꿈뻑이며 안젤레스의 드러난 피부를 바라보았다.


"...고 싶은데... 크크... 꼬챙이로 긁으면 좋은 소리가 날 것 같은데... 크크크... 큭.. 키키키... 그 죄수복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키카카카.. 키크크크..!"


안젤레스는 자신을 훑어보는 이 뚱뚱하고 덩치큰 고문관의 성질을 건드리니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 남자의 욕망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차라리 저 남자를 꼬드겨 탈출해볼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철창문이 열린다해도 양팔과 양 다리에 묵직한 사슬이 묶여 있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이 감옥을 벗어날 수 없다면 저 변태를 자극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결국 침묵으로 입맛을 다시며 철창을 붙잡고 있는 고문담당관의 시선을 피했다.


4일째가 되는 날. 그는 그녀의 감옥 앞에서 밤새 그녀를 지켜보며 말을 걸었다. 안젤레스는 바라보지 않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슬슬 그녀도 악명높은 지하감옥에 질려가기 시작했다.


다음날 고문 담당관은 감옥 안으로 들어와 묶여 있는 그녀의 앞에서 침을 흘리며 혀를 내밀었다. 그 혀가 안젤레스의 갈색 머리칼에 닿자 그녀는 몸을 공포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 그는 큰 소리로 웃어대고 그 앞에서 자신의 예술성을 들뜬 목소리로 토로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역한 피냄새에 그녀는 코를 막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엘루부크는 술에 잔뜩 취해서 고문도구가 든 상자를 들고 안젤레스의 철창 안으로 들어왔다. 안젤레스가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지르자 그는 미친듯이 웃어댔다.


"더... 더는 못참겠어! 비명을 질러라, 그래, 그렇게! 크.. 키하하하! 괜찮아, 난... 난 전문가니까..! 아프지 않을거야.. 키하하하! 소.. 소중히 대해줄게... 그래, 너는 특별히 내 전용 놀이기구야. 키... 키키키... 키하하하!"


"그만둬...!"


안젤레스가 말했지만 그는 그 목소리에 더욱 흥분하여 거칠게 죄수복을 잡아뜯었다.


"지난 번에 그 죄수는 아주 엉망이 되었어. 그건 안좋지. 그래, 그러니 염려하지마. 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도와줄테니까... 천천히 죽여줄게, 천천히... 크... 키...캬하하하하!"


안젤레스는 팔 다리에 힘을 주었지만, 그녀는 이 사슬을 끊을 정도의 힘이 없었다. 게다가 거의 식사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도 혼미했다. 어쩌면 약을 탔을지도 모른다. 머리가 새하얗다.


"미첼님..."


그녀의 주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미첼이 자신 때문에 원하지 않는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몰라요.'


소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촤악!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뜨거운 붉은 액체가 그녀의 뺨에 튀었다. 녹슨 쇠의 냄새에 그녀는 구역질이 날 듯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액체가 뭔지 확인하기도 전에 새로운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안젤레스 에페르. 설마 이정도로 정신을 잃은 건 아니겠지?"


안젤레스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붉은 색 대검을 한 손에 든 사내가 조금 전까지 자신을 겁탈하려던 남자의 잘린 목을 들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바티에르...?"


"흠. 날 본적이 있나. 아, 있군. 한 번, 스치듯이 본 것 같은데... 기억력이 좋다는 소문은 정말인가보군."


사바티에르는 냉냉한 목소리로 말하고 검을 휘둘러 그녀의 사지를 구속하던 사슬을 모조리 끊어버렸다. 안젤레스는 몸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는 피가 그득히 고여있었다.


"일어서라. 피 냄새를 묻히면 도망가기 어려울거다."


안젤레스는 허둥지둥 그의 팔을 잡고 일어났다. 사바티에르는 미리 준비해 온 그녀의 옷과 갑옷을 던져주고, "서둘러."라고 말한 다음 철창 밖으로 나섰다.


"저기, 어째서... 절 도와준거죠?"


사바티에르는 씨익 웃어보였다.


"발라 모다스와 싸우기 위해서."


"... 네에?"


"이대로 두면 발라는 죽어버린다. 발라와는 제대로 겨뤄보고 싶은데 벌써 죽으면 재미가 없지."


"네에? 저기 그게 무슨..."


"이해하지 못하면 됐어. 잠자코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소녀가 머뭇거리자 사바티에르가 턱으로 그녀가 묶여있던 사슬을 가리켰다.


"아니면 다시 묶어줄까?"


"됐어요!"


안젤레스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갑옷을 걸쳤다. 천으로 만든 가벼운 갑옷을 입자 적잖게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목없는 시체와 같은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감방에서 달려나갔다. 사바티에르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아무말 없이 앞장섰다. 안젤레스는 황급히 물었다.


"저, 무기는요?"


"어차피 너 싸우는 타입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내가 싸울테니 넌 뒤에 붙어서 따라와라."


사바티에르는 검을 매고 씨익 웃었다. 안젤레스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미첼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 희망을 위해 그녀는 무엇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50년 전, 리베리아 여황 에일린은 나라를 지키다가 티프소군의 젊은 영웅 가이아 프레디히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테르센트인들은 그녀가 여신 엘리츠나의 곁으로 올라가 신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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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15.06.29 174 1 12쪽
11 1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59 1 7쪽
10 10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163 1 21쪽
9 9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265 1 10쪽
8 8화. 실패 -2 15.06.05 176 1 8쪽
7 7화. 실패 -1 15.06.01 177 1 6쪽
6 6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78 1 9쪽
» 5화. 탈출 15.05.01 200 1 11쪽
4 4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4.22 159 1 9쪽
3 3화. 발라를 좇는 자 15.04.20 217 1 11쪽
2 2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4.20 184 1 15쪽
1 1화. 순백의 장군 +4 15.04.20 38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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