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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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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09.16 00:5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216
추천수 :
17
글자수 :
89,102

작성
15.06.12 09:52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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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1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DUMMY

발라가 리커트를 죽이고 드롤을 사로잡았다는 승전보는 전 대륙에 퍼졌다. 모라우의 폭정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이 승전보에 거리로 달려나와 기뻐하며 발라를 칭송하고, 그 젊고 잘생긴 군주를 위해 기꺼이 잔을 들어 건배를 외쳤다. 반면에 발라의 거병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실패를 예견했던 귀족들이나, 다리오 왕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한 세력에 동정표를 던지던 귀족들은 이제는 발라를 다시 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리커트의 지배 도시였던 동랑시에의 귀족들은 이제 발라와 모다스를 두고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동 랑시에의 주요 가문 귀족들은 구름이 가득한 늦은 밤, 도시 외각의 조용한 술집에 모였다. 미리 말해두었기 때문에 술집에는 그들밖에 없었다. 각자 꺼끌꺼끌한 포도껍질이 남아있는 질나쁜 포도주잔을 앞에 두자마자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리커트가 출전했을 때, 그 놈이 제정신은 아닌 건 알았지만... 질거라고는 생각 안했소."


"나도 그랬지."


"그건 나도 그랬소."


"발라 모다스가 10만을 상대로 이겨낼 거라고는... 아니, 이미 이겨냈으니... 지난 이야기는 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오. 발라는 분명히 강하오. 우리가 알던 그 만세(萬世)의 영웅이며 순백의 장군인 것이오."


"그래도 발라는 반송장과 다름없다고 하지 않소! 우리가 알던 그 발라가 아니오!"


"그는 십만의 동랑시에 군을 깨뜨렸소. 일만도 안되는 병력으로 말이야. 그게 시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시오?"


"드롤 공작과 스몰우드 장군도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리커트 그 애송이는 저항도 못하고 죽어버렸지요. 발라는 이전의 발라가 아니에요."


"게다가 그 미첼 장군마저 발라에게 합류했소... 우리가 버텨봐야 남는 것은 피의 복수뿐이오."


"복수라니..."


"우리는 아이츠크호람 백작이 암살당할 때도, 발라 본인이 축출될 때도 나서지 않았소. 이대로 저항해봐야 남는 건 그 때의 원한일 뿐이 아니겠소."


몇 시간의 토론 끝에 그들은 술집 주인에게 서신을 쓰기 위한 양피지를 부탁했다. 탁한 포도주를 병째로 들이키며, 그들은 항복 문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동부의 독립 세력들이 발라에게 항복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위대하신 발라 모다스님의 거병을 지금까지 기다려 왔습니다. 역사는 발라님을 찬미할 것이니 그 덕은 후세에 남을 것입니다."


"저희는 다리오 왕의 패정(悖政)에 분노하면서도 영도자를 받들지 못하여 금일에 이르기까지 한탄만 하였습니다. 이제 기꺼이 새로운 영도자를 모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발라 모다스님을 위해 저희는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이 충성은 거대한 바위와 같고, 저 높은 거목과 같으니 부디 의심하지 말아주십시오."


발라가 받은 항목 문서의 내용은 대략 이러한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다리오의 악행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은 하나같이 다리오를 "개"에 비유하는 내용이었다.


"다리오가 제대로 화가 났겠군요."


식사를 하며 항복문서의 내용을 훑어보던 유페미오는 "개조차도 자기보다 강한자 앞에서 재롱부리는 법을 안다"는 글귀를 읽다가 소리내어 웃고 말했다. 그의 옆 자리에서 말고기 스테이크를 썰고 있던 바실리오도 슬쩍 그의 문서를 훔쳐보고는 큭큭, 소리내어 웃었다.


동 랑시에의 항복과, 미첼 특공대의 합류로 발라군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크게 팽창했다. 이에 발라는 새롭게 진을 편성하고 다리오를 공격할 준비에 전념했다. 새롭게 합류한 미첼 특공대를 선두로 세우려고 하자 바실리오가 넌지시 물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합류하였지만, 충성을 맹세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녀와 안젤레스 장군의 관계를 알고 계십니까?"


발라가 무언으로 긍정하자 바실리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


"그녀는 전술을 무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녀의 부하들도 미첼에 대해 충성을 다하려고 할 뿐, 발라님께 항복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선봉이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주어도 괜찮겠습니까?"


이에 발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녀에게는 제게 항복할 이유도, 충성을 맹세할 이유도 없습니다. 전 그녀를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자 합니다. 객원 장군께서 직접 선두로 나서고자 하신다면, 그걸 반대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래서야, 부대를 운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바실리오 장군님. 전 그녀를 믿습니다."


발라의 본의를 눈치챈 바실리오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발라는 바실리오를 물리고, 미첼을 불러 물었다.


"슈흐 성, 마흐두 성, 오리아 성도 항복문서를 전해왔습니다. 체베차라코는 중립을 선언했지만 동시에 동맹을 청해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첼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사실상 전쟁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동부지역에서는 우리에게 대항할 세력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 병력을 서쪽으로 보내어 북랑시에를 회복하고 모라우를 축출할 생각입니다. 미첼 장군님과 특공대가 합류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기꺼히 앞서고자 합니다. 안젤레스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그녀의 눈에 불길이 이는 것을 보고 발라는 걱정을 담아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몸이 상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장군님께서 쉬지도 않으시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첼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젤레스가 편히 쉴 때까지 전 쉴 수 없습니다."




자신의 본진으로 돌아온 미첼은 돈 라마네와 레네이네를 불러 말했다.


"우리는 선두에 서게 되었다. 안젤레스의 복수는 우리 손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출격을 준비해라. 모라우의 목을 벨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레네이네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미첼의 명령에 응했다. 하지만 돈 라마네는 눈빛이 흐려진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당번병은 미첼이 한끼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을 자는 시간도 없다. 그녀가 수척해지는 것은 하루하루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미첼은 움직이고 있다. 마치 시체가 움직이는 것 같다. 몸은 살아있어도, 영혼이 죽어가고 있다.


'안젤레스님, 당신은 미첼님까지 데려가실 생각입니까?'


돈 라마네는 탄식하면서도 출전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동 랑시에는 이계의 악마와의 전쟁 직후 지어진 신흥 도시로 많은 유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발라의 아버지였던 아이츠크호람 백작의 공명정대한 정책으로 도시는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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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세만 요새 공성전 -3 15.09.16 92 1 8쪽
16 15화. 세만 요새 공성전 -2 15.09.14 152 0 9쪽
15 14화. 여신을 따르는 부족 15.08.19 148 1 13쪽
14 13화. 마후라나 15.08.17 196 1 14쪽
13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194 1 22쪽
12 12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15.06.29 174 1 12쪽
» 1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59 1 7쪽
10 10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162 1 21쪽
9 9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265 1 10쪽
8 8화. 실패 -2 15.06.05 176 1 8쪽
7 7화. 실패 -1 15.06.01 176 1 6쪽
6 6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78 1 9쪽
5 5화. 탈출 15.05.01 199 1 11쪽
4 4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4.22 159 1 9쪽
3 3화. 발라를 좇는 자 15.04.20 217 1 11쪽
2 2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4.20 184 1 15쪽
1 1화. 순백의 장군 +4 15.04.20 38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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