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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 순백의 장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44
최근연재일 :
2015.09.16 00:51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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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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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8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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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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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발라를 좇는 자

DUMMY

호르리텐시아를 점령한 발라군은 성의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수비병력을 배치하였다. 발라군은 도주한 적들을 추격하지도 않았고, 다음 공격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정확히는 할 수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발라가 열이 올라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세실리아는 그의 발열을 비밀로 부치고 발라의 간호에 전념했다.


"벌꿀과 레몬을 끓인 거에요. 발라님, 좀 괜찮으신가요?"


세실리아가 손수 끓인 벌꿀차에 발라는 누워서 예를 표했다.


"미안하오. 걱정을 끼쳐서."


"아뇨. 지금은 쉬어주세요. 다음 출격까지는 여유가 있습니다."


발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전쟁에서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한시도 쉬지 않고 적을 추격해야했던 것이다. 그런 것이 갑작스런 열 때문에 출진할 수 없으니 못내 아쉬웠다.


"적들의 상황은 어떻소?"


"정찰대에게서 들어온 최근 보고는 3일 거리에 사바티에르 모다스의 별동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해요. 총 병력은 오백정도라고 합니다."


"사바티에르인가."


"형제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사람이지요."


세실리아가 기억을 더듬었다.


"다른 형제들과는 좀 다른 인상이었습니다."


"맞아. 그는 살생이 아니라 싸움을 즐기는 사람이었지. 검술 대회가 끝난 다음 정식으로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적도 있었소. 좋은 말로 거절했지만 정중하게 다시 요청해서 곤란했었지."


"검으로 겨루신 적도 있습니까?"


"딱 한번, 우연히 연습중에 만났었소. 목검으로 대련했었는데, 두사람의 검이 동시에 부러져서 중지되었었소. 만약 진짜 검으로 싸웠다고 하면 이기기 어려웠겠지. 그는 목검은 쥐어본 적이 없었거든."


"발라님의 무술대회 우승이라면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발라님정도의 실력자는 본 기억이 없어요. 결승에서도 다리오를 상대로 완벽하게 승리하셨지 않았습니까?"


"사바티에르는 형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대회에 불참했었던 것 같소. 모라우의 형제들도 그 사실을 아는 것 같았지만... 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었소.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그는 권력싸움은 언제나 뒷전이었지."


발라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세실리아는 얼른 그의 손에 빈 컵을 받아주고 모포를 덮어주었다.


"날이 찹니다. 열이 오를까 걱정이에요."


"미안하오. 세실리아."


그녀는 발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계속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2년전의 발라였다면 이렇게 누워있긴 커녕 기침도 안 할 정도로 건강했다. 모다스 가문에 있던 도중 독에 목숨을 위협받고, 겨우 극복해낸 결과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지만 예전의 강인함을 모두 잃었다. 그 것은 세실리아에게 큰 충격이었지만 본인의 앞에서 내색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발라는 그 후로 그녀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


그점이 말할 수 없이 슬펐다. 반복되는 미열, 의사도 알수 없는 이 병은 점차 잦아지고 있다. 당대의 유명한 의사는 모두 모였지만 원인은 커녕 무슨 독인지 조차 알아낼수 없었다.

이 증상은 발병 주기가 빨라지고 있었다. 세실리아가 이 출병을 끝까지 반대하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녀로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발라가 만약 병마를 이기지 못해 세상을 등진다면 이 전쟁은 그대로 끝날 것이다. 병사들은 그를 위해 싸웠고, 그가 없다면 모든 의미를 잃을 것이다. 심지어 바실리오 장군은 함께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녀는 발라의 막사를 떠나 빈컵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컵은 이제 온기도, 무게도 남지 않았다. 아직도 비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점점히 흩날리는 빗방울이 횃불의 붉은 빛을 반사한다. 그녀는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흩어진 구름 사이로 희미한 별이 반짝인다.


'부디 그분을 구해주세요.'


그녀의 뺨에 한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그녀의 턱선을 따라 맺혔다가, 토독, 지면으로 떨어졌다.


'그 분을 구해주세요. 이 세상을 위해... 그리고 절 위해 그 분을 도와주세요.'


그녀는 여신 엘리츠나를 향해 기도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었기에...




그녀의 기도가 통한 것처럼, 발라는 다음날 병상에서 일어났다. 발라 본인은 이제 문제 없다고 말했지만, 연속된 발열증상은 흔히 있던 것이었기에 세실리아와 바실리오는 출병을 하루만 늦추자고 건의했다. 발라는 결국 두 사람의 의견대로 병사들을 돌아보며 다음 출격을 기다리기로 했다.


발라가 주요 병사들을 모아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전쟁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는데 호르리텐시아 서쪽문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문자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 방문자는 예의바르지 않았다. 그는 창을 앞세우고 경계하던 병사의 창대를 대검을 휘둘러 반토막내버린 다음, 발라 모다스를 불러오라고 호령했다.


"발라님, 이건..."


"이렇게 오다니, 생각치도 못했군."


발라는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어떤 일인지는 들어봐야겠지."


그는 그의 레이피어를 허리에 차고 은으로 제련한 갑옷을 걸쳤다. 하지만 발라가 호르리텐시아 시내를 벗어나기도 전에, 위풍당당한 검사가 루비로 만든 것처럼 붉은 대검을 등에 지고 걸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발라 모다스. 너의 독살 소식이 전해지고 난 굉장히 슬펐다. 우리의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으니까."


발라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사악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어도 난 기뻐할 수 없었다. 네가 산송장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발라는 "그건..."이라고 말을 끊으려 했지만, 사바티에르의 우렁찬 외침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난 굉장히 기쁘다. 내 생각을 들려주지. 넌 그 때 독을 피했어. 그리고 중독된척하고 성을 빠져나온거지! 그 증거로 이렇게 병사를 통솔하고 있지 않느냐!"


"아니, 난 지금 겨우 뛸 정도이고 검을 휘두를 힘도 없다만."


발라가 그의 착각을 고쳐주었지만 사바티에르는 그의 대검을 자신만만하게 뽑아들고 더욱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병자인 척 할 필요는 없다! 난 이미 알고 있어. 네 검을 뽑아라! 너와 못 낸 승부를 내겠다!"


"..."


"사바티에르님. 당신은 지금 발라님과 일기토로 승부를 하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입니까?"


말문이 막힌 발라를 대신하여 세실리아가 나섰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해도 이곳은 당신에게는 적진입니다. 목숨이 아깝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난 알고 있다. 발라, 너의 남편은 나와 같은 무인이다. 강자와 싸우는 것은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앞뒤를 재지 않는 패기만 가득한 대답에 세실리아까지 말을 잊었다. 이에 바실리오가 헛기침을 한 번 하여 끼어들었다.


"미안하지만 발라님은 어제까지 병석에 있었다. 독을 견뎌내신건 여신의 축복이었지만 내장의 대부분을 다치셨기에... 민첩함은 많이 회복하셨지만 솔직히 말하면 보통 사람정도의 전투력도 없으시다."


고시직하기로 이름난 바실리오의 무거운 말에 사바티에르는 넋이 나간 얼굴로 발라를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그는 발라가 자신의 기억 비해 엄청나게 말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들어온 용기는 대단하지만, 너무 무모했군, 사바티에르 모다스. 다시 돌아나가길 기대하지 말아라."


바실리오는 손짓하여 병사들에게 그를 포위하게 하였다. 사바티에르는 대검을 든 채로 주위를 노려보고 살기를 뿜어냈다. 병사들은 살기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발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바실리오. 병사를 물리세요."


"예? 하지만..."


"그는 전쟁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로잡을 이유도 없습니다."


발라의 말에 바실리오는 물론 당사자인 사바티에르 마저도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저 자는 모다스 형제들 중 한명입니다! 발라님, 지금 저 자를 해치우지 않으면 다음 전투 때 문제가 됩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죠. 길을 열어줘라."


발라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에 병사들은 쭈뼛쭈볏 성문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었다. 사바티에르는 발라를 보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가 알던 그때의 무인이 맞았군. 발라 모다스,다음에 만나는 건 전장이 될 것이다! 나와 겨루기 전까지 죽지마라!"




드롤이 패하고 호르리텐시아가 점령당하는 것은 물론 사바티에르가 병사를 물렸다는 소식마저 이어지자 다리오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사바티에르마저 패하다니...! 뭔가 좋은 방책이 없는가!"


신하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어전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시녀들을 분풀이로 거세게 밀어내고 자신의 방에 들어서서 술병을 꺼내들었다. 그가 병뚜껑을 따고 한모금을 삼킨 다음 분을 이기지 못해 술병을 집어 던지려고 할 때 그의 넷째 동생인 맥크로스 공작이 노크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너는 어찌하여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느냐!"


새로운 분풀이 상대에게 다리오가 버럭 소리쳤다. 맥크로스는 그런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잠시 말을 않았다.


"무... 무슨 일이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맥크로스가 진지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자 다리오는 의심적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에게 발라 모다스를 막고 그의 목을 창대에 걸어 형님의 앞에 가져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그것이 무엇이냐?"


"남 랑시에에 있는 미첼 장군에게 명령하면 됩니다. 그녀는 비록 여자이나 백전무패의 책략가이며 뛰어난 궁술가이기도 합니다. 그녀에게 발라와 대적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손에 피를 안묻히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미친 여자는 나에게 항명했다. 명령을 내린다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


다리오가 볼맨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것은 염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맥크로스는 헛기침을 하고, "지금 리베리아 왕실에서 반기를 들었던 쿠안 르투가를 마음대로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과 같은 방법을 쓰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다리오는 한참 생각하다가 그 말 뜻을 알아듣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가의말

테르센트와 고대의 티프소는 꽤나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의 티프소에서 마법을 쓸 수 있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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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26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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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실패 -1 15.06.01 176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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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미첼 아델라이다 15.04.22 159 1 9쪽
» 3화. 발라를 좇는 자 15.04.20 217 1 11쪽
2 2화. 호르리텐시아 공략전 15.04.20 184 1 15쪽
1 1화. 순백의 장군 +4 15.04.20 38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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