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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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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9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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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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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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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20쪽

할리의 수련

DUMMY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생기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힘이나 마찬가지야.”


나는 손짓발짓까지 섞어 가며 미아드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응. 응. 그래서?”


저렇게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모습을 보면 의욕을 안 낼 수가 없었다. 나는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 갔다.


“마력, 신성력, 그 외의 여러 생물들이 사용하는 초자연적인 힘들은 결국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어.”


경청하는 미아드의 눈앞에 검지와 중지를 세운 오른손을 들이 밀어보였다.


“우리 세계의 힘과 우리 세계의 힘이 아닌 것.”


“거기서 우리 세계의 힘이 마력이라는 거고, 나머지는 다 다른 세계의 힘이라는 거야?”


“그래. 사제들이 사용하는 신성력, 엘프들이 소환하는 정령,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순간적으로 신체를 강화시키는 기술까지. 전부 다른 세계의 힘 같은 걸 빌려오는 거지.”


“우와. 대단해.”


미아드는 내가 설명해주는 걸 들을 때마다 작은 거라도 반드시 감탄사를 내뱉었다. 겉치레라도 기분이 좋았을 텐데,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더욱 좋았다.


콧대가 한없이 높아진 나에게 미아드가 악의 없는 얼굴로 물었다.


“근데 할리 너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아. 그... 아버지한테 들은 거야. 아버지가 젊었을 때 모험가였거든.”


“와아. 그럼 할리의 아빠는 그 모든 종족들을 다 만나 본 거야?”


“글쎄다. 만나 봤다기보단,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은 거 아닐까?”


“아무튼 대단해!”


나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는 미아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너무 풀어진 것 같다.


얘는 뭔 말을 들어도 변명만 하면 의심하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하면 안 되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 버린다.


나는 미아드가 흥분에서 벗어날 때까지 해줄 이야기를 정리하며 기다렸다. 미아드가 입을 다물고 감탄을 그만두자 이야기를 이었다.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생기라는 힘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말하며 옆에 놓여 있던 목검을 생기로 들어 보였다. 목검이 건드리지 않았는데 허공으로 둥실둥실 떠올랐다.


미아드는 설명을 방해하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고 목검을 바라보았다. 감탄은 설명을 끝내고 나서 한다는 것도 내 설명 욕구를 늘려주는 이유 중 하나였다.


“당장 이렇게 생기라는 힘이 존재하고, 이 힘은 마력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지. 그런데 뭐가 존재하지 않는 거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나는 생기에 대한 제어권을 놔버렸다. 목검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그걸 열심히 보고 있는 미아드에게 물었다.


“이걸로 알아낸 게 뭐 있어?”


“응? 목검이 떨어졌다는 거?”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나는 그러면서도 재밌다는 듯 턱을 괴었다. 시간은 들어도 이 녀석을 가르치는 건 아주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미아드는 가르칠 맛이 있는 학생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추가로 잡으며 말을 이었다.


“1단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조금 전에 생기가 마력으로 변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을 거야.”


“마력으로?”


“그래.”


나는 방금 전에 1단계로 몸 안의 마력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생기가 마력으로 전환되면서 주변의 마력을 밀어내 그 여파가 미친 결과다.


“생물의 몸 안에는 순수한 마력이 흐르지. 다른 힘으로도 이 마력을 밖으로 나오게 할 수는 있어. 하지만 다른 힘 없이, 의지만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건 오직 인간뿐이야. 그렇기에 오러가 인간의 전유물인 거지.”


미아드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왜 딱 인간만?”


“그건 몰라. 태생적인 이유겠지만, 아직 학자들도 확실하게 밝혀내지는 못했어. 뭐, 다른 종족들도 종족의 힘 같은 건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불공평하진... 어이쿠. 또 엇나갈 뻔했네.”


나는 한 번 헛기침을 했다. 또 이야기가 하면 안 되는 방향으로 갈 뻔했다. 미아드 이 무서운 녀석. 혹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냐?


“하여튼 인간은 의지만으로 몸 안의 마력을 나오게 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대신이라고 할까? 나오는 과정에서 순수했던 힘이 왜곡되게 돼.”


나는 아까 떨어뜨렸던 목검을 생기를 움직여 다시 들어올렸다. 이번엔 조금 더 폼이 날 수 있도록 들어 올리는 정도로 끝내지 않았다.


미아드에게 잘 보이게 검으로 허공을 베었다. 한 번. 두 번. 빠르고 정확하게. 리듬을 살려서 점점 더 속도를 올렸다.


시익. 시익.


미아드가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우와.”


난 목검을 끌고 와서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았다. 거만하게 턱을 세우며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게 생기야. 의지에 의해 왜곡된 힘이기에, 제어를 푸는 순간 바로 마력으로 돌아가지. 그렇기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힘이나 마찬가지인 거야.”


“그렇구나.”


미아드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머릿속에 확실히 새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했다.


“생기가 원래는 뭐라고?”


“몸 안에 있는 순수한 마력.”


“그게 어떻게 생기가 된다고?”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의지에 의해 왜곡돼서.”


“좋아. 그럼 이걸로 오늘의 이론 수업은 끝.”


나는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두 가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10분간 설명했던 시간이 무의미하진 않았다.


일어나자 마침 브릿도 끝났는지 기진맥진한 상태로 돌아왔다. 브릿은 걸어오며 내가 일어선 걸 보자 물었다.


“수업은 다 끝난 거야?”


“그래. 이제 뛰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뛸 준비를 했다. 그때 브릿이 지나가듯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저쪽에서 듣고 있으니까 꽤 신기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데. 다음에 나도 들려주지 않을래? 이종족 이야기.”


나는 움찔해서 멈추고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 브릿은 별 의도 없이 정말로 궁금해서 그러는 것 같았지만.


“하하. 아버지도 남한테 들은 정보들일 테니까. 그다지 신뢰성은 없을 걸.”


“재밌으라고 듣는 거니까 별 상관없어. 나도 지금 해달란 건 아냐. 나중에...”


브릿은 웃으며 말했다.


“3차 테스트에 합격하고 나면 말해줘.”


“...알겠어.”


나도 웃음으로 받아줬다. 사흘 전에 돌아오고 난 후 사정은 다 설명해줬다. 거기서 브릿의 협력도 받아냈다. 브릿이 면접관들과 대화하고 나오는 것도 봤다.


그리고 오늘 2차 테스트 합격생들도 이름 중에 내 이름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브릿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본인한테 들었다. 즉, 티아가 손을 써줬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건 3차 테스트에서 눈에 띌 만한 활약을 보이는 것뿐.


목표를 다시 떠올리는 나에게 브릿이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그나저나 고작 가슴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반대를 하는지...”


“하하. 니가 이해해.”


다만 여전히 브릿은 내가 떨어진 게 가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면접관들도 브릿한테 내가 떨어질 번한 진정한 이유는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브릿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까. 괜히 화가 나거나 해서 제어하기 어려워지면 안 좋지. 나도 그래서 말 안 했고.


“...미안.”


“응? 뭐가?”


“아냐.”


나도 스스로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을 주워 담았다.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브릿은 친구다. 그런데 제어하기 어려워 질까봐 말을 안 하다니...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브릿이 괜히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아버지와 대화를 하기라도 했다간, 나한테 힘을 빌려주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결국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니 그냥 두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친구를 속이는 게 되버리니...


나도 모르겠다. 그냥 뛰자. 뛰면 잡념이 지워질 테니까. 나는 고개를 휘휘 젓고 미아드에게 말했다.


“미아드! 뛰자!”


“알겠어...”


미아드는 아까 이론 수업을 할 때와는 대조적으로 힘없는 태도로 말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말했다.


“가자!”


그날 기록은 3시간 40분이었다.


@


다음 날.


“잠깐, 쉬었다, 뛰자!”


미아드가 뛰던 중에 헉헉거리며 소리쳤다. 뭐, 실제로 슬슬 녀석은 한계에 부딪힐 시점이었으니까. 나는 뛰는 속도를 느리게 하지 않고 소리쳤다.


“너, 헉헉, 먼저, 쉬고, 헉헉, 있어!”


“...흐아.”


미아드가 뛰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소리만으로 유추하며 뒤도 보지 않고 달렸다. 지금은 쉴 틈 따위 없었다.


“후웁. 후웁.”


나는 미아드가 멈추고 나서 한 시간 가까이 더 달리다가 멈췄다. 산소가 짜릿하게 온몸이 헤젓는 게 살짝 쾌락으로 느껴졌다.


목검을 휘두르고 있던 미아드가 물었다.


“이제 그만둘 거야?”


“아니. 조금 쉬었다가 이번엔 전속력으로 뛰는 걸 반복하는 훈련을 할 거야.”


“어? 어제까지는 그런 건 안 했잖아?”


“몸은 조금 괜찮아졌다 싶으면 또 다른 창의적인 방법으로 굴려줘야만 해. 안 그러면 발전이 없으니까. 정 못하겠으면 넌 쉬고 있어.”


“...아냐. 나도 할게.”


나와 미아드는 20분 정도 쉬다가 10미터 정도 거리를 전속력으로 왔다 갔다 하는 훈련을 했다.


그날 기록은 오래 뛰기는 3시간 20분. 전속력 뛰기는 800회 반복이다.


@


다다음 날.


“헉헉. 오늘은, 역시, 그만...”


“먼저, 쉬고, 있어.”


그 말에 미아드가 쓰러졌다. 난 굳이 미아드까지 내 페이스에 따라오게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다. 신체 능력 차이가 얼마인데.


지금만 해도 미아드는 30분 달릴 때마다 10분 쉬는 식으로 달리고 있었다. 정말로 조금의 휴식도 없이 몇 시간 동안 뛰는 건 2단계 검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어쨌든 미아드는 나보다 먼저 쓰러져서 쉬었다. 나는 그 후에 1시간 넘게 뛴 다음, 전속력 뛰기까지 해내고 멈췄다.


겨우 주변을 볼 수 있게 되니 넓은 공간 안에 나와 미아드 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


나는 의아해져서 혼자서 목검을 휘두르는 미아드에게 물었다.


“저기서 운동하던 사람들은 어디 갔어?”


그동안 체육관에 운동하는 사람이 많이 줄기는 했다. 체육관에 나와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드시 합격한다고 볼 수 없는 하위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대부분 떨어졌다. 덕분에 공간이 넓어져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된 거고.


그렇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는데? 내 그런 의문에 미아드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벌써 가버렸지. 지금 8시가 넘었는데.”


“아. 그렇냐? 그럼 우리도 이만 가자.”


어느새 브릿도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좀 과하게 운동해버린 것 같았다. 몸 여기저기가 피로했다.


내일은 좀 쉬엄쉬엄 해야겠네.


오래 뛰기는 5시간 20분. 전속력 뛰기는 600회였다.


@


다다다음 날.


“하아. 하아”


“정말로 힘들어 보이는데 그만두지?”


“괜찮아!”


나는 시속 4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왕복을 반복하며 빠르게 소리쳤다. 1밀리리터의 산소마저 중요했으니 대답할 때 필요한 호흡도 최대한 아껴야 했다.


미아드는 내 단호한 표정과 말에 포기하고 얌전히 목검을 휘둘렀다. 나는 결국 1000회를 채우고 나서야 주저앉았다.


“헉헉.”


한 순간도, 심지어는 방향을 트는 순간마저 속력을 늦추지 않기 위해 노력했더니 잔근육들이 심하게 아팠다. 당장이야 산소를 얻는 게 더 급해서 괜찮지만, 밤에는 더욱 아프겠지.


“괜찮아?”


“...”


나는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응’이라는 한 마디를 할 호흡마저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대답하지 않는 모습을 보자 미아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계속해서 물었다.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오히려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그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돼.”


겨우 생명 유지에 필요한 호흡을 회복한 나는 인간다운 대화를 시작했다.


“2단계 검사의 회복력은 엄청나니까. 지금은 이래보여도 내일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2단계 검사라고 무적인 건 아니잖아. 무리하면 안 돼.”


“그 부분은 확실히 체크하고 있어.”


실제로 난 과한 운동을 하더라도 중간 중간 1단계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몸이 좋아질려고 이 짓거리를 하는 건데 무리하면 안 되지.


“그치만...”


“걱정하지 말라니까. 추우니까 들어가자.”


“...알겠어.”


미아드는 하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땀이 스며들어서 축축해진 옷 위에 후드를 덮어쓰고 미아드와 함께 기숙사로 돌아갔다.


@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러서, 3차 테스트 사흘 전.


“헉헉.”


아프다. 몸 전체가 아프다. 숨을 내쉬는 게, 걸음을 내딛는 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팔을 흔드는 게,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


더욱 힘든 건 앞으로 이걸 한 시간은 더 해야 한다는 거고.


“하아. 하아.”


분명 어제도 이만큼의 운동은 했었다. 아직 뛰기 시작한지 4시간도 채 안 됐으니까. 분명히 했었는데도 참기가 힘들다.


“하아. 하아.”


지금의 신체능력으로도 쉬지 않고 몇 시간씩 뛰는 건 정신력과 체력을 극한까지 짜내야 하는 일이었다. 매순간마다 포기하고 싶은 욕망과 유혹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아. 하아. 하아.”


그래도 뛰었다. 어제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난 분명.


결국 난 또다시 목표한 분량을 마치고 앉아서 쉬었다. 그런 미아드가 방금 전까지 휘두르던 목검과 함께 물통을 들고 왔다.


“괜찮아?”


나는 대답 없이 물을 마셨다. 물통 한 병을 다 비우고 나서야 겨우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래.”


“내일부턴 이틀간 쉬겠네.”


“그래.”


“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돼?”


“그래.”


난 같은 대답만 연거푸 반복했다. 다른 대답을 생각해낼 정신적 여유가 지금의 나에겐 없었다. 그래서 이어지는 질문에도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노력하는 거야?”


나는 의아한 얼굴로 미아드를 바라보았다. 얘가 뭔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 당연히 학교에 들어가려고 이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미아드는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는 걸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야. 니가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묻는 것도 아니야.”


덤으로 내가 학교에 들어가려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 외에 뭐가 있나 싶어서 미아드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미아드는 눈에 가득히 걱정을 담고 말했다.


“너 정말 힘들어 보여.”


“어디가 말이야?”


미아드는 단언했다.


“전부.”


“...”


“너 요새 밤마다 끙끙 앓잖아. 정말로 일어나면 괜찮은지 그때부턴 쌩쌩해지지만. 달릴 때도 힘들다기보단 고통스러워 보여.”


우와. 잘 맞추네. 박수라도 쳐줘야 하나? 라고 생각했지만 미아드는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어차피 내일부터 쉴 거니까 물어보는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거야?”


나는 대답 없이 처음 체육관에 들어왔을 때부터 걸어둔 후드를 입었다. 이미 호흡은 어느 정도 회복됐기에 힘들어서는 아니었다.


후드를 입고 나자 아주 조금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는 모자를 쓰면서 미아드에게 짧게 말했다.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러고는 일어섰다. 아직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빨리 방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미아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없다고?”


“그래.”


단순히 노력하는 이유라면 말할 거야 많다. 몇 년 후에 사는 마을이 도적단한테 짓밟힌다거나,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라던가.


“하지만 그렇게까지 노력하는 이유 같은 건 말할 게 없는데?”


난 노력도 재능이라던가, 계기가 없으면 삶을 쏟아 부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공감이 안 됐다.


“노력하는 데 그런 게 왜 필요해? 그냥 목검 들고 가서 휘두르면 그게 노력하는 거지.”


왜 거창하게 생각하는 걸까? 그냥 열심히만 하면 열심히 할 수 있는데.


그 말에 미아드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내가 묻기 전에 미아드가 먼저 물었다.


“할리. 며칠 전에 블랙 소드즈 보스한테 들었던 말 기억나?”


난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건 잊어버리라니까.”


“그래도 기억은 나더라고. 할리, 솔직히 말할게.”


미아드는 슬픈 눈으로 말했다.


“난 너처럼 노력할 자신이 없어. 달리는 건 너무 힘들어.”


“...”


나는 조용히 미아드가 하는 말을 들어주었다. 미아드는 침울한 목소리로 그동안 느꼈던 것들을 설명했다.


“난 2단계 검사가 되도 너처럼 계속 달릴 수는 없을 것 같아. 니가 뛸 때마다 얼마나 힘든지는 옆에서 봐도 알겠어.”


“...”


“나한테는 너 같은 정신력이 없어. 매일 잘 때마다 몸이 아픈 걸 참는 게 너무 힘들어.”


“...”


“미안해.”


“딱히 사과할 필요는 없어.”


나는 고개를 젓고 최대한 상냥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제 그만두고 싶은 거야?”


“모르겠어. 아직도 기사는 하고 싶은데... 이제는 나 같은 게 그런 걸 바라서는 안 될 것 같아.”


나는 울 것 같은 미아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얘는 너무 울음이 많아. 하긴 리리도 그랬었는데.


동생을 떠올려 포근한 미소를 짓게 된 나는 그 웃음 그대로 말했다.


“어리광 부리지마. 자식아.”


“어?”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싹 지우고 놀란 미아드에게 비아냥거렸다.


“포기하고 싶으면 하든가. 싫으면 죽을 만큼 노력하든가. 하고는 싶으면서 과정은 못 버티겠다? 정말로 멍청하고 애 같은 발언이구만.”


“...미안.”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둬.”


나는 미아드에게 멀어지며 기숙사를 향해 걸었다. 얼굴을 보이지도, 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세상에는 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큰 재능을 타고나서 기사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어.”


“...”


“니가 그들을 뛰어넘어서 기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뭐가 있는지, 혼자서 잘 생각하고 돌아와. 어차피 내일부턴 쉴 거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체육관을 나섰다.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걸었다. 기숙사에 도착해, 방문을 열고 내 침대에 누웠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회복력으로 회복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몸을 혹사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마음이었다.


“하아.”


나는 아픈 팔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너무 심했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분명히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감싸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까 애 같은 발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미아드는 아이다.


고작 13살. 지금은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할 시기니까. 너무 냉정하게 굴었던 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론 앞으로 훈련하는 걸 못 버텨...”


경지가 높아질수록 수련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거다. 몸도, 마음도, 점점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거다.


그때 그 녀석의 곁에 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수련까지는 어떻게 버텨서 기사가 된다 치자. 그럼 그 앞은? 그 앞에는 장밋빛 길만 기다리고 있나?


고작 보스놈의 말 따위에 계속해서 흔들리는 정신으로는 미아드가 바라는 걸 이룰 수 없다.


차라리 여기서 끝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삶의 방식은 하나만 있는 아니니까. 어차피 못할 거라면 더 큰 상처를 받기 전에 끝내버리는 게 낫다.


“휴우.”


뭐가 됐든 내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그걸 깨달은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곧 혹사된 몸에 의해 잠이 찾아왔다. 미아드는 앓는다고 했지만, 잘 때는 편안하기만 한데...


@


처키력 224년 2월 22일.


3차 테스트 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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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합격 18.01.19 9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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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미아드와 포기 18.01.08 87 2 16쪽
43 테스트 전에 18.01.04 88 1 17쪽
» 할리의 수련 18.01.03 84 1 20쪽
41 제안 18.01.01 421 1 13쪽
40 티아리스 1차전 18.01.01 85 1 14쪽
39 학교 돌아가기 17.12.27 82 1 21쪽
38 깡패 죽이기 17.12.26 93 1 16쪽
37 깡패들 패기 17.12.24 88 2 15쪽
36 화풀이 17.12.23 72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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