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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460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7.12.23 21:17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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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8쪽

화풀이

DUMMY

“뭐야, 니놈은?”


나는 남자1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물통을 집었다. 무게가 가벼운 게 아무것도 안 들어 있는 것 같다.


딱 좋네. 나는 만족하며 노인 앞에 있는 놈들 중 하나에게 물통을 던졌다.


슈우웅.


퍼억.


깔끔하게 한 놈의 머리에 명중했다. 맞은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쿠웅.


놈들은 판단능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옆에 놈이 쓰러졌는데도 남은 5놈과 남자1은 몇 초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놈들이 상황을 이해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었다.


대략 3초 정도 후. 쓰러진 놈의 바로 옆에 있던 놈이 소리쳤다.


“x, x발!”


“아오, 머리 나쁜 새끼들. 겁나게 오래 기다렸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나한테 쏠렸다. 순서대로 쓰러진 놈, 소리친 놈, 그다음으로 나한테 시선이 왔다.


남자1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너, 너 이 새끼 뭐하는...”


“대가리가 나빠서 상황을 이해 못하겠냐?”


나는 남자1의 말을 씹으며 오만하게 턱을 쳐들었다. 애의 몸이라 체구가 작아서 서 있는 놈들 중 누구도 내려다볼 수 없었다.


...까치발이라도 해야 하나?


별로 상관없는 이유로 조금 더 화가 증폭된 나는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덤비라고. 병신 새끼들아.”


“x발! x같은 새끼가 진짜!”


가장 성질 급한 놈 한 명이 뛰쳐나왔다. 상당히 체구가 큰 놈이었고 인상도 더러워 보였다. 일반인이라면 위축될 만한 겉모습이었다.


물론 나는 당황하지 않고 달려오는 놈에게 걸어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이 주먹을 쳐들었다.


“하... 커억!”


“시끄러.”


놈의 턱에 내 주먹이 정확하게 들어갔다. 놈의 주먹은 상체를 조금 기울이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1대1은 일방적이었다.


나는 기합성조차 다 내지 못한 채 쓰러진 놈을 찼다. 비명을 토해내는 놈에게 비웃듯 말했다.


“크억!”


“고운 말 써야지. 병신 새끼야.”


짝.


살짝 무릎을 굽혀서 놈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걸로 놈의 의식이 끊겼다. 손맛으로 확신한 나는 남은 넷, 아니 남자1까지 포함해서 다섯을 둘러보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니들은 안 덤비냐? 난 니들이랑 사이좋게 소꿉놀이 할 생각은 없는데?”


“이 자식이 진짜!”


“야, 둘러싸!”


“블랙 소드즈의 힘을 보여주자!”


가지각색의 헛소리를 지껄이며 셋이 덤벼들었다. 남자1을 빼고 하나 남은 놈은...


어이쿠. 그건 안 되지.


나는 빠르게 몸 안의 생기를 움직였다. 찰나로 생기가 깨어나며 하나 남은 놈한테 발사됐다. 지금 막 노인을 잡으려던, 아마도 인질극을 하려던 놈한테 말이다.


퍼억.

“크악!”

언제나 적당히 똑똑한 놈은 당하는 법이다. 이 상황에서 인질극을 하려는 건 아주 효율적이고, 정확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걸 나도 알고 있다는 거였다. 오만을 떨면서도 언제라도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게 준비는 해둔 뒤였다.


그냥 덤볐으면 몇 초는 더 버텼을 놈이 쓰러졌다. 배에 맞은 충격으로 놈의 몸이 떠서 몇 미터 떨어진 계단까지 날아갔다.


쿵!


머리부터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죽지 않았을까 살짝 걱정됐다. 저딴 놈의 목숨 따윈 걱정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살인범이 되는 건 싫었으니까.


하긴,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냐? 나는 곧 달려들 놈들에 대비하기 위해 팔을 들어올렸다. 전형적인 격투술의 방어 자세였다. 냉철하게 놈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놈들은 자리에 멀뚱멀뚱 멈춰서 있었다. 또한 놈들한테서 느껴지는 감정 중에 분노가 사라져 있었다. 경악이나 놀람이 대부분이었고, 공격의사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조금 더 도발해봤다.


“뭐야. 이 새끼들아. 똥이라도 마렵냐?”


“...”


“아니면 갑자기 자아성찰을 해서 자살이라도 하고 싶어졌냐? 좋은 자살 포인트 알려줄까?”


“...”


“그도 아니면 자아성찰 마저도 할 수 없는 스스로의 두뇌 능력에 한계를 느꼈냐? 걱정 마. 그냥 리셋하면...”


나는 아무리 떠벌거려도 움직일 기미가 없는 놈들을 보다가 입을 닫았다. 시범삼아 내가 한 발자국 앞으로 가 보았다.


움찔.


놈들이 정확하게 내가 움직인 만큼 뒷걸음쳤다. 한 발자국 더 움직여보자 이번에도 딱 그만큼 움직였다.


쿵!


놈들 중에 하나가 뒤로 넘어졌다. 내가 뭔가 해서가 아니었다. 물러나다가 지들끼리 발이 걸려서였다.


뭐하는 거냐? 저 병신들은?


신개념 멍청이 짓에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자니 세 놈끼리 시선을 맞췄다. 짧은 시간 동안 의견이 오간 듯했고, 놈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덤비는 건가? 나는 기대와 경계가 9대1로 섞인 얼굴로 놈들을 보았다. 넘어진 놈들이 다른 놈들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세 놈들은 나를 정면으로 마주봤다. 그것도 잠시. 곧...


“죄송합니다!”


땅에 머리를 박았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듯한, 전형적인 사죄와 복종의 자세였다.


“어?”


순간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어이가 사라져서 바라보고 있자니 놈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살려주십시오! 마법사님!”


“아.”


나는 그 말까지 듣고 나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놈들은 나에게 겁먹은 거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손도 안 쓰고 사람을 날릴 수 있는 건 높은 무력의 소유자뿐이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라면 깡패들 셋 정도로 쓰러뜨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이해는 된다. 되긴 되는데...


“이 근성 없는 새끼들이!”


깡패 놈들이 왜 이렇게 깡이 없어! 모름지기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사는 소인배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덤벼야지! ‘우리를 얕보는 거냐!’같은 대사 정도는 외쳐주면서!


“그리고 나 마법사 아니야!”


“죄송합니다!”


“왜 이렇게 순종적이야! 제길!”


남자1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그쪽도 꿇고 있었다. 대세를 파악한 것이다. 나는 분노해서 외쳤다.


“니들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야? 마법사든 검사든 배에 칼이 안 박히진 않는다고!”


“부탁드립니다! 살려주세요!”


“닥쳐! 사죄 따윈 집어치우고 덤벼 이 새끼들아! 전부 부셔버릴 테다!”


“부디 자비를!”


“아, 젠장.”


전투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나는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예전에 신세 졌던 사람을 구하는 것에 덤으로 기분도 좀 풀 생각이었는데. 완전 망한 것 같다.


항복한 사람을 때리는 건... 물론 내 취향이었지만 오늘은 좀 더 하드하게 패고 싶었다. 더군다나 기대하며 들어왔는데 정작 본 게임은 시작도 못했다.


마치 반한 여자하고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서 자기만 한 느낌이랄까. 욕구가 솟구친다.


“빌어먹을. 젠장.”


욕구라고 하니까 아까 일이 기억났다. 요새 그 짓을 못 해가지고 가슴을 유심히 봐버리게 된 거다.


창녀라도 안으러 갔다면... 안 됐겠지. 아직 발 뭐시기도 안 되는데! 빌어먹을 어린애 몸! 혼자 할 수도 없잖아!


생각하다 보니 더욱 빡쳤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엎드린 놈들을 보았다. 여전히 머리를 박고서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차가운 웃음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빨랑 덤벼. 이 새끼들아.”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야. 마지막으로 말한다.”


짠 것처럼, 아니 아까 시선으로 정말 짰겠지. 하여튼 동시에 말하는 놈들에게 마지막으로 고했다.


“내가 오늘 좀 기분이 나빠서 아무나 패고 싶거든? 그런데 일방적으로 패는 건 별로 재미가 없잖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


놈들은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머리를 박고 있었다. 나는 놈들의 반응을 관찰하며 천천히 말했다.


“계속 박고 있을 거면 그냥 패고. 다만 그 경우에는 조금 더 고통스러울...”


“으아악!”


놈들 중에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서서 달려왔다. 나는 환희하며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퍼억!


기껏 일어났건만 아무것도 못하고 놈은 다시 쓰러졌다. 그래도 이 녀석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이제 막 일어난 두 놈보다는 좋겠지.


여전히 덤벼들 생각을 못하고 멀뚱멀뚱 서 있는 놈들에게 짧게 말했다.


“나도 더 이상은 못 참아.”


“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을 수 있던 건 한 놈뿐이었다. 이해를 못한 건 둘 다 마찬가지였겠지만, 한 놈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적어도 배에 몸이 붕 뜰 정도의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말할 수는 없었겠지. 그 정도로 근성 있는 놈은 아닌 것 같았으니까.


“!”


너무나도 큰 고통에 비명도 못 지르는 놈한테서 눈을 돌려 남은 놈을 보았다. 방금 전에 되물은 놈이었다.


팔을 후려치고. 정강이를 차고. 머리에 박치기를 날리고.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졌다.


“크악!”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는 건 옆의 놈보다는 덜 아팠다는 것. 내가 의도적으로 약하게 때린 덕분이었다. 조금 더 오랫동안 패기 위한 배려였다.


물론 놈을 위한 배려는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두 놈을 날려버린 내가 다음 한 행동은 계속해서 때리는 게 아니었다.


“야. 남자1. 가만히 있어라.”


“!”


그 말에 남자1이 주인 아주머니가 모르게 뻗어가던 손을 멈췄다. 나는 무미건조한 눈으로 말했다.


“아직 니 차례가 아니니까. 죽이지는 않겠지만 허튼 짓 했다간 손모가지 정도는 날아갈 수 있다?”


“...”


남자1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다음에 눈에 조금 온기를 넣어서 아주머니를 향해 말했다.


“아주머니는 남편 분? 맞나? 아무튼 그 분을 데리고 여관 안으로 들어가 계시겠어요? 상태가 안 좋아 보이시는데.”


“예, 예. 알겠습니다.”


아주머니는 존댓말로 대답하며 황급히 일어섰다. 옆에 쓰러져 있는, 기절한 것 같은 노인을 부축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둘이 사라지자 나는 남은 이들을 둘러보았다.


“크억.”


몸 여기저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하는 녀석.


“우웨엑.”


말없이 배를 붙잡고 신물을 토하고 있는 놈.


“...”


대기하고 있는 남자1.


그리고 여기저기 쓰러진 떨거지들. 나는 그들을 한눈에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임산부나 노인, 어린애한테는 보여줘선 안 되는 놀이를 말이다.


아직 일어나 있는 놈들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


나는 내 스스로가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한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난 나쁜 놈들이 무척이나 싫었다. 왜냐하면 난 ‘죄인을 용서하라.’같은 마인드를 가진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만큼 난 나쁜 놈들한테 자비가 없었다.


“으어억.”


이 참상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놈의 멱살을 잡고 옆으로 휙 던졌다. 주변의 놈들 여섯 중 넷이 현재 그런 상태였다.


아까 깨어 있던 둘이 처맞던 중에 깨어난 둘까지 합쳐서 때린 결과였다.


굳이 때리려고 한다면 남은 둘도 깨어나게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다. 30분 가까이 사람을 리드미컬하게 팼더니 슬슬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기분도 어느 정도 풀렸고.


대신 옆에서 아직까지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1에게 다가갔다. 남자1은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있는 중이었다.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발 장애가 생기지는 않게 해주세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멈춰 서서 말했다.


“내가 무섭냐?”


“...”


“대답해라.”


“...예.”


나는 대답을 듣고 난 후 다시 움직였다. 무릎을 꿇은 놈에게 다가가서 싸늘하게 놈을 내려다보았다. 손을 움직여서 뺨을 때렸다.


짝.


“...”


맞았음에도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며 참고 있는 거겠지.


왠지 웃음이 나왔다. 키득키득 웃으며 물었다.


“그럼 왜 그렇게 찾으러 다닌 건데?”


“...예?”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누구인지?”


짝.


한쪽 뺨이 괜찮아 보이길래 남은 곳도 때렸다. 그리고는 발을 놈의 등에 올린 다음 내리찍어 엎드리게 했다.


“큭!”


이건 예상 못했는지 다시 신음을 흘렸다. 나는 그 반응을 즐기며 말했다.


“날 찾아내서 죽일 거라며?”


“!”


남자1은 이제야 안 것 같았다. 고개를 올려서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서, 설마 니놈...”


“말이 더럽네.”


나는 등을 한 번 세게 밟았다.


“크악!”


“닥쳐. 내가 물을 때만 입 열어.”


말과 함께 한 번 더 밟았다. 이해했는지 이번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나는 한결 평온해진 어조로 아주머니가 들어간 계단을 보며 말했다.


“여기 몇 번이나 온 거야?”


“...”


“이래서 멍청한 것들은 싫어.”


“크악!”


나는 발을 들어서 이번엔 등이 아니라 머리를 밟았다. 남자1은 뒤통수에서 피를 흘리며 황급히 말했다.


“그날로부터 사흘이 지난 후부터, 매일 왔습니다!”


“왜?”


“당신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거 물은 거 아냐.”


나는 다시 놈의 등을 내려찍었다. 얼마나 세게 찍었던지 굽이 없는 신발이었는데도 등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도대체 날 왜 찾으려고 한 거야? 쓰레기면 쓰레기답게. 다른 사람이 너한테 피해를 줬어도 그냥 참아야지. 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라고 자위하며 참아야지.”


“...”


“너한테 당한 사람들이 많이 했을 일이겠지.”


“...”


“너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었잖아.”


나는 조금의 감정도 없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실제로도 화가 안 난 건 아니지만 분노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 여관의 주인은 나와 큰 상관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보다는 의무감이었다. 내가 실수한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을 내가 처리하는 것.


“일어나.”


그 말을 들은 남자1이 황급히 일어섰다. 나는 뒤돌아서며 차갑게 말했다.


“니 부하들 데리고 꺼져.”


“예!”


남자1은 신속히 나한테 세게 맞지 않은 부하들의 뺨을 때려 깨웠다. 나는 그사이 카운터까지 나온 테이블이나 의자를 다시 식당으로 돌려놨다.


잠시 후 내 정리가 끝날 때쯤 놈들이 가게에서 나갔다. 서로를 부축한 채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갔다.


일단 나는 먼저 해야 할 일을 했다. 기감을 열어 놈들이 향하는 방향을 기억하며 이곳의 주인이 있을 곳을 찾았다.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지도 않고 알 수 있었다. 마치 1단계를 통해 육체를 느끼는 감각을 확장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 원리도 그랬다.


1단계를 내부를 느낄 때 중요한 건 몸의 범위다. 과연 어디까지가 육체일까? 살과 뼈만을 포함한 것? 머리카락이나 손톱은? 방금 먹은 음식물이나 이미 몸에서 나간 노폐물 같은 건?


조금 억지스럽게 확장하면 자신의 주변까지도 몸이라 볼 수 없을까?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오러는 명확한 원리나 규칙에 의해 작동하는 기술이 아니다. 정신적인 힘이나 생명기 같은 정말로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학문이지.


하여튼 기감은 그렇게 해서 발동하는 기술이었다. 건물의 구조가 1단계를 켰을 때처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 쥐나 벌레 같은 작은 동물을 제외한 생물체는 2층뿐이었다.


나는 그 위치를 확인한 후 향하며 기감의 범위를 확장했다. 범위가 넓은 만큼 정확도가 떨어졌지만 특정한 목표물의 위치를 계속해서 확인하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나는 조금 전에 생물체를 확인했던 방의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누, 누구세요?”


안쪽에서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미안함을 느끼며 정중하게 말했다.


“드릴 걸 드리고, 사과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


나는 왠만하면 기다려 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놈들이 너무 멀어져 버리면 기감에서 사라져버려 추격하기 어려워진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저 때문에 이런 사건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보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제 최소한의 성의는 문 앞에 두고 가겠습니다.”


“...”


나는 품의 돈주머니에서 가트 2개를 꺼냈다. 나올 때 잘 보이도록 동전을 배치해 두고, 보이지는 않겠지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시 한 번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주머니의 앞날에 행운을 빌겠습니다.”


“...저기, 애야.”


문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에 귀를 갖다 대고 집중해서 내용을 들었다.


들려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니 잘못이 아니란다.”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입을 꾹 다물고 문을 바라보았다.


어처구니도 없었고, 화도 났고, 슬픔도 들었다. 나는 가까스로 갖가지 감정을 억눌렀다. 지금도 놈들은 멀어지고 있다.


나는 의미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시로군요.”


나는 대답을 듣지 않고 문에서 떨어져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기감에 집중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건물 안에는 나와 저 두 사람을 빼고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여관이다. 심지어 지금은 관광객이 많은 왕립 검술학교의 입학시험 기간이고.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는 건 저놈들이 매일 와서 깽판을 쳐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게 내 잘못이 아닌 건 맞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이성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저 아주머니가 날 용서한 건 이성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정말 지독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군.”


나는 차갑게 내뱉고 슬슬 기감 범위의 한계까지 멀어진 놈들을 확인했다.


아까는 분노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셔주마. 빌어먹을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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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할리의 수련 18.01.03 84 1 20쪽
41 제안 18.01.01 421 1 13쪽
40 티아리스 1차전 18.01.01 8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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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깡패 죽이기 17.12.26 93 1 16쪽
37 깡패들 패기 17.12.24 88 2 15쪽
» 화풀이 17.12.23 73 2 18쪽
35 포기 +2 17.12.17 106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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