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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님의 서재입니다.

기(氣)를 만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임종
작품등록일 :
2017.06.18 08:23
최근연재일 :
2017.07.26 13:5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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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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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글자수 :
123,169

작성
17.07.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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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화-시간이 흐르다.

DUMMY

어느새 이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웅비가 스무 살이 되었다.


허진이 만든 검법은 거의 완성해 가고 있었고, 웅비의 실력 또한 많이 늘었다.


그 사이 무림엔 기이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어린아이 같은 경우 심법을 익히지 않아도 내공을 사용할 수 있었고, 저잣거리에 돌아다니는 삼류심법이라도 익히면 큰 성취를 이뤘다.


그로 인해 중소문파들과 낭인들이 정말 많아졌다. 누구든 검을 들고 무림으로 나왔고, 그만큼 이권 다툼이 많아졌고, 중재할만한 큰 문파들조차 없어 끝없는 혼란을 야기했다.


더군다나 산속에 있는 작은 화전마을뿐만 아니라 작은 문파, 도심 속 마을까지 말라있는 시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마교에서 의식행사를 위해 살겁을 행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행동을 관심 있게 보는 자들도 없었고, 가진다 해도 막을 수 있는 자들이 없었다.


물론 청룡관이 있던 호북과 강서는 조용했다. 검은 옷 무리들이 여러 번 오긴 하였지만, 그때마다 발 빠른 대처로 막았다. 그 중심엔 허진학과 그가 데려온 태사경이란 젊은이가 있었다.


무림의 혼란이 점점 더 커지자,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거대문파들의 봉문이 끝마치고 나오기를 염원했다.


소림과 무당, 화산, 곤륜 등 그들이 나와 살겁을 막아 줬으면 했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기 급급한 작은 문파들과 낭인들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슬슬 봉문을 마치려는 움직임이 한둘 보이고 있었다.


먼저 화산에서 일대 제자들의 움직인다는 소문이 돌았고, 곤륜에서 마교와 보이지 않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에 반해 강서에서는 형산파와 청룡관의 전쟁이 눈에 띄게 치열해지고 있었다. 형산파의 자랑거리인 비조대와 맹룡대는 대놓고 움직였고, 청현문을 거점으로 움직이는 백호대와 창궁대는 그들을 항시 주시하고 있었다.



그 시각 마교에서는.


"준비는 얼마나 되어가고 있느냐."


무거운 목소리가 교전 안을 울렸다.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니 그에게서 맹수와 같은 기운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현 마교의 교주 천무자였다.


"현재까지 다행히도 구파일방의 움직임이 없어 의식을 행할 수 있는 곳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화산과 곤륜의 움직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조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옵니다."


"완성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하지?"


"현재 일만여 명 정도 쌓였고 앞으로 구만 정도의 시체가 더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많군."


"그게... 청룡관에서 저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청룡관? 그들 따위가 어찌 우리의 앞을 막는다는 것이냐."


"청룡관은 최근 들어 급격한 성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 중 허진학 이라는 놈이 주축으로 저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랑 같이 다니는 태사경이라는 놈이 특이한 무공을 사용한다 합니다. 마치 그 특징이 저희 살곡의 수라광혈기공과 같은데, 그놈이 사용하는 무공은 수라광혈기공과 다르게 후유증이 없다는 것입니다."


"뭐라?"


천무자의 눈이 커졌다. 잠력을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끌어내는 무공에 후유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뇌성에 마비되는 증상도 없느냐?"


"그렇습니다. 피 냄새를 쫓아 광기에 빠지는 저희 무공과 달리 그자의 무공은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태상교주님의 무공이라는 것인가?"


"소인이 보기에 그런듯했습니다. 뒤탈이 없다는 점과 강력한 무위가 책으로만 보았던 무공과 닮았습니다."

천무자의 손이 떨렸다.


"그자를 당장 잡아 오너라! 잃어버린 우리의 무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교의 무공은 오래 돼서 잃어버린 무공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수라광혈기공이었다. 그 무공은 지금과 달리 예전 태상교주가 사용하던 시절엔 후유증이 없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 서책의 여러 부분이 상실됐고, 그로 인해 반쪽으로만 남게 되어 무공이 불안정해진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혹여 제물이 될지도 모르는 자다. 조심히 다루거라!"


"알겠습니다!"


보고를 하던 자는 급하게 교주전을 빠져나갔다.


천무자가 예상했던 십 년. 그중 사 년이 지났다. 의식은 그의 생각보다 어쩌면 더 오래 걸릴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구만 명의 피를 흘리게 하는 것보다 의식의 직접적인 재물을 찾아내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태사경이 기연을 얻어 실전된 본교의 무공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그의 재능이 하늘의 뜻에 닿아 제물이 될 재목인지는 알지 못했다.


수백 년 전 마교의 시조인 그는 누군가 알려준 바 없이 혼자서 무공을 깨우쳤고, 그중 하나가 수라광혈기공이었다. 그리고 현재에도 마교의 무공의 주축은 아직도 그가 만들어 놓은 무공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태사경이 만약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혼자 깨우친 거라면. 아마도 그가 이 의식의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이년의 시간은 그들에겐 정말 큰 시간이었다. 비록 무공은 완성 시키지 못했지만 전과 달리 수련생들이 강해 진 건 확실했다.


또한, 달라진 점은 주작대 수련동에 새로운 수련생들이었다. 그들은 일 년 전에 들어왔고 약 십여 명 정도됐다.


주작대의 정원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청룡관의 다른 대원들의 수는 평균적으로 서른 남짓. 현재 주작대 수련생들은 마흔 명이 넘었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수련동을 나가게 되면 새로운 주작대 수련생들로 가득 찰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허국의 의도를 확실히 알고 있는 이들은 별로 없었지만, 몇몇은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인원이 조금씩 충원된다는 것.


어떻게 보면 밖으로 나간다는 게 꼭 좋지만은 않은 듯했다.



그들의 수련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전 심법수련 오후부턴 검법수련과 연구, 저녁엔 자유 수련이었다.


또한, 가끔가다 하는 그들끼리의 대련도 잊지 않았다.


웅비는 비무대회 이후로 방무한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대련을 신청하지 않았다.


웅비의 주 관심사는 방무한과 같은 수련생이 아닌 허진이었다. 늘 자신과 비교의 대상이었던 형.


열일곱 살에 그를 이길 수 있는 후지기수들은 없었고, 수련동에 들어올 때 이미 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자.


웅비의 목표는 허진을 이기는 것이었다.


물론 어렸을 땐 웅비의 재능도 남달랐다. 청룡관 내에선 웅비가 태어난 후 다들 허진과 같이 청룡관을 이끌어 갈 것이라 했었다.


그만큼 웅비의 재능도 뛰어났었다. 그래서 허진학의 욕심이 더욱 컸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그 이후부터는 허진과 웅비는 다른 길을 걸어갔다.


"대주님과 대련을 해보고 싶소이다!"


웅비의 패기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대련하러 나오는 웅비의 모습에 다들 관심을 가졌지만, 웅비가 지목한 상대를 듣자 다들 코웃음을 쳤다.


"웅비야 아서라 아서."


그들은 허진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괴물이 모인 곳에서 특출나게 뛰어난 괴물.


수련생들은 그의 밑에서 검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와 격이 다른 존재.'


그들은 아마 허진이 무림 최고수가 될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이년 전 웅비도 강했다. 이 년 동안 실력을 보이지 않고 열심히 수련했다고 하지만, 웅비가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허진에겐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허진은 주변에 있는 목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웅비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괜찮겠느냐."


허진은 진심 어린 걱정이었지만 웅비는 자존심이 상했다.


이날만을 위해 그동안 열심히 수련해왔다.


"누가 괜찮을진 해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웅비는 목을 양쪽으로 비틀며 뼈 소리를 냈다.


"대련준비!"


동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봐주지 않을 것이다."


"저도 봐주지 않겠습니다."


웅비의 패기만큼은 인정해줄 만 했다.


"시작!"





허진학과 태사경은 몇몇 청룡관원들과 함께 마을을 수색하고 있었고, 이미 말라버린 시체들의 역한 냄새가 그들의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허진학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수없이 본 참극이지만 적응이 안 되는구나."


이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마교는 점점 더 대놓고 움직였다.


그 때문에 구대문파들이 봉문을 일찍 마치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들이 꼭 관심을 둔다는 법이 없었다.


허울뿐인 정파. 허진학이 아는 그들은 위선자였다. 그들은 마교의 살겁에 별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었다.


덕분에 허진학과 태사경이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었다.


또한, 청룡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자신이 태상관주라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원을 내주고 있었지만. 허국은 항상 아쉬운 소리를 했다. 형산파와의 신경전은 날로 거세지고 이제는 피를 보는 국지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틈에 마교를 막으러 어중이떠중이를 보낼 수 없는 법. 강한 자들을 여럿 빼서 허진학을 도와야 했다.


그래서 허진학과 허국의 신경전은 나날이 늘어났다.


물론 허국도 마교를 막으려 했다. 청룡관의 손에 닿는 거리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 허진학과 태사경은 무림 전체를 돌아다니며 마교의 움직임을 막으려 하고 있어서 문제였다.


호북과 강서가 마교로부터 안정되자 청룡관에선 인력 지원을 점점 줄여갔다.


인원이 점점 부족해지는 그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태사경의 늘어나는 실력이었다.


허진학이 보기엔 그는 정말 천재였다. 전투를 거듭할수록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났다. 다만 아직 투박한 검법은 아쉬웠지만 혼자서 잘 고쳐나가고 있었다.


그는 허진학이 검술을 알려준다 해도 거절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검술을 배워본 적 없다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그런 태사경은 참극이 벌어진 마을 안에서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


"젠장! 이 마교놈들!"


그는 다 부서져 가는 문을 발로 차며 분을 풀고 있었다.


그에게서 단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화를 참지 못하는 것. 무인에게 있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건 크나큰 단점이었다.


"허 노인! 이들이 어디로 간 줄 아시겠소?"


"남동쪽으로 이어져 있네."


"그쪽은 보타문 있는 곳이 아니오?"


"그렇다네. 보타문은 살겁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터인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최 알지 못하겠군."


보타문은 속세에 관심이 없는 문파였다. 도를 닦으며 순수한 검술과 내공을 수련하는 문파였다.


괜히 가만히 있는 그들의 코털을 건들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 흔적은 지금까지와 달리 십여 명 정도의 흔적도 아니었다.


한 개의 대원 아니면 단원 정도의 수. 약 서른 명 남짓의 발자국이었다.


서른 명이면 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숫자. 그들은 무언가를 꾸미는 듯했다.


"한데. 무언가 수상한 점이 있네."


"무엇이 수상하오?"


"흔적이 너무 뻔하네. 마치 우리보고 따라오라는 것처럼."


"그건 그놈들이 멍청해서 그러는 것 아니오?"

허진학은 고개를 저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청룡관에 연락해 지원을 받아 보세."


"청룡관은 무슨 청룡관. 지금까지 지원해 달라 수도 없이 말해보지 않았소! 그때마다 이핑계 저핑계 대며 거절하지 않았소?!"


"그래도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은가?"


"당치않소! 그 시간에 또 어떤 살인을 저지를지 누가 알겠소! 한시라도 빨리 가서 그들을 막아야 하오!"


태사경의 단호한 말에 허진학은 한숨을 쉬었다.


함정일지 모르는 흔적을 따라가는 게 꺼림칙했지만. 그렇다고 태사경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허진학도 어쩔 수 없이 길을 따라나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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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혈향(血香) 17.07.24 647 8 11쪽
30 29화-피로 쓰는 주작대 +3 17.07.21 759 11 12쪽
29 28화-흔적을 쫓다. +2 17.07.19 914 9 12쪽
28 27화-비무대회(5) +2 17.07.17 1,008 11 9쪽
27 26화-비무대회(4) +3 17.07.14 1,002 9 8쪽
26 25화-비무대회(3) +2 17.07.12 990 11 9쪽
25 24화-비무대회(2) +3 17.07.11 993 11 9쪽
24 23화-비무대회(1) +3 17.07.10 861 9 8쪽
23 22화-포기로 얻어낸 이득 +3 17.07.09 964 11 9쪽
22 21화-청룡검룡 허진(3) +3 17.07.07 931 9 9쪽
21 20화-청룡검룡 허진(2) +2 17.07.06 994 8 11쪽
20 19화-청룡검룡 허진 +1 17.07.05 969 8 9쪽
19 18화-수상한 움직임 +1 17.07.04 1,061 10 10쪽
18 17화-새로운 만남 +3 17.07.03 1,067 10 9쪽
17 16화-성장하는 그들 +1 17.07.02 1,149 11 10쪽
16 15화-웅비 수련을 시작하다 +1 17.06.30 1,202 14 9쪽
15 14화-끝없는 피의 서막 +2 17.06.29 1,468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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