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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님의 서재입니다.

기(氣)를 만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임종
작품등록일 :
2017.06.18 08:23
최근연재일 :
2017.07.26 13:5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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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22
추천수 :
407
글자수 :
123,169

작성
17.07.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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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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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27화-비무대회(5)

DUMMY

웅비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어쭙잖은 도발에 넘어간 자신을 자책했다. 아직 자신은 멀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방무한은 웅비의 마음이 변할까 하여 얼른 목검을 겨눴다.


그러자 웅비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방무한을 노려봤다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한다!'


웅비는 마음을 다잡고 방무한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피하고 들어간다.'


방무한의 목검이 휘둘러지는 틈을 노리고 들어가려 했다. 웅비는 손을 뻗어 목검을 툭툭 옆으로 쳐냈다.


검 끝이 흔들린 방무한은 한 발 내디디며 목검을 들어 올리고 웅비의 어깨를 사선으로 그어 내렸다.


웅비는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고 방무한의 간격 안으로 들어가 주먹을 내질렀다.


방무한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목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주먹과 목검이 부딪치려는 순간. 목검은 궤도를 달리해 웅비의 주먹 위로 스쳐 지나갔다.


허공을 가른 목검과 달리 웅비의 주먹은 멈추지 않고 방무한의 몸을 때렸다.


그는 몸을 휘청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웅비는 놓치지 않으려 바싹 따라붙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방무한은 검 끝을 짧게 휘두르며 웅비의 접근을 막으려했다.


그 순간 웅비의 주먹이 방무한의 목검을 힘껏 쳐냈다. 그러자 목검은 하늘 높이 튕기며 방무한의 상체가 훤히 드러났다.


웅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어깨에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방무한은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급하게 뒤로 빠졌다. 자세가 어정쩡해서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웅비와 거리를 벌린 그는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역시 내공을 쓰지 않고는 무리인가?'


그러자 방무한의 목검에서 검강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웅비에게 날아가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눈으로 잡아내기 힘든 속도였다.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웅비는 저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웅비는 다급히 눈을 감고 주변의 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무한의 검로가 보였다. 웅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목검을 부드럽게 피해냈다. 아니. 목검이 웅비를 피하는 것 같았다.


그리곤 주변의 기를 모아 가볍게 내질렀다.


맞으라고 내지른 게 아니었다. 그의 허점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방무한은 날아오는 기를 차분히 쳐내며 쉴 틈 없이 목검을 휘둘렀고, 웅비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방무한의 빈틈을 기다렸다.


비무대 위는 목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로만 가득 찼다.


조급해진 것일까. 갑자기 방무한의 검로가 바뀌었다. 청룡검법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웅비도 더욱 집중했다. 그러자 웅비 주변의 공간이 두텁게 요동치며 회오리를 생성해 냈다.


회오리는 점점 커지며 웅비 주변을 집어삼킬 듯했고, 방무한의 검강과 회오리가 당장에라도 부딪칠 것 같았다.


그러나 회오리는 방무한의 기운을 부드럽게 감쌌다.


웅비는 어제 유설화의 검강과 부딪쳐보고 깨달았다. 부딪치는 것보다 기운을 틀어 피해버리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방무한의 검강은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웅비를 향해 내질렀지만 회오리 때문에 통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무한은 내공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짰다. 힘으로 저 회오리를 찢어버리면 되리라.


방무한에게서 뻗어 나오는 흉포한 기운은 웅비를 긴장하게 했다.


웅비가 더욱 집중하자 그의 머리카락과 옷깃이 주변 돌풍에 강하게 펄럭였다. 방무한은 그런 웅비를 향해 청룡검법의 마지막 절초를 펼쳤다.


그러자 방무한의 검강이 폭발하며 노란용이 나타나 주변의 회오리를 집어삼켰다.


육중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흩날리며 비무대 주위를 가렸다. 가까이에 앉아있던 수련생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입안으로 들어간 흙을 뱉어냈다.


그들은 연거푸 기침하면서도 끝까지 비무대를 주시했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멍하게 서 있는 방무한에게 다가가는 웅비의 모습이 보였다.


방무한은 덜덜 떨리는 팔로 힘겹게 목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목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웅비의 주먹이 방무한의 복부에 꽂혔다.


주먹 때문인지 내상 때문인지 방무한의 입에선 죽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비무대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대련중지!"



허국은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비무대 밑에 파여 있는 땅을 바라봤다. 때들이 엮여있는 딱딱한 땅은 깊숙한 호를 만들었고 옆에 있던 천막과 음식들이 올려져 있던 상 위에는 엄청난 양의 흙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방무한이 날린 기운이었다. 허국은 그가 검강을 쏘아 만든 작품을 그저 멍하게 바라봤다.



웅비의 비무를 본 관중들은 열광했다. 수련생들의 비무대회라 가볍게 여기고 왔던 그들은 사흘 내내 청룡관이라는 무관에 경외감을 느꼈다.




늙수그레한 얼굴과는 달리 다부진 몸집을 가진 자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는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고 또 오르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저 멀리 작은 화전마을이 보였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마을을 향해 바삐 달려갔다.


역한 냄새가 마을 밖을 진동했고, 그의 마음에 불안감이 점점 확산됐다.


마을에 도착한 그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여기저기 말라있는 시체들과 찢겨진 몸뚱이들, 그리고 그 시체를 파먹고 있는 구더기들.


시체들은 하나같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살려달라 소리치고 있었다.


여자나 아이도 예외 없었다.


강간과 절도를 한 흔적도 없었다. 그들은 이유 없는 학살을 자행하는 것이었다.


이 잔혹한 참상을 본 것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 마을도 여기와 다름없었다.


"마교 네 이놈들...."


그의 허연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주변 사천의 문파인 당문과 점창파에 이 사실을 알렸었다. 그러나 그들은 청룡관과의 관계 때문에 그를 무시했다.


청룡관까지 가서 알리고 오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사람을 보내긴 했지만, 그가 청룡관에 도착해 관도 들이 자신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시신을 수습할 시간도 없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살육을 즐기고 있으리라.


그때 그의 귀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온 남자는 약관을 갓 넘겼을까.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지만, 얼굴에 깊은 칼자국이 있었고 행색 또한 지저분해 보였다.


그자는 마을의 참극을 보고 경기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청년은 반쯤 무너져있는 집으로 뛰어갔다. 그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절규에 찬 괴성이 마을을 전체를 울렸다.


노인이 다가가자 그는 이미 말라버린 아버지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하고 있었다.


청년은 노인의 기척을 느끼고 분노의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이 이런 것이오!?"


당장에라도 덤벼들 기세였다.


"진정하게. 나도 방금 여기에 도착했다네."


"그 말을 어떻게 믿소이까!?"


"청룡관의 허진학일세. 마교의 간악한 짓거리를 조사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일세."


허진학은 청룡관 문양이 있는 검집을 청년에게 보여줬다.


"마교? 마교가 왜 우리 마을을 공격한단 말이오!?"


그자의 격분 어린 얼굴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허진학은 침통한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일단 진정하고 시체부터 수습하게나."


허진학은 말을 마치고 시신을 수습하는걸 묵묵히 도와줬다.


그리곤 마교 무리의 흔적을 찾아 급히 떠나려했다.


"기다리시오!"


청년은 허진학의 옷깃을 잡았다.


"대답을 듣지 못했소! 왜 마교에서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이오!?"


그자는 눈물을 당장에라도 흘러내릴 듯 글썽거렸다.


"그 이유를 나도 찾고 있네."


청년은 자리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놈들은 지금 어디 있소?"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놈들의 흔적이 북서쪽을 향하고 있다네. 청해를 지나 그들의 본거지인 신강으로 향하는 것이겠지."


허진학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마을을 떠나는 그의 눈에 비참하게 죽은 아이의 시체가 아른거렸다.


'반드시 단죄하리라!'


그의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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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비무대회(5) +2 17.07.17 1,008 11 9쪽
27 26화-비무대회(4) +3 17.07.14 1,002 9 8쪽
26 25화-비무대회(3) +2 17.07.12 990 11 9쪽
25 24화-비무대회(2) +3 17.07.11 993 11 9쪽
24 23화-비무대회(1) +3 17.07.10 861 9 8쪽
23 22화-포기로 얻어낸 이득 +3 17.07.09 964 11 9쪽
22 21화-청룡검룡 허진(3) +3 17.07.07 931 9 9쪽
21 20화-청룡검룡 허진(2) +2 17.07.06 994 8 11쪽
20 19화-청룡검룡 허진 +1 17.07.05 969 8 9쪽
19 18화-수상한 움직임 +1 17.07.04 1,061 10 10쪽
18 17화-새로운 만남 +3 17.07.03 1,067 10 9쪽
17 16화-성장하는 그들 +1 17.07.02 1,149 11 10쪽
16 15화-웅비 수련을 시작하다 +1 17.06.30 1,202 14 9쪽
15 14화-끝없는 피의 서막 +2 17.06.29 1,468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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