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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님의 서재입니다.

기(氣)를 만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임종
작품등록일 :
2017.06.18 08:23
최근연재일 :
2017.07.26 13:5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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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21
추천수 :
407
글자수 :
123,169

작성
17.07.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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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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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28화-흔적을 쫓다.

DUMMY

한시바삐 길을 떠나던 허진학은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검 자루에 손을 올리고 몸을 최대한 긴장시켰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더니 수풀을 헤치고 누군가 뛰쳐나왔다.


아까 울부짖던 청년이었다.


"기다리시오! 나도 같이 가야겠소!"


그 남자는 눈물을 흘린 자국을 닦지도 않고 벌게진 눈으로 헐레벌떡 허진학을 따라왔다.


"나도 그놈들은 찾아내 복수해야겠소!"


허진학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마음은 이해하네. 하나 그들은 자네 생각보다 훨씬 강한 자들일세."


그 말을 듣자 청년은 자신의 검집을 들어 허진학에게 보여줬다.


"나도 싸울 수 있소!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소!"


허진학은 한숨을 쉬었다.


"자네 이름이 무언가?"


"태사경. 중급낭인이오."


하며 낭인 패를 허진학에게 보여줬다.


현 무림의 낭인은 이렇다. 낭인이 되고자 하면 해당 지부로 찾아가 잔심부름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하급 낭인이 되며 이때 낭인 패를 받는다. 하급 낭인으로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쌓고 실력이 된다면 중급 낭인이 되고, 상급 낭인 이 되려면 무위, 경험은 물론 주변에서 이름을 날려야 했다.


허진학은 낭인 패를 유심히 관찰했다. 중급이라면 저 청년이 자신의 생각보다 나이가 많거나 아니면 경험을 뛰어넘는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었다.


"정말 위험할 수 있네. 나는 자네를 지켜주지 못한다네."


태사경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난 약하지 않소이다."


태사경의 자신감에 허진학은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몰래라도 따라올 것 같았다.


"일단 이동하지."


태사경은 허진학의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그들은 쉼 없이 이동했다. 혹여나 흔적이 사라질까 하여 다급한 발걸음으로 이동했다.


산속을 헤집고 수풀을 헤치며 걸어갔다. 중간중간 개울이 보이면 목을 축였고 마주치는 동물을 잡아먹었다. 그러나 아직 사천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막아야 했지만 허진학의 마음 한편으로는 사천이 아닌 청해에서 그들을 마주쳤으면 했다.


허진학 혼자서 마교 무리를 막는다는 건 정말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청해에서 그들과 마주친다면 구대문파중 하나인 곤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곤륜이라면 마교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허진학의 옷은 찢어질 대로 찢어져 있었고, 태사경의 옷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 몸에서 나는 냄새는 개방의 문도라 해도 이상치 않아 보였다.


허진학은 생각보다 잘 따라오는 태사경이 기특했다. 유독 아이와 젊은이들을 좋아하는 허진학은 태사경의 행동 하나하나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청년은 검술 실력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끈기는 있어 보였다. 부모의 복수라는 일념 하에 독해진 것도 한몫했으리라.


아니면 허진학의 예상보다 더 고수일 수도 있었다. 요즘 같은 시기엔 그럴 수도 있었다.


확실히 허진학도 느끼고 있었다. 무림은 점점 빠르게 바뀌고 있었고, 그도 예상치 못 하는 일들이 속속히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뭔가 이상했다. 모두 숨죽이고 힘을 키우는 이 시기에 말도 안 되는 학살을 자행하는 마교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허진학이 생각한 마교는 힘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힘을 키우는 게 아닌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했다. 마치 의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새로운 마공을 창안한 것인가?'


피를 이용해 강해지는 마공은 이 전에도 존재했다. 하나 지금은 굳이 피를 보지 않아도 강해질 수 있는 시기였다.


분명 꿍꿍이가 있었다. 마을에서 보았던 시체들의 상태도 이상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리라.


붙잡고 막아야 했다. 만나서 의도를 묻고 죗값을 치루 게 해야 했다.


위험하지만 뼛속 까지 정파인인 허진학 으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만약 그들과의 혈투에서 죽게 된다면 무림인으로, 정파인으로서 명예롭게 죽는 거로 생각했다.


하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청년은 달랐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불나방처럼 사지로 뛰어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쳐서 금방 포기할 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청년의 끈기가 강하자, 허진학은 포기하라고 권유하려 했다.


허진학은 태사경을 보며 말했다.


"자네 맘은 알겠지만..... 이만 포기하는 게 어떤가?"


여기까지 와서 말리는 게 이상했지만 그만큼 아까웠던 것이다.


"당치 않소. 난 그들의 목을 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허진학은 태사경의 단호한 말투에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말해봤자 들을 것 같지가 않았다.


"알겠네. 하나 그들을 마주친다면 절대 내 지시 없이 움직이면 안 된다네. 알겠나?"


"걱정 마시오."


불안했다. 검술실력이 낮을까봐 불안한 게 아니었다. 태사경의 젊은 혈기가 불안했다.


허진학은 어두운 얼굴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흔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었고 그들과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었다.


허진학은 손을 쥐었다 피며 긴장되는 마음을 다잡았다.




남궁연은 비무때 입었던 상처를 치료받고 있었다. 외상은 없었으나 내공을 급하게 끌어올리는 바람에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차분히 운기조식을 하던 그녀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궁연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중년인을 바라봤다.


"오셨어요."


"몸은 좀 어떠냐."


남궁천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내상만 조금 입은 것뿐이에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던 남궁천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구나. 아비가 못나 낯선 곳에 와서 고생하는구나."


그 말에 남궁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아버지."


"혹여 청룡관에서 해코지하지 않았느냐?"


자신이 웅비한테 한 짓 때문에 걱정됐던 것이었다.


"다들 잘 챙겨주세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다행이구나. 혹여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 아비한테 바로 말하거라."


남궁연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또 한 번 문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웅비와 허진이었다.


웅비는 비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허진을 만나 반강제로 끌려왔다.


오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으로서 의무를 강조하는 허진의 말에 웅비는 어쩔 수 없이 온 것이었다.


남궁천은 들어오는 웅비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웅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사이를 모르는 허진은 밝은 얼굴로 남궁천에게 인사했다.


"청룡관의 허진입니다."


"남궁천이네."


그리곤 허진은 웅비를 바라봤다. 웅비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웅비오."


버릇없는 인사에 한소리 할까 한 허진은 들려오는 남궁연의 목소리에 멈췄다.


"어쩐 일이세요?"


허진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와 웅비가 마주쳐봤자 좋은 일이 일어날 리 없기 때문이었다.


허진은 남궁연을 보고 살갑게 웃으며 말했다.


"소저가 다친 걸 보고 이렇게 비무가 끝나자마자 달려왔소. 웅비가 어찌나 걱정하던지 원."


하며 혀를 찼고,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무슨 소리오. 형님!"


웅비는 눈알을 부라리며 허진을 노려봤고, 허진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제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마음 표현을 잘 못 합니다. 하하."


하며 허진은 웅비의 옆구리를 찔렀다.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손가락 때문인지, 허진의 어처구니없는 말 때문인지 웅비의 얼굴은 한없이 구겨졌다.


남궁연도 이상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앉으세요."


하며 그녀는 차를 내오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앉아 있거라."


남궁천은 굳은 얼굴로 남궁연에게 말했다.


허진도 이쯤 되니 눈치를 챈 거 같았다.


'원래 예민하신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반기지 않는 것인가?'


허진은 남궁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차는 저쪽에 있으니 알아서 마시게."


차가운 그의 음성에 웅비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 순간 남궁천은 웅비를 노려봤고 웅비도 질세라 눈을 부라렸다.


"네놈이 아직 덜 맞았구나."


남궁천은 웅비를 보고 이죽거렸고 남궁연은 그 말에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아버님!"


"몸의 대화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오."


웅비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남궁천을 내려 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허진은 사태파악을 하고 자리를 급하게 뜨려 했다.


"소저 오늘은 일단 쉬시고 다음에 찾아오겠소. 아버님이랑 계신지 몰랐소."


남궁연도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음에는 제가 찾아뵐게요."


"다음에 따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허진은 남궁천에게 인사를 한 뒤 웅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웅비는 끝까지 도발적인 표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남궁천은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의원 밖으로 나온 허진은 웅비에게 말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궁금하시면 남궁천에게 물어보시오."


기분이 풀리지 않은 웅비는 짜증을 냈다. 상황을 알지 못하는 허진만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기분만 더러워졌네.'


웅비는 화를 참고 심호흡을 하며 숙소로 향했다.


허진은 인사도 하지 않고 사라지는 웅비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숙소를 가려고 비무장을 지나치던 웅비의 귀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웅비야!"


당유원의 목소리였다.


그는 여자 수련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저 멀리 지나가는 웅비를 보고 소리친 것이었다.


웅비는 여자들과 있는 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웅비가 다가가자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웅비를 알아봤다.


"이야! 비무대회 우승자 아니신가!"


콧수염을 길게 길은 남자가 웅비를 보고 말했다.


웅비는 고개를 저었다.


"우승자는 제가 아닙니다."


"자네가 우승자를 이겼으니 우승자 아니겠나. 하하!"


남자의 넉살에 웅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관심받는 게 익숙지 않은 웅비는 자리가 불편한지 빠르게 당유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원. 잠시 얘기 좀 하자."


당유원은 여성들에게 밝은 미소로 말했다.


"이 친구가 우리 주작대 대표 웅비요."


주변에 있던 여자들은 웅비를 보며 눈을 밝혔다.


웅비는 자신을 훑어보는 불편한 시선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당유원을 끌고 나왔다.


"왜 이러는 거야! 이거 놔봐!"


"동관 님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웅비의 질책에 당유원은 움찔하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저분들이 먼저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길래...."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웅비는 모른 척하고 말했다.


"알겠으니까 조심히 행동하도록 해. 주작대원이라는 걸 명심하고 명예를 지켜."


당유원은 풀죽은 얼굴로 말했다.


"알겠어."


그제야 웅비도 웃으며 말했다.


"난 숙소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누가 찾으면 알려줘."


"응"


웅비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수련을 위해 숙소로 이동했다.



삼 일간 연회는 별일 없이 끝났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수련동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 때문인지 수련생들의 표정은 하나둘씩 어두웠다.


짧게나마 느낀 자유의 맛은 그만큼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수련생뿐만 아니었다. 청룡관 관원들도 표정이 어두웠다. 그들도 내일이면 다시 강서로 가 형산파와의 싸움을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허국은 일일이 돌아다니며 그들을 다독였다.


허국의 마음 또한 편치 않았던 것이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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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흔적을 쫓다. +2 17.07.19 914 9 12쪽
28 27화-비무대회(5) +2 17.07.17 1,007 11 9쪽
27 26화-비무대회(4) +3 17.07.14 1,002 9 8쪽
26 25화-비무대회(3) +2 17.07.12 990 11 9쪽
25 24화-비무대회(2) +3 17.07.11 993 11 9쪽
24 23화-비무대회(1) +3 17.07.10 861 9 8쪽
23 22화-포기로 얻어낸 이득 +3 17.07.09 964 11 9쪽
22 21화-청룡검룡 허진(3) +3 17.07.07 931 9 9쪽
21 20화-청룡검룡 허진(2) +2 17.07.06 994 8 11쪽
20 19화-청룡검룡 허진 +1 17.07.05 969 8 9쪽
19 18화-수상한 움직임 +1 17.07.04 1,061 10 10쪽
18 17화-새로운 만남 +3 17.07.03 1,067 10 9쪽
17 16화-성장하는 그들 +1 17.07.02 1,149 11 10쪽
16 15화-웅비 수련을 시작하다 +1 17.06.30 1,202 14 9쪽
15 14화-끝없는 피의 서막 +2 17.06.29 1,468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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