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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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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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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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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이트 클럽(1)

DUMMY

“잘했다. 그게 의리지.”



QEN 감독 성진원은, 늦은 밤 클럽 화장실에서 박경원의 전화를 받았다.



“앞으로도 쭉 지켜야 된다. 경원아. 그럼 아마 내년쯤엔 데뷔할 수 있을 거야.”

- 네. 감독님.



뚝.


전화를 끊고, 성진원은 머리를 뒤로 쓰윽 넘겼다.


재수없지만 제법 잘 생긴 얼굴. 덕분에 클럽에서도 여자들이 좀 들러붙는다.


게다가 QEN이라는, 나름 1티어 리그급 팀의 감독이라는 신분 때문에라도... 어딜 가든, 그는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우인이 기억하는 미래에서, 그는 몰락했다.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문제될 것 없지만... 


애초에 근본부터 꼬여 있는 인간이 바로 그였기에.



“등신새끼. 진짜로 데뷔한다고 믿고 있네. 좆도 못하는 새끼가.”



그는 진심으로 불쾌한 듯 박경원의 번호가 적힌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그도 못했던 게 프로다. 겨우 데뷔하고 석 달만에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은퇴해야 했으니.


지금이야 운과 인맥, 그리고 실력(본인 생각)으로 프로 리그 감독을 하고 있지만.



그때, 휴대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방금 클럽에서 만나 번호를 주고받은 여자였다.



- 왜 이리 늦어? 나 간다?

- 성급하긴. 오빠 금방 나가.



그는 클럽 거울을 보며 머리를 스윽 넘기고, 콧노래를 부르며 클럽 화장실 밖으로 향했다.


##


‘QEN... 내일 경기가 있지 않던가?’


스프링 컵. 


말 그대로 봄에 열리는 1티어 리그이자,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AWC의 교두보이기도 한 리그이다. 


내가 있던 팀 XTL은 진작 망했지만, 성진원의 QEN은 꽤 성적이 준수한 상황.


하지만 정작 내일 경기를 앞둔 팀이라기엔 믿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하고 말았다. 



KY 숙소 근처 편의점에 들러 물건을 고르던 나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화장이 짙은 여자와, 그 옆에 선 날티나는 남자 한 명.


저 남자가 QEN의 감독인 성진원이라는 사실은, 어지간한 엔아 팬이 아니면 알기 힘들었다.



‘설마, 경기 전날에 여자 끼고 노는 거야?’



여자 연습생 성폭행으로 나락갔다더니, 벌써부터 싹이 노랗다.


음, 새싹이라기엔 나이가 많긴 하지만.



‘... 어처구니가 없군.’



어차피 우리 팀도 아니니 별 상관은 없다... 만.


저 인간이 박경원을 붙잡고 놔줄 생각이 없는 게 좀 열받긴 했다.



삑.


먼저 계산대에서 물건을 계산하던 성진원은, 알바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

“...?”


알바생은 잠시 그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바라보다, 물건을 비닐에 담았다.



“아니, 알아봤으면 알아봤다고 해요? 뭐 부끄럽나?”



술냄새가 물씬 풍기는 목소리.



“아, 오빠. 뭐하는 거야... 그냥 가자. 응?”

“아이씨. 야. 가만 있어 봐. 내 팬이라잖아.”



알바생은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 팬이니까 이거 가져가도 괜찮죠?”


그는 다짜고짜 가판대에서 껌을 꺼내들었다.


“소, 손님. 그러시면...”

“아이. 그렇게 안 해도 된다니까. 알았어요. 이거까지 가져갈게요.”



그는 뻔뻔하게 숙취해소제까지 집어들었다.



“...”



이거 꽤 운이 좋군.


경기 전날 여자랑 밤새 놀고, 편의점에선 진상...


QEN 간부들이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던 감독이라도 논란은 피할 수 없겠지. 



나는 일단 대충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기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는 날 바로 알아보진 못했다.



“뭐어야?”

“... 그쯤 하시죠. 이분 힘들어 하시는데.”

“아니, 쟤가 내 팬이라니까? 말을 못 알아들어먹는 건 너 아냐?”

“오빠. 쪽팔리니까 좀...”

“넌 입 좀 닥쳐!”



... 후우. 못 참겠다.


숨 쉬는 게 너무 답답하고, 거기에 열까지 뻗치니.



나는 그 자리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 헉.”

“... 어, 어?”



성진원이 데리고 있던 여자, 편의점 알바생이 동시에 기묘한 소릴 내뱉었다.



“어, 어라.”



거기에 성진원도 정신을 차린 듯 이상한 소릴 냈다.



“저, 정우인 선수 닮았네.”

“... 본인입니다. 성진원 감독님.”



그는 찬물을 맞기라도 한 듯 눈이 순간 맑아졌다.



“예...?”

“프로 망신 그만 시키고 나가세요. 그거 내려놓으시고.”



성진원은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에게 끌려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골랐던 삼각김밥을 계산할 수 있었다.



“저, 저기... 맞죠?”

“음... 네.”



알바생은 무언가를 찾는 듯 분주했다.



“그, 사인지 없는 것 같은데. 사진이라도 찍을까요?”

“저, 정말요? 감사합니다!”



알바생은 황송한 목소리로 휴대폰을 들어,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



“하, 하나, 둘, 셋...”



찰칵.


언제나와 같은 팬 서비스를 마치고, 나는 알바생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생이 많네요. 계속 여기서 알바하시는 거에요?”

“아, 네. 당분간은요.”

“화이팅. 저도 자주 올 것 같아요.”

“네?”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편의점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차림의 여자와 함께 서서, 알바생에게 갑질을 하는 성진원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뜻밖의 수확이군.’



이런 추잡한 짓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거리낄 것도 없다.


굳이 연습생 하나 데려오는 것 말고도, 이 업계에 저런 감독은 없는 게 낫다.



아무튼 계획은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다.


박경원에 관한 계획에서 살짝 삐끗하긴 했지만, 방금의 수확으로 쌤쌤.


다만 지금 당장 계획을 실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성진원을 엿먹이고 박경원을 데려오는 건, 지금처럼 술냄새 가득한 새벽이 아니라 밝은 한낮이어야 하니까.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었어.’



엔아 프로팀에는 선수 다섯 명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니, 애초에 다섯 명도 아직 못 구했다.


박경원의 영입도 아직은 불투명하고, 만약 데려온다 해도 고작 둘이다.


팀 닥터에, 수석코치를 포함해 총 3명 이상의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의 스케줄 등을 관리하는 매니저.


2-3티어 리그 수준의 팀이라면 이 중 몇 개는 없지만, KY의 빵빵한 자금이라면 못 챙길 것도 없다.



‘이 능력이 다른 스탭들의 능력도 볼 수 있게 해 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내게 보이는 능력치는 어디까지나 선수의 것에 한정된다.


그러다 보니, 코치나 재능 있는 스탭들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못 보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경력 있는 코치라면 내 지시를 안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지.’



만약 오랫동안 코치로 일한 사람이라면, 고작 1달도 안 된 신인 감독인 내 말을 안 들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가 걸어온 커리어가 있으니 어지간하면 존중을 해 주겠지만...


많은 코치와 감독들이, 선수와 지도자의 재능은 다르다고 이야기하곤 하니까.



‘일단 이쪽은 김승영 구단주를 믿는 수 밖에.’



인재라면 그쪽이 더 잘 볼 것이다.


게다가 자금과 연봉 협상도 그쪽이 해야 손해를 안 볼 것이다.


당장 나만 해도 선수 하나 데려오는 데 6천만이라는 거금을 쓰고 말았으니까.



와그작.


나는 삼각김밥 포장을 뜯고, 한 입 먹으며 숙소로 향했다.


어두운 새벽 밤이었지만, 그리 무섭진 않다.


불이 밝기도 하고, 엔아를 하면서 어지간히 무서운 상황엔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다.



길을 지나는 길, 멀리서 낮은 베이스 소리가 둥둥거리며 들려왔다.


근처에 클럽이라도 하나 있던 모양이었다.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 KY 사옥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 주소 근처엔 굉장히 유명한 클럽 하나가 있었다.


내가 그곳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런 데나 다니는 죽돌이라서가 아니라, 프로게이머로서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엔들리스 아레나 파이트 클럽].


개발사의 인가를 받고 개조한 클라이언트와 캡슐을 사용하는 그곳은, 라인전과 한타 대신 극한의 1대 1을 추구하는 게이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1대 1로 상대와 겨뤄 꺾는 승리의 도파민. 


게다가 승자와 패자는 거대한 스크린에 자기 얼굴을 비추게 된다.



‘그리고, 이번 여름과 겨울 시즌은 엔아에 1대 1 챔피언 메타가 지배했지.’



한타에서의 밸류보단, 라인전과 소규모 교전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피지컬이 중요한 시즌.


어쩌면 파이트 클럽에서 의외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가 볼까.’



##



둥. 둥.


짙은 트랩 비트가 흘러나오는 이곳은 지하의 엔아 클럽.


문 앞에 와서야 알게 된 이곳의 진짜 이름은 ‘헥사킬’ 이었다.




무아지경으로 춤에 빠진 사람들을 스쳐 지나, 화장실 옆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순식간에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이 먹먹해진다.


확실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끔 강하게 방음처리를 해 둔 모습.


게다가 클럽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곳엔 열기가 떠올라 있었다.



“이 씨바... 그걸 못 따냐!”

“나가 죽어 새꺄!”



... 여전히 한국 사람들은 게임을 볼 때 가만히 보질 않는다니까.


1대 1. 엔들리스 아레나 속 챔피언 둘의 전투가 클럽 벽의 커다란 흰색 벽에 비춰진다.


체력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할 때마다 한 무리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래. 이 분위기지.’



대회의 단정하고 정돈된 분위기와 달리, 훨씬 긴장감이 넘친다.


1대 1 최강을 가린다는 점에서도, 무척 낭만있기도 했고.



화면 앞에는 ‘그래플러’ 와 ‘폭풍 무사’ 가 격돌 중이었다.


둘 다 1대 1에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챔피언.


초근접전에서는 그래플러가 우위였고, 일반적인 상황에선 폭풍 무사가 우위를 차지한다.



‘즉, 얼마나 거리를 잘 재느냐가 승패의 관건이겠지.’



보통은 폭풍 무사 쪽이 유리하다. 대부분의 경우, 초근접전이 되기 전에 한 대 정도 맞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빼는 게 가능하니까.



하지만 파이트 클럽에선, 엔아에서 겪을 수 없는 비일상적인 상황이 왕왕 일어나곤 한다.


바로 지금처럼.



터억!


그 순간, 폭풍 무사가 등에 무언가 부딪힌 듯 뒷걸음질을 멈췄다.


그래플러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적의 멱살을 잡는다.



콰앙!


순식간에 상대를 잡고 넘어뜨려 마운트 자세를 취한다.



‘... 이건 좀 크군.’



70퍼센트 이상이었던 폭풍 무사의 체력이, 마운트 자세로 당하며 순식간에 30퍼센트까지 까였다.



‘그럼, 폭풍 무사 쪽의 반격은?’



평타를 치며 한 걸음 물러난다.


반격보다는 다시금 자기 페이스를 찾으려는 건가?



‘... 잘못 선택한 것 같군.’



분명 평범한 엔아 라인전이라면 이게 맞는 선택.


그러나 지금은 1대 1. 파이트 클럽에서의 전투 중이란 걸... 잊으면 안 되지.



파파팟!



스킬 [크라우칭 대시] 와 [캐치 마운팅].


짧고 빠른 걸음으로 그래플러가 무사의 품에 파고든다.


무사는 검의 리치를 살릴 새도 없이 다시 한 번 붙잡힌다.



다만, 궁극기인 [마운트 러시] 가 없는 상황.


파운드 몇 대로 상황은 다시 종료된다.



‘폭풍 무사의 체력은 단 10 퍼센트.’



척 보기에도 역량 차이가 명백하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좋지만... 지금 무사의 모습은 승부욕보단 집착에 가깝다.



“이야아아!”



캡슐 너머로 기합성이 들려온다.


순식간에 상대를 향해 거리를 좁히며, 검에는 기류가 맺혀 있다.


그러나, 동작이 너무 컸다.



그래플러의 [카운터].


무사가 날린 회심의 일격은 무효화되며, 그는 순식간에 땅바닥을 굴렀다.



- 퍼스트 블러드!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게임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폭풍 무사 쪽 캡슐에 들어가 있던 선수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빠져나온다.


터엉!


그는 괜히 캡슐을 한 번 후려친 뒤, 바닥에 침을 뱉으며 걸어나왔다.




저 모습을 보니 피가 끓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마스크를 벗고, 저 캡슐 안에 들어가 호기롭게 ‘누구든 덤벼라’ 라고 외치고만 싶었다.



손이 스윽, 마스크로 향하던 그때.



치이익-.


캡슐이 열리고,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년 한 명이 빠져나왔다.


방금 경기의 승자.



‘A급...?’



그의 이마 위엔, 떡하니 A급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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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괴물 낚시(3) 24.07.02 26 2 13쪽
8 괴물 낚시(2) 24.07.01 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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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새로운 시작(3) 24.06.29 2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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