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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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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22
추천수 :
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6.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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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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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새로운 시작(1)

DUMMY

선수와 감독.


이 판에서 어느 쪽이 더 영향력이 있느냐 싶으면 당연히 선수다.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에게 인상깊은 뽕맛을 남겨주는 건 선수의 몫.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는 감독이 아닌 선수에게 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의 우승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포지션은 당연히 감독 쪽이다.


팀원을 구성하고, 그들이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며, 전략대로 대회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


선수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긴 해도, 감독의 역량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한두번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승’ 은 한두 번의 승리로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팀원들의 컨디션, 스케줄, 실력...


이 모든 것들을 최대치까지 끌어낼 수 있는 사람만이, 한 번의 승리를 넘어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만드는 주역이다.



그에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탑도, 미드도, 정글도, 원딜도, 서포터도 아니다.


바로 감독이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로서의 커리어는 이미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야.’



미련이 남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 우승을 못 한다면 죽게 될 텐데,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던가, 내가?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이 사람을 설득하는 거겠지.’



김승영. 그는 젊은 나이에 대기업 본부장급의 직급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비록 재벌가 자식이라 반쯤은 이어받은 자리긴 해도, 최소한의 능력과 안목은 있을 것이다.


아니면 프로게임단 창설이라는 사업을 따내긴 커녕 자기 자리 보전조차 못하고 있을 터.



“굉장히 파격적인 이야기로군요. 하지만...”



그는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그게 돈이 될까요? 그리고...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제가 걸어야 하는 리스크는?”

“신중하시군요.”



그러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구단을 창설하려는 입장에서 정우인 선수의 제안은 확실히 흥미롭습니다.”



그렇겠지.


엔아를 몇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날 모를 수가 없다.


굳이 리그에 관심이 없어도 올림픽에서 2회 우승을 견인했다면, 국민영웅 대우를 받기 충분하니까.


그때 김승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구단이건, 정우인이라는 사람을 영입한다면 화제성 면에서 큰 이득을 안고 가겠죠. 그것도 선수가 아니라, 은퇴 후 감독으로 나서겠다는 이야기라면 말입니다.”

“...”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망설이는 태도였다.


왜인지는 대충 감이 온다.



‘신뢰성 때문이겠지.’



나는 지금껏 여러 번, 팀을 옮기거나 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선수로 활동하다가, 경기에서 지자마자 은퇴선언을 한 미친놈으로밖엔 보이지 않겠지.


사실 그 경기가 XTL의 이번 스프링 시즌 마지막 경기였기에 어차피 계약상 큰 문제가 되지도 않았지만...



만약 우리 팀에서 그런 사람이 또 나온다면, 나 같아도 당혹스럽긴 할 것이다.



‘음... 쉽지 않네.’



차라리 지금 당장 캡슐방에 가서 1:5로 랭크게임을 이겨 보라는 게 더 쉬울 정도다.


이 당시의 나 자신에 대한 평판을 생각해 보자면, 아무리 좋게 봐 준다 해도 ‘실력과 인성이 비례하지 않음’ 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기긴 해.’



평소에 조금만 더 착하게 살 걸 그랬나.


하지만 내게도 나름, 설득을 할 수 있는 수단은 있었다.



“만약 제가 새 팀의 멤버들을 처음부터 다시 꾸린다면 어떨까요.”

“네...?”

“팀원들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계속 팀에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나는 고민하는 그 표정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없는 인간은 아닙니다. 이적을 할 때도 다 사정이 있었어요.”



팀원과의 사이는 원만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가는 곳마다 사내 정치의 희생양이 되었다.


‘솔직히 트러블이 난 이유도 다 그거 때문이었지.’


아마 살짝, 아주 쪼오금 막 나가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런 식으로 정치질한 놈들이 나쁜 거니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놀랍군요. 정우인 선수.”

“네?”

“구단을 창설할 구단주 앞에서, 아직 아무것도 아닌 분이 구단을 먹겠다는 이야기를 하다니...”



어? 뭔가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은데?



“아니 전, 그런 뜻이 아니라-”

“칭찬한 겁니다. 구단을 장악하고 싶은 사람이, 떠날 리 없죠. 그리고 감독이라면 마땅히 구단을 장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엄...”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아무튼 잘 된 것 같다.


그는 품 속에서 태블릿 하나를 꺼내, 무언가를 조작하고 내게 건넸다.

그 안에는 ‘감독 선임 계약서’ 가 적혀 있었다.



“법적 효력이 있는 물건입니다. 여기 사인하면 이제 되돌릴 수 없어요. 정우인 선수도, 저도요.”

“...”



나는 태블릿을 들고, 곧이어 터치펜을 집어들었다.


‘... 뭐지. 시원시원해서 좋긴 한데. 수상해.’


그리고 다시 한 번 계약서를 살폈다.


‘내용상 이상한 건 없는데.’


이런 거 보는 데엔 도가 튼지라, 어떤 게 독소조항인지는 물구나무 서서 봐도 보인다.


하지만 독소조항은 커녕 내게 유리한 조건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혹시라도 어렵게 선임한 감독이 나가기라도 할까봐, 연봉은 신임 감독의 30% 이상 수준.


게다가 영입 및 퇴출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까지.



‘연봉이야 원래 받던 거에 비하면 쥐뿔도 안 되지만...’



애초에 돈 벌려고 일하려는 게 아니지. 돈이야 지금까지 벌어놓은 거 이자만으로도 먹고사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다.


아무튼 조건을 보니,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좀 더 명확해졌다.


‘하긴. 당신도 급하겠지.’


당장 이번 년도에서 제대로 활약하려면 다음 시즌 전까지는 팀을 꾸려야 한다.


서머 시즌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가을에 있을 엔아 프로리그 최고의 무대 AWC에 오르지 못할 테니까.


정우인.

세 글자 이름이, 테블릿 너머 계약서 아래로 새겨졌다. 


##


간에 기별도 안 오는 스테이크를 먹고 돌아오는 길.

숙소 앞에서, 사인지를 들고 싱글벙글해하는 배달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어...”


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날 쳐다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저, 정우인 선수... 맞죠?”

“아, 네.”

“호, 혹시 괜찮으시면 여기 사인 좀...”


나는 그에게서 펜을 받아들고, 주머니를 뒤졌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서 팬이란 자기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것.


다른 팀 팬이라면 몰라도, 우리 팀 팬이라면 결코 홀대해선 안 된다... 는 게 내 신념이었다.



“이거, 기념품입니다.”


나는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던 키링을 꺼냈다. XTL의 로고가 그려진 키링이었다.


나는 키링 뒷면에 펜으로 사인을 해 준 뒤, 그에게 건넸다.


“가,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가려던 그때, 배달기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 서, 선수님? 지금은 안 들어가시는 게...”

“무슨 일 있나요?”

“안에서 누가 막 소리치고 그러는 것 같아서요... 싸, 싸움이라도 난 걸까요?”


... 짐작가는 건 있다. 하지만 외부인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동료들이 게임하다 흥분한 거 같네요. 옆에서 민원도 한 번씩 들어오고 그래요. 제가 가서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 그런가요? 아, 그렇겠네요.”


기사 양반은 그렇게 납득을 한 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떠났다.

하지만 나는 안도할 수 없었다.


‘박승혁... 그 인간이 아니면, 우리 팀에서 언성을 높일 만한 사람은 많지 않지.’


물론 다들 사람이니 그럴 때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척이나 뜬금없는 타이밍에, 기분 나쁘게 누군가 소리지르는 걸 들으면 범인은 십중팔구 한 명.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숙소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였다.


남은 팀원 세 명 중 둘이 엎드려뻗쳐 한 채였고, 안수형만이 혼자 선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서포터인 서형배는 감독 뒷배로 온 친구라, 애시당초 여기에 없었고.


“어, 혀, 형...”


안수형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을 하려다 황급히 입을 가렸다.


나는 일단 사진부터 찍은 뒤 숙소 안으로 향했다.


어디서 난 건지, 나무로 만든 자를 들고 뒷짐을 지고 있던 박승혁이 그 소릴 듣고 고개를 돌렸다.


“정우인? 너 뭐 하다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

“... 잠시 약속이 있어서요. 그보다 감독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박승혁은 이마에 손을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보이냐?”


그가 발로 툭 찬 건 하얀색 배달음식 봉투였다.


그 안에서 기름진 치킨 냄새가 슬슬 올라왔다.


음. 스테이크 하나론 좀 모자라던 참인데. 맛있겠네. 한입만 찬스를 써 볼까?


“이게 뭐 어때서요?”

“판단이 안 서냐? 너희들 프로야. 프로. 그런데 몸 관리 안해? 이 시간대에 이런 거 먹으면, 너희 화보는 어떡하려고?”

“화보요?”


나는 그 발언에 이맘때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상반신 노출된 화보 이야기가 오갔었나.


엔들리스 아레나는 VR 게임이기에 실제로 몸을 많이 움직인다. 그것도 격렬하게.


덕분에 선수들은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게 화보를 찍을 이유는 못 된다.


‘박승혁. 이 인간이 무슨 바람이 불어선 그걸 주도한 바람에 억지로 하긴 했지만.’


당시 대부분의 팀원들은 반대했다.


기어이 감독이 윽박지른 탓에 억지로 찍히긴 했지만...


그 이후 선수들의 DM으로 무수한 성희롱성 문자가 날아들어왔다.



“분명히 안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야. 정우인. 이게 안 한다고 안 할 수 있는 거야? 지금 이걸 기다리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지-”

“됐고. 뭐 자기관리니 야식이니 논할 거면...”


나는 그의 불룩 튀어나온 배를 흘끔 보며 말을 이었다.


“본인부터 뭐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하시던가.”

“... 뭐야. 이 새끼 말하는 거 봐라?”


박승혁은 조금 당황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 당시 팀을 떠올려 보면, 박승혁에게 그나마 들이박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


다들 어디서 예절교육을 빡세게 받은 건지 몰라도, 감독에겐 좀처럼 꼼짝을 못 했으니.


그나마 나라도 뭐라 하지 않으면 박승혁은 진작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을지 모른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도 상종 못 할 인간인 건 변함없지만.


“일어나. 형도 일어나요.”


얼차려를 당하던 사람은 팀의 탑 라이너인 최성욱과 정글러 박태웅.


둘 중 성욱이 형은 은퇴가 멀지않은, 30을 바라보는 나이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얼차려를 당하는 모습을, 동생들 앞에서 보여준 상황.


그는 얼굴이 엎드려 있어서인지, 수치심인지 모를 이유로 벌개져 있었다.


한편 박승혁은 짜증스러운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정우인. 누구 맘대로 일으켜? 지금 벌 주는 거 안 보-”

“그러는 감독님이야말로 이쯤 하시죠.”

“... 뭐?”

“감독님. 저희한테 뭐라 할 자격 없습니다. 저렇게 냉장고 문 잠궈 놓을 자격도.”

“야. 너 갑자기 왜 이래? 뭐 잘못 먹었어?”

“그러니까 숙소에서 나가세요. 자물쇠 열쇠 내놓고. 불쑥불쑥 숙소 들어와서 휴식 방해하면 선수관리 방해로 징계 가능한 거 아시죠?”


박승혁은 아무 말 없이 작은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바라보았다.


“... 씨발. 맘대로 해. 등신같은 새끼들.”


그는 욕을 내뱉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찰그랑-.

그리곤 주머니에서 열쇠를 던지고 밖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 진짜 주네?’


자존심 부리느라 끝까지 안 줄 줄 알았는데.


여차하면 저 자물쇠, 절단기로 자를 뻔했지만 다행히 그 전에 물건을 얻었다.


철컥.

자물쇠가 열리고, 드디어 냉장고가 열렸다.


안에서 서늘한 냉매 기운이 얼굴로 전해져 왔다.


‘... 이 맛이지.’


나는 바로 몬X터 에너지 한 캔을 꺼내 캔을 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팀 동료들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괘, 괜찮겠어? 박 감독, 뒤끝 장난 아닌 거 알잖아.”


뒤끝이라. 글쎄.


“... 역시 박승혁 저 인간, 네 말은 듣나 보네. 하긴. XTL의 얼굴마담인 정우인인데... 아무리 감독이라도 못 건드리겠지.”


최성욱이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고개를 젓고, 그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도 부당한 얘기엔 항명해야죠. 중학생도 아니고 성인인데.”

“하, 하지만 형.”


박수형이 쩔쩔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스읍... 원딜이란 녀석이 저리 소심해서야. 


“수형아.”

“네...?”

“우리 차라리 팀을 옮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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