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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사랑합니다

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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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21
추천수 :
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7.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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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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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무 늦기 전에(1)

DUMMY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던 걸까?


진성우의 부친은 그 무수히 많은 신사임당님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게...”

“진성우 선수와, 저희 팀이 계약하기 위해 준비한 선금입니다.”

“아니, 얘가 뭐 대단한 게 있다고... 우승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 제 눈을 믿습니다. 아버님.”



부친은 한참 돈을 바라보다, 한층 누그러진 어투로 입을 열었다.



“... 만약에 프로로 뛰게 되면, 얼마나 게임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까?”

“아마 하루에 최소 12시간. 체력 함양을 위한 운동은 또 따로구요.”

“... 성우가 그걸 견딜 수 있겠습니까. 평생 공부만 하던 앤데.”



결국 완강해도, 자식 앞길 막고 싶지는 않은 부모란 건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겠지.’



다른 누군가가, 자기 자식에게 이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그만큼 자식의 방향성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이 있을까?



김승영에게 손을 벌리고, 내 사비를 털어 계약금을 마련하고, KY라는 대기업의 이름까지 빌려왔다.


결국 확신할 수 밖에 없겠지.


내가 진성우라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봤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들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수님. 대한민국 최고라는 분이, 우리 아들을 그렇게 말해 주셔서.”

“... 성우에겐 그만한 재능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나는 조금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 밖에 나왔다.


그때, 타이밍 좋게 전화벨이 울렸다.



“네. 구단주님.”

- 정 감독님? 어떻게, 이야기는 잘 됐습니까?

“그럼요. 저도 제가 말발이 그렇게 좋은 줄 처음 알았습니다.”

- 하하... 농담도.

“뭐, 그 큰 돈을 가지고 자식 칭찬까지 하면 부모 마음이야 녹죠. 거기다 제가 좀 유명하지 않습니까. 제 입으로 말하기엔 그렇지만.”

- 농담이 술술 나오시는 걸 보니, 진짜로 잘 된 모양이네요.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서...



김승영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 그 진성우... 라는 선수, 아니 연습생부터 시작이겠죠? 아무튼.

“아뇨. 바로 선수로 시작합니다.”

- 네...?



사실 내겐 시간이 많이 없다.


당장 4명의 선수를 더 구해 3티어급 대회를 뛰어야, 다음 시즌 내로 2티어급 대회를 나갈 수 있다.



‘3티어급 대회 2번 우승이 2티어급 진출권이었지.’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2티어 대회들은 ‘3티어 2회 우승 경력 팀’ 을 기본 참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솔직히, 1티어에서도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내 입장에선 좀 쪽팔리긴 하지만.


그래도 감독으로서 새 걸음을 내딛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다행인 건, 빠르면 다음 시즌 중반쯤에는 1티어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거겠지.’



엔아의 대회는 길어야 일주일 정도다.


그러니 준비만 제때 할 수 있다면, 2티어 우승은 올해가 아니라 올해 서머 시즌 전에도 달성 가능한 목표였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김승영 구단주에게 말했다.



“정글이랑 원딜 어떻게 구해 주시죠. 좀 잘하는 연습생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제가 즉시전력감으로 어떻게든 구해 오겠습니다.”

- 자신감. 좋네요.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멍청한 자식. 회귀를 이제서야 써먹기 시작하다니.’



시작하자마자 써먹었으면 비트코인이니 주식이니 하고 얼마나 좋아.


... 근데, 지금도 안 늦은 것 같기도 하고.



“에이씨. 몰라.”



그딴 거 안 해도 괜찮다. 나 돈많아.


그보다 중요한 건 승리.



감독으로서 가져올, 새로운 승리의 쾌감이 내겐 필요하다.


물론 죽기도 싫고.



##



2일 후.


진성우가 긴장된 표정으로, 커다란 캐리어를 이끈 채 숙소에 나타났다.



“... 안녕하세요.”

“오, 진성우 선수? 반갑습니다!”



김승영은 특유의 세련된 친화력으로 그를 맞아 주었다.


구단주와 신인 선수가 면담을 하러 간 사이, 나는 누군가와 연락이 닿았다.



- 기사는 어떻게 구해드릴까요?



운전기사나 중세 기사는 당연히 아니다.


내가 찾는 건 ‘랭크 게임 대리기사’.


이런 게 있는 게임이라면 필히 생길 수 밖에 없는, 프로 세계의 어둠이다.



‘돈을 제대로 못 버는 연습생들이 이쪽에 많이 뛰어들곤 하지.’



대기업 정도가 아니면, 프로게이머 연습생들은 생활비 한 푼 받지 못하고 숙식만 받으며 살아야 한다.


그나마 대기업조차 한달에 연습생에게 주는 생활비는 50만 남짓.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활비가 부족한 연습생들은 엉뚱한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위쪽에서도, 연습이 되니 눈감아주고.’



생각이 제대로 된 감독이나 코치진이라면 몰라도, 살짝만 양심을 포기하면 선수가 알아서 성장도 해 오고 돈 불만도 없어진다.


나중에 논란이 터질 수도 있지만, 논란을 몰고 다닐 정도로 재능있는 선수면 애초에 연습생 생활이 길 수가 없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뛰게 시켜야 하니까.’



당장 나만 해도 연습생 기간이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튼 그만큼 프로 연습생들의 대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대리업자한테서 다량의 프로 연습생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이거지.’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야말로 뷔페나 다름없는 곳이 아닌가.



물론 척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재능덩어리라면 감독부터 이런 데로 돌리지 않을 테지.


하지만 내겐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뒤늦게 재능을 개화했다가 대리 이력이 걸려 나락으로 간 프로들.


그 뛰어난 재능이, 어린 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썩어버리는 건 내 입장에선 국가권력급 손실이나 다름없다.



- 일단 선수들 정보 좀 주세요

- 알겠습니다.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업자로부터 선수들 정보가 도착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누군지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전부 가려진 상태.


하지만 여기 있는 전적이라던가, 대리용 부계 이름 같은 것도 다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었다.



첫 번재 사진.


마스터 등급에, 최근 전적 7승 3패의 정글러.



‘모르는 계정이야. 탈락.’



내가 모르는 계정이라는 건, 곧 조용히 사라진 연습생 중 한 명이라는 뜻이다.


혹시 프로 데뷔를 했다고 해도 얼마 못 갔다는 거고.



두 번째 사진.


챌린저 등급에 5승 5패.


역시 모르는 계정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슬슬 없을까 불안한데?’



설마 이 업자, 알짜배기는 빼고 보내준 건....


잠깐.



‘이 여섯번째 아이디... 하. 빙고다.’



찾았다.


내가 아는 아이디가-



“저, 저기 감독님?”



그때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난 황급히 휴대폰을 껐다.



“네? 어, 응?”



날 부른 건 진성우였다.


그는 잠시 쑥스러운 듯 쭈뼛거리다가, 이내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저기, 감사합니다.”

“응?”

“저희 부모님 설득하시겠다고, 사비까지 엄청 쓰셨다고...”


설마 우리 구단주, 그런 쓸데없는 거까지 얘기한 건가?



“... 별 거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난 돈이 많거든. 네 생각보다 훨씬.”

“네?”

“그리고 선수한테 감독이 그 정도는 써야지. 다른 감독들이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거지, 마음만은 백만이건 억이건 얼마든지 선수한테 쓰고 싶을 거다.”



당장 피O 2024 같은 축구겜만 해도 선수 하나 뽑자고 몇십, 몇백을 탕진하는데.


현실에서 제대로 된 선수 하나 뽑는데 고작  6천? 유지비를 따진다 해도 사실 혜자가 아닐까?



“...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째선지 진성우의 눈가가 붉었다.



“전... 숙소로 가 볼게요. 짐도 풀어야 해서. 나중에 뵙겠습니다.”

“어. 그래. 들어가 봐.”



나는 그렇게 녀석을 보내고, 다시 한 번 휴대폰을 살폈다.



‘후우. 대리 매물 보고 있다는 걸 알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물론 다른 목적이 있긴 하지만, 걸렸으면 꽤나 당혹스러울 뻔했다.


아무튼 다시 한 번 사진을 살펴보자, 역시나 아는 아이디였다.



[AFD231LLS]



아무렇게나 만든 패턴형 아이디로 만든 부계지만, 기억이 난다.


1티어 프로팀 [QEN] 의 탑 라이너이자 국대에도 거론될 만한 유망주.


그러나 애석하게도 연습생 시절 대리경력이 발목을 잡아 커리어가 무너진 플레이어.


[CABLE]. 통칭 케이블.



그렇게 아깝게 사라진 재능을 주워담는 게, 지금의 내게는 가능한 일이다.



- 이 기사로 부탁드립니다.

- 네. 단가는 총 30만원이고 3일 내로 다이아까지...

-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지금 기사분이 대리를 많이 뛰신 분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좀 적게 뛰던 분을 선호하는데...

- 그런가요? 운이 좋으시군요. 이번 기사님은 이번 대리가 처음이거든요. 조금 미숙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실력은 최고입니다.

- 그렇습니까. 잘 됐네요.



오케이. 이전에 대리 뛰었던 거, 그러니까 내 손 밖에서 사건이 일어난 적은 없단 걸 확인했다.


업자와의 연락을 마친 후, 나는 그에게 아무렇게나 만든 부계정 하나를 전해주었다.


애초에 대리로 랭크를 올리려는 게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아마 시간 날 때 틈틈히 들어가서 올려두겠지. 일단 접속한 다음에 기다려야겠어.’



엔들리스 아레나는 의외로 접속한 채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많다.


꽤나 잘 구현된 오감과 환경 덕분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러 영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캡슐 안으로 들어가 부계정이 접속하길 기다리며, 진성우를 위한 훈련 코스를 고민했다.



‘일단 기초체력 단련은 필수겠지. 며칠 연속으로 대회를 치르려면.’



그 외에도 기본적인 에임 테스트, 마법사형 챔피언 적성 체크, 초당 평타속도 증가 등등...


아무튼 여러 코스가 준비되어야 할 테니.



‘진성우는 아마 AP, 마법사형 쪽이 주력인 것 같던데. 그럼 아무래도 평타보단-’



띠링!


- 친구 [AOpppp] 님이 접속하였습니다.



“... 드디어 오셨군.”



이제 양념을 좀 쳐 보실까.



##


박경원은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 딱 한 달만 빡세게 도는 거야.’



한 달이면 대략 5백만원 정도가 손에 들어온다.


프로도 아닌 연습생에게, 그 돈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당장 그가 속한 팀인 QEN만 해도 월 생활비가 단돈 2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경원이 대리를 뛰려는 이유는, 자기 생활비를 벌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놈의 교육비...!’



QEN 팀의 감독, 성진원.


그는 반강제로 연습생들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악질 감독이었다.


‘돈을 안 내면, 당장 잘리진 않더라도 작업을 들어가니까...’


이미 누군가 연습생 잘릴 걸 각오하고 찔러 봤지만... 고작 연습생 한 명의 파워가 감독을 이길 수 있을 리가.


게다가 성진원은 성적도 유의미하게 내고 있다 보니, 힘없는 연습생들은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연습생들은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리에 하나둘씩 뛰어들기 시작했다.



박경원은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또 버텨 봤지만, 성진원의 시야에 들고 말았다.


이제 돈을 못 벌어오면 진짜로 여기서 나가야 할 상황인 것이다.


거기에, 대리를 뛰다 걸린 바람에 근신처분을 당한 동료들의 몫까지 벌어오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바로 큐 돌리자.’



그리고 그가 막 큐를 돌리려던 그때.



- 귓속말이 도착했습니다.



“...!”



그 알림에 그는 그만 얼어붙었다.


하필 대리 맡긴 사람 친구한테서 귓속말이 오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 좆된거 같은데.’


하지만 그는 이내 정신을 다잡고, 귓속말이 온 곳을 확인했다.



[UUIN].


친구로 보이는데, 아이디가 어딘지 익숙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세지 하나가 도착했다.



- 박경원, 맞지? 

- 아닌데요



그는 일단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 보통은 그게 누구냐는 식으로 반응하던데. 일단 부정부터 하네?

- ...

- 거기 딱 기다리고 있어. 형이 너 찾으러 갈 거니까.



그 이후로, 연락은 끊어졌다.


그리고 박경원이, 아이디의 주인이 누군지 눈치챈 건 그 후 3분이 지난 뒤였다.



“저, 정우인...?”



그가 엔아의 프로가 된 이유 중 하나.


최강의 미드 플레이어, 정우인의 본계정 아이디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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