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사랑합니다

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스포츠

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24
추천수 :
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7.02 12:55
조회
26
추천
2
글자
13쪽

괴물 낚시(3)

DUMMY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가, 게임 시작하기 1분 전.


픽은 어차피 멋대로 할 것 같고. 요즘 아이들이 뭘 좋아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팀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저 친구...’



이름은 진성우.


현재 B등급. 잠재능력 S급을 가진, 봉사하러 온 청년.


운이 따라 준 건지, 이런 재야에서 S급 잠재력을 발견했다.



‘데려가고 싶은데.’



물론 일단은 이 상황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다.


나는 팀원들의 픽을 보며 넌지시 말을 돌렸다.



“다들 마법사를 골랐네. 평소에도 메이지류만 픽하는 거에요?”

“아, 그, 그건 아니고요. 원딜도 한 번씩 하는데... 오늘은 빡겜하려고 이거 골랐어요!”



학생이 진지하게 고른 픽은 회복술사였다.


‘나쁘지 않네.’


회복술사는 말 그대로 힐러. 아군이 오랫동안 라인에 있을 수 있도록 유지해 주는 서포터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아군이 있을 땐, 저런 식으로 묻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어... 전부 서포터 챔피언을 고르면 곤란한데.”



탑 [바드], 정글 [숲지기], 바텀에 [회복술사]와 [방패병].


딜러는 커녕 브루저 하나도 없는 조합에 웃음이 나왔다.



“이거 참...”



과연, 캐리할 사람이 한 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길 수 있을까?



‘뭐, 어쩔 수 없나.’



어차피 즐기기 위해, 그리고 봉사의 일환으로 하는 게임이다.


져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감독 때나 할 시어머니 짓을 벌써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한 마디는 해야겠지?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어거지로 서포터 픽한다고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구.”

“그, 그런가요?”



난 곧 그 한 마디를 후회했다.


우수한 서포터 챔피언들이 순식간에 5티어급 챔피언으로 변하는 마술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억지로 다른 픽 하는 것보단 낫겠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게임이 시작된 후, 이곳저곳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 아군이 당했습니다.

“미친새끼야! 살살 하라고!”



그러자 상대팀 바텀 저격수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싫은데?”


‘끄응...’


뭐, 데스는 어쩔 수 없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고... 다만, 서로 욕하면서 낄낄거리는 게 보기 좋으면서도 귓구멍이 터질 듯 아팠다.



‘그리고, 상대도 만만치 않네.’



그 순간, 상대의 화염구가 귀를 스치고 날아간다.


안 맞을 것 같아서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의 입모양이 움직인다.


엔아에서 그렇게 입이 움직인다는 건,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소리.



‘욕하는 건가?’



상대는 마스터. 지금은 팀에 오더를 내릴 상황이 아니란 거 정도는 알 테고...


혼잣말로 날 향해 걸쭉한 욕설을 내뱉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오히려 좋다.


승부욕이 심한 타입이라면, 저 S급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한 번 놀아볼까.’



상대가 화날수록, 빈틈도 커지지만 그만큼 상황은 더욱 위험해진다.


그러니, 게임이 꽤 재밌어질 것 같다.



##



게임은 킬 스코어 57: 43으로 끝났다.


진성우가 있던 레드팀은 킬 수가 무려 14킬이나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초반에 한정된 이야기.


정우인의 오더에 홀린 듯 움직이던 블루팀은 빠르게 격차를 좁혀 왔고, 마지막 드래곤 한타에서 대패한 레드팀은 그대로 핵이 터지고 말았다.



콰앙!


진성우는 겨우 분을 참고, 보호소 밖으로 나와 벽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또 졌어...’



그 닉네임. [REDDD].


꿈에서까지 그 자식 한 번 따겠다고 수련했다.


하지만, 쓸데없이 좋은 머리는 그 괴물의 피지컬 하나하나까지 재현해 꿈속에서조차 이길 수 없었다.


제아무리 밸류 높은 챔피언을 픽해도, 카운터를 픽해도 넘어설 수 없는 압도적인 차이.



'제발. 한 번만이라도 이길 수 있다면...‘



“진성우?”


그때, 낯선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고개를 돌린 진성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우인... 선수?”


정우인은 여유롭게 웃으며 그에게 악수를 건넸다.



“재밌었어요. 잘 하던데.”

“... 졌는데요. 뭐. 메이지밖에 못하는 애들 상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보통, 여성 엔아 플레이어들은 메이지를 즐겨 한다.


디자인이 예쁜 것도 있고, 운동능력이 딸려도 충분히 1인분이 가능한 챔피언이 메이지들이기 때문.


하지만 그것만 있는 팀은 당연히 제대로 준비된 팀보다 훨씬 약하다.


진성우의 팀은 남자아이들도 많고, 엔아를 자주 플레이하는 애들이라 조합 자체는 좋았다.


그럼에도 처참하게 털린 것이다. 결국, 미드차이이자 카리스마, 리더십의 차이였다.



“쿨한 척 하네.”

“네...?”

“너, 나 이기고 싶지.”



갑자기 튀어나온 반말.


하지만, 진성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재밌네.”



정우인이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프로 해 볼 생각 있어?”

“프로...?”



너무도 갑작스러운 제안에 진성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프로? 내가?’



사실 그는 무언가를 꿈꾸고 살아와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머리 좋고 성실한 편이니 뭐든 하며 살아가면 그뿐.


덕분에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명문대에 재학 중이었지만, 운이 나빴는지 전공과의 궁합은 최악이었다.


거기에 뒤늦게 엔아에 맛을 들였으니, 성적이 최하급인 건 당연한 일.



태어나 처음 받아 보는 낮은 성적에 최근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져 있던 진성우는, 그 소리를 들은 순간 가슴이 뛰었다.



‘프로, 프로라...’



이 게임을 시작할 때 비슷한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숨겨진 실력, 프로로 스카웃되고, 승리를 이어가며 명예를 누리는 상상.



마스터쯤 오니 상대도 만만치 않아 관뒀던 상상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정우인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겐 현실적인 벽 하나가 있었다.



“...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집이 좀... 보수적이라서.”

“집이 보수적이라면 프로가 힘들 거란 거?”



진성우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인은 그런 그를 보며 잠시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건 본인 마음이야. 네가 하고 싶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



진성우는 그 말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냐, 아니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질문이다.


어차피 부모님은 완강하니, 스스로의 마음 속 소리엔 귀를 닫은 채 살아온 지 오래.


이제는 자기가 무얼 원하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진성우는 눈을 감았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기 위해.



- 그 새끼 한 번은 따고 만다...!



꿈에서까지 나올 정도로 화나게 하던 그 녀석.


그 자식이 눈앞에 있다. 프로가 되면, 그 자식을 죽이고 온 세상에 영영 남을 영상으로 박제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진성우는 눈이 뒤집혔다.



“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부모님한테는... 제가 이야기해 볼게요.”



정우인은 씨익 웃으며 그에게 메모장 한 장을 건넸다.



“내 전화번호야. 설득에 성공하면 연락해. 뭐... 실패해도 미련이 남으면 연락해. 내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

“네.”



정우인이 등을 돌려 떠나려던 그때, 진성우가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응?”

“프로 되면, 한 팀에서 뛰는 건가요?”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된다면 다른 팀이 되어서, 자기 힘으로 그를 눌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소식이 좀 늦네? 나 은퇴했는데.”

“네...?”

“아, 그렇네. 날 이기고 싶어서 프로 제의 수락한 거였어?”



진성우는 속내를 들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듯 정우인은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그래. 이길 방법이야 아직 있긴 해. 은퇴했지만.”

“... 뭐, 뭐죠. 그게?”

“내 경력. 그 중 제일 대단한 게 뭔지 알아?”

“오, 올림픽 2연패?”



정우인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AWC 4연패야.”

“아...!”



AWC. 엔들리스 아레나에서 가장 권위 높은 리그.


전 세계의 1티어급 프로리그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성적을 낸 팀만이 합류할 수 있다는 바로 그 리그다.



정우인은 그 리그에서 무려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팀 컬러는 매번 바뀌었지만, 그가 우승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정우인이 있는 팀이 우승한다... 그런 얘기도 돌았었지.’



그런데 이 인간. 지금 무슨 소릴 하려는 거지?


진성우의 의문이 짙어지던 그때였다.



“그럼, 이미 은퇴해버린 날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건 그 기록을 네가 이겨버리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말하자면...”



정우인은 다시금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AWC 5연패를 달성하면, 날 이기는 셈이지. 안 그래?”

“...!”



진성우는 그 간단한 셈법에 할 말을 잃었다.


그게 말이 쉽지. 가당키나 한가?



커리어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우승을 놓치면, 5번째 우승은 커녕 AWC에 나가기도 전에 은퇴해야 하는 게 엔아 프로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머리와는 별개로, 진성우의 감정은 이미 끓어오른 뒤였다.



“... 맞네요. 그렇게 하면 되네요.”



그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어렸다.


허탈함이나 무력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약간의 광기에 가까운 미소였다.



“내 밑으로 들어와. 그럼, 널 최초로 AWC 5연패 미드로 만들어줄 테니.”

“알겠습니다!”



어느새 정우인의 충실한 신하가 되어 버린 진성우는, 잠깐의 침묵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잠깐. 밑으로 들어오라는 게 무슨 뜻...?”



하지만 정우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



청소년 보호소 봉사 후 일주일.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지.’



어디서 왔는지는 몰라도 기자가 와선 사진을 찍어 기사를 올렸다.


이 업계를 떠날 생각은 없었으니, 이런 이미지 관리도 필요하긴 하니까.



다행히 댓글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 정우인 은퇴하더니 정신차린 거임?


- 애초에 이 판 더러워서 정우인처럼 막나가지 않는 한 못 버티지


- 솔직히 한창 활동할 땐 사이다여서 호감이었음



“대중이란.”



그렇게 휴대폰을 보고 대충 소파에 던져넣던 그때.


띠리리링-!


모르는 번호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성우. 그 친군가?”



청소년 쉼터에서 만났던 그 친구.


감히 누구도 내게 보여준 적 없었던 승부욕을 보여 준 친구였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다.


[선수 등급: B(이론상 최대치: S)]


‘아무것도 없는 데에서 S급을 줍다니.’



지금껏 돌아다니면서, 행인들을 향해 이 ‘능력’ 을 몇 번 사용해 본 결과.


‘S' 등급은 물론, A나 B등급조차 흔하지 않았다.


‘B등급만 해도 마스터급. 상위 0.01퍼센트에 속하는 실력자니까...’



그런 만큼, S등급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주운 건 큰 수확이었다.


게다가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승부욕이라면, 성장 속도 역시 빠를 테니.



“여보세요.”

- 정우인 선수 되십니까?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제법 중후했다.


척 듣기에도 40대, 혹은 50대 정도 되는 음성.



“맞습니다만, 누구신지...?”

- 성우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버지... 라. 설득에 성공한 건가?



“아, 예. 안녕하세요. 아버님.”

- 후...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정우인 선수. 우리 애한테 무슨 바람을 불어넣은 겁니까?

“예?”

- 분명히 부모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던 애가 대체 왜 며칠째 방안에 틀어박혀선 나오질 않냐구요! 그... 프로게임? 그건 또 무슨 말이고요!



음. 실패한 모양이었다.



“아버님. 일단 진정하시고-”

- 지금 저 아주 침착합니다. 정우인 선수. 해명을 하세요. 듣고 있으니까.

“...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평소에 눈치를 안 보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 부모님이라니 마음이 쓰이긴 하니까.



“성우. 그 친구 분명 재능이 있습니다. 제가 잘 키운다면, 단순히 프로 입문을 넘어서 충분히 1티어급에서도-”

- 그러니까, 그 1티어니 뭐니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요. 그게 우리 애 미래에 도움이 됩니까?

“...”

- 제가 그 애한테 들인 돈이 얼만지 아십니까? 영재교육부터 시작해서 학원에... 자그마치 4억입니다. 4억! 이제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도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는 애를-

“... 하하.”



아, 이러면 안 되는데.



- ... 정우인 선수?



못 참겠다.



“아버님.”

- 네?

“뭐 대기업 1년치 연봉을 댁으로 들고 가면, 아드님 원하시는 대로 해주시렵니까?”


... 저질러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안내 24.07.11 27 0 -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4.07.05 8 0 -
공지 연재시간 안내 24.06.28 22 0 -
18 탑과 서폿(3) 24.07.11 10 0 14쪽
17 탑과 서폿(2) 24.07.10 9 1 12쪽
16 탑과 서폿(1) 24.07.09 19 1 11쪽
15 파이트 클럽(3) 24.07.08 18 1 13쪽
14 파이트 클럽(2) 24.07.07 20 1 12쪽
13 파이트 클럽(1) 24.07.06 23 1 12쪽
12 너무 늦기 전에(2) 24.07.05 26 1 13쪽
11 너무 늦기 전에(1) 24.07.04 25 2 12쪽
10 괴물 낚시(4) 24.07.03 28 2 11쪽
» 괴물 낚시(3) 24.07.02 27 2 13쪽
8 괴물 낚시(2) 24.07.01 27 2 12쪽
7 괴물 낚시(1) 24.06.30 28 2 13쪽
6 새로운 시작(3) 24.06.29 27 2 11쪽
5 새로운 시작(2) 24.06.28 28 2 13쪽
4 새로운 시작(1) 24.06.27 31 2 13쪽
3 감독 차이(2) 24.06.26 38 2 14쪽
2 감독 차이(1) 24.06.26 55 2 14쪽
1 프롤로그 24.06.26 86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