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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사랑합니다

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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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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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7.0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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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너무 늦기 전에(2)

DUMMY

박경원은 전형적인 탑신병자의 표본이었다.


남탓은 일상. 대형 미니언 하나를 놓치는 순간, 무관한 정글을 향해 분노를 장전하는 그런 탑 라이너.


그리고 남들이 한타할 때, 꾸역꾸역 라인을 집어먹는 그런 우직한 남자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대리를 뛴다?


차라리 선수를 관뒀으면 관뒀지, 대리처럼 자존심 상하는 일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였기에 오히려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있었다.


연습생 동기.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이 모든 어려움들을 공유하던... 얼마 안 되는 인간관계들.


그들이 누군가의 악의에 휘말려 꿈을 접게 되는 상황이, 그에겐 대리를 뛰면서 스스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것보다 몇 배는 싫었다.



아르바이트라도 됐다면 모르겠지만, QEN은 연습생들의 연습 시간을 엄격히 측정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계정에 접속한 시간이 아니라 캡슐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기에 연습 시간에 몰래 대리를 뛸 수 있다는 것.



마치 누군가 짜놓기라도 한 것처럼, QEN의 시스템은 연습생들이 대리를 뛰도록 장려하고 있었다.


물론 박경원은 아직 어렸기에 그런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런데...’



한 판 돌리기도 전에, 거물급 프로에게 걸리고 만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현재 연습장소가 팀 숙소가 아니라는 점.


만약 정우인이 그곳까지 찾아온다면, 뒷수습은 아예 불가능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있는 덴 어떻게 알고...?’



그가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쾅쾅쾅!


캡슐을 누군가가 거세게 두들겼다.



“나와. 박경원.”



프로게이머를 꿈꾼다면, 그의 강의와 인터뷰를 들어봤을 것이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귓구멍을 막은 채 들어도 본인인 게 확실했다.


박경원은 허탈하게 한숨을 깊이 내쉬며, 캡슐을 개방했다.



“... 진짜로 오셨네요.”

“그래. 반갑다. 박경원.”



그는 입가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리충 잡으러 왔다기엔, 너무 상쾌한 미소였다.



##



여러 사고로 나락에 간 선수가 재기하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과거 대리를 뛰었던 경력이 있다면, 그 선수는 매장당한다.



‘어차피 안 될 거 알면 그렇게라도 돈벌이를 하겠지만...’



박경원, 후일 케이블이라는 닉네임을 쓰게 되는 선수는 특이 케이스였다.


재능이 없어 그냥 대리나 뛰라고 팀 차원에서 유기했지만, 막상 프로 무대에서 엄청난 포텐셜을 발휘한 케이스.


나는 그가 그렇게 잘 해낼 수 있던 이유를, 그 침착함과 철저한 마이페이스로 해석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토록 정교한 플레이... 그리고, 평온한 무빙까지.’



정글러와 서포터까지 올라와 탑 라인에서 3:1 교전을 하던 상황.


케이블은 전혀 흔들림 없이 살아나가면서, 동시에 스킬샷을 날려 딸피로 살아가던 서포터의 킬까지 따내는 데 성공한다.


케이블의 탑에선 이런 일이 무척 자주 터졌기에, 그가 속한 QEN의 상대 전략은 ‘탑 건드리지 않기’ 가 기본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도 얼마 가지 않은 이야기. 대리 사건이 터지고, 박경원이 불명예스럽게 은퇴한 뒤 QEN의 전성기도 빠르게 소멸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대리를 뛴 경력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 데려오는 것만큼 적절한 때가 없다는 뜻이다.



‘구단주랑 이야기도 끝났고.’



당시를 떠올려 보면, 김승영은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다른 팀에서 연습생 하나를 빼 온다고요?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요.”



분명 여러 가지로 반대할 줄 알았다.


다른 팀 연습생을 데려오는 건, 불확실하거니와 평판도 안 좋아지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문을 던지자, 김승영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애초에 프로팀에선 연습생 중 재능이 특출난 친구가 아니면 힘을 쏟지 않죠.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혼자서 연습하고 어쩌다 2군, 3군 감독의 눈에 들어 데뷔했다가... 그대로 사라지곤 합니다.

- ... 그렇죠.”

- 저는 그런 연습생들의 대우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꿈을 꾸며 들어온 어린 친구들의 꿈을 지켜주진 못할망정... 오히려 착취에 가까운 행태라니.



물론, 팀이 자선단체는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연습생에게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가성비 있는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승영의 발언에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 저도 연습생 땐 대우가 거지같아서 관두고 싶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 만약 정우인 선수 같은 사람이 그만뒀다면... 하하. 상상도 하기 싫네요. 아무튼, 전 KY가 그런 문화를 바꿔가는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에겐 그럴 자본도, 그리고 그만큼의 능력도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정 감독?”



아마 저쪽에서도 내게 바라는 바는 작지 않은 듯했다.


뭐, 나도 성과를 내긴 해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3티어를 졸업하고, 2티어를 넘어 1티어로 가는 것.



그 정도면 김승영이 말하던 비전이, 그저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을 것이다.


돈 많고 성적 나오는 팀이 하는 소리라면, 욕을 하건 긍정을 하건 반응이 튀어나올 거니까.



그때, 김승영의 표정이 문득 어두워졌다.



- 다만, 걱정이 하나 되는군요. 그럼, 그 QEN의 감독이 과연 순순히 보내줄지... 오히려 이 상황을 이용해 저희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손끝으로 책상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 저희야 보유 자금이 많긴 해도, 그런 식으로 낭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정 감독. 역시 방법은 있는 거겠죠?

- ... 뭐, 약점이라도 잡고 흔들면 되겠죠. 



그러자 김승영은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참... 무서운 이야기네요. 농담이시죠?

- ...

- 농담... 맞죠?



아무튼, 이번 교섭이 잘만 된다면 박경원을 팀원으로 데려올 수 있는 상황.


꽤나 든든한 탑라이너 한 명이 생기게 되는 셈이고, 경쟁 팀은 미래의 자원을 하나 잃는 것이다.



‘아마 박경원 정도면... 3티어와 2티어에선 압도적일 거다.’



진성우는 미래에서 본 게 별로 없었지만, 박경원은 엄연히 1티어급 리그에서 활약한 인물.


잘만 키운다면 1티어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탑라이너로 성장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일단, 김승영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 고 말해 뒀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QEN의 감독에게, 난 지금부터 아주 나쁜 짓을 할 생각이니까.




아무튼 회상은 여기까지. 나는 박경원과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캡슐방에서 날 알아보는 듯한 움직임이 조금씩 보였기 때문이다.



지이이잉-.


카페 벨이 진동을 울렸다.


근처에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카페. 그만큼 음료도 맛이 없고 분위기도 최악이지만, 이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기엔 더없이 적절했다.



“... 진짜 정우인이라니.”



그때, 박경원이 음료를 가져오며 헛웃음을 지었다.


덜그럭.


그는 음료를 내려놓고, 깊이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 그래서, 저한텐 무슨 용건이시죠? 대리 한 걸 따지시려 한다면... 알겠습니다. 연습생 그만할게요.”

“현자타임이라도 왔나? 미래가 창창한데, 연습생은 왜 그만두려고?”



그러자 박경원은 살짝 놀란 눈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예? 그게 무슨...”

“아직 대리랭 안 돌렸잖아. 그럼 대리 안 뛴 거야.”

“... 그건 말장난이죠. 이미 그 짓을 하겠다고 업자랑 손잡은 순간부터-”

“네가 함정에 걸린 거였다면?”

“네...?”



나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시나리오를 대강 읊어 주었다.



“애초에 이 바닥에서 감독이 은근히 대리 밀어주는 경우는 적지 않아. 아니, 애초에 업자랑 짜고 뭣모르는 연습생들 대리 바닥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고.”

“그, 그럴 리가요.”

“글쎄? 교육비니 뭐니 하면서 빚을 지워놓던가... 그렇게 해서 쪼들리게 만들고, 은근슬쩍 대리 업자를 주변에 나타나게 하는 거. 되게 흔한 방법인데.”

“네?”

“그걸로 돈도 벌면서 선수도 키우는 거지. 비밀 유지만 제대로 된다면, 대리 뛰면서 선수 연습도 시키고, 돈도 벌고. 감독 입장에선 일석이조야. 게다가 언제 버려도 되는 ‘연습생’ 신분이라면 더더욱 리스크가 없지.”



QEN의 당시 감독, 성진원. 그는 악질로 유명했다.


선수들로부터 교육비를 받아 챙겨먹으며, 은근히 대리를 유도했다던가.


그 중 최악인 건 여자 선수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한 혐의.


그 사건을 기점으로, 성진원 감독의 무수한 악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엔아의 감독들 중엔, 김승혁이나 성진원처럼 자격 없는 인간들이 꽤 많았다.


이유는... 협회, 그리고 협회의 머리라는 회장이 썩어 있기 때문이었고.



뭐, 내가 그런 썩어빠진 세상을 뒤집어엎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눈앞에 닥친 [죽음] 만큼은 피하고 싶을 뿐.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정의구현 따위가 아니다.


타인의 약점과 미래의 정보를 틀어쥐고, 이 거대한 장기판에서 한 수만큼의 이득을 취하는 것 뿐.



“여기서 좋은 조건을 하나 제시하지.”



나는 김승영 구단주로부터 받은, 연습생 계약서를 하나 들이밀었다.



- 이건 감독님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연습생 분들께만 주셔야 합니다. 이 계약서 안의 조건은, 업계의 어떤 연습생... 아니, 1티어 선수에 버금가는 조건이 맞춰져 있으니까.



김승영은 이 계약서를 내밀며 한 가지 신신당부를 더했다.



- 이건, 연습생을 데려올 때 쓰셔야 합니다. 그것도 분명한 포텐셜이 있는 친구로요. 



연습생이라면, 그만큼의 최소한 수준의 실력이 보장되었기에 이 계약서를 맡겼다는 뜻.


더군다나 김승영으로써는, 이걸로 나에 대한 모종의 신뢰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최소한의 검증이 끝났다면, 당신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와도 좋다. 뭐 이런 뜻.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1티어 선수급 대우. 그리고 무엇보다... 나한테서 직접 엔아를 배울 수 있어. 물론 교육비 따윈 없고.”

“...!”



그는 홀린 듯 계약서를 열어 보았다.



“세, 세상에. QEN 1티어들도 이렇게는...”

“우리 구단주가 팀 꾸리는 데 좀 진심이라서. 어때. 조건이 동하지 않나?”

“...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해 봐.”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시 열었다.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그는 내가 아는 목석 탑라이너의 이미지와는 자못 다르게, 제법 조심스럽고 예의있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 주었다.



“재능, 실력, 가능성... 이런 뻔한 건 딱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



물론 박경원은 그 모든 걸 갖춘 선수다.


당장 머리 위만 봐도 현재 B, 잠재력 S. 진성우와 동급이다.


하지만 굳이 지금 그런 이야길 할 필요는 없겠지. 대신.



“너 같은 탑이 우리 팀에 필요하거든.”

“...”



연습생 신분에 불과하지만, 지금이라도 잘만 다루면 충분히 프로 레벨에서 활약이 가능한 수준.


내 입장에선 사실상 로또나 다름없는 선수다. 


거기에 계약금도, 연습생을 데려오는 식이면 내 돈이 나갈 일도 없다. 김승영도 신인 선수면 연봉에 큰 부담이 없고.



그때 박경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을 본 박경원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얼굴이 안 좋은데.”

“... 아니오.”



잠시 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그 제안, 힘들 것 같아요.”

“감독인가?”

“...”



그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독이라면 신경 안 써도 될 텐데.”

“...”

“굳이 가야겠다면, 뭐...”



나는 그에게, 내 전화번호를 적어 건넸다.



“정말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면, 이 번호로 연락해라. 그리고... 혹시 나랑 같이 갈 생각 없어도, 절대 대리엔 눈도 돌리지 말고.”

“...”



박경원은 잠시 침묵하다, 그대로 종이를 받아들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미 벌써 많이 정신적으로 몰린 상태야.”



자존심 강한 탑 라이너가 대리에 눈을 돌린 것부터가, 상황이 나쁘다는 반증이다.


즉 여기서 내가 함부로 더 건드렸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내 입장에선 그런 도박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엔, 한 발짝 물러서는 걸 택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확신이 들었다.



‘박경원은, 반드시 내게 연락을 해 올 거야.’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뭔가 꼬여버린 자신의 인생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니.


프로게이머로서 최소한의 판단력이 있다면, 결코 그 상황에 멈춰 있지 않으리란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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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탑과 서폿(2) 24.07.10 9 1 12쪽
16 탑과 서폿(1) 24.07.09 19 1 11쪽
15 파이트 클럽(3) 24.07.08 18 1 13쪽
14 파이트 클럽(2) 24.07.07 20 1 12쪽
13 파이트 클럽(1) 24.07.06 23 1 12쪽
» 너무 늦기 전에(2) 24.07.05 26 1 13쪽
11 너무 늦기 전에(1) 24.07.04 24 2 12쪽
10 괴물 낚시(4) 24.07.03 28 2 11쪽
9 괴물 낚시(3) 24.07.02 26 2 13쪽
8 괴물 낚시(2) 24.07.01 27 2 12쪽
7 괴물 낚시(1) 24.06.30 27 2 13쪽
6 새로운 시작(3) 24.06.29 27 2 11쪽
5 새로운 시작(2) 24.06.28 28 2 13쪽
4 새로운 시작(1) 24.06.27 30 2 13쪽
3 감독 차이(2) 24.06.26 38 2 14쪽
2 감독 차이(1) 24.06.26 55 2 14쪽
1 프롤로그 24.06.26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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