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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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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26
추천수 :
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7.01 12:48
조회
27
추천
2
글자
12쪽

괴물 낚시(2)

DUMMY

“인재가 없어. 인재가.”


마스터 티어.


물론 하나같이 실력은 보장이 된 친구들이다.


하지만 내가 찾는 [괴물] 은 없다.



피지컬. 지능. 시야.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승리를 향한 갈망] 이다.



마스터쯤 되면 더 성장할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높은 티어에서의 실력 격차는 그야말로 천지차이.


일각에서는 브론즈와 다이아몬드의 차이보다도 크다고 할 정도다.



그리고 그 성장의 속도와 크기는 이기고자 하는 갈망의 크기와 비례한다.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99퍼센트에 가까웠다.



나도 그랬다. [이기는 것] 자체에 마약처럼 중독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프로씬의 어둠을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좀 쉬자.”



아무튼, 솔랭을 미친 듯이 돌렸더니 온 몸이 쑤시다.


안 그래도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게임이니, 하루종일 하면 그만큼 몸이 혹사되기 마련이다.


이래도 많이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재미있는 걸 어쩌라고.


어차피 이제 대회에서 뛸 일도 없는데 즐기면서 설렁설렁 하는 엔아만큼 재밌는 건 없다.


“흐아암.”


밤이 깊으니 잠이 온다. 잠깐만 눈을 붙여 볼까-


“... 응?”


짹짹. 참새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더니 어느새 해가 중천이었다.



“뭐야.”



나는 입맛을 다시며, 캡슐 옆에 놓여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와. 이게 얼마만이람. 이렇게 날백수처럼 아무데서나 자고 아무 시간에나 일어나는 게.


그때, 타이밍 맞춰 김승영이 나타났다.


“아, 정우인 감독님. 내려와 계셨습니까?”

“아뇨. 어쩌다 보니 여기서 잠들었네요.”


그는 내 말을 듣고는 슬쩍 캡슐을 바라보았다.


“오호... 역시. 음음.”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김승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 감독님. 혹시 봉사활동에 관심 있으십니까?”

“예...?”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린지.


물론 좋은 일이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어지간하면 대중 앞에 드러나고 싶지 않은데.


“아뇨. 딱히.”

“한 번 생각해 보시죠. 가출청소년 보호소 봉사인데, 정우인 감독, 아니 선수가 왔다고 하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외부에서 보면, 저희와는 거기서 만났다고 하기도 좋고요.”


하긴. 지금 모양새는 팀을 버리고 다른 팀에 쪼르르 들어간 것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박승혁을 저격하며 튀어나왔지만, 여전히 XTL의 팬들에게 난 배신자일 테니까.


하지만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대회에 데리고 나갈 1군급 선수들을 찾는 것만도... 잠깐만.


“청소년 보호소면 대충 몇 살 정도 되나요?”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죠.”


딱 좋은 나이대잖아? 


물론 경험이 부족하기야 하겠지만, 극복할 방법이야 차고 넘친다.


“보호소엔 총 몇 명이 있나요?”

“스물 다섯명입니다. 가실 생각인가요?”

“그분들이 괜찮다고만 하면요.”

“당연히 좋아하실 걸요? 보호소 소장님도 정 감독님 팬이라고 하던데.”

“그럼 잘 됐네요.”


좋은 일도 하면서 미래의 선수들까지 데려올 수 있다라.


‘뭔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김승영을 향해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구단주님. 혹시 괜찮다면, 작은 이벤트를 열어도 될까요?”

“이벤트?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겁니까?”

“예전에 제가 연습생 때 있었던 일인데요.”


벌써 십 년 전 일인가.


중학생 때, 숙소에 프로가 온 적이 있었다.


- 오늘 이분들이 너희들 실력을 테스트해 줄 거다. 상대는 현역 프로고, 봐주는 거 일절 없어. 1대1 라인전 5판. 그 중에 두 판 이상을 따면 바로 2군으로 보내준다. 알아들었어?


미드를 상대로 두 번, 탑 라인에서 한 번.


그날 총 세 판을 땄다.


게임이 끝나고 나오며 헛웃음을 짓는 프로선수들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 ... 뭐 하는 새끼냐, 쟤?


그런 나날들이었지. 추억이다.


“제가 직접 아이들과 엔아를 즐기는 거죠. KY에서는 보호소에 캡슐을 기부하고-”

“아, 기부야 이미 해 뒀죠. 열 개쯤 있습니다.”

“으음.”


나는 김승영을 향해 멋쩍게 웃으며 한 마딜 보탰다.


“돈 많으시네요.”


##


푹 눌러쓴 모자.


밖에선 눈이 안 보이는 썬글라스.


그리고 얼굴 하관을 완전히 덮어주는 마스크까지.


진성우는 청소년 보호소에 나타난 그 수상한 인물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연예인이야?”


그는 오늘 반강제로 봉사활동을 온 상태다.


교양 수업 중, 매일같이 과제를 빼먹다 보니 교수에게 찍혀버린 상황.


F라도 피하려면, 수업에서 명시해 놓은 대체 과제 [봉사활동] 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모님이 아는 복지시설이 이쪽이라, 쉽게 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서 한 판이라도 더 돌려야 할 상황에,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저 모습을 보니 괜히 짜증이 났다.


“됐다. 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옮기던 박스를 마저 옮겼다.


그러다, 한 아이와 마주쳤다.


“아, 뭐야. 씨발.”

“뭐?”

“이상한 아저씨 또 왔네. 적당히 일이나 하다가 가요.”


과할 정도로 짙은 화장.


아직 중학생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애에게 다짜고짜 욕을 들으니, 진성우는 얼떨떨했다.


“뭐, 뭐라고?”


여자아이는 별 대답도 하지 않고 쌩, 입술에 틴트를 바르며 사라졌다.


하지만 진성우의 수난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악!”


한창 무거운 상자를 옮기다, 누군가에게 발이 걸려 넘어졌다.


상자에 부딪혀 입술에서 피가 흘렀지만, 어찌나 빠른지 어떤 자식인지도 보지 못했다.


“아이. 시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스륵 흘러나왔다.


얼마 전 ‘그 녀석’ 에게 지고 나서 입에 욕이 붙은 탓이다.


게다가 인생에도 왠지 모르게 억까가 늘어난 것만 같은 기분.


‘에휴. 뭐 깽판이라도 칠 거냐. 관두자 관둬.’


진성우는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던 진성우에게, 쉼터 직원이 음료수를 하나 내밀었다.


“고생이 많죠?”

“아, 네... 감사합니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진성우는 시원하게 음료를 원샷했다.


“크으...”


차가운 탄산에 머리까지 뻥 뚫리는 기분.


직원은 웃으며 그에게 물어왔다.


“이제 애들이랑 좀 놀지 그래요?”


그는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그건 좀. 애들이 저 되게 싫어하는 거 같은데요.”

“아, 그건 그렇네요. 애들이 경계심이 되게 심해서... 응?”


직원은 눈을 찌푸리며 진성우의 등 쪽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떼어냈다.


떼어낸 물건은 노란색 포스트잇이었다.


그 한가운데는 커다란 “ㅗ” 자가 적혀 있었다.


“진짜. 얘들이...”

“...”


진성우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평소라면 욕 한 마디 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이번엔 참기 힘들었다.


얼마 전 있었던, ‘그 녀석’ 의 티배깅이 머릿속에 떠오른 탓이었다.


“한 마디 해야겠어요.”

“어? 서, 성우 학생-”


진성우는 그가 말릴 틈도 없이 쉼터 안쪽으로 향했다.


이걸 붙인 녀석이 누군지는 몰라도, 나올 때까지 무슨 짓이든 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어.”


건물 안쪽, 한 사내의 얼굴을 본 그의 얼굴이 멍청하게 굳었다.


한국. 아니 전 세계의 엔아 판 최고, 아니 최강의 엔아 프로게이머.


진지하게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저 남자를 동경하게 된다는 바로 그 사내.


정우인이,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과 대화 중이었다.


그때, 그가 진성우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 S? 이런 데 저 정도가 있다고?”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낮게 읊조리다, 웃으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누구? 여기 학생이신가?”

“...”


그러자 가출청소년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아뇨. 봉사 온 사람일 걸요.”

“여긴 왜 들어와. 개싫어 진짜.”


아까 전, 진성우와 부딪혔던 여자아이가 극혐이라는 얼굴로 중얼거리다 순간 정신을 차렸다.


“아.”


정우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서로 사이가 안 좋나 봐요?”

“아, 그, 그런 건 아니구우...”


몸을 배배 꼬면서,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꼬리를 흐린다.


진성우는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정우인 저 사람 나름 꽤 생긴 편이라 여자팬이 많단 얘긴 들었지만.


“근데 오빠. 게임 언제 해요? 저 정령사 잘하는데.”

“정령사? 그거 되게 어려운 거 아닌가?”


진성우는 그 소리에 한 번 더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난 아저씬데 정우인은 오빠...?’


진성우는 스무 살이고, 정우인은 스물 다섯.


아마 열 살 가까이 차이나는 양반에게 오빠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근데 밸런스가 안 맞잖아요? 그... 선수님이랑 하려면 그만큼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남자아이 한 명이 그렇게 말하자, 진성우가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저 마스터긴 한데.”

“...?”


여자아이는 짜증 섞인 눈으로 그를 흘겼다.


하지만 남자애들의 시선은 좀 달랐다.


“오, 형 마스터에요?”

“아, 요즘 좀 빡세게 달리고 있어서.”

“마스터면 막 프로 제의도 받고 그런다던데. 진짜에요?”

“음... 프로도 딴 적 있어.”

“대박...!”


그러자 정우인이 웃으며 말했다.


“마스터 정도면 밸런스 나쁘지 않네. 학생도 같이 하는 거죠?”

“... 뭐, 저야 영광이죠.”


진성우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원래 정우인, 저 남자는 엔아의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동경의 대상] 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진성우의 마음 속엔, 동경심을 짓누를 만한 무언가가 솟고 있었다.


‘승부욕...? 진심으로 저 사람을 이기고 싶어한다고?’


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럴 리가. 같이 게임하는 것만 해도 영광이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몸과 머리가 따로 움직였다.


“그럼 밸런스 맞게, 남자애들은 제 쪽으로 보내 주시겠어요?”

“오... 진짜 이기려고?”


정우인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 도발해 온다.


“이길 수 있으면요.”

“남자애들만 데려간다고 이기는 건 아닐 텐데?”

“보통 엔아는 남자들이 잘하죠. 특히 근접이면.”


정우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학생. 이름이 뭐죠?”

“... 진성우라고 합니다.”

“미드로 와요.”


그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매로 돌아보며 말했다.


“개털어줄 테니까.”

“... 글쎄요.”


##


진성우는 가장 무난한 픽, [용기사] 를 골랐다.


튼튼한 몸 덕에 잘 죽지 않고, 후반 포텐 역시 훌륭하다.


정우인. 저 괴물을 상대하려면 어떻게든 드러누워야만 하는 상황이니, 용기사는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 게임이 시작됩니다.


진성우는 긴장한 채, 깊은 숨을 내쉬며 라인을 따라 나아갔다.


상대는 자신만만하기 그지없는 픽. [마술사].


구린 라인전 성능을 대가로 뛰어난 기동성을 가졌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의 머리 위 떠 있는 아이디.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이, 정우인의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REDDD].


‘하하. 하하하...’


그 새끼 잡겠다고 밤새가며 전략연구에 새 챔피언까지 익혀왔는데.


그게 정우인이었다고?


순간 허탈함이 밀려왔지만, 도저히 포기가 안 됐다.



‘... 이긴다. 최소한 솔킬이라도 따낸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손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이길 수만 있다면 손이 찢어져도 상관없으리라.


캡슐 속 전성우의 눈이, 괴물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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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너무 늦기 전에(1) 24.07.04 2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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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괴물 낚시(3) 24.07.02 27 2 13쪽
» 괴물 낚시(2) 24.07.01 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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