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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미드가 감독으로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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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6 11:26
최근연재일 :
2024.07.11 09:5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18
추천수 :
28
글자수 :
100,679

작성
24.06.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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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새로운 시작(2)

DUMMY

“...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정우인?”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최성욱, 성욱이 형이었다.


팀의 최연장자로서 여기저기 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본인 주관은 확실한 사람.


아직 시즌 중인데 팀을 옮긴다는 얘기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계속 선수생활을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프로게이머는 다른 어떤 스포츠 선수보다도 수명이 짧다.


당장 20대 중반인 내게도 ‘노장’, ‘노련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니까.



‘그 짧은 수명을, 알찬 커리어로 채워나가도 부족한 마당에 무능한 감독 밑에서 계속 버틴다니. 말도 안 돼.’



차라리 위약금을 무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팀을 떠나 새 길을 모색하는 게 맞다.


나도 그런 생각 때문에 여러 번 팀을 옮겼던 거였고.


하지만 분위기가 꽤 가라앉았기에, 나는 일단 말을 돌렸다.



“형. 일단 치킨이나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밥 먹고 온 거 아니었어?”

“많이 못 먹었어요. 저도 먹어도 되죠?”

“후우... 그래. 안 될 거 없지.”



그 자리에서 치킨을 뜯었다.


다행히 아직 식지는 않아 김이 조금씩 풍겼다.


자리에 앉아, 서포터를 제외한 4명의 팀원들끼리 모여 치킨을 뜯길 한참.


안수형이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형. 아까 그 말 있잖아요. 팀 나가자고 한 거.”

“그래. 말 잘했다. 우인이 너, 대책은 있는 거야?”



나는 치킨을 뜯다 말고 세 명의 팀원들을 한 명씩 바라봤다.


안수형. 팀의 바텀 라이너, 즉 원딜이자 올해 17살인 막내다.


작년, 상당한 커리어를 이룬 팀에서도 피지컬만큼은 높게 평가받았다.



나 역시 이 녀석은 고평가하는 편이다.


녀석은 지금 당장 국대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실력자.


즉 날 제외하면, 녀석은 이 XTL이란 팀의 기둥이나 다름없다.



‘대신, 나이도 어린데다 쉽게 흥분한다는 단점이 있다. 담력도 약한 편이고.’



그것만 극복한다면 훌륭한 플레이어가 될 포텐셜이 있다.


하지만 내가 사고를 당한 미래에선, 그걸 발휘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걷다 은퇴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최성욱과 박태웅, 이 두 사람은 나이가 꽤 있는 편이다.


특히 성욱이 형은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수명이 짧은 프로게이머 특성상 곧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은 작년엔 큰 임팩트가 없었어.’


아마 불안할 것이다.


만약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이 남아 있었다면 또 모른다.


하지만, 지금 XTL은 날 제외하면 지난번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주전들의 계약을 더 이어가지 못한 상황.


지금 남아있는 이들은 전부 후보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둘의 가능성도 아까웠다.


‘잠재력이 아직도 S야. 물론, 전성기를 지났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다시 S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면...’



저 나이에도 지금의 안수형 못지않은 활약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는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든 가자고 하면 받아주겠죠. 우리 실력이 있는데.”

“실력은 둘째 치고라도... 우리 계약은 1년 단위잖냐. 위약금은 물론이고 이 판에서 우리 평판도 깎일 거야. 심하게.”



성욱이 형이 꽤나 날카로운 점을 지적했다.


그 말이 사실 맞긴 맞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단체로 팀을 나오면 XTL은 많이 곤란해지고, 받아주는 쪽은 더 곤란해진다.


물론 진작에 선수 케어를 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겠다만.



‘뭐... 나만 해도 팀을 몇 번이고 옮겨다녔으니.’



결국 팀원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아진 것 같았다.



“미안하다. 우인아. 우린 그렇겐 못 할 것 같아.”



다른 팀원들 역시 성욱이 형의 의견에 동의하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요.”



어쩔 수 없나.


어지간하면 이 사람들 때문에라도 같이 나가고 싶었지만...



‘미안해. 나도 죽고 싶진 않아서.’



내겐 안 깨면 죽는 퀘스트가 있다.


소중한 팀원들이지만... 목숨과 두 번째 기회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


다음 날.

치킨을 먹고 살짝 얼굴이 붓긴 했지만, 컨디션은 최상이다.


‘오늘,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는 날이었지.’


첫 경기를 끝내고 하는 기자회견.


경기장에서 한 인터뷰를 제외하면 올해의 첫 기자회견이다.


띠링.

단톡방에 메세지가 하나 올라왔다.


- 김 코치가 출석 및 연습시간 확인할 거니까, 오늘도 늦지 않게 연습실로 출근할 것.


역시나. 오늘 회견이 있으니 박 감독도 연습에 참여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하암..”


잠에서 깬 팀원들이 하나둘씩 옷을 입으며 준비한다.


나도 옷을 챙겨입었다. 그들과는 달리, 정장을 준비했다.


“우인이 형? 어디 가세요?”


안수형이 내 모습을 보고 물었다.


“어. 오늘 중요한 일이 있거든.”

“중요한 일이면... 아, 근데 그럼 미드 없는데 연습은요?”

“일단 연습실 가서 쉬고 있어. 김 코치님 이런 거 빡세게 안 잡으시니까... 가서 감독 기자회견이라도 보고 있음 되겠네.”

“네? 그걸 왜...”



나는 그런 그를 뒤로하고, 정장을 쭉 땡겨 편 뒤 숙소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이 이루어지는 곳은 XTL 사옥 1층.


이곳에서 AWC 로스터를 발표하는 만큼,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을 터.


‘역시.’


이른 아침부터 게임 전문 기자들이 사옥 앞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있었다.


찰칵. 찰칵...

안으로 들어서자 기자들의 무수한 플래시 세례가 회견장을 뒤덮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뒤에는 XTL의 로고가 그려진 파티션을 펼쳐 놓고 대답하던 박승혁.


진지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시종일관 말하던 그가, 날 보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정... 우인? 네가 왜 여기에...? 연습할 시간일 텐데!”


당황. 의문.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


아, 그랬지. 박승혁은 자기 뜻대로 팀이 통제되지 않으면, 좀처럼 화를 못 참는 성격이다.


그나마 기자들이 있기에 조금은 억제하고 있는 모습.


그때 박승혁을 찍던 카메라가 다시 내 쪽으로 향했다.


찰칵! 찰칵!


“정우인 선수가 여긴 왜?”

“... 뭔가 트러블이 있나? 아니면 깜짝 발표?”

“정우인 선수! 사옥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기자 한 명의 질문에 나는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사옥 구내식당에서 밥 한 끼 하려고요.”



또 XTL 구내식당은 밥이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내 진짜 목표는 그게 아니지.



“그리고, 여러분께 전해드릴 소식도 한 가지 더 있지요.”

“그 소식이라는 게...?”



나는 감독이 앉아 있던 책상 앞으로 다가가, 그 위로 올라섰다.


올라간 뒤 좀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저는 오늘부로...”

“...”

“...”


잠깐의 침묵 끝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선수직을 은퇴하려 합니다.”

“...!”

“뭐, 뭐라고요?!”



역시, 예상대로다.


한참 현역인 선수의 은퇴는 그만큼 큰 파장이 일어날 터.


게다가 나는 XTL의 미드라이너.


작년에 무려 세 번의 우승을 이뤄낸 커리어가 있는 상황이니 더더욱 그랬다.


타탁. 타타타탁!

기자들의 노트북 타이핑 소리가 순식간에 커졌다.



“... 정우인.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박승혁은 기자들 앞에서 조심성도 없이 내게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시금 타이핑 소리가 맹렬하게 울려퍼진다.


아마, [XTL 선수단 내 감독과의 불화] 같은 제목이 적히고 있겠지.


뭐, 상관없다.

이제부턴 저 인간과 선수단 사이의 불화를 온 세상에 까발려야 할 테니까.



“... 각설하고, 저희 팀이 크게 지친 가장 큰 이유는 감독의 스케줄 강행 때문이었습니다.”



웅성웅성.

기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어?”

“잠깐만. 지금 대놓고 눈앞에서 본인 저격한 거야?”

“성격 이상한 거야 알았지만... 직접 보니 참.”


... 마지막 누군지 얼굴 기억했다. 앞으로 그쪽 방송사랑은 인터뷰 안 해야지.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 마지막 한 마디를 추가했다.



“그 외에도 구시대적인 훈련 방법으로, 선수단의 사기와 기량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는 점.”



나는 그렇게 말하며, USB 하나를 노트북에 꽂았다.


그 안에는, XTL 선수들에게 얼차려를 가하는 박승혁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웅성웅성.


기자들은 그걸 보고 충격을 받은 듯 웅성거렸다.



‘스포츠업계에서야 흔히 있는 일이지만, 프로게이머 쪽에선 아니지.’



물론 내 폭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선수들을 향한 무수한 폭언들과 불필요한 징계들.


대충 이런 것만 풀어도, XTL의 팬들은 어떻게 된 건지 알 것이다.


박승혁이 그동안 팀을 어떻게 이끌었는지. 그리고 왜 주전이었던 탑과 서폿, 정글이 사라져 버린 건지.


난 그저 팬들에게 그 판단을 넘길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내면 그냥 징징거리는 것밖엔 안 되지.’



그때, 타이밍 좋게 기자가 질문을 던져왔다.



“너무 암울하고 충격적인 내용들인데... 좋은 내용은, 없는 건가요?”

“... 물론, 있습니다.”


##



XTL 연습실.


부스스한 외모로 대충 게임용 바디슈트로 갈아입은 선수들은, 잠에서 깨려 얼굴을 가볍게 두들기고 있었다.


“어제 치킨을 먹지 말 걸 그랬나 봐요. 오늘 컨디션이 조금 이상한데.”


안수형이 부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 나이도 어린 애가 벌써 그러면 어떡하냐.”


최성욱은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말하곤 안수형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자. 우인이 없으니까 우리끼리 일단 4인큐부터 돌리자.”

“아, 그런데 서형배 선수가 아직...”

“뭐? 안 왔다고?”

“깨우면 죽여버리겠다고 해서...”


안수형은 말끝을 흐리며 입술을 다물었다.


최성욱은 그 모습을 보곤 입술을 악물고 이마를 짚었다.


“미친 새끼. 감독 백 있다고 벌써부터 저러냐. 입단한지 몇 주나 됐다고...”

“됐어요. 형. 저희끼리 4인큐라도 돌리죠, 뭐.”

“1명이 빠지면 연습이 무슨 소용이냐. 우인이 말대로 박감독 라이브나 보자고.”


작년이야 대단한 성적을 냈던 XTL이지만, 선발출전하던 주전이 무려 넷이나 빠졌다.


원딜과 미드, 안수형과 정우인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대격변이 일어난 상황.


특히 서포터 포지션에서는 한 명은 이적, 한 명은 은퇴를 해버렸기에 아예 새로운 인물을 입단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 들어온 인물이 서형배.


서포터로서의 실력은 분명 어느 정도 있지만, 팀에 융화하려 한다거나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되려 감독과의 친분을 악용해 선수들에게 갑질을 하면 했지.


“김 코치님 오시기 전에 잠깐 보고 있자고.”


최성욱이 그렇게 말한 그때.


“얘, 얘들아!”


호랑이도 제 말만 하면 온다더니, 그 순간 김 코치가 달려들어왔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머리가 벗겨져 옆머리만 남은 30대 남자였다,


“코치님? 갑자기 왜...?”

“지금 우인이 라이브 중이야. 여기!”


김 코치가 보여 준 라이브 영상에는, 어느새 책상에서 내려와 반쯤 걸터앉은 정우인이 기자들과의 대담 중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저 비틀린 미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맑은 밤색 눈동자.


안 그래도 인기있는 선수가, 시원시원하고 수려한 외모에 말발까지 갖췄으니...


까와 빠를 모두 미치게 하는 슈퍼스타. 그 이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최성욱은, 거기에서 무언가 불길함을 느끼고 질문을 던졌다.


“얘 왜 이래요?”

“우인이, 은퇴한데. 그것도 박 감독 라이브에 난입해서!”



그 순간 팀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XTL에 희망이 있다고 한다면 정우인, 그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박 감독의 얼토당토않은 지시를 무시하고, 이기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고 나름의 오더를 내리는 인물이 정우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월한 피지컬과 심리전으로 상대를 라인전에서 짓밟고, 그 영향력을 전 라인에 뿌리는 데에도 능하다.


단순히 혼자 해먹는 게 아니라 팀원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플랜을 찾아내는 선수.


팀원들이 정우인을 감독 이상으로 의지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으, 은퇴라니. 그게 무슨...?”


이들이 두려움에 질리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드리기는 힘듭니다. 저도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약속드리는 건...


정우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 이었다.


- 저는 끝까지 이 엔아 판에 남아있을 거란 겁니다. 어떤 모습으로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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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괴물 낚시(3) 24.07.02 26 2 13쪽
8 괴물 낚시(2) 24.07.01 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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