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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천재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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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일
작품등록일 :
2020.05.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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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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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료

DUMMY

청년은 그들을 보고 씩 웃더니 먼저 걸어와서 손을 내밀었다.


“너희들이 이번에 바이거 공국으로 향하는 왕자 전하의 사절단이었군.”


그는 곧바로 두 사람의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든 뒤 자기소개를 했다.


“난 나이젤 프로베인이라고 한다. 공국으로 가는 길에 같이 동행하게 되었지. 이번 여정동안 잘 지내보자고,”


“아. 예...”


로저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나이젤의 옆에 서 있는 중년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뭐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였지만, 나이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듯 그의 볼일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왕자 전하의 명으로 임무에 참가하신겁니까?”


시청 도난 사건에 대해서는 의심을 전부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관련 인물을 밀어넣으면서 로저의 반응을 떠볼려고 했단 말인가.


왕자의 성품을 생각하면 있을법한 일이기는 하지만, 로저를 떠보고 싶었다면 나이젤의 참가를 직접 알려주고 그 반응을 살피는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왕자의 눈이 멀어지는 장소에서 깜짝 등장할 이유는 그리 많지않아보였다.


“음? 아니. 명을 받지는 않았고, 내가 참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 나도 마침 바이거 공국에 볼일이 있었거든.”


“........”


이 말 속에 얼마만큼의 진실이 섞여있을까. 로저는 말없이 나이젤의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씩 웃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말고는 별다른 생각이 없어보였다. 시청에서 만났을때와 마찬가지로.


따져보면 그리 납득이 되지 않는일은 아니다.


프로베인의 손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왕자가 진행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이젤은 기어필드의 제자로서 우수한 기사였고, 그런 그가 바이거 공국으로 가는 길을 찾다가 왕자의 임무에 대해 알게되고 자원했을 가능성도 적지는 않을테니.


물론 이 모든것이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것도 사실이지만.... 로저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왕자는 함정을 파도 이렇게 어설프게 준비할 사람이 아니다.’


왕자가 정말로 아직까지 로저를 의심에 두고 있다면, 나이젤보다는 훨씬 강한 실력자를 이번 임무에 배치했을테니까.


시청에서의 전투에서 나이젤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왕자가 로저를 의심하면서도 나이젤을 임무에 꽃아넣을 이유가 없었다.


만약 나이젤을 이용해서 함정을 판다고 하더라도, 로저가 나이젤과의 전투에서 우위에 선다면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테니까.


‘이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게 맞겠어.’


판단을 마친 로저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이 늘었다니 반가운 일이군요. 저 역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잘해보자고.”


깔끔하게 악수를 마친 뒤 돌아선 나이젤의 뒷모습을 로저가 유심히 응시했다.


외관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지난번의 전투에서 사용하던 큼지막한 바스타드 소드가 아니라 길쭉한 창 한자루를 어깨에 매고 있는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 정도 나이대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무구를 바꾼다는것은 굉장히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행동인 것이다.


로저가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검을 쥐는법을 바꾸는것만으로 주변 기사들에게 의아한 시선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어찌되었든 나이젤이 이번 임무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로저가 손을 쓸 방도는 없었다.


그에게 시청을 털었던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적당히 행동하는 수밖에.


로저는 쭈뼛쭈뼛 세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던 중년 남자와도 간단히 인사를 하고 곧바로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사전에 약속시간을 왕자가 직접 지정해놓은 터라 네 사람 모두 그럭저럭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바이거 공국으로 향하는 로저의 세번째 임무가 시작되었다.



#



일행은 빠른 속도로 왕도를 떠나서 왕국 남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거 공국은 엄밀히 따지자면 레이포드 왕국과 아이바르의 수림을 일부분 공유하고 있는만큼, 지금 향하는 길 역시 어느정도는 이전과 비슷한 감이 있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그때는 카이나와 아지드 모두 오랜 여정에 익숙한 경험자였지만, 이번 임무의 안내인으로 파견된 중년 남자는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금세 체력이 바닥나고 헥헥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일까.


덕분에 일행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기는 했지만, 애초에 마력 사용자도 아닌 일반인에게는 그리 너그럽지 못한 여정인것도 사실이다.


로저는 가방에서 물이 담긴 통을 꺼내 스스로를 마가트라고 소개한 중년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마가트.”


“고, 고맙네.”


적어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그는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앉아서 조심스럽게 물을 들이켰다.


급하게 물을 마시면 체할 수도 있다는 사실정도는 알고 있는 듯 했다.


“마가트는 이번 임무에 자원해서 참가하시게 된겁니까?”


나무 밑의 그늘에 앉아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을 쐬면서 로저가 물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사흘정도 같이 먹고자고 하다보면 입이 트이는 법이다.


로저의 간단한 호의에 마가트의 입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네.”


마가트는 궁내부 소속으로 왕자의 업무를 보좌하는 일을 맡고 있었지만,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서 왕자의 눈 밖에 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바이거 공국에 친인척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왕자가 그에게 이번 임무의 안내역을 맡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던 것.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제안을 받아들여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전하께서는 내 실수로 인한 책임을 묻지 않으시고, 심지어 이번 일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셨지. 나는 반드시 이 임무를 성공시키고 전하의 곁으로 돌아갈 생각이네.”


“.....그렇군요.”


마가트는 왕자의 자비로움에 깊이 감복한듯 했지만, 로저는 그의 사정을 듣고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복직을 간절히 바라는 공직원. 이미 큰 실수로 한번 좌천당한데다,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간절함과 기회를 잡겠다는 명분도 가졌다.


그야말로 딱 한번 써먹고 버리기 좋은 패가 아닌가.


이번 임무에서 어떤 위험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왕자로서는 아무런 손해가 없을 인선.


그러면서도 확실한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호감만을 심어놓았으니 배신의 우려조차 없다.


새삼 왕자의 일처리가 얼마나 꼼꼼하면서고 가차없는지 실감하면서 로저가 몸을 일으켜세웠다.


“다시 출발해보죠.”


“그래야지. 전하께서 기다리시는데 내 모자람으로 일을 지체할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 다 쉬었으면 슬슬 움직이자고. 영감도 이제 기운 차렸지?”


나이젤이 두 사람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면서 씩 웃었다.


마가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재빨리 몸을 일으켜세웠다.


나이젤 프로베인은 명문가의 자손답지 않게 굉장히 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마가트의 체력 때문에 속도가 늦어지는데도 그는 짜증을 내기는 커녕 길 한쪽 구석에서 창을 휘두르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보는 사람도 친구처럼 거리낌없이 대하는 그의 성격 때문에 일행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다.


생각해보면 시청에서 적으로 마주쳤을때도 막상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던 건 로저쪽이 아니었던가.


방향을 고심하는 마가트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나이젤이 어깨에 들쳐맨 창을 툭툭 매만졌다.


“이틀정도면 숲을 지나서 공국에 도착하겠군. 빨리 바이거 공작을 만나보고 싶은데.”


아무렇게나 중얼거린 혼잣말이었지만 로저는 그 사이에서 미묘한 뉘앙스의 변화를 짚어냈다.


나이젤은 임무의 성공여부보다는 바이거 공작이라는 사람 자체에 좀 더 관심이 있어보였던 것이다.


“나이젤 님은 바이거 공작님과 안면이 있으십니까?”


“아니.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 없어. 우리 할아범이랑은 아는 사이라고 듣기는 했는데, 그렇게 친하지는 않을걸.”


“그럼 바이거 공작님은 왜...”


“당연히 창술을 배우기 위해서지. 창질로 영웅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면 나같은 놈도 적당히 가르쳐 줄 수 있을거 아니냐? 마침 바이거 공국으로 가는 사절단이 있다길래, 눈치껏 끼어든거야.”


로저는 그제서야 나이젤이 이 임무에 참가한 전말을 깨닫고 이마를 짚었다.


어쩐지 버림패로 취급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안내인을 사이에 두고 프로베인의 손자가 함께하고 있는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왕자의 원래 계획에는 없는 인선이었던 것이다.


설마 창술을 배우기 위해서 막무가내로 바이거 공작을 찾아갈 생각을 할 줄이야.


그 발상이 이해가 되지 않은 로저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


“꼭 바이거 공작님을 찾아갈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나이젤 님이라면 다른 창술사에게 가르침을 구하는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실텐데...”


기사들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레이포드인 만큼, 당연히 검말고도 여러 병장기를 사용하는 기사들이 많이 존재한다.


개중에선 영웅급에 필적한 창술사 역시 여럿 존재하는데, 어째서 굳이 공국까지 먼 길을 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심기가 불편한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나라에서 가장 창을 잘 다루는 건 그레이엄의 아들이란 말이다. 난 그 아저씨한테는 죽어도 뭘 배울 수 없어.”


“다른 창술사들을 찾아가면 되지 않습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거냐? 최고가 아니면 안돼. 그러니까 검을 배울때도 기어필드 스승님에게 직접 전수를 받은거란 말이다.”


“...그렇군요.”


기상천외한 고집에 로저는 할 말을 잃었지만, 더 이상 뭔가를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무인들 중에서 저런 식의 고집을 가지고 있는것이 드문 일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검술에 대해 아무런 집착도 없는 로저가 특이한 경우였다.


“스승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난 이미 결정했어. 도둑놈조차 이기지 못하는 한심한 검으로 기사가 되는것보다 새로운 가능성에 미래를 걸기로. 바이거 공작의 창술을 배우고 나면, 그분도 나를 인정해주시겠지.”


그렇게 말하는 나이젤의 표정은 이때까지와는 달리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해서, 로저는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나이젤이 말하는 ‘도둑놈’이 누구인지 굳이 표정으로 그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임무에 방해되지 않는선에서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지. 왕자 전하의 계획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고.”


그는 그렇게 대꾸하곤 다시 걸으면서 창을 쥐고 자세를 가늠해보는데 몰두했다.


무구를 바꾼다는 것은 무인에게 있어서 크나큰 모험이지만, 사실 나이젤의 타고난 용력을 생각해보면 바스타드 소드에서 창으로 갈아타는 것이 그리 나쁜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검이나 창과 같은 묵직한 무기들은 사용자의 근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무구들이었으니.


시리아는 일행의 맨 뒤에서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저는 그녀의 모습까지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겼다.


일행의 분위기는 저번과는 상당히 달랐지만, 아직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



쿠우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길가에 서 있던 나무가 쓰러넘어졌다.


피어오르는 흙먼지 사이에서 창을 꼬나쥐고 있던 나이젤이 고개를 까딱였다.


“흠.... 대충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를 제외한 다른 세 사람은 휴식을 취하면서 나이젤의 벌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행에 참가한 이후로 계속해서 허공에 창질을 계속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감을 잡았는지 주변에 있는 온갖 기물들을 상대로 창술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그래도 기어필드의 제자로 들어갈 만큼의 재능과 기반은 다져져 있는지, 창을 휘두르는 태세가 묘하게 그럴싸하다.


“기어필드 님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습니까?”


“스승님은 항상 제자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시지.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다.”


그것보다는 제자들에게도 그리 관심이 없는것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로저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젤의 창술 실력이 늘건 말건 로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그가 어떤 무구를 쥐어야 할지를 가지고 토론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창끝을 느닷없이 로저쪽으로 돌리기 전까지는.


“.....이게 무슨 짓입니까?”


“움직이지 않는 놈들을 상대로 연습을 했으니, 이제는 좀 바꿔봐야 할 것 같아서.”


나이젤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한판 뜨자.”


작가의말

달 말에 조금 시간이 남아서 한편 더 썼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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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크레시에 +60 20.06.19 32,314 1,0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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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예정된 이별 +11 20.06.18 30,200 9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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