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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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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9.06.01 00:19
최근연재일 :
2019.07.23 02:01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618
추천수 :
95
글자수 :
182,684

작성
19.06.1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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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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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11화.

DUMMY

그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준 왕자를 만난 것과 같은 눈빛을 마티아에게 보냈다.


“누구십니까?”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을 느낀 더미드는 그의 직급이 낮지 않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마티아는 루치아 옆까지 다가와 걸음을 멈췄다.


“비밀단체에 장로직인 마티아 도나티입니다.”


“비밀단체? 거기가 뭐 하는 곳입니까?”


마티아는 그의 눈을 마주 보며 곧장 대답했다.


“다들 아시는 밀림. 저희는 그곳을 조사하는 단체입니다.”


밀림이란 단어가 나오자 더미드는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 망할 밀림이 도대체 뭐길래 비밀단체까지 설립하고 거기서 나온 머저리 하나 때문에 이렇게 난리인 겁니까?”


“한 명이 아니라니까요?”


“아니, 후···.”


갑자기 끼어든 루치아를 보며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래요, 좋습니다. 들어나 보죠. 밀림이 뭔데 그렇습니까? 소문으로 들리는 괴물이라도 살고 있습니까?”


“예.”


더미드는 실소를 머금었다. 역시나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고 마티아는 하는 수 없이 앨버트에게 했던 것처럼 처음부터 설명했다. 신성력을 보여줬을 때 반응 또한 앨버트와 비슷했고 기사단장의 눈에도 놀라움이 서렸다.


“······그러니 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국왕께서 병사들을 보내셨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 그러니 저희와 함께 싸우면···.”


“잠깐, 지금 당신 얘기가 무슨 말을 뜻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자칫하면 나라 간의 일로 커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름 높은 가문에 타 나라 병사들이 허락도 없이 온다는 얘기는 누가 들어도 이상한 말이다. 마티아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현재 일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는 그로서도 조금 난감했다.


“잘 알죠. 무례하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도 부족할 지도 모른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저희가 틀렸다면 크게 배상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더미드는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사실 아직도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마티아의 표정과 국왕이 보냈다는 증거, 그리고 그가 직접 보여준 신성력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 눈빛. 종합해보면 사실은 사실이다. 그는 눈에 준 힘을 조금 풀었다.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별다를 건 없습니다. 경계 강화 및 기습 대비와 혹시 모를 비상 탈출 경로 마련입니다.”


마티아는 눈짓으로 그녀를 불렀다. 상황은 종료되었고 더미드는 일단 알겠다는 말을 하며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쉬고 기사단장과 나누라고 했다. 마티아는 혹시 모르니 다른 곳에 몸을 숨기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짧게 묵례를 한 마티아는 나오기 전 기사단장을 의식하며 눈을 마주쳤다. 루치아는 그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왜요?”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복도를 지나는 마티아의 얼굴은 조금 무거웠다.


“아니다. 그냥 좀 평범하지 않아 보여서.”


혼잣말하듯 말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마티아는 피곤했는지 더 말해주지 않았다. 각자의 방을 배정받고 들어가려 할 때 그가 루치아를 불러 세웠다.


“루치아, 얼마 안 있으면 다니엘레도 이곳에 도착하니 도착할 때쯤 둘이 만나서 같이 미행해라. 그리고 내가 따로 인원 보내라 했으니 두어 명이랑 병사들과 함께 리베리오를 감시하거라.”


------------------------------


수도 안으로 들어서자 지금껏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하나같이 값비싼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고 길거리는 인산인해로 들어찼음에도 깨끗했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높게 지어졌고 외관 또한 하나같이 아름답고 멋졌다.


“이제 작별인가?”


다니엘레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의 등을 가볍게 만졌다. 시원섭섭한 얼굴까지 덤으로 지어주며 그는 한 발 물러섰다.


“동생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네.”


“그래, 고마웠다. 나중에 만나면 밥이라도 사지.”


그다운 깔끔한 이별의 대사다. 울리세는 별다른 미련 없이 그를 떠났다. 다니엘레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그가 멀어지는 것을 구경했다. 등에 닿았던 손에 신성력은 그가 멀어짐에 따라 기운이 서서히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는 천천히 그의 뒤를 쫓아갔다. 사실 그는 이미 동생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장로에게서 받은 정보는 그의 머릿속에 선명히 있었지만, 그는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 루치아와 만나지도 못했기도 했고 말이다.


다니엘레는 그가 혹시 어디 들르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갔다. 일부러 깃털 펜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기운이 흩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큰 길목을 지나니 아까보다는 덜 소란스런 거리가 나왔다.


그는 걸음을 멈췄다. 울리세가 멈춘 것을 느끼며 그는 천천히 울리세가 있는 쪽으로 우회해서 다가갔다. 점점 기운이 커져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일정하게 커지던 것이 갑자기 급속도로 커졌다. 그는 당황하며 다시 한번 멈췄다.


‘되돌아오고 있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가게 같은 곳은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모르는 척 앞만 보고 걸었다.


“다시 만나는군.”


다니엘레는 직감적으로 자신을 의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로 무서운 감각 덕에 다시 한번 그의 존재를 상기할 수 있었다. 그는 얼른 표정을 바꿨다.


“어, 뭐야? 너도 이쪽으로 가고 있었어? 어떻게 동생은 찾은 거야?”


그는 일부러 더 반가운 척했다. 하지만 울리세는 아니었다.


“여자 친구가 이쪽에 사나 보지?”


“어···이쯤에서 만나기로 했어서. 아무래도 사람 많은 곳에서 보기는 좀 그렇잖아?”


울리세는 그의 말에 옳다는 듯 끄덕이는 것보다는 그냥 받아준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이 지낸 날이 며칠인데 바로 의심을 해? 생각해보니 괘씸한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네 여자 친구와 인사나 한번 하지.”


그냥 가라 좀!


“그럴까? 근데 언제 올지 모르는데 괜찮겠어?”


“상관없다.”


주머니에 넣은 손에서 땀이 배어나온다. 그들이 말없이 침묵을 지킨 지 삼십 분이 되자 다니엘레는 울리세의 눈치를 보며 다급하지 않은 척 좌우를 둘러봤다. 그러던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멈췄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루치아! 여기야, 여기!”


루치아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다가가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거의 처음 보는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투에 그녀는 닭살이 돋았다.


‘반응이 왜 저러시지?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그녀는 옆에 서 있는 울리세와 눈이 마주쳤다. 어떤 상황인지 확신은 가지 않았지만, 느낌은 왔다. 그녀는 그와 같이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갔다.


“오빠, 오랜만이네? 오래 기다렸지?”


“에이, 아냐. 나도 방금 왔는데.”


다니엘레의 손이 그녀의 머리 위에 얹어졌다. 루치아는 그가 평소에 절대 하지 않을 돌발 행동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곧 짜증이 솟구쳤다. 그도 처음 해보는 행동이었는지, 신경 써서 만진 머리가 헝클어지고 있었다. 일그러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제지하며 그녀는 생긋 웃었다.


“옆에 분은 누구셔?”


“아, 나랑 여기까지 같이 다닌 친구. 인사해.”


“울리세 모레티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위아래를 훑었다.


“반가워요, 저는 루치아 네리에요.”


말이 멎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녀는 좋은 징조이며 기회라 생각했다.


“오빠,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그래, 알았어. 미안하다, 얘가 참을성이 없어서. 먼저 가볼게.”


울리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더미드는 그 모습을 보고는 마주 손을 건넸다.


“잘 지내라고.”


손을 맞잡은 순간 그의 한쪽 눈썹이 일그러졌다. 초점 없이 떨리는 눈동자를 수습하지도 못한 채 빠져나온 그는 루치아와 거리를 나오고 얼마간이나 더 연인 행세를 했다. 기운이 희미해질 쯤에야 그는 그녀와 낀 팔짱을 풀었다.


“덕분에 살았다. 너 눈치가 제법 있구나?”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듣자 루치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아까 뭐에요?”


“미행하다 눈치 챈 모양이야. 제법 거리를 벌렸는데도 알아채다니. 근데 쟤 뭔가 이상해.”


“알아낸 거라도 있어요?”


다니엘레는 잡았던 손을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빳빳하게 굳어진 얼굴로 심각하게 말했다.


“영혼이 하나가 아니야.”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다니엘레는 자신조차 자기 말을 믿지 못했다.


“착각인가···.”


그는 일단 생각을 밀어 넣었다. 그것보다 급한 일이 많았다.


“일단 리베리오가 산다는 곳으로 가자. 걔네는 도착했냐?”


“두 조로 나눠서 앞뒤로 감시 중이에요.”


그는 괜히 악수했던 손을 문질러봤다.


“거기가 확실해?”


“그래, 앞장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그는 방금 전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는 지금껏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환기가 되니 조금 진정이 됐다.


“어디쯤 온 거야?”


“거의 다 왔어요.”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리베리오를 인질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리베리오가 중요했다. 두어 개의 길목을 지나 안으로 들어왔을 때 루치아는 걸음을 멈췄다. 여관 하나가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이 층 방 중 하나를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국왕 병사로 보이는 몇 명과 그가 속한 단체 사람 두 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책임을 맡은 다니엘레 롱고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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