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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님의 서재입니다.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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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차.
작품등록일 :
2019.06.01 00:19
최근연재일 :
2019.07.23 02:01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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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수 :
182,684

작성
19.06.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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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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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14화.

DUMMY

루치아는 칼 손잡이에 손을 얹었고 금방이라도 뽑을 자세를 취했다. 절벽 끝에 도달해 달빛이 그나마 희미하게 들어와 시야에 보탬이 됐다. 구별이 잘 가지 않았던 움직임은 다가옴에 따라 서서히 보였다. 또렷한 걸음걸이를 보며 그는 그가 자기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계속 도망갔으면 못 찾았을 텐데.”


교묘하게 그림자에 모습을 가린 리베리오가 그를 비웃었다.


“도망? 내가? 오히려 반대지.”


다니엘레와 그는 거의 동시에 검을 뽑았다.


“루치아, 쟤 지켜.”


그는 씩 웃었다. 숲을 벗어나기 위해 눈으로 끌어올렸던 신성력을 증폭시키자 멀리는 아니더라도 싸울 정도의 거리는 훤하게 보였다. 동시에 그것을 온몸을 둘렀고 칼날 끝부분을 이어 더 길게 만들었다.


“요즘 네 소문이 아주 자자하더라.”


“알아봐 주니 영광인데? 혹시나 모를까 봐 흔적을 남기긴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


다니엘레는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달려들었다. 딱 세 번. 그가 기세를 잡은 것은 세 번의 공격까지다. 침착하게 받아넘긴 리베리오는 그를 몰아쳤다. 다니엘레도 신성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검술도 제법 좋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 실전으로 다져진 리베리오에게는 무리였다.


내려쳐 오는 검을 막아 밀어내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다니엘레는 손을 미세하게 휘둘러 바닥에 신성력을 미끄럽게 깔았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곧장 달려오던 리베리오는 갑작스럽게 미끄러워진 바닥에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니엘레는 그에게 검을 내질렀다. 몸에 닿기 직전에 리베리오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몸을 틀어 옆구리를 깊게 베인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옆구리를 부여잡은 리베리오는 조심스럽게 땅을 발로 비볐다. 그리고는 납득이 가지 않은 표정을 보였다. 다니엘레는 답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리베리오가 검을 막으려는 순간에 신성력을 그의 팔에 날려 속도를 저하시켰다. 팔뚝, 어깨와 허벅지 여러 곳을 베인 리베리오는 이제 서 있기도 벅찬지 무릎이 반쯤 풀렸다. 그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이미 밀려 뒷걸음치다 보니 어느새 절벽이 바로 뒤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다니엘레를 쳐다본 그는 찰나의 순간 고민하더니 이내 그를 보며 아까의 비웃음을 보였다. 아차 싶은 다니엘레가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리베리오가 더 빨랐다.


“이런 미친 새끼!”


주저 없이 뒤로 몸을 던진 리베리오는 절벽 밑으로 몸을 던졌다. 뻗은 손은 옷깃을 스쳤고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떨어지는 그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야, 저기 밑으로 어떻게 내려가?”


“뭐라고?”


검을 칼집에 집어넣은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 내려가냐고! 시간 없어, 빨리!”


더미드는 물러서지 않고 마주 째려보며 손가락을 세워 그의 가슴팍을 눌렀다.


“내려가는 길도 멀리 있을뿐더러 물살이 세서 지금 당장 간다 해도 찾는 건 불가능해! 하류로 내려가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젠장, 방향이 어디냐?”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며 다니엘레는 루치아를 돌아봤다.


“먼저 내려갈 테니 데리고 같이 와.”


그녀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그는 방향을 돌려 뛰어갔다. 그녀는 더미드를 슬쩍 바라봤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그는 좀 전의 싸움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볼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다니엘레가 간 방향을 어렴풋이 바라보며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비실비실한게 검은 좀 쓰네.”


새벽동안 강 근처를 이 잡듯 뒤지고 다녔지만, 새벽이라 속도가 더뎌 리베리오의 그림자초자 발견하지 못했다.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신성력을 무리하게 증폭시킨 다니엘레는 동이 틀 때쯤 완전히 지쳐버렸다.


더미드는 애초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루치아 또한 다니엘레에 비해 가진 신성력의 양이 턱없이 모자라 금세 지쳐버렸다. 해가 뜨는 것을 보며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두 명도 힘없이 아무렇게나 앉았다.


“살아있을까요?”


“있을 리가.”


나무둥치에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던 더미드가 툭 내뱉었다. 다니엘레는 듣고 싶지 않던 말을 들어서 그런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더미드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사실이잖아. 아직까지 발견 못 했으면 죽은 거나 다름없지. 차라리 지금이라도 병사들 불러다가 찾으라고 시키는 게 빠를 듯싶은데.”


“그건 곤란해.”


“왜지?”


다니엘레는 당연하지 않냐는 말투로 답했다.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더미드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마을이 어디예요?”


혼자 곰곰이 생각하던 루치아가 무언가 딱 떠올랐는지 고개를 쳐들어 더미드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쪽에 아주 작은 마을이 하나 있긴 한데, 왜?”


“다친 채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어디로 휩쓸렸는지 흔적은 없으니 죽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근데요.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말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짜증 내는 더미드를 보며 루치아는 뭐라 중얼거렸다. 다니엘레는 차분히 그녀가 할 말을 기다려줬다. 그녀는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 가정을 세운 채로 생각해 보면 죽어가는 그를 마을 사람이 보고 데려갔을 수도 있겠죠. 솔직히 지금 이렇게 찾는 것보다는 훨씬 더 유익할 거 같은데요.”


다니엘레는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리 있는 말이네. 그렇지 않다 해도 가볼 필요는 있겠어. 만에 하나 그녀석이 강에서 빠져나왔다 쳐도 그 상태로 멀리는 못 갔을 테고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최소한의 치료만 받고 나오겠지.”


무릎을 짚으며 일어나 몸을 턴 그가 더미드에게 턱짓으로 앞을 가리켰다.


“앞장서야겠어. 우리 둘 다 길을 모르거든.”


별 말 없이 일어나 앞장서서 걷는 그의 뒤를 따르며 다니엘레는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그런데 정말 있을까요?”


그녀는 자기가 내세운 주장이었지만,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는 꼬인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풀다 틱, 걸려 고통에 인상을 구기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아니면 다시 찾으면 되는 거지 뭐.”


좀 더 하류 쪽에는 강이 만들어져 있었고 거기에는 마을 사람들로 보이는 몇몇이 그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뒤돌아보는 더미드에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는 곧장 마을로 가자고 했다.


마을은 정말 가까웠다. 한 시간도 안 돼서 마을의 모습이 보였는데 다니엘레가 생각하던 마을과는 좀 달랐다. 예상 못 했다는 표정은 루치아 역시 같았다.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부실한, 자그마한 공간이다.


“···의원은 있나 모르겠네.”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릴 만큼의 혼잣말에 화들짝 놀란 루치아가 주의를 줬다. 하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내 느낌인데 왜?”


더 말을 하려다 입을 꾹 닫은 그녀는 시선을 느껴 더미드를 돌아봤다. 그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예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놈이었군.”


“······약간 그런 면이 있긴 하죠.”


바로 옆에 두고 선배 험담을 늘어놓는데 루치아는 동조를 마다하지 않았다. 평상시에 단체에서 다니엘레의 욕이 들리면 줄곧 끼지 않거나 무시하곤 했는데 지금만큼은 그녀의 눈은 빛났다. 능력 있는 윗사람에 대한 환상이 조금 깨진 기분이다.


“약간?”


더미드는 흘깃 다니엘레를 보고 다시 루치아를 쳐다봤다.


“그냥 정신 나간 거 같은데.”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은 의원 집으로 보이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체 없이 다가간 다니엘레는 문을 두드렸다. 안쪽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으며 그는 뒤를 돌아봤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곧이어 문이 열렸고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의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도 그는 예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주름살과 흰 머리칼을 가졌다. 머리카락은 뒤로 꽉 묶었지만, 끝이 힘없이 팔랑이는 걸 보면 머리카락에 힘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자한 것과는 거리가 먼 다소 날카로운 눈매와 대조되게 손목과 팔은 살집이 별로 없이 말랐다. 다니엘레는 그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환자를 찾으러 왔습니다. 리베리오 모레티라고 새벽이나 아침에 왔을 겁니다.”


의원은 손에 쥔 종이를 훑더니 숙인 그대로 시선만 올려 그를 바라봤다.


“관계가 어떻게 되시오?”


“동료입니다만.”


종이로 다시 시선을 옮기던 의원은 종이를 덮고는 딱 잘라 말했다.


“유감이지만, 여기에는 오지 않았소.”


그는 고개를 약간 삐딱하게 기운 채로 의원을 바라봤다. 의원이 거짓말을 하는 걸 알았지만, 자신의 거짓말 또한 들통 난 것을 알아차렸다. 더 어쩔 도리가 없어 그는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그렇습니까? 혹시 연락이 닿거든 저기에 머물고 있을 테니 알려주십쇼.”


“그리하겠소.”


미련 없이 나온 그는 아까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여관으로 향했다.


“있대요?”


루치아가 기대감 가진 톤으로 물어봤다.


“글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확실히 말해. 있어, 없어?”


그는 눈썹을 긁으며 재촉하는 더미드에게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모르겠어. 그 양반도 그렇고 서로 거짓말 치는 걸 알고 있단 말이다. 무작정 들어갈 수는 없잖아?”


“···쓸데없이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군. 상황이 상황인데 절차는 무슨 놈의 절차야! 아니, 그보다 얼마나 어설프게 연기했으면 바로 들키는 거지?”


다니엘레는 어이없어하며 예의 깔보는 눈빛을 흘렸다.


“하, 당신이 뭘 알아? 하긴 펜대만 굴리던 양반이 이론만 빠삭하지 이런 일을 해봤어야 알지.”


“···그만 좀 하세요.”


루치아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화가 날대로 난 두 명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건지 무시한 건지 멈추지 않았다.


“뭐, 말 다했어? 뒤에서 기다리라고 허세 부릴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갔으면 단박에 알아보고 알아서 데려왔을 텐데 네가 다 망친 거나 다름없다고. 알아?”


다니엘레가 받아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선수 쳤다.


“내가 누군지 알면서 이따위 언행을 하는 건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이런 일만 아니었어도 너는 벌써 감옥행이라고, 감옥행. 다짜고짜 반말에 시비까지. 뭐냐 그 적개심은?”


“넌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잖아!”


“아, 진짜 그만들 좀 하라고!”


빽 소리 지른 루치아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씩씩거리며 둘을 노려봤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둘을 가리키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지나가는 사람 다 듣겠어요. 애도 아니고 왜 자꾸들 그래요? 창피해서 진짜···. 모르고 있던 리베리오도 도망가겠다고요.”


다니엘레는 하늘로 고개를 든 뒤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코로 쉭 내뱉었다.


“일단 저 여관에 방 잡고 나온 다음에 나눠서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모이자고. 너랑 더미드는 같이 다니고 난 따로 조사한다.”


자기 할 말만 하고서 휙 뒤돈 그는 먼저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방 두 개를 잡고 나온 그들은 다니엘레는 서쪽으로, 루치아와 더미드는 동쪽으로 찢어졌다. 다니엘레가 세 명째 붙잡고 이야기를 들은 결과 의원은 확실히 거짓말을 했다는 것과 그가 아직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나왔는지 어쨌는지는 나도 모르지. 한 번 가보게나.”


대충 주억거린 그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들어보고 자시고도 없이 곧장 둘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미 떠났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그들이 잡은 여관을 지났을 무렵, 그는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스럽게 느껴졌다.


구경이라도 난 듯, 혹은 걱정 묻은 걸음으로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니 청년 두 명의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누구랑 싸움이 난 건데?”


“나도 모르지. 근데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대화에 낄 의심조차 없이 그는 이제 달렸다. 전력질주로 헤치며 나아가자 그의 앞에 시민들이 빙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다니엘레는 지체없이 그 안을 뚫고 들어갔다.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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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2 19.07.17 39 2 11쪽
32 31화. 19.07.15 31 2 11쪽
31 30화. 19.07.12 50 2 10쪽
30 29화. 19.07.11 33 2 10쪽
29 28화. 19.07.10 44 3 9쪽
28 27화. 19.07.08 36 3 11쪽
27 26화. 19.07.04 37 3 9쪽
26 25화. 19.07.03 48 3 10쪽
25 24화. 19.07.02 52 3 12쪽
24 23화. 19.06.30 59 3 13쪽
23 22화. 19.06.27 45 2 11쪽
22 21화. 19.06.25 43 3 11쪽
21 20화. 19.06.25 53 3 10쪽
20 19화. 19.06.23 39 3 10쪽
19 18화. 19.06.22 43 3 12쪽
18 17화. 19.06.21 38 3 10쪽
17 16화. 19.06.20 44 3 11쪽
16 15화. 19.06.18 51 3 13쪽
» 14화. +2 19.06.16 68 3 13쪽
14 13화. 19.06.15 52 3 13쪽
13 12화. 19.06.14 66 3 11쪽
12 11화. 19.06.13 57 3 10쪽
11 10화. 19.06.12 60 2 11쪽
10 9화. 19.06.10 5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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