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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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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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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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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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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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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화 누군가의 의지 - 23

DUMMY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두 사람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의를 차리는 트리스탄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정도 시간이 되면 로스 단장도 돌아왔을 테니 여관으로 함께 가자는 트리스탄의 제안을 거절하고 서지터는 천막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간도 늦어 예의도 아닌 듯했고, 잠깐 대화를 나누는 걸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밤을 새울지도 모르기에 내일 날 밝을 때 다시 찾아오기로 했다.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의외로 트리스탄과 즐거운 대화에 서지터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곱씹으며 어느덧 천막에 도착한 서지터는 낯선 그림자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천막 입구에 시커먼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머리를 천막 안으로 반쯤 들이밀고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


온몸에 한기가 들었지만 서지터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


“당신 뭐야?”


- 스윽.


그림자의 머리가 고개를 돌려 서지터를 돌아봤다. 그 모습에 서지터는 온몸이 굳어버릴 것 같았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와는 안 좋은 기억이 있었으니까.


“큭!”


검은 로브는 비웃는 듯한 짧은소리를 내고 빠른 속도로 달아나버렸다. 뇌까지 굳어버릴 듯한 서지터는 정신을 차리고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 검은 로브가 사라진 쪽으로 뒤쫓기 시작했다.


‘망할! 저 정도 속도면 분명 헤이스트 주문이야. 그럼 마법사라는 말인데 이런 시간에 할아버지가 있는 천막을 몰래 훔쳐본다? 뻔할 뻔 자지.’


비록 상대의 속도가 한스나 과거 머더드레인에 비할 바는 안 됐지만 분명 저런 움직임이라면 헤이스트 주문임을 서지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타타탓!


‘젠장,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와서 못 찾겠어. 어디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분명 이스미르 후작 밑에 있는 마법사가 분명해.’


서지터는 인적없는 골목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두리번거려 사라진 검은 로브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아무리 빠르다 한들 헤이스트 주문을 쓴 상대를 따라잡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 사삭!


“거기 서!”


어둠 속에서 검은 로브 형태가 오른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상대는 마법사였고 서지터는 무장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추격하는 건 분명 무모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그를 쫓는 이유는 검은 로브가 자신들이 쫓는 마법사일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먼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 줬으니 지금이 분명 기회라 생각되었다.


- 쉬이익!


“헙!”


골목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를 듣고 서지터는 몸을 틀었다. 달빛에 비친 단검의 날이 반짝거리며 서지터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히 빠른 반응 속도 덕에 단검에 당할 일은 없었다.


반면 검은 로브는 막다른 골목 끝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었다.


“씨발, 너 뭐야?”


서지터가 욕을 하며 소리쳤지만 검은 로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지터 입장에선 섣불리 달려들 수도 없었다. 어떤 마법을 쓸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먼저 상대가 마법을 쓰는 타이밍을 노리려 했지만 아무런 움직임 없이 계속 서지터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먼저 움직여야 하나. 헤이스트까지 쓴 상태라 쉽지 않을 텐데. 모험을 걸어? 물리적인 타격을 입힐 마법이 아니라 정신 공격을 하는 마법을 쓰길 기대하고 덮쳐? 젠장, 무장도 안 했는데.’


막다른 골목까지 몰기는 했지만 서지터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검은 로브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자세를 낮춰 바닥에 작은 돌멩이를 하나 주워들고 검은 로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돌멩이라도 던져 캐스팅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 검은 로브는 서지터가 절반가량 거리를 좁힐 때까지도 천천히 고개만 좌우로 흔들흔들 움직이다 갑자기 높이 뛰어올라 막다른 벽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 타앗!


“망할, 그 정도도 내가 못 따라갈 거 같냐?”


- 파핫!


벽 옆면을 발로 딛고 뛰어오른 서지터는 담벼락 끝을 잡아 재빨리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검은 로브가 튀어나와 주먹을 휘둘렀다.


- 뻐어억!


공중에서 본능적으로 양팔을 X자로 하고 얼굴을 가렸다. 검은 로브의 주먹은 정확하게 서지터의 팔을 가격하며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단 주먹 한 방의 위력은 엄청났다. 그대로 중심이 무너진 서지터는 담벼락 아래에 쌓여있던 나무 상자 아래로 떨어졌다.


- 콰지직.


“크흑!”


떨어질 때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오른팔이 저릿할 정도의 강한 충격을 받았다.


‘무슨 힘이 이렇게 센 거야? 이 정도면 울크랑 맘먹는 힘인데?’


부서진 나무 상자를 치우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보려 애를 썼다.


‘분명 몸놀림은 헤이스트를 쓴 마법사인데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오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아루베일에서 만났던 머더드레인이 그랬다. 거기에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모습까지.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달아나야 해.’


하지만 검은 로브는 어느새 서지터 눈앞에 나타나 발로 서지터의 얼굴을 짓밟았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그대로 얼굴은 발에 밟혀 꼼짝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강하디강한 서지터에겐 굴욕적인 순간과 모습이었다. 벗어나려 움직일수록 검은 로브의 발은 더 강하게 얼굴을 짓눌러 들어왔다.


‘젠장! 뭐 이딴 자식이······!’


어두운 주변 환경에 로브까지 뒤집어쓴 상태였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해보기 위해 눈을 치켜올리는 순간, 검은 로브는 입을 벌려 허연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웃어? 미친 자식!’


검은 로브는 여전히 발로 서지터의 얼굴을 짓밟으며 꼼꼼하게 살필 볼뿐 별다른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다.


“크흑! 너 이씨, 뭐 하는 자식이야.”


아무 말도 없이 미소만 짓던 검은 로브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 수가 없는 놈이군. 묘하군. 정말 묘해.”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었다. 그는 이상한 말을 하더니 다시 혼잣말로 무어라 중얼거리다 발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 그가 밟고 있던 서지터의 얼굴에서 발을 떼는 순간 로브 자락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미꾸라지처럼 로브 자락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로브가 사라지자 서지터는 담벼락에 등을 기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뭐라 지껄이는 거야.”


상대의 행동에 공포심에 휩싸였던 서지터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서 그가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았다.


“날 건드려놓고 이대로 튀려고? 아! 할아버지!”


검은 로브에 대한 적개심에 잊고 있었다. 그가 만약 일행이 찾던 이스미르 후작 밑에 있는 마법사라면 노리스 영감을 노리고 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안전이 우선이라 판단된 서지터는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천막으로 달려갔다.


#

- 펄럭.


“할아버지!”


서지터가 천막을 열고 들어가 소리치자 자다 깬 노리스 영감은 뒤척거리며 말했다.


“끄으응. 어딜 다녀오는 게냐?”


“어디 다친 곳 없어요?”


“다친 곳이라니. 수선 피우지 말고 얼른 자거라. 내일 결승이야.”


“아니, 그럼 어디 불편하거나 뭐 기억 안 나는 거라도 있어요?”


성급함에 서지터 본인도 말을 해놓고도 아차 싶었다. 치매 걸린 노인이 당연히 기억 안 나는 것이 많을 테니까.


“이 녀석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나저나 이 시간에 어딜 쏘다니다 온 거야!”


노리스 영감의 한결같은 반응에 서지터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자신이 도착한 듯싶었다.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서지터가 자신의 간이침대에 털썩 앉아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냥 배가 아파 화장실 좀 다녀왔어요. 정말 어디 다친 곳이나 불편한 곳 없는 거죠?”


“그렇대도. 끌끌. 그나저나 아무리 대단한 실력일 가진 내 손자놈이라 할지라도 긴장하긴 한 모양이구나. 이 늦은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면.”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가볍게 우승할 테니까.”


“꼭 우승해야 한다. 그래야 해.”


서지터는 말없이 몸에 묻은 흙을 털며 좁은 침대에 몸을 눕혔다. 컴컴한 천막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방금 상대했던 검은 로브의 사내에 대한 것이었다.


‘마법사인 건 틀림없어. 마치 머더드레인을 본 듯한 모습이었는데······. 단지 비슷한 검은 로브를 입고 있어서 내가 착각한 걸까? 그래, 그놈은 죽었잖아. 목소리도 달랐고 쇠 긁는 웃음소리도 없었어. 그런데 묘하다는 건 무슨 뜻이지? 전혀 모르겠어.’


“이 녀석아, 안 들리냐?”


“네?”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터라 노리스 영감이 한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뒤늦게 그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하긴 했지만, 노리스 영감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쯧쯔, 젊은 놈이 벌써 가는 귀가 먹어서 어째?”


“뭐라고 하셨는데요?”


“난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어디서 그런 기술들을 배웠냔 말이다.”


“하아아, 진짜 대단하다. 이런 상태인데 그놈은 뭔 걱정으로 찾아온 거야 대체.”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지금껏 자신이 보아온 노리스 영감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멀쩡한 순간은 마상창시합을 볼 때뿐. 검은 로브 마법사와 헤어진 지 몇 년이 흐른 후라면 상태는 더 안 좋아졌을 테고, 굳이 찾아올 필요조차 없을 테니까.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배웠어요.”


“여기저기 어디? 그런 기술을 가르쳐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해 줄 테니까 그럼 할아버지도 정신 차리고 물어보는 거 대답해줘요.”


“오냐.”


“검은 늑대 알아요?”


“짐승인 늑대를 모를 수도 있냐?”


“아니, 진짜 살아있는 개과 동물의 늑대 말고요. 켈베로스 용병단에 소속된 검은 늑대라는 돌격대요.”


“몰라.”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뭐 암튼 그런 곳에 있었어요. 부대장인 아트한테도 많이 배웠고, 벨크나 베어한테서도 많이 배웠어요.”


“뭔진 모르겠지만 그렇구나.”


희미한 촛불 아래에서 뒤척이는 모습의 노리스 영감이 보였다. 그도 다시 잠이 들라고 하니 내일이 결승이라 많은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요. 할아버지.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래, 물어보아라.”


“화내지 말고 진지하게 대답해봐요. 할아버지는 왜 매번 이 대회에 참가하는 거예요? 가문의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하지 말고요. 본인도 알잖아요. 아무리 애를 써도 우승은 절대 불가능하단 걸요.”


뼈를 때리는 질문에 노리스 영감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버럭 화부터 낼 줄 알았던 서지터는 의외의 행동에 새삼 놀라웠다. 혹시 잠이 든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무렵 노리스 영감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나는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님과 아버님이 동경의 대상이었단다. 나도 잘 알고 있어. 두 분의 실력에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래도 나는 할 수밖에 없단다. 그러지 않고선 버틸 수가 없었지. 처음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나중엔 나 자신을 용납할 수가 없었던 거야. 고작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달라졌을까? 항상 이런 고민에 괴로워했지. 그게 결국 내 발목을 잡고 평생을 이런 꼴로 살게 된 거지.”


“할아버지도 주변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는구나. 안하무인인 줄 알았더니.”


“뭐야? 이놈아?”


“농담, 농담.”


“몹쓸 녀석. 서른 살쯤 되었을까? 그때 이미 느꼈어.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아볼 수조차 없다는 걸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왜 계속 이 대회에 참가하냐고? 하늘에 계신 할아버님과 아버님께 최소한 떳떳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거지. 두 분을 볼 낯도 없고. 도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겐 용기가 필요했어. 포기를 할 것이냐, 아니면 의지를 갖고 계속 도전을 할 것이냐. 언제나 딜레마였단다.”


“할아버지, 포기도 용기가 필요해요. 오랜 시간 내가 하던 일들을 포기할 때 어떤 순간보다도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죠.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어요. 내가 그렇게 하겠다면 하는 거지. 누가 내 결정에 뭐라 해요.”


“어린놈이? 네가 뭘 알아!”


“또! 또! 소리부터 지른다. 왜 모를 거로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마상창시합을 포기 못 했던 것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면서 십 수년간 하던 짓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반항심에서 시작된 거였지만 그만둘 때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거든요. 무언가를 시작할 때든, 포기할 때든 용기는 다 필요해요. 어쩌면 포기할 때 드는 용기가 더 클지도 몰라요.”


“손주 녀석이 어딜 이 할아비를 가르치려 들어?”


“할아버지 꼰대예요? 여기서 손주랑 할아버지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도 뭐 할아버지 얘기를 들어보니까 고민도 많고 단순히 허무맹랑한 헛꿈만 꾼 건 아닌 모양이네요.”


서지터는 계속 깐족거리긴 했지만, 노리스 영감은 처음으로 진지한 모습으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네 말대로 포기하는데 용기가 필요하지. 나라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어디 없었겠냐. 그런데 말이다. 절박한 의지만 있다면 못 할 것이 없단다. 나는 보잘것없는 실력이라며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어도 상관없었어. 나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으니 그냥 할 뿐이었으니까.”


“진짜 제가 할아버지 핏줄이 아닌데 우승 트로피를 안겨줘도 상관없는 거예요?”


“핏줄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내가 손주라면 손주인 거지. 누가 뭐라 떠들어? 처음부터 우승할 거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단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억을 남겨보고 싶었을 뿐이었단다.”


“다른 분도 할아버지처럼 핏줄 그딴 거 신경 안 썼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운은 진짜 좋으신 거라고요. 어딜 가서 나 같은 손주를 만나. 내일 우승 트로피 받으시면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에요? 마상창시합도 더는 참가 안 한다면서요.”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할아버님과 아버님 무덤 위에 우승 트로피를 올려놔야 하지 않겠냐? 그리고 우승 상금으로 작은 집이나 하나 구해서 죽을 때까지 조용히 살련다.”


노리스 영감의 계획에 서지터는 황당했다. 앞에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그다음 발언은 선 넘는 말이라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우승 상금이요? 그거 내 건데? 솔직히 할아버지가 뭐하셨다고 내 우승 상금을 홀랑 가져가실 생각을 해요? 누가 준대요?”


“뭐야? 이놈아? 손주 녀석 돈이 이 할아비 돈이지!”


누워있던 서지터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와아! 미치겠네? 할아버지, 우리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합시다. 앞에 핏줄이고 뭐고 필요 없다는 말 다 이러려고 밑밥 깐 거죠? 고생은 내가 다 하고 상금은 할아버지가 날름 드시겠다? 순전히 날강도네.”


“으흠!”


노리스 영감은 등을 보이며 돌아누웠다. 돈 앞에선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노리스 영감이 치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치밀하고 영악한 노인네가 치매일 리 없다 느껴지는 밤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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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7화 커져가는 불씨 - 1 23.08.28 33 1 12쪽
162 6화 누군가의 의지 - 33 23.08.25 33 1 14쪽
161 6화 누군가의 의지 - 32 23.08.24 28 1 12쪽
160 6화 누군가의 의지 - 31 23.08.23 29 1 16쪽
159 6화 누군가의 의지 - 30 23.08.22 34 1 14쪽
158 6화 누군가의 의지 - 29 23.08.21 27 1 14쪽
157 6화 누군가의 의지 - 28 23.08.18 31 1 17쪽
156 6화 누군가의 의지 - 27 23.08.17 32 1 15쪽
155 6화 누군가의 의지 - 26 23.08.16 27 1 14쪽
154 6화 누군가의 의지 - 25 23.08.15 25 1 13쪽
153 6화 누군가의 의지 - 24 23.08.14 28 1 12쪽
» 6화 누군가의 의지 - 23 23.08.11 34 1 16쪽
151 6화 누군가의 의지 - 22 23.08.10 29 1 16쪽
150 6화 누군가의 의지 - 21 23.08.09 26 1 12쪽
149 6화 누군가의 의지 - 20 23.08.08 31 1 16쪽
148 6화 누군가의 의지 - 19 23.08.07 27 1 12쪽
147 6화 누군가의 의지 - 18 23.08.04 31 1 12쪽
146 6화 누군가의 의지 - 17 23.08.03 30 2 14쪽
145 6화 누군가의 의지 - 16 23.08.02 28 1 17쪽
144 6화 누군가의 의지 - 15 23.08.01 29 2 17쪽
143 6화 누군가의 의지 - 14 23.07.31 35 2 12쪽
142 6화 누군가의 의지 - 13 23.07.28 28 1 12쪽
141 6화 누군가의 의지 - 12 23.07.27 26 1 12쪽
140 6화 누군가의 의지 - 11 23.07.26 28 1 13쪽
139 6화 누군가의 의지 - 10 23.07.25 24 1 12쪽
138 6화 누군가의 의지 - 9 23.07.24 26 2 12쪽
137 6화 누군가의 의지 - 8 23.07.21 28 2 13쪽
136 6화 누군가의 의지 - 7 23.07.20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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