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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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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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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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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 누군가의 의지 - 11

DUMMY

마상창시합 경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튿날 펼쳐진 경기에서 누구보다 많은 주목과 인기를 얻은 사람은 일행에게 말을 걸었던 발리헤드란 기사와 마지막 경기의 승자인 모시프 쿠테른이란 기사였다.


발리헤드는 중년의 나이임에도 워낙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자였기에 젊은 시절부터 줄곧 인기가 많은 사내였다. 그랬기에 그의 부인은 3년마다 열리는 마상창시합에 나가는 걸 탐탁지 않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우승을 위해 꾸준히 출전해왔다. 그는 가볍게 64강 상대를 5:1으로 이기고 32강에 올랐다.


그리고 이날 누구보다 수많은 여인의 환호를 받은 자가 모시프란 젊은 기사였다. 22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 대회에 출전하는 그는 일단 수려한 외모에다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팬서비스까지 확실했다.


능글맞은 성격이 서지터와 비슷해 첫 대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일일이 그녀들의 응원에 화답하는 여유를 보여 경기 시간이 지체될 지경이었다. 실력 또한 뛰어나 모시프도 상대를 5:1로 꺾고 32강에 올랐다.


삼 일째 치러진 시합은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찰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다름 아닌 세 번째 경기에 배속된 트리스탄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관중들이었다. 지난 대회 우승자이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리폰 성기사단원, 외모 역시 전날 모시프란 젊은 기사를 뛰어넘는 미남이다 보니 그의 경기를 직접 두 눈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주인공인 트리스탄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은빛 갑옷을 입고 천천히 참가자 대기석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기절할 듯 자지러지는 여인들의 외침에 걱정스럽고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들의 마음마저 녹여버리는 중이었다.


“어이! 거기 잘난 기사!”


- 저벅저벅.


그를 불러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지난 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그림 리퍼 일당의 딜런이었다. 사나운 눈빛으로 다가오자 트리스탄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아, 지난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분이시군요. 딜런 고딘슨. 맞죠?”


“흥! 기억해주니 이거 영광이군.”


“저와 결승에서 좋은 경기를 선보여주셨으니 당연히 기억합니다. 그런데 얼굴에 큰 흉터가 생기셨군요. 인상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지셨습니다.”


“인상 더러워졌다고 비꼬는 투로 들리는데?”


딜런은 트리스탄과 악수를 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자 먼저 손을 내밀었던 트리스탄은 민망한지 스윽 손을 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전혀 아닙니다. 그냥 걱정스러워 물어본 겁니다. 그런데 저를 부르신 이유라도?”


“아쉽게도 대진표를 보니 만나게 된다면 그게 준결승일 거야.”


“그렇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저번과 똑같이 결승에서 만나 확실하게 복수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 그리고 결승에 올라가 우승을 하는 건 내가 될 테니까 지금이라도 실컷 즐겨두라고 말하려고 불렀지.”


트리스탄은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투지가 넘치시니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가 결승에 올라가든 그쪽이 올라가든 우리 둘 다 우승은 못 할 겁니다.”


“뭐라는 거야? 당신만 꺾으면 우승은 무조건인데.”


“첫날 경기 못 보셨습니까?”


“첫날 경기?”


아쉽게도 모든 참가자의 입장 후 딜런은 스테러스와 함께 검술시합을 관전하고 있었다. 그림 리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실력 있는 자를 물색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도노프리오 가문은 아시겠죠?”


“물론이지. 하지만 이미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 가문 아닌가? 무시와 조롱거리의 상징과도 같은 가문일 뿐인데.”


“방금 말씀 솔직히 듣기가 조금 거북하군요. 첫날 경기를 보셨더라면 이런 식으로 말씀은 못 하셨을 텐데 말이죠. 모레 32강 경기가 열리니 그땐 놓치지 말고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는 노리스란 분 대신 손자이신 분이 대회를 출전하셨거든요.”


“아아, 기억나. 그쪽 기사단의 꽃이나 다름없는 귀하신 몸께서 손수 징표를 건네준 자. 맞지?”


“카렌은 우리 기사단의 꽃이 아닙니다. 실력으로 엄연한 기사단의 일원이 된 정식 기사입니다. 그런 말씀은 삼가시죠.”


불쾌한 말에도 트리스탄은 정중하게 대처했다. 워낙 인성도 훌륭한 편이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주목을 많이 받는 자신이기에 행동 하나, 말 하나 매번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그였다.


“그건 사과하지. 그럼 모레 꼭 지켜보도록 할 테니 준결승에 올라올 때까지 절대 지지 말라고.”


자신도 순간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은 딜런은 황급히 사과하고 자리를 떴다. 예의 있게 말은 했어도 트리스탄의 눈빛만큼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해버린 걸 깨닫기까지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강함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분명 마상창시합만큼은 자신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걸 알기에 자신만만하게 말을 걸었어도 말 아래에서 싸운다면 필패할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칫! 건방진 자식. 고고한 척은.”


딜런은 상처 입은 얼굴의 왼쪽이 심하게 떨리며 인상을 썼다. 서지터에게 당한 이후로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

“흐아아암. 역시 기대한 내가 바보지. 다들 실력이 형편없구만?”


서지터는 마상창시합을 관람하는 대신 검술시합의 경기를 보러 카데스와 함께 놀러 나온 상태였다. 노리스가 쉴 새 없이 훈련해야 한다며 잔소리를 해댄 통에 카데스를 꼬드겨 천막을 빠져나와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경쟁자들이 경기를 펼치는 마상창시합을 관람할 수도 없었다. 언제 어디서 유반의 영주인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다들 너무 틀에 박혀있긴 하네.”


“그렇지? 다들 부상 걱정에 갑옷을 다 챙겨 입어서 느리기도 느리지만 검술 자체도 너무 뻔해.”


두 사람은 관중석 난간에 서서 팔을 걸치고 영혼 없는 눈빛으로 검술시합은 관람 중이었다. 마상창시합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이 공격에 적중할 때마다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근데 애들은 어제부터 코빼기도 안 내비치네? 어디 싸돌아다니지 말라고 반 감금시켜 놓고 자기들은 놀러 다니는 거 아냐?”


“아침에 나올 때 얼핏 파시비엔한테 얘기를 들어보니까 너한테 쓸 마법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나 봐. 그래서 다들 그거 구하려고 애쓰고 있는 모양이야.”


“하아, 그러게 왜 일을 사서 만들어서 서로 피곤하게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귀찮고 피곤한 줄 아냐?”


한스는 아직 흰민들레꽃 가루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서지터가 우승할 거라는 전제하에 결승전이 치러지고 연회에 참석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흰민들레꽃 가루만큼은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결승까지 5일이란 시간밖에 없었다. 지난겨울 필토에게 부탁해 구한 흰민들레꽃 가루가 수도를 탈탈 털어 얻어낸 전부였다.


- 카항! 퍼걱!


“오오! 나름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경기 중이던 전사가 상대의 공격을 막은 후 재빠르게 몸을 돌려 다음 공격을 피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오히려 검술시합에 나갔더라면 네가 우승하는 건 더 쉬웠을 텐데.”


“뭐래?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그런데 너 얼마 전까지 공부하던 거 뭐야? 한스한테도 확실하게 얘기 안 했다며. 마법 관련 서적까지 빌려 가서 무슨 일인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어.”


“몰라. 로스 단장님 만나서 물어보려고 했더니만 지금은 여기에 꼼짝없이 갇혀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나도 답답해 미치겠다.”


“이젠 한편으로는 무섭기까지 하네.”


“뭐가 무서워?”


“그냥······. 한 발짝 조금 다가섰다고 생각하면 두 발짝 멀어지는 느낌이야.”


“뭔 소리야.”


“너는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거 같아. 나도 지난겨울에 나름 운이 좋아서 꽤 실력 있는 사람과 수도 없이 대련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거든. 실전 경험도 많은 분이라 대련 상대로 더없이 좋았지. 그런데 넌 다른 차원의 뭔가를 깨우쳐서 공부에 매진하는 느낌이랄까?”


“한스가 씨불였지? 뭔 마검사니 뭐니 그딴 소리 하면서.”


“어, 그런 이유 아닌 이상 마법 관련 책들을 빌려 갈 리가 없다고 그러면서.”


“아냐. 그런 거. 옛날에도 내가 말하지 않았나? 마검사 같은 건 존재할 수조차 없다고.”


서지터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검술시합 중인 두 전사를 멍하니 응시했다. 말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서지터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같은 전사로서 카데스에게라면 말해도 될 듯했다.


“혹시 너 말이야.”


“응?”


“전에 푸딩 썰 듯 적들 방어구나 방패를 깔끔하게 잘라본 적 있냐? 아니면 너희 3분대장이 그런 식의 공격을 한다거나.”


이상한 소리에 카데스는 자신의 친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가능해?”


“어, 가능하더라.”


“설마 네가 그런 걸 경험했다는 뜻이야?”


“어, 한 번이지만 너무 이상한 경험이어서.”


“너도 간신히 한 번 경험해 본 걸 내가 겪거나 볼 리가 없잖아.”


“너는 너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니까? 전에 말했잖아. 지금 내가 너랑 붙어도 이기기 쉽지 않을 거라고.”


“그렇다고 내가 널 이길 수도 없지.”


“그건 모르는 거지. 특히나 난 너랑은 절대 붙고 싶지 않다. 내 작은 습관까지 다 꿰고 있는 놈이라서.”


“풉! 그래도 너라면 방법을 찾아낼걸? 옛날 승급 대회 결승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야.”


“암튼 내가 겪은 거에 대해 고민을 수도 없이 해봤는데 대충 감이 오는 게 있긴 해. 아직 뭔가 확신할 수가 없어서 딱 이거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없을 뿐이지.”


“그게 뭔데 대체?”


“확신이 들면 얘기해 줄게. 아무래도 무투대회가 끝나고 로스 단장님한테 물어봐야 뭔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적어도 나보다 더 뛰어난 분이니까. 야잇! 거기서 발을 뒤로 빼면 어떡해? 공격할 타이밍에 소심하게 왜 방어를 하는 거냐고! 우우우!”


실수한 검술시합 참가자를 향해 서지터가 야유를 퍼부었다. 그때 마침 경기장을 나가려 두 사람의 뒤로 지나가려던 사내 하나가 서지터의 외침을 듣고 잠시 발을 멈춰 섰다.


“상대 동작이 크니까 안으로 파고들라고! 그렇지!”


방금까지도 야유를 퍼붓던 서지터는 자신의 말을 들었는지 곧장 상대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퍼붓는 참가자를 보며 환호했다. 그렇게 안으로 파고든 전사는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며 빠르게 경기를 끝내버렸다.


- 짝짝짝!


“거봐. 내 말대로 하라니까. 으히히.”


“그 전에 빈틈은 수도 없이 많았어. 흥분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 거지.”


“자네 외침이 먹혔는지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하게 판단한 모양이야.”


등 뒤에서 낯선 자의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음?”


“누구······.”


“그냥 지나가다 저 경기를 분석하는 게 인상 깊어서 끼어들었네. 혹시 두 사람은 이번 검술시합 참가자인가?”


서지터와 카데스는 잠시 눈을 맞추고는 이내 서지터가 대답해주었다.


“아뇨? 그냥 구경꾼인데요.”


“그런가? 그런 것치고는 저 시합 분석을 제법 하는 것 같군.”


“원래 가까이에서 못 보는 건 멀리서 지켜보면 잘 보이는 법이죠. 바보 아닌 이상 그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사내는 서지터와 카데스를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그 어떤 무장도 하지 않았고 방어구조차 하지 않은 걸로 보아 서지터의 말처럼 평범한 구경꾼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체격은 경기를 치르는 참가자들보다 훨씬 탄탄하고 몸이 좋아 보였다.


“구경꾼이 아닌 대회 참가자였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어. 그럼 실례했네.”


사내는 살짝 미소를 지어 고개를 까닥하고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둘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경기 관람을 이어나갔다.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림 리퍼 수장인 스테러스였다. 쓸만한 자를 영입하기 위해 경기를 관람 중이었지만 답답한 실력에 오늘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벗어나는 중이었다.


그것이 운명과도 같은 스테러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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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6화 누군가의 의지 - 33 23.08.25 33 1 14쪽
161 6화 누군가의 의지 - 32 23.08.24 28 1 12쪽
160 6화 누군가의 의지 - 31 23.08.23 29 1 16쪽
159 6화 누군가의 의지 - 30 23.08.22 35 1 14쪽
158 6화 누군가의 의지 - 29 23.08.21 27 1 14쪽
157 6화 누군가의 의지 - 28 23.08.18 32 1 17쪽
156 6화 누군가의 의지 - 27 23.08.17 32 1 15쪽
155 6화 누군가의 의지 - 26 23.08.16 27 1 14쪽
154 6화 누군가의 의지 - 25 23.08.15 25 1 13쪽
153 6화 누군가의 의지 - 24 23.08.14 29 1 12쪽
152 6화 누군가의 의지 - 23 23.08.11 34 1 16쪽
151 6화 누군가의 의지 - 22 23.08.10 30 1 16쪽
150 6화 누군가의 의지 - 21 23.08.09 27 1 12쪽
149 6화 누군가의 의지 - 20 23.08.08 31 1 16쪽
148 6화 누군가의 의지 - 19 23.08.07 28 1 12쪽
147 6화 누군가의 의지 - 18 23.08.04 31 1 12쪽
146 6화 누군가의 의지 - 17 23.08.03 30 2 14쪽
145 6화 누군가의 의지 - 16 23.08.02 28 1 17쪽
144 6화 누군가의 의지 - 15 23.08.01 29 2 17쪽
143 6화 누군가의 의지 - 14 23.07.31 36 2 12쪽
142 6화 누군가의 의지 - 13 23.07.28 28 1 12쪽
141 6화 누군가의 의지 - 12 23.07.27 26 1 12쪽
» 6화 누군가의 의지 - 11 23.07.26 29 1 13쪽
139 6화 누군가의 의지 - 10 23.07.25 24 1 12쪽
138 6화 누군가의 의지 - 9 23.07.24 26 2 12쪽
137 6화 누군가의 의지 - 8 23.07.21 28 2 13쪽
136 6화 누군가의 의지 - 7 23.07.20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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