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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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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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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작성
23.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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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누군가의 의지 - 19

DUMMY

검술시합장에 가 있던 카데스와 레일라는 시합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지터의 준결승전 경기를 보기 위해 부랴부랴 달려갔다. 다행히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지 서지터는 말에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시작 전인가 보구나. 저 녀석 경기 볼 수 있겠네. 그런데 왜 빨리 시작 안 하는 거니?”


레일라가 말하자 카데스가 턱으로 틸트 베리어 중앙을 가리켰다.


“저기 봐. 준결승부터는 참가자를 소개할 수 있대.”


“그래?”


레일라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눈에 확 띄는 붉은 상의에 검은 정복 바지를 단정하게 입은 사내 하나가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모시프 쿠테른님을 모시는 시종입니다.”


자신을 소개한 모시프의 시종은 양팔을 흔들며 환호를 유도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관중들이 외쳤다.


- 꺄아악! 모시프! 모시프! 모시프!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신예! 적도 반하게 만드는 매너와 외모를 갖춘 자! 어릴 적부터 마상창시합에 두각을 나타내신 천재 중의 천재! 이미 13살 때 성인을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제 주인님은 가볍게 결승까지 올라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실 분이죠! 훗날 역사가 기억할 분의 첫 발걸음을 여러분께서는 직접 눈앞에서 목격하고 계신 겁니다! 이제 그분의 이름을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죠! 모시프!! 쿠테른!!”


- 와아아아아! 모시프! 모시프! 모시프!


엄청난 환호성에 땅이 울릴 정도였다. 모시프는 말 위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의 시종 역시 자신이 준비한 멘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모시프 곁으로 걸어갔다.


“와아, 엄청난 인기네.”


서지터는 작은 투구를 쓰고 있어 소리가 잘 안 들리긴 해도 귀가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시프를 외치는 환호성이 조금씩 줄어들 때 즈음 중앙의 경기 진행자가 서지터 쪽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고 파시비엔에게 말했다.


“야, 랜스나 얼른 줘.”


“저기 서지터님? 아니 체이스님? 랜스를 드리긴 드리겠는데 저 뒤통수가 따갑지 말입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 사람처럼 체이스님도 소개 멘트를 날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됐어. 뭐하러 그딴 걸 해. 랜스나 내놔.”


- 우우우우우우!


소개도 없이 체이스가 바로 랜스를 받아들자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아에이오우! 아에이오우! 아! 아! 아아아!”


“너 뭐 하냐?”


“체이스님이 이런 야유를 받는 꼴을 도저히 못 보겠습니다. 제가 멋지게 소개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파시비엔이 틸트 베리어 중앙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만약 이 자리에 카데스가 있었더라면 바로 경기를 진행했겠지만, 상대는 파시비엔이었다.


“야! 쪽팔려. 그냥 하지 마.”


“가만 계십쇼.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너 쓸데없는 소리 하면 죽인다?”


“저 파시비엔 클리프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파시비엔이 걸어 나오자 금세 야유가 환호로 바뀌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경기장의 열기에 파시비엔마저 흥분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말입니다. 체이스님을 모시는 시종이자 친구입니다. 체이스님이 어떤 분인지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날을 새도 모자랄 겁니다. 그래도 간단히 소개하자면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시고 죽을 위기도 숱하게 넘기시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불굴의 인간입니다! 또 1년 전엔 어땠는지 아십니까? 공포와 죽음을 선사하는 엄청난 적을 처참하게 박살 내신 분이 바로 체이스님이십니다! 비단 마상창시합뿐만 아니라 검술 또한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죠! 검술 실력도 보시면 아마 다들 깜짝 놀라실 겁니다! 하하핫! 그런데 말입니다. 언제나 사고를 치고 이상한 짓만 골라 하긴 합니다만 해결책도 척! 하고 내놓는 그런 분이시죠! 진정한 천재는 바로 체이스님이란 말입니다!”


파시비엔이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자 서지터는 팔을 휘적거리며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파시비엔은 한 번 터진 입이 멈출 줄 몰랐다.


“아아! 거기다 얼마나 순정파이신지 오로지 한 여자밖에 모르는 바보 중의 바보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 속에도 뛰어들 그런 생각 없고 무모한 분이시죠! 그런데 욕심도 많으시지. 여신 아그나달린님이 현신하신 카렌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셨답니다.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여러분! 체이스님은 모두의 남자입니다. 체이스님의 사랑을 얻고 싶으십니까?”


파시비엔이 질문을 던지자 그를 응원하는 젊은 여인들이 동시에 외쳤다.


- 네에!


“이분의 얼굴이 궁금하십니까?”


- 네에!


“그럼 결승까지 오를 수 있게 목이 쉬라 응원해주시지 말입니다!”


- 네에!


파시비엔의 소개를 듣던 레일라가 식은땀을 흘리며 카데스에게 말했다.


“야, 저 미친놈 말려야 하는 거 아니니?”


“그러게. 경기 끝나고 파시비엔 죽을지도······.”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끝내겠······!”


- 덥석!


“이 정신 나간 자식아. 그만 안 해?”


급기야 파시비엔의 입을 막기 위해 서지터가 윈드테일을 몰고 다가와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투구를 쓰고 있었지만 분노한 서지터의 눈빛이 투구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그제야 분위기를 눈치챈 파시비엔이었다.


“체, 체이스님?”


“따라와. 너 경기 끝나고 뒤졌어.”


“아니, 저기 그게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죽이기 전에 입 다물어라.”


결국 파시비엔은 서지터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 나가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언급된 관중석의 카렌 역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버렸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는데도 파시비엔의 연설이 나름의 효과가 있었는지 체이스를 외치는 환호성은 식을 줄 몰랐다.


- 체이스! 체이스! 체이스!


#

소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되자 경기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체이스와 모시프는 각자의 랜스를 들고 시작 신호만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금까지 응원하는 외침은 침묵으로 바뀌었다. 서지터는 허리를 숙여 윈드테일에게 속삭였다.


“야! 반대편에 있는 말이 너보다 더 뛰어나다는데 너도 동의하냐?”


- 푸르릉!


“그렇지? 나도 도저히 동의 못 하겠단 말이야. 그러니까 본때를 보여주자. 알았지?


서지터는 윈드테일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모든 준비를 마쳤다. 심판이 흰 깃발을 들고 틸트 베리어 중앙으로 걸어 나오자 깃발에 시선이 꽂힌 채 파시비엔에게 말했다.


”잘 봐둬라. 지금부터 재미난 거 보여줄게.“


”네에.“


시무룩해진 파시비엔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깃발이 올라갔다.


”하앗!“


옆에 있던 파시비엔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윈드테일은 빠르고 거침없이 달려 나갔다. 반대편의 모시프 역시 동시에 말을 몰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제는 당신을 위한 예행 연습이었을 뿐이야. 보나 마나 그 기세로 1라운드에 말에서 떨어뜨리려 하겠지?’


로스 단장의 예상대로 어제 발리헤드와의 경기는 준결승을 위한 연습일 뿐이었다. 마침 그 작전은 완벽하게 먹혔고, 오늘 다시 한번 체이스의 멘탈을 흔들어 놓을 계획이었다.

서지터는 랜스를 눕힌 채 달리며 모시프의 머리를 향해 랜스의 끝을 조준했다.


‘설마 내가 너처럼 잔머리 굴리는 작전을 안 겪어봤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가 판 무덤에 네가 들어가는 꼴을 보여줄게.’


양쪽 모두 절반가량 달려와 거리는 상당히 좁혀졌다. 서지터의 눈엔 모시프는 여전히 피하려는 자세는 취하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속여보려고? 안 먹혀.’


‘훗! 여전히 내 머리만 노리고 달려드는군.’


서지터는 이미 모시프의 작전을 간파한 상태였고, 모시프는 자신의 작전이 제대로 먹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둘이 맞붙는 순간.


- 퍼거걱!


”커흡!“


모시프의 어깨에 서지터의 랜스가 적중하며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둘이 충돌하는 순간 모시프는 재빠르게 왼쪽으로 몸을 낮췄지만 서지터의 랜스는 그대로 아래쪽으로 각도를 틀어 버렸다. 계획은 단숨에 머리에 랜스를 적중시켜 말에서 떨어뜨리려는 생각이었으나 아쉽게도 랜스의 끝은 모시프의 머리를 살짝 빗겨나가며 어깨에 꽂혀버렸다.


”아, 젠장.“


앞으로 내달리는 와중에 서지터는 고개를 돌려 모시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호기로웠던 모시프의 계획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는 간신히 고삐를 놓치지 않고 버텨냈다. 서지터가 출발했던 곳까지 다다를 때 즈음 모시프는 간신히 말 위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거짓말, 거짓말. 말도 안 돼! 아무리 내 계획을 눈치챘더라도 말 위에서 이렇게 빨리 반응한다고?“


어깨의 입은 타격은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가 된 것에 대해 오히려 모시프의 멘탈이 나가버린 상태였다.


먼저 1점을 획득한 서지터를 향해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 와아아아! 체이스! 체이스!


두 사람은 천천히 말을 몰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교차지점에서 잠시 멈춰 선 모시프가 서지터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제가 피할 거라는 걸 눈치채신 겁니까?“


”어느 정도는요? 왼쪽으로 피할지, 오른쪽으로 피할지 확신이 조금 서지 않긴 했지만요.“


”오히려 머리에 적중 안 된 게 천만다행이로군요.“


”마지막에 살짝 흔들렸네요.“


태연하게 말을 하는 서지터를 바라보며 모시프는 소름이 돋았다. 1라운드의 반응 속도를 직접 겪으며 도저히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패기로 준결승까지 올라온 모시프는 포기라는 단어는 생각하지 않았다.


”2라운드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서지터는 파시비엔에게 랜스를 건네받았다.


”와! 서지, 아니 체이스님. 저분이 일부러 피할 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응. 아쉽게 됐네. 머리 맞춰서 바로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우승까지 다 1라운드에 끝내려고 했는데 망했어.“


”대단하십니다. 역시나 자랑스러운 체이스님이십니다.“


”아부 떨지 마. 너 이따 죽었어.“


”히이잉!“


파시비엔의 잔머리도 먹힐 리가 없었다. 서지터는 랜스를 옆구리에 단단히 끼고선 장갑을 다시 꼼꼼하게 매만지며 말했다.


”2라운드 잘 봐라? 어디에서도 구경 못 하는 거 보여줄 테니까.“


”네.“


이윽고 2라운드의 깃발이 올라갔다. 흥분한 윈드테일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다시 모시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윈드테일 너도 참 한결같다. 그래도 이번엔 속도전이 아닌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서지터는 일부러 윈드테일의 속도를 미세하게 늦췄다. 1라운드에선 양쪽의 말 모두 뒤처지지 않고 정확하게 틸트 베리어 중앙에서 맞붙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잔뜩 흥분해버린 윈드테일을 진정시키며 안정적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모시프는 1라운드에서 뺏긴 점수를 되찾아오기 위해 더욱 빠르게 달려들었다.


‘뭐야? 왜 느려진 거지? 설마 지금까지 1라운드에 경기를 끝낸 건 말의 체력이 최악이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인 거야?’


윈드테일의 미세한 속도 저하에 모시프는 빠르게 눈치챘다. 하지만 윈드테일이 단 1라운드만 달리고 체력이 바닥날 리가 없었다. 수도 없이 전장에서 달린 괴물 같은 검은 늑대의 일원이었으니까.


‘만약 말의 상태가 안 좋은 거라면 내가 결승에 올라가겠군.’


착각은 자유였다. 그리고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몇 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 퍼거억!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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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7화 커져가는 불씨 - 2 23.08.29 29 1 15쪽
163 7화 커져가는 불씨 - 1 23.08.28 33 1 12쪽
162 6화 누군가의 의지 - 33 23.08.25 33 1 14쪽
161 6화 누군가의 의지 - 32 23.08.24 28 1 12쪽
160 6화 누군가의 의지 - 31 23.08.23 29 1 16쪽
159 6화 누군가의 의지 - 30 23.08.22 34 1 14쪽
158 6화 누군가의 의지 - 29 23.08.21 27 1 14쪽
157 6화 누군가의 의지 - 28 23.08.18 31 1 17쪽
156 6화 누군가의 의지 - 27 23.08.17 32 1 15쪽
155 6화 누군가의 의지 - 26 23.08.16 27 1 14쪽
154 6화 누군가의 의지 - 25 23.08.15 25 1 13쪽
153 6화 누군가의 의지 - 24 23.08.14 28 1 12쪽
152 6화 누군가의 의지 - 23 23.08.11 34 1 16쪽
151 6화 누군가의 의지 - 22 23.08.10 29 1 16쪽
150 6화 누군가의 의지 - 21 23.08.09 27 1 12쪽
149 6화 누군가의 의지 - 20 23.08.08 31 1 16쪽
» 6화 누군가의 의지 - 19 23.08.07 28 1 12쪽
147 6화 누군가의 의지 - 18 23.08.04 31 1 12쪽
146 6화 누군가의 의지 - 17 23.08.03 30 2 14쪽
145 6화 누군가의 의지 - 16 23.08.02 28 1 17쪽
144 6화 누군가의 의지 - 15 23.08.01 29 2 17쪽
143 6화 누군가의 의지 - 14 23.07.31 36 2 12쪽
142 6화 누군가의 의지 - 13 23.07.28 28 1 12쪽
141 6화 누군가의 의지 - 12 23.07.27 26 1 12쪽
140 6화 누군가의 의지 - 11 23.07.26 28 1 13쪽
139 6화 누군가의 의지 - 10 23.07.25 24 1 12쪽
138 6화 누군가의 의지 - 9 23.07.24 26 2 12쪽
137 6화 누군가의 의지 - 8 23.07.21 28 2 13쪽
136 6화 누군가의 의지 - 7 23.07.20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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