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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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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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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6화 누군가의 의지 - 22

DUMMY

준결승 경기가 모두 끝난 저녁, 한스를 부른 서지터는 이미 세수를 끝마치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노리스 영감은 초저녁부터 잠이 들어 코를 골며 잠이 들어있는 중이다.


- 펄럭.


“야! 너는 바빠죽겠는데 이렇게 꼭 불러야겠어?”


한스가 짜증을 내며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서지터는 히죽 웃어 친구를 반겨주었다.


“히히. 왔냐? 얼른 써줘 봐. 주문이 잘 통하는지 보게.”


“당연히 잘 통하지. 아리엘한테 많이 써줘서 이제 익숙해. 너 바뀐 얼굴로 몰래 빠져나가서 무슨 이상한 짓 할지도 모른다고 레일라가 함부로 써주지 말랬는데.”


“이상한 짓 안 해. 그냥 좀 써달라면 써줘라. 불안해서 그러니까.”


불안한 건 한스쪽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레일라 손바닥 안에 있는 서지터는 태연한 척 굴었지만 속으로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몰래 나가긴 나갈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진짜 믿어도 돼?”


“믿어라, 좀. 내일이 결승인데 설마 사고 치겠냐?”


“하긴······. 결승이 코앞인데 사고 치진 않겠지. 그런데 너 오늘 경기 대단하더라 진짜.”


“봤냐?”


“우리도 다 경기장에 있었어. 카데스랑 레일라도 보고 감탄을 하던데?”


“그 정도로 감탄까지야. 아! 그리고 내일은 파시비엔 말고 카데스 보내주면 안 되냐? 내가 진짜 쪽팔려서 그 자식이 헛소리하는 건 못 들어주겠다.”


“풉! 알았어. 그건 우리도 이미 얘기 나와서 카데스가 갈 예정이었어.”


“자, 그럼 빨리, 빨리.”


서지터는 눈을 감고 얼굴을 한스에게 들이밀었다. 마치 첫 키스를 하는 자세를 취하자 한스는 한숨을 내쉬며 쉐이프 트랜스폼 주문을 사용해 주었다.


“됐어. 내 친구 잘생겼다.”


“어디, 어디!”


서지터는 때가 잔뜩 낀 노리스 영감의 손거울을 챙겨 황급히 바뀐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한스의 말처럼 자신이 보아도 잘생기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의 꽃미남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에엑! 야! 이게 뭐야?”


“뭐긴? 바뀐 네 얼굴이지. 어디 봐. 으음.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생각보다 잘 된 것 같네.”


“그냥 평범한 얼굴이면 되는데 뭐야 이건? 너무 잘생겼잖아.”


“소문이 너 잘생겨서 투구를 안 벗는다는 말이 돌기도 하고. 전에 아리엘이 만났던 하프엘프가 생각나서 그 얼굴이랑 최대한 비슷하게 해봤는데 얼추 닮은 것 같다.”


그랬다. 한스는 서지터의 얼굴을 아리엘이 지난겨울 만났던 하프엘프 류안의 모습과 흡사하게 바꿔놓았다. 소문을 진실로 만들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런 얼굴로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 하게 하려는 의도도 숨어있었다. 설마 이렇게 주목받기 쉬운 얼굴로 행여 쏘다니다 사고 치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프엘프? 미친 거야? 누가 그딴 얼굴 갖고 싶대? 그냥 평범한 얼굴이면 된다고. 미친놈아.”


“하하. 잘생기면 좋지 뭐.”


“이 미친 자식! 내일도 이 얼굴로 만들어 놓기만 해라? 죽는다 진짜?”


“메롱.”


한스는 자신의 마법이 만족스러웠는지 손을 탁탁 털며 일어섰다.


“영감님은 일찍 잠이 드셨네.”


“대중없어. 병든 닭처럼 시도 때도 없이 저리 주무신다.”


“연세가 많으시니까. 일단 나는 빨리 돌아가 봐야겠다.”


“벌써?”


“어쩔 수 없어. 할슈타인 공작 그분 엄청 바쁘시더라고. 인맥이 넓다 보니 만나 볼 사람이 한둘이 아니더라. 우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주위 살펴보느라 정신없고.”


“고생이 많네.”


“내일 결승이 오후 2시지? 1시쯤에 마법 써주러 올게.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알았다. 가라.”


서지터는 천막 입구까지 친구를 배웅해 주었다. 한스가 돌아간 후 30여 분이 지날 때까지 얌전히 간이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던 서지터가 노리스 영감의 코골이에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어휴, 시끄러워. 이건 결코 내 탓이 아님을 밝힙니다?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바람 쐬려고 나가는 거니까.”


핑계일 뿐이었다. 이미 낮에 경기 도중 몰래 빠져나갈 거라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운이 좋게도 천막 주변에는 체이스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오늘도 천막 주변을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을 거라 생각되었기에 얼굴 모습을 바꾸고 나가려는 생각이었다. 경기 주최 측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자에 대한 작은 배려였지만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서지터가 그걸 알 길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런 얼굴로 나갈 게 아니라 원래 내 얼굴로 당당하게 나갈걸. 하여간 뭐가 이렇게 꼬이냐?”


오늘 밤 꼬이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무엇 하나 생각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일단 서지터는 눈이 부신 외모를 가리기 위해 망토를 두르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조심스럽게 천막을 빠져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로스 단장의 숙소였다. 내일은 힘들 듯싶어 결승 하루 전날 그를 찾아가 그동안 쌓였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숙소 위치도 이미 파시비엔을 통해 알아둔 상태였다.


#

그리폰 성기사단 일행은 아그나달린 신전이 아닌 일반 여관에 묵고 있었다. 셜레인 대주교까지 온 마당에 마이론홀드 지부의 성직자들이 그를 모시려 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수십여 명의 그리폰 성기사들까지 왔기에 민폐라며 신전이 아닌 일반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일반 여관이라고 하기엔 좀 고급스러운 숙소기는 했지만 말이다.


서지터 입장에서는 신전을 거치지 않고 로스 단장을 만나기 수월한 상황이었기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느덧 여관 앞에 도착했다.


“흐음, 여관 주인이 안 알려주면 어쩌지? 에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여관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귀에 익은 목소리가 서지터에게 말을 걸었다.


“이 여관에 묵으려고 오신 겁니까? 죄송합니다만 저희 사람들이 이미 방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여관을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공손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 서지터는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을 바라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트리스탄이었다.


“아아······.”


트리스탄은 환하게 웃으며 몇 발짝 서지터 가까이 다가와 다시 말했다.


“무투 대회 참가를 위해 그리폰 성기사단에서 이 여관을 빌렸습니다.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근처에 다른 여관이 있으니 제가 안내해드리지요.”


당연하게도 트리스탄은 서지터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색한 상황에 서지터는 머리를 긁적거리다 입을 열었다.


“다치신 건 어떠세요?”


“하하!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는군요. 그럼 혹시 저를 만나러 오신 팬이십니까?”


“뭐래. 도끼병 있으세요?”


“네?”


당황한 트리스탄이었다. 보통의 경우 이럴 때 자신의 팬이라며 호들갑을 떨거나 사인을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건 난생처음이라 트리스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눈치가 없으시네요. 얼굴은 다른 모습이긴 해도 목소리를 들으면 대충 누군지 감이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맨날 나 보고 싶다고 그래놓고선?”


“네? 누구신지?”


후드에 가려 서지터의 달라진 얼굴은 하관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트리스탄은 허리를 숙여 밑에서 서지터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에 얼굴이 조금씩 드러났지만, 전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어디 하나 모자람 없는 완벽한 남자인 줄 알았더니 눈치는 조금 없으신 편이네요. 역시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건가? 너무 완벽해서 질투가 좀 났는데 마음이 한결 편하네.”


“저, 저기 그럼 혹시······?”


“그 혹시가 아마 맞을걸요?”


“서지터님?”


“넵!”


“하하하!”


정체를 밝히자 트리스탄이 호탕하게 웃었다. 마상창시합 결승에서 그리도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엉뚱한 얼굴로 이렇게 앞에 나타나 있었다.


“대체 그 얼굴은 뭡니까? 당연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계시니 알아볼 수가 없죠.”


“대강 어떤 임무를 맡은 줄 아실 테지만 사연이 조금 기네요.”


“하하하, 정말 엉뚱하십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저를 만나러 오신 게 아니라면······. 아! 혹시 카렌을 만나러 오신 겁니까? 역시! 징표를 건네준 그 녀석에게 내일 결승에서 꼭 우승하겠다고 약속을 하러?”


“놀리지 마시죠? 카렌님 만나러 온 거 아니고요. 로스 단장님 만나러 왔는데요?”


“단장님을요?”


의아했다. 갑자기 이런 시간에 나타나 로스 단장을 만나러 왔다는 서지터를 보며 트리스탄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단장님께선 저녁에 회담이 있으셔서 제가 방금 모셔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아무래도 조금 늦으실 듯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맘먹고 왔는데 꼭 이러더라. 에잇!”


“다른 때 같았으면 기다려도 상관없지만 내일 결승이니 컨디션 조절을 하셔야지요.”


“컨디션 조절은 무슨. 딱히 상관없어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역시 서지터님이십니다. 그나저나 단장님께 용무가 있으시면 돌아오실 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나도 예의 바른 그의 태도에 서지터는 조금 질릴 지경이었다. 예의와는 담을 쌓은 자신과는 너무나도 안 맞는 사람이라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만나러 온 거라서요. 혹시 그럼 단장님 언제 시간 되시는지 아십니까?”


“내일 저녁에는 연회에 참석하실 겁니다. 그전까지는 아마 시간이 있으실 겁니다.”


“그럼 어쩐담? 혹시 페올루안테에 언제 돌아가세요?”


“모레 돌아갈 예정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서지터가 입술을 삐죽거리다 말을 꺼냈다.


“흐음! 그럼 내일 결승전 끝나고 잠시 들를게요. 성기사시니까 다치신 건 뭐 잘 치료하셨을 테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서지터가 여관을 등지고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트리스탄이 서지터를 붙잡았다.


“저기 서지터님?”


“네?”


“저와 잠시 대화를 나눠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오래 붙잡진 않겠습니다.”


“네, 뭐······. 그러시죠.”


두 사람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어색하게 말없이 걷다 트리스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봄밤의 따스한 공기와 선선한 바람이 좋군요. 저기 벤치에 앉을까요?”


“네.”


조각 같은 외모의 트리스탄과 꽃미남의 모습으로 위장한 서지터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다행스럽게 인적이 드물었기에 둘의 모습을 보고 정신줄을 놓는 사람은 없었다.


바람이 둘의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자 이번에 먼저 말을 꺼낸 건 서지터였다.


“하필 경기 초반에 다치셔서 아쉬우셨겠어요.”


“아, 경기 보셨습니까?”


“당연히 봤죠. 치료는 잘하신 거죠?”


“네, 물론입니다. 제 경기를 한 번도 보러오지 않아 조금은 서운했습니다. 하하.”


“서운하실 거까지야.”


“서운하죠. 저는 최고의 라이벌이라 생각하고 꼭 결승에서 맞붙고 싶었는데 서지터님은 저를 라이벌로 생각조차 하지 않으신 거 같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요. 친구들한테는 딱히 누가 올라오든 상관없다고 거들먹거리긴 했어도 사실 경기장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가 크죠.”


진지한 표정의 트리스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치 서지터의 말뜻을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실 수 있겠군요. 마상창시합을 즐길 거리로 여기는 분위기가 낯선 거······ 맞습니까?”


“네, 이런 식으로 말을 타고 랜스를 잡아본 적이 없어서요. 물론 용병단에 있으면서 훈련 겸 재미 겸 마상창시합으로 겨루기는 해도 어색하고 불편한 건 사실이죠.”


“매 순간 목숨을 걸고 전장에서 활약하셨을 테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제가 서지터님이었더라도 아마 이런 분위기가 어색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전장에서의 전투는 어땠는지 물어봐도 됩니까?”


트리스탄은 조심스러웠다. 용병단의 많은 사람이 죽어서야 전쟁이 끝이 났다. 특히나 서지터에게 이런 질문은 실례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트리스탄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서지터는 덤덤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냥 생지옥이었죠. 피가 튀고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처절한 비명이 들리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덜 죽게 죽을힘을 다해 싸웠죠. 검은 늑대로 있으면서 순간의 방심이 내 목숨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더 단련하고 애썼던 이유기도 하고요.”


“이타심이로군요. 최강의 용병단 안에서도 가장 강한 검은 늑대로 있으면서 그런 마음으로 전투를 하셨으니 모두의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되셨을 겁니다.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법이지요.”


“그런가요? 그냥 매 순간 죽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한 거죠. 특히나 마지막 트리스미스 전투는······.”


서지터는 더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 전투에 대해선 들었습니다. 저라면 아마 하루도 못 버텼을 겁니다. 동료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별이 되어 서지터님을 지켜보고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대화가 본의 아니게 조금 무거워지자 미안한 마음에 트리스탄이 화제를 돌렸다.


“처음 저와 만나 대련한 후에 단장님께 들었지요. 서지터님이 검은 늑대였다고 말입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단한 분과의 대련이라 제겐 너무나도 영광이었습니다. 그날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그런 하루였습니다.”


“대단하지 않아요. 그냥 저도, 살아남은 우리 검은 늑대 나머지도 똑같은 사람이고 평범해요. 오히려 트리스탄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요? 딜런이 한 짓을 알고도 화조차 안 내시잖아요.”


“하하하, 제가 부족한 탓이지요. 오늘은 제가 질 수밖에 없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네, 물론 눈치는 채고 있습니다. 그 친구 실력이라면 우연히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일부러 제 오른쪽 어깨 쪽을 노린 게 맞겠죠. 기본적인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행동이긴 합니다만 잡생각에 제 오른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렸습니다.”


“경기 중에 잡생각을 다 하세요?”


“순전히 서지터님 때문입니다. 하하하!”


트리스탄은 악의 없는 호쾌한 웃음을 지었다. 의아한 서지터는 트리스탄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저요?”


“네, 왜 서지터님은 제 경기조차 보러오지 않는지, 그만큼 제가 만만해 보이셨던 건지, 결승에 올라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기도 했죠.”


서지터는 손사래를 치며 극구 아니라고 부인했다.


“아뇨, 아뇨. 만만하게 보다뇨.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솔직히 제일 꺼려지는 상대였는 걸요?”


“어쨌든 저는 이미 당연하게 결승에 올라간다 생각하고 오늘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뿐이죠. 누굴 탓할 것도 없습니다. 오늘 서지터님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꼈습니다. 준결승 상대였던 모시프란 친구. 물론 패기 넘치고 뛰어난 실력자긴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서지터님의 상대는 되지 않았죠.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주셨습니다. 앞선 경기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1라운드에 모두 손쉽게 이기긴 했지만, 그 한순간조차도 최대의 역량을 끌어내셨을 테죠. 그러니 관중들이 서지터님을 보고 환호하는 거랍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시니까요. 그 점에서 저는 오늘 완벽하게 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치른 겁니다.”


과도할 정도의 칭찬에 서지터는 머쓱했다.


“그래도 아쉽지 않으세요?”


“하하! 아쉽죠.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페올루안테로 오실 때 저와 한번 겨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검술 대련도 좋고 마상창시합도 좋고요.”


“그럼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페트레빈가의 에스나라고 제 친동생 있는데 우연히 만날 기회가 되면 말이라도 한번 걸어주세요. 친오빠보다도 트리스탄님을 더 좋아하니깐요.”


“네, 물론입니다.”


두 사람은 한참을 더 검술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하기도하고, 만났던 상대 중 강하거나 독특한 스타일의 전사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누었다. 로스 단장을 만나러 갔다가 뜻밖의 트리스탄과의 만남은 둘 모두에게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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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7화 커져가는 불씨 - 2 23.08.29 29 1 15쪽
163 7화 커져가는 불씨 - 1 23.08.28 33 1 12쪽
162 6화 누군가의 의지 - 33 23.08.25 33 1 14쪽
161 6화 누군가의 의지 - 32 23.08.24 28 1 12쪽
160 6화 누군가의 의지 - 31 23.08.23 29 1 16쪽
159 6화 누군가의 의지 - 30 23.08.22 35 1 14쪽
158 6화 누군가의 의지 - 29 23.08.21 27 1 14쪽
157 6화 누군가의 의지 - 28 23.08.18 31 1 17쪽
156 6화 누군가의 의지 - 27 23.08.17 32 1 15쪽
155 6화 누군가의 의지 - 26 23.08.16 27 1 14쪽
154 6화 누군가의 의지 - 25 23.08.15 25 1 13쪽
153 6화 누군가의 의지 - 24 23.08.14 28 1 12쪽
152 6화 누군가의 의지 - 23 23.08.11 34 1 16쪽
» 6화 누군가의 의지 - 22 23.08.10 30 1 16쪽
150 6화 누군가의 의지 - 21 23.08.09 27 1 12쪽
149 6화 누군가의 의지 - 20 23.08.08 31 1 16쪽
148 6화 누군가의 의지 - 19 23.08.07 28 1 12쪽
147 6화 누군가의 의지 - 18 23.08.04 31 1 12쪽
146 6화 누군가의 의지 - 17 23.08.03 30 2 14쪽
145 6화 누군가의 의지 - 16 23.08.02 28 1 17쪽
144 6화 누군가의 의지 - 15 23.08.01 29 2 17쪽
143 6화 누군가의 의지 - 14 23.07.31 36 2 12쪽
142 6화 누군가의 의지 - 13 23.07.28 28 1 12쪽
141 6화 누군가의 의지 - 12 23.07.27 26 1 12쪽
140 6화 누군가의 의지 - 11 23.07.26 28 1 13쪽
139 6화 누군가의 의지 - 10 23.07.25 24 1 12쪽
138 6화 누군가의 의지 - 9 23.07.24 26 2 12쪽
137 6화 누군가의 의지 - 8 23.07.21 28 2 13쪽
136 6화 누군가의 의지 - 7 23.07.20 2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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