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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24.07.15 17:40
최근연재일 :
2024.08.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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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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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532

작성
24.08.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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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와아아아!”

“으아아아!”


목책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는 목책을 부수려는 듯 격하게 두드리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이미 쓰러진 감독관을 향해 몰려가기도 했다.

조금 과격하기도, 조금 시끄럽기도. 뭐가 되었든, 작업장의 분위기는 열기를 띠었다.


한편, 새로이 차지한 작업장에서도 지어진 임시 움막 속 분위기는 바깥과 달랐다.

사람들의 무리를 이끄는 이들. 그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는 꽤 심각했다.


“다친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목책이라는 것 하나에 이렇게까지 어려워지다니···.”

“감독관들이 모인다고 얼마나 대단해지겠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군요···.”


낮아진 목소리의 대화가 움막을 오고 갔다. 한숨도 자그맣게 울려 퍼졌다.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서, 조금이나마 밝은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한가운데 서 있던 마광이었다.


“그래도 이겨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친 이들이 훨씬 많았을테니.”


마광이 그리 말하며 자리에 함께 있는 여도필을 돌아보았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무얼. 다 선후 덕이지.”


여도필이 옆에 있던 선후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선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고맙다, 선후야.”


선후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어준 마광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들 그렇겠지만, 이번에 우리의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네. 이걸 극복해 볼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네. 생각이 있다면 다들 이야기해주게.”

“일단 제 생각에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딱히 할 말도, 그렇다고 지루한 이야기의 범벅에 버틸 재간도 없던 선후는 조용히 움막을 빠져나왔다.


“이 빌어먹을 나무 기둥 뽑아내!”

“무너뜨려! 없애버려!”


바깥은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목책을 두드려대던 사람들 사이에는 마령까지 합세해 기어이 하나둘 뽑아내 쓰러뜨리며 함성을 질렀고,


“이놈들!”

“이 자식들이!”


감독관들을 향해 몰려갔던 사람들은 무기를 번쩍 치켜들며 고함을 쳐댔다.

거세게 울리는 고함. 분노로 인해 벌게진 얼굴과 번뜩 올라온 목의 핏대.

선후의 눈에 사람들이 거칠게 소리 질러대는 모습이 담기던 그때였다.


“당장 비키란 말이다! 이 미친 놈들아!”

“대체 왜 감독관을 지키고 있어! 이 멍청이들아!”


선후가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홱 고개를 돌린 선후가 소란이 벌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선후는 볼 수 있었다.

작업장 바깥, 즉 선후와 함께 이 작업장으로 들어왔던 사람들이, 원래부터 이곳 작업장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인 것을.


“그놈은 감독관이라고! 감독관은 모두 죽여야 해!”

“이분은 다른 감독관들과 다릅니다!”


가득한 사람들 사이,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리며 살피던 선후에게 저 안쪽, 낯익은 얼굴의 감독관 한 명이 크게 다친 채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기다란 창을 휘두르던, 그동안 계속 선후를 상대해 주던, 그리고 모두가 들어올 수 있게 목책을 열게 해준, 그 감독관이 온몸에 상처를 입어 끙끙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는 이전부터 이곳 작업장에서 일해왔던 이들이 잔뜩 늘어서서 몰려든 이들을 몸으로 막고 있었다.


“이분은 저희에게 채찍 한 번 휘두른 적 없습니다! 심지어 저 같은 노예들이 다칠 때 연고를 다 써서 치료도 해주시던 분입니다! 그런 분에게 어떻게 이렇게 무기를 휘두르실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봤자 감독관이야! 잠깐 잘 대해주었다고 우리편이 아니란 말이다!”

“잠깐이 아니라 계속입니다! 처음 저희를 보았을 때부터 도와주셨습니다!”


막는 이들이 물러서질 않자, 무기를 든 이들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냥 밀고 들어가! 감독관한테 속은 놈들 생각하지 말고!”

“감독관 놈들은 다 똑같아! 그걸 아는 우리까지 망설이면 어떡하자는 거야!”

“언제든 감독관 편으로 돌아설 수 있는 놈은 없애는 게 맞아!”


쏟아지는 거친 말들. 그러자 막고 선 이들의 외침도 격해졌다.


“어디 한번 해봐라! 우린 절대 못 물러난다!”

“우리를 풀어주는 자들이라더니, 우리에게 못할 짓을 시키는 놈들이었어!”

“이분을 죽이고 싶으면 우리부터 다 죽여라!”


사람들끼리의 말다툼이 빠르게 커져갔다.

당장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괜찮다니까. 그냥··· 빨리 저리 가래도···.”


끙끙대던 감독관이 이를 막으려는 듯 도중에 몸을 일으켜 말하기도 했지만,


“권선 님! 말하지 마십쇼! 피가 납니다!”

“하필 저를 치료하는데 연고를 다 쓰셔서! 제가 꼭 어떻게든 지켜드리겠습니다!”

“저, 저 역겨운 놈!”

“감독관 놈이 죽을 것 같으니 남을 챙기는 척을 하는구나!”


오히려 양쪽의 화만 돋구는 일이 되어버렸다.

다친 감독관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막는 이들도, 몰려온 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먹은 굳은 표정을 지어가던 찰나에,


“저기. 석호 아저씨.”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선 선후가 중간에 섰다.

선후를 알아본 어느 아저씨가 놀람과 멋쩍음이 반반 섞인 얼굴로 선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선후구나. 이번에도 고생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다름이 아니라 보다시피 저 사람들이 감독관 하나를 감싸고 들어서···.”

“저 감독관 아저씨는 괜찮아요.”


한창 설명 중인 아저씨에게 선후가 대답하자, 아저씨가 눈을 크게 떴다.


“어? 그게 무슨 소리니?”

“저 감독관 아저씨가 목책 문 열어준 사람이에요.”

“뭐?”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감독관을 쳐다보았다.

정말 한순간이었다. 모두가 민망해하는 얼굴로 창을 내리고, 뒤로 돌아서 흩어진 것은.

그래도 다들 작게 중얼거리긴 했다.


“뭐, 그런 감독관이면 일단은 냅둬도 되겠지···.”

“그래도 감독관이긴 한데··· 마광이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멋대로 하기에는 조금 그런 감독관이긴 하네···.”


몰려왔던 사람들이 사라지니, 가로막고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돌아갔다.


“권선 님! 제가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연고를 구해오겠···!”

“알았으니까 나중에 해···. 지금은 조용히 누워있고 싶다.”


돌아가지 않는 이는 감독관이 손을 내저어 쫓아냈다.

여전히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감독관의 모습을 본 선후가 연고를 구해 돌아왔을 땐, 감독관만이 홀로 자리에 누워있었다.

선후가 조용히 그에게 다가가 연고를 바르려 하니, 감독관이 힐끔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선후에요.”

“나는 권선이라고 한다. 목숨을 빚졌구나.”

“괜찮아요. 제가 더 많이 졌잖아요.”

“···그건 맞지. 앗 따거라. 좀 살살 발라다오.”


대충 고개를 끄덕인 선후가 상처에 연고를 치덕치덕 발라나갔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던 감독관 권선이 갑자기 픽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자, 그가 말했다.


“매번 내가 하던 일을 받고 있어서 그렇다.”


선후는 그가 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고를 바르는 것에 집중했다.

연고를 바르는 것은 금방 끝났다.


“다 끝났어요.”

“고맙다.”


감독관 권선이 선후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한편, 선후는 연고로 번들거리는 손을 바지에 슥슥 닦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문득, 선후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허리춤을 더듬었다.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손목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든 선후의 시선이 누워있는 권선에게로 향해 있었다.


“아저씨.”

“···.”

“아저씨. 감독관 아저씨.”

“음? 나 말이냐?”


권선이 의아해하는 얼굴로 선후를 쳐다보았다.

한 번 더, 자신의 손을 흘깃 본 선후가 권선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한테 부탁할 게 있어요.”

“부탁?”

“네.”

“말해 보거라. 어려운 게 아니면···.”

“창, 배우고 싶어요.”


선후의 말에 권선이 고개를 돌려 선후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받은 선후가 앞서 한 말을 살짝 고쳐 대답했다.


“무기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무기 쓰는 법이라···.”


권선이 몸을 살짝 일으켰다. 상체만이었다.


“훈련이야 몸이 나으면 해주면 되지. 어려울 건 없다. 어차피 목책 앞에서 하던 것 연장선이라고 보면 되니까.”

“그럼···!”

“하지만.”


선후의 말을 끊은 권선이 고개를 들었다. 선후의 시선이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따라 옮겨졌다. 거기에는 선후가 빠져나왔던 임시 움막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선후가 고개를 갸웃했다. 권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감독관이다. 당장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실제로 나 말고 다른 이들은 다 그렇게 되었으니까.”


권선이 고개를 들었다. 씁쓸해하면서도 시원해하는 것 같은 표정이 선후에게 보였다.


“운이 좋으면 쫓겨날 거다. 그러니 너를 가르치는 건 어려운 일이야. 훈련이라는 건 한두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권선의 말을 듣고 있던 선후가 고개를 돌려 임시 움막을 쳐다보았다.

권선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감독관인 권선은 충분히 쫓겨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 걸 아까 보았으니까.

하지만 선후는 배우고 싶었다. 아무리 달려들어도 다가가는 것조차 제대로 못했던, 권선의 창 다루는 방법을.

그래서 선후는 권선에게 말했다.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지금? 뭐, 못할 건 없다만.”

“그럼 지금 가요. 아저씨들한테.”

“···뭐?”


선후의 말에 권선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권선의 소매를 선후가 붙잡았다.

그리곤 그대로 잡아 일으켜, 어른들이 모여있을 임시 움막으로 데리고 갔다.


***


임시 움막.

마광을 비롯, 무리를 이끄는 주요 어른들이 모여있는 곳.

처음의 무거웠던 분위기를 떨쳐내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며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던 와중에,


“선후야, 이게 지금 뭐하는 거냐!”

“감독관을 왜 이리로!”

“주변에 있는 무기를 치워! 아니, 우리가 무기를 들어라!”


선후가 아직 감독관 옷을 입고 있는 권선을 데리고 들어와, 움막 안에선 소란이 일어났다.

물론 어른들의 이런 반응을 선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뚜벅뚜벅. 선후는 권선을 데리고 마광의 앞에 섰다.


“저, 무기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갑자기 사람들 앞에 감독관을 데려와서 그게 무슨 소리냐?”

“이 아저씨가 절 가르쳐줬어요. 목책에 들어오기 전에.”


선후가 권선을 가리켰다.

마광이 눈썹을 찌푸리며 권선을 바라보았다.

권선도 당황한 표정을 했다.

그때였다. 옆에 있던 여도필이 슬쩍 끼어들었다.


“앞쪽을 두고 몰려 싸울 때, 선후는 감독관이 없는 쪽을 노렸어. 그리고 그때 만난 감독관이 저 자일세. 선후와 계속 싸웠다는데, 알고 보니 선후를 매번 살려 보냈던 거였어.”.


사람들이 술렁거리고, 마광이 눈썹을 으쓱였다.

시선이 전부 권선에게로 향했다.

이에 권선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후가 고개를 끄덕여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눈썹을 으쓱인 마광이 권선을 바라보았다.


“남에게 무기를 가르쳐본 적은 있나?”

“딱히 없다.”


권선이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찰나, 권선의 말이 이어졌다.


“대신, 배운 적이 많지.”

“배웠다?”

“그래, 감독관이 되려면 훈련을 받아야 하니 말이야.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또 내가 알고 있는 게 좋은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 배워왔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흐음.”


권선의 대답에 마광이 팔짱을 꼈다.

살짝 찌푸러진 표정으로 마광이 말을 흘렸다.


“그렇단 말이지···.”


그러다가, 씨익, 마광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이건 어떤가?”


이어 마광이 한 말에, 선후, 여도필, 권선 그리고 움막에 있는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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