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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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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24.07.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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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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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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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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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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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달려가라!”

“감독관들을 몰아내자!”

“사람들을 구하자!”


처음으로 다른 작업장을 차지하게 된 이후. 마광이 이끄는, 선후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길이 이어진 다른 작업장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주저없이 차지해, 노예였던 이들을 해방했다.


“와아아아아아!”

“마광! 마광! 마광!”

“해방! 해방! 해방!”


수많은 사람들이 작업장에서 뛰쳐나와 환호했다.

언제나 가장 앞에서 달려가는 사람 중 한 명인 선후는 몇 번이고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감사. 선후는 이것이 언제 보아도,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매번 가슴이 벅차올랐고, 매번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그대들도 함께하겠는가!”

“함께 하겠습니다!”

“감독관들에게 복수를!”

“인간들에게 자유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광이 소리쳤다. 뛰쳐나온 사람들이 곧장 이에 호응했다.

사람들의 함성에 공기가 웅웅 떨렸다.

선후는 말없이 손을 들어 올려 그 떨림을 느꼈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감정.

주먹을 쥐니, 웅웅대는 그 감정이 마치 자신의 손에 잡히는 것만 같았다.


‘헤헤.’


싱긋 웃은 선후가 옆을 돌아보았다.

작업장에서 뛰쳐나온 사람들 말고,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작업장에서부터 함께 달려온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수는 처음보다 몇 배는 많아져 있었다.

작업장을 차지할 때마다 감독관에게 시달리던 이들이 합류해서였다.


특히 선후처럼 제일 앞에서 뛰는 이들은 이제 경험도 꽤 쌓여, 작업장을 향해 달려갈 때도, 도중에 누군가가 다쳐도,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대처가 능숙했다.

그래서일까, 자신감이 가득했다. 선후도, 옆의 아저씨도, 그 옆의 형도. 가슴을 쭉 편 채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우리가 한 거야.”

“그래. 우리가 저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든 거지.”

“맞아. 그리고 오늘은 아니었지만, 다가가자마자 문이 열리게 만든 것도. 오기도 전에 감독관 놈들이 냅다 도망치게 만든 것도. 우리가, 우리가 그렇게 해내고 있는 거야.”


선후의 옆과 위에서, 다른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이를 듣는 선후가 자연스레 기억을 떠올렸다.

떠오르는 건 여러 작업장을 차지하고 나서부터 종종 보게 된, 최근 들어 자주 마주하는 광경들이었다.


“왔다! 사람들이 왔어!”

“문을 열어! 빨리! 감독관들이 오기 전에!”

“이놈들이! 뭐하는 짓이냐!”


분명 굳게 닫혀있던 문이 가까이 달려가니 기다렸다는 듯 활짝 열리기도 했고,


“도망가!”

“감독관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기는 포기해! 거기서 모이자!”


심지어 어떤 작업장은 감독관들이 한두 명만 남아있거나, 아니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다.

감독관들이 도대체 어디 갔느냐고 물어보면, 노예를 풀어주는 무리가 다가온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도망갔다고, 작업장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라고 선후는 생각했다. 전투가 조금씩 줄고 있었고, 자연히 다치고 쓰러지는 이들도 줄어 들었으니까.


“선후야.”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때였다. 여도필이 선후를 불렀다.

고개를 돌리니 여도필이 선후를 향해 살짝 손짓했다.

그가 손짓한 방향에는 임시 움막이 서 있었다.


마광, 여도필과 같은, 사람들 무리를 이끄는 중요한 어른들이 모이는 움막이었다.

물론 선후도 이 움막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단순히 여도필과 친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어른들 못지않게 행동하는 어린아이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후는 여도필의 뒤를 따라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온 다른 사람들 몇몇과 함께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마광이 들어왔다.


“수고했네, 다들.”


마광의 인사에 다들 손을 들어 보이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마광이 그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이야기를 꺼냈다.


“작업장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에 대한 소문이 점점 퍼지고 있는 모양이야.”

“그렇습니다. 저희의 모습만 보아도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감독관들도 도망친 경우가 자주 보입니다.”


마광 근처에 있던 어른들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후의 목에도 힘이 들어갔다.


“자네들이 용기 있게 행동해 준 덕분이야. 정말 고맙다.”


마광은 바로 옆에 있는 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리 말했다.

선후에겐 익숙한 얼굴이었다. 선후보다도 더욱더 앞에서, 그 누구보다도 앞에서 달려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마광이 그의 어깨를 담담히 두드렸다.

선후는 마치 자신도 그리 칭찬받는 느낌이 들어 활짝 웃었다.


“그나저나, 듣다 보니 다른 소문도 있던데.”


손을 내린 마광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어느 순간부터 지도를 맡고 있는 정여운이었다.


“감독관들이 어느 한 작업장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예. 마침 오늘 얻게 된 지도도 있어, 그에 대해 설명드리려 합니다.”


정여운이 기다렸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곧이어 자리에 지도가 펼쳐졌다.

가느다란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든 정여운이 앞으로 나서 지도 한 곳을 짚었다.


“오늘 차지한 곳은 이곳입니다. 다른 작업장들과는 이렇게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선후는 지도를 살폈다. 작업장을 표현한 그림이 어떤 것인지는 이제 익숙했다. 또한 차지한 곳은 검게 칠해져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선후의 눈에, 작업장과 같은 그림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보였다.


“도망쳤다는 감독관들, 어느 한 작업장에 모이는 중이라는 감독관들이 향하는 곳은 이곳입니다. 그들이 버리고 간 작은 지도와 비교하면 확실합니다.”


얇은 나무 막대기가 구석진 곳을 짚었다.

마광이 이에 팔짱을 꼈다.


“다른 곳들을 먼저 차지하고 내려가겠다.”

“알겠습니다.”


정여운이 허리를 숙이고는 지도를 물렸다.

마광이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어디가 되었든. 감독관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마광의 목소리가 움막에 크게 울렸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사람들을 해방하는 일뿐이다!”

“마광! 마광! 마광!”


마광의 말에 자리의 모두가 환호했다. 선후도 함께였다.

오직, 선후의 옆에 있는 여도필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했고, 지도에 그려진 작업장들은 지도 위 단 하나의 작업장만 남기고 모두 검게 칠해졌다.

자연스레 모두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남은 곳은 한 곳뿐이군.”


임시 움막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마광이 말했다.

지도를 미리 펼치고 있던 정여운이 곧장 설명했다.


“이곳 지역의 마지막 작업장입니다. 이후부터 이어진 곳들은 이제 작업장이 아니라···.”

“여기가.”


마광이 작게 숨을 들이마시곤 말을 이었다.


“감독관들이 모여 있는 곳인가?”

“그렇습니다.”


마광이 말을 꺼내는 즉시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돌았다.

마광이 그들을 슬쩍 훑어보았다.


“감독관들이 두려운가?”

“아니!” “아닙니다!”

“그, 그게···.” “으음···.”


반응은 반반이었다. 선후처럼, 오래도록 달려온 이들은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나중에 함께하게 된 이들은 상당히 주눅 들어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피해 도망치기만 했다.”


마광이 어깨를 펴며 입을 열었다.


“그들도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웅성거림이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다. 주눅 들어 있던 이들의 어깨가 살짝 펴졌다. 당당히 서 있던 이들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마광이 소리쳤다.


“우리가 할 일은 똑같다! 노예들을 풀어주는 것! 그들을 해방하는 것!”


마광이 손에 쥔 창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우와아아아!”

“마광! 마광! 마광!”


움막에 자리한 나쁜 분위기를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걱정이구나.”


선후의 옆에서 여도필이 작게 중얼거렸다.

선후가 옆을 돌아보았다. 여도필의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여도필의 행색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단지 그의 주위, 그의 주변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매번 걱정 섞인 이야기를 하는 여도필. 하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작업장을 차지해나가다 보니, 그의 옆에는 이제 선후 말고는 사람이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도 똑같이 걱정 가득한 말을 하는 여도필에게 선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요?”

“사람은 자신감이 넘칠수록 위험한 일을 시도하게 된단다.”


여도필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위험한지도 모른 채 말이야.”


선후는 위험하다는 여도필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작업장을 계속 차지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다친 사람도 있었고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감독관들에게 시달리던 사람들을 해방해 왔으니까.


그런 선후의 의아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도필이 미간을 찌푸리며 속삭였다.


“선후야. 다음에 달려 나갈 땐,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왜요? 라는 말이 똑같이 입에 떠올랐지만, 선후는 굳이 뱉지 않았다. 그러기도 전에 여도필의 설명이 이어져서였다.


“마광은··· 잊은 모양이야. 아니면 기억하고 있음에도 저리 말할 수밖에 없는 거겠지. 멈출 수 없어서 말이야.”


환호를 받으며 빠져나가는 마광의 뒷모습 위로 여도필의 말이 얹어졌다.


“나는 어릴 때 감독관들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달라. 아예 전문적으로 싸우는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우리가 워낙 많은 숫자로 그들을 밀어붙여서 느끼지 못하지만, 원래는 이렇게 쉽게 밀릴 이들이 아니다.”


여도필의 얼굴에 두려움이 내려앉았다.


“특히나 그들이 한곳에 잔뜩 모였다면···, 서로 제대로 협력한다면···, 평소처럼 생각하는 건 큰 실수일 거야.”


선후는 여전히 여도필을 이해하지 못했다. 두려움, 걱정.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여도필의 얼굴을 보면서도, 선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


“작업장이 보인다. 선후야.”


한창 몸을 살피던 선후가 여도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선후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흙길을 따라 걷는 중이었다.

이유는 당연히 감독관들이 모여 있는 작업장으로 달려가기 위해서. 제일 먼저 달려가는 역할을 선후가 맡고 있어서.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은 여도필도 앞에서 달리는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는 것.

그래서 선후는 여도필과 함께 걸으며 속도를 맞춰 꽤 천천히 걷고 있었다.


“목책이 있구나.”


여도필의 말대로, 작업장의 모습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선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면 다같이 저리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사람들과 함께 저 나무로 된 벽을 무너뜨리려 애쓴다.

다치는 사람들도 생기고, 쓰러지는 사람들도 생긴다.

하지만 어떻게든 무너뜨리면, 그 너머로 다같이 쏟아져 들어가면, 너머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감독관에게서 벗어난다.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선후가 주먹을 꾹 쥐는 그때였다.


“선후야, 아무래도.”


여도필이 선후의 손목을 붙잡았다.


“오늘의 전투는, 그동안의 전투와 아예 다를 것 같다.”


선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여도필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통나무를 뾰족하게 깎아 땅에 꽂아 넣은 모양의 나무 벽.

그 뒤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무기들.

창, 칼, 도끼, 등등. 많은 무기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조금 더 다가가자, 수많은 감독관들이 그 뒤에서 무기를 들고 자리한 게 보였다.

그들의 눈빛은, 이전에 마주한 감독관들과는 전혀 달랐다.

선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동안 작업장에서 벌어진 전투와 오늘 이곳에서 있을 전투는 전혀 다를 거라고.


“돌격!”

“달리자!”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손목이 붙잡힌 선후의 앞으로, 다른 어른들이 뛰어갔다.

화들짝 놀란 선후가, 조금 늦게 그 뒤를 쫓아갔다.

마음속에,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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