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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맨
작품등록일 :
2024.07.15 17:40
최근연재일 :
2024.08.13 22: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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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532

작성
24.07.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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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화

DUMMY

“와아아아!”

“나무벽을 무너뜨려라!”

“사람들을 해방하자!”


앞에서 달려가는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선후는 그 뒤를 쫓았다.

흙길 끝에 늘어선 나무벽. 끝이 뾰족하게 깎인 나무 기둥들과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달리는 선후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자신보다 달리기가 느린 어른들을 한 명씩 제칠 때마다,

원래 선후가 항상 있었던 자리인 가장 앞쪽에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함이 씻겨 내려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선후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게 선후의 표정이 밝아져, 어느새 입꼬리마저 올라가 미소를 막 피어내려 하는 그때였다.


“쏴라!”

“공격해라!”


달리는 사람들의 함성만큼이나 커다란 외침이 나무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곧바로, 저편에서 무언가 하늘로 빼곡하게 올라갔다.

선후의 고개가 위로 젖혀졌다.

하늘로 올라간 게 무엇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뾰족하고 얇은 나무 막대기. 감독관들이 가끔 사용하던 무기 중 하나. 화살이었다.


가느다랗고 날렵한 화살들이 잠시 하늘을 떠다니다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아주 빠르게.


“으아악!”

“아아악!”


쐐애액하는 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더니 앞서 달려가던 어른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곳곳에서 땅을 구르는 어른들의 몸에는 화살이 몇 발씩 꽂혀있었다.

앞쪽에서 벌어진 일을 본 선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멈추지 마!”

“계속 달려!”


하지만 선후는, 아니 주위의 그 누구도 발을 멈추진 않았다.

심지어 몸에 화살이 박혀있는데도 계속 뛰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변하는 게 없다는 걸 이미 몸으로 배워왔기에,

곧 뒤따라올 연고통을 진 이들이 쓰러진 이들을 챙겨줄 거라 믿고 있기에,

모두들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더 빨리 달려!”

“벽에 붙으면 안 맞을 거야!”


누군가가 외쳤고, 다들 속도를 올렸다.

선후도 이를 악물고 그 뒤를 따라붙었다.


“한 번 더 쏴라!”


나무벽 너머에서 또 한 번 외침이 들리고, 화살이 한 번 더 빼곡하게 하늘을 채웠다.

선후가 침을 꼴깍 삼켰다.

또다시 사람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운이 좋았던 걸까, 이번에도 화살이 선후의 앞쪽에 쏟아져, 선후는 다치지 않았다.

다만 선후를 포함해 그렇게 운이 좋았던 이들의 걸음이, 상당히 느려졌다.


“이,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남은 이들의 걸음이 주춤거리는 찰나였다.


“우, 우리도 던지자!”


술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어 어떤 이가 냅다 앞으로 뛰쳐나가더니 들고 있던 창을 힘껏 던졌다.

창은 모두가 보란 듯이 하늘을 날아 나무 벽을 넘어갔다.

그리고,


“아악!”


선명한 비명이 들려왔다.


“먹혔다!”

“다들 무기를 던져!”

“쓰러진 사람들의 무기도 써라!”


함성과 고함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벽을 향해 무기를 던졌다.


“아아악!”

“으아악!”

“목책에서 거리를 둬라! 아니면 아예 목책을 끼고 싸워!”


나무벽, 저들이 목책이라고 부른 것 건너편에서 비명과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성이 더더욱 커졌다.

손에 든 무기를 던져 빈손이 된 이들은 쓰러진 이들이 놓친 무기를 주워 달렸다.

양손 가득 무기를 쥔 이들이 힘차게 뛰어가며 무기를 던졌다.

나무벽 건너편에서 비명이 들릴 때마다 그들의 달리기가 더더욱 빨라졌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선후가 자신의 허리춤을 내려다보았다.

선후가 가져온 것은 쥐고 휘두를 짧은 칼들뿐.

저 멀리까지 던지기엔 힘이 부족한 데다, 던져도 별일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선후가 아쉬움에 침을 삼켰다.

하지만 거기에 매여있진 않았다.

선후는 재빨리 어른들의 뒤를 따라 발을 놀렸다.


“나무 기둥이 보인다!”

“무너뜨려라!”

“무기를 던져!”


나무벽이 가까워졌다.

거리가 확연히 줄어서인지, 화살은 더이상 하늘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화살을 쏘지도 않았다.

대신,


“이놈들!”


나무벽 너머에서 감독관들이 불쑥 솟아올랐다.

머리 위로 길쭉한 줄 하나를 빙빙 돌리고 있는 이들.

순간 당황해서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홱, 손을 뻗었다.

그 행동이 낯익었던 선후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퍽하는 소리와 비명이 곳곳에서 들렸다.


“돌을 날린다!”

“나무 벽으로 붙어!”

“더 뛰어!”


몇 번 더 돌멩이가 날아드는 사이, 사람들이 나무벽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나무벽은 높았고, 튼튼했다.


“넘어가야 해!”

“밟고 올라가!”

“받쳐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모여서 한 명씩 위로 올려주기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의 어깨를 밟고 나무벽을 기어 올랐다.

그때였다. 또다시,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가깝게, 감독관들이 나무벽 위로 나타났다.


“이놈들이 어딜!”


감독관들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를 휘둘렀다.

창을 찌르고, 칼을 휘두르고, 도끼를 내려찍었다.


“으아악!”

“아아악!”


올라가던 사람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얄밉게도, 그렇게 몇 번 사람들을 쓰러뜨린 감독관들은 나무벽 아래로 훌쩍 숨어버렸다.

그러면 또 다른 위치에서 다른 감독관들이 올라와 무기를 휘둘렀다.


“목책을 이용해라! 철저하게!”

“한 놈도 넘어오게 두지 마라!”


감독관들은 달려드는 이들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선후가 나무벽에 가까이 갈 때까지, 나무벽을 넘은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쓰러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던 선후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눈을 부릅뜨고, 나무벽을 넘어가게 받쳐주는 어른들을 향해 뛰어가려던 그때였다.


“선후야, 돌아가야 한다! 이건 안 돼!”

“···할아버지!”


어느새 뒤따라온 여도필이 선후를 붙잡았다.

선후의 몸이 멈칫했다. 그 덕에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이미 나무벽에 달라붙은 사람들. 그 위로 오르락내리락 나무벽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감독관들.

감독관들이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기껏 서로를 밟고 올라간 사람들이 무너져 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에서, 한쪽, 한 방향에서 다함께 몰려들어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선후의 시선이 사람들이 없는 쪽으로 향했다.


‘···어?’


저 멀리, 나무벽 너머로 보이는, 삐쭉삐쭉 튀어나와 있는 무기들.

그런데 그 수가 이쪽에 비해 눈에 띄게 적었다.

선후가 침을 꿀꺽 삼켰다.


“할아버지! 먼저 돌아가세요!”

“뭐? 선후야, 너는?”

“저는···.”


여도필을 돌아보며, 선후가 대답했다.


“다른 곳을 찾아볼게요!”

“뭐라고? 선후야! 선후야, 잠깐만!”


선후는 여도필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은 방향으로 뛰어갔다.


***


뛰어가면서, 선후는 확실하게 느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쪽에는 감독관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없는 곳에는 감독관들이 거의 서 있지 않았다.


물론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어서, 선후를 눈치챈 감독관들이 계속해서 공격을 해댔다.

화살이 등을 스치고, 돌멩이가 코앞을 지나갔다.

그러나 선후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끝내, 사람이 가장 없는 위치를 찾게 되었다.


“여기···!”


딱 한 명.

나무벽. 감독관들이 목책이라 부르는 그것 너머에 서 있는 이는 단 한 명.

선후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목책으로 다가가려는 찰나,


“돌아가라.”


감독관의 몸이 절반쯤 목책 위로 올라와 있었다.

손에는 활이, 등에는 화살이 담긴 통이.

선후가 그를 잠시 노려보았다.

그러다 냅다 목책을 향해 달려들었다.


“흠.”


감독관의 반응은 빨랐다.

그는 곧장 화살을 쏘았다.

화살이 팽팽히 뒤로 걸리는 것. 이어 손을 놓는 것을 본 선후가 다급히 몸을 굴렸다.

다만 화살은 선후가 구른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몇 걸음 앞에 박혔다.


선후가 얼굴을 찌푸리며 감독관을 쳐다보았다.

감독관은 무표정하게, 화살을 새로 꺼내 걸었다.

선후는 다시 달렸다.

쐐액, 쏘아지는 화살.

이를 반응한 선후가 급히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에, 화살이 선후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깨보다 옆. 상당히 떨어진 거리를.


순간 우뚝 멈춘 선후가 옆을 지나간 화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데, 또 한 번, 화살이 날아왔다.

선후가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젖히려다가, 멈칫했다.

화살이 선후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화살이 저 멀리 꽂혔다.

일부러라고, 너를 무시하고 있다고, 땅에 꽂혀 끄트머리가 웅웅 떨리는 화살이 그리 말하고 있는 듯했다.


“빌어먹을 새끼···!”


선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꽉 쥐어진 어린 주먹이 부들거렸다.

다시 한번, 너머에 보이는 감독관이 활에 화살을 메겼다.


동시에 선후가 허리춤을 만졌다.

허리춤에 걸어두었던 작은 칼들. 그중 하나를 선후가 손에 쥐었다.

처음 달릴 때는 하지 못했던 것. 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충분한 것.

선후가 칼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감독관을 노리고 던지려는 순간, 미간을 찌푸린 감독관이 빠르게 화살을 쐈다.

찰나에 쏘아진 화살은, 순식간에 날아와 선후가 들고 있던 칼을 맞췄다.

화살에 맞은 칼이 땅에 떨어져 굴렀다.


“···쯧.”


혀를 차는 감독관의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선후의 표정 또한 더욱 일그러졌다.

선후가 곧장 나무 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를 본 감독관은,


“이 자식이! 이리 나와!”


목책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선후가 화를 내며 목책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달라붙는 즉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몸이 날아갔다.


“돌아가라.”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목책 일부분이 열려있었다.

또한 화살을 쏘던 감독관이 길쭉한 창을 든 채 밖으로 나와 있었다.


선후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허겁지겁 허리춤의 칼을 쥐었다. 하지만 막상 창을 든 감독관은 별 관심 없다는 얼굴로 저 멀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선후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으려 했다. 당장 감독관을 향해 뛰어가, 칼을 내지르려 했다.

하지만, 저 멀리서 크게 들려오는 소리가 선후의 고개를 저절로 그쪽으로 돌려버렸다.


“물러나!”

“물러나라!”


감독관들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들리는 외침에 선후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누런 웃옷을 묶은 장대를 높이 치켜들고 휘휘 휘젓고 있었다.


그 근처에서 장벽에 달라붙어 있던 어른들이 다급히 뒤로 빠져 도망가고 있었다.

선후는 즉시 깨달았다. 당장 사람들의 뒤를 따라 도망쳐야 한다고.


선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를 악물었다.

홱, 고개를 돌린 선후가 감독관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감독관.

선후는 말없이 감독관과 그가 서 있는 자리를 쳐다보았다.

위치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선후는 몸을 돌려, 도망갔다. 다행일지, 상대했던 감독관에게선 아무런 공격도 없었다.


대신 저 멀리서 크게 울리는, 목책 넘어 감독관들의 함성을 들었다.


“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저리 꺼져라! 이 노예 새끼들아!”

“다음에는 전부 죽여주마! 꼭 다시 몰려와라!”


선후는 처음이었다. 뒤에서, 상대편에서, 그런 커다란 함성이 들리는 것은.


돌아가는 선후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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