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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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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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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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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

DUMMY

그건 정리를 끝낸 후 점심의 일이었다.



"라인."

"네?"

"단 하루라곤 해도 사감으로서 어제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할 게 있답니다."

"네······."



어제의 일. 하도 벌여놓은 일이 많기에 어떤이야기일지. 혼나게 되는건가? 하고 의문을 띄우는 라인.



하지만 자애스는 사감<어른>으로서의 의연한 모습으로 행동한다.



"여러 곤란한 일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답니다. 저는 믿고 있답니다."

살짝 반색.



"하지만."

그리고 반전.



"애초에 근본적인 원인은 라인이 길을 해맨 탓이예요."

그건 말 그대로 귀색이었다.



"그러니 라인에게 숙제를 주겠어요."

의연하지만 단호하고 배려있고 사려깊은 그 모습을 끝으로.

"하루동안 밖을 돌아다니며 길을 외워오세요."



거기엔 감정은 없다.

말 그대로 배려와 격려. 그건 알고 있는 바다.



허나 거기에 알 수 없는 부끄러움같은 것을 느낀다.



그런 복잡한 마음을 내품고 오후 높이 올라가 환하게 빛의 내리고 있는 에데아를 올려다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런 한창 때 소년의 고민에도 상관없이.

"이제 준비된거지?"

말을 끼얹는 소녀는 있었다.



환한 햇살에도 '덥지는 않을까?' 보고 있는 사람을 덮게 만드는 검은색 베이스의 수도복이 눈에 띄는 이리스였다.



"·········."



복잡한 내적갈등과는 따로로.

복잡한 외적갈등은 한없이 당당하면서도 어딘가 의욕적인 모습까지 보이는 그녀.



"···하아."

누구에도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뱉자니.

"준비된거냐고."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서 올려다보는 수녀복에 살짝 놀라버렸다.



어떻게든 갈등들을 가다듬고.



"그래. 됐어. 준비라고해도 할 것도 없고말야."

최대한 태연한 척 했지만, 그 노력이 보답받는 모습은 딱히 없어보였다.



"그래서 어딜 갈거야?"

"그렇네. 어제 갔던 잡화점. 어제 심부름 값이랑 불평 좀 하러가는 겸해서."



대체 뭘하고 싶은지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말을 늘여놓는건 의미가 없고 명분도 없다는건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왜그래?"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흠···. 그렇네. 또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니까.""



평범하고도 신이 나있는 그 모습에 허를 찌린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어딘가 복통같은 걸 느낀다.








그렇게 출발하기 직전.



"그럼 나 먼저 내려가 있을게."

그건 이 기숙사의 위치적인 부분에서 선뜻 나온 말이었다. 산속에 있는 이 기숙사에서 유일한 출구는 그 긴 계단밖에 없으니.

깝깝해보이는 수녀복을 입은 이리스보다 널널한 자신이 더 빠를거라고.



하지만 그런 라인에게 이리스가 뭐라 막기도 전에.

"응? 잠――."

라인은 그대로 빠르게 달려가버렸다.



마법이라도 쓴건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그의 빈자리에.

"――어휴···."

짧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도시 솔루스.

마법이 존재하는 이 시대에서 '도시'라는 의미를 매우 다르게 접근하게 만든 계기이다.

수많은 테크놀로지. 추상적이지 않는 개념을 한데 뭉쳐 성립시킨 집합체의 개념.

그 이름을 칭할 수 있는 존재는 적을 뿐더러.



그 기준을 높인 것이 '솔루스'라는 이름이다.



쉽게 말하자면.

거리가 먼 사람이 보기엔 눈을 둘 곳이 너무나도 많은 곳이란 거였다.



"·········."

"오호. 흐음. 과연.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만들어졌네."

"·········."

"확실히··· 이건 놀랍네. 이러면 어떤 사람도 사용할 수는··· 이러면 보안성이 떨어지지 않나? 그것도 감안해서도 보편성을 챙긴건가."

"·········야."



검은 수녀복으로 잘도 몸을 수구려선 도시의 치안과 미화를 담당하는 무인로봇에 빠져있는 이리스. 그건 마치 정체모를 책에 몰두해선 얼굴을 파묻을 것만 같은 자세였다.

검은 수녀복의 그 모습에 라인은 질린 듯한 얼굴을 비쳤지만.



"·········."

자신도 어느새인가 신기한 도시의 로봇이란 매력에 빠져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리스의 손에도 가만히 있는 무인로봇. 치안, 미화 뿐만 아니라 마스코트 적인 의미도 있을거라 감이 왔다.

눈에 띈 이유도 거기에 있을거라고.

거기에 이끌리듯 라인도 그 로봇에 손을 얹자니.



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삐이!

갑자기 얌전했던 로폿이 붉은 빛을 쏘기 시작했다.



『경고. 경고. 부적절한 접근이 감지되어 그에 따른 대응을 실시합니다.』



"왓?! 뭐, 뭐야!!"

"너 대체 뭘 한거야!?"



이제까지 얌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도――"



기괴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기계의 팔을 어디서 꺼내서는 붉은 빛을 쏴대며 다가오기 시작한다.



"도망쳐!!!"



라인은 발이 느릴 것 같은 검은 수도복 차림의 이리스를 냅다 짊어지고는 도망쳤다.








재빠르게 도망가는 흰점과 검은점.

이내 그 점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는.

무인로봇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원상태로 되돌아가곤 자신의 업무를 하기 위해 제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후우."



어느 공원.

자연스럽게 개방된 자연경관의 장소.

라인이 갑자기 돌변한 무인로봇에 도망쳐서 도달한 장소였다.

크기가 꽤나 큰 건지 주위에 보이는건 나무와 잘 다듬어진 잔디, 그리고 잘 가꿔진 정원의 형태를 떠올리는 경관만이 쭉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다면······ 어라?"

하지만 거기에서 이상한 것을 느낀다.



일단.

자신이 짊어지고 있었던 사람의 감촉이 없었다.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수녀복 차림이라 여겨져 짊어서 도망치려 했던 이리스.

어깨에서 손까지 존재했던 그 감촉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주위에 펼쳐진 자연경관. 사람의 손길로 보기 좋게 그리고 잘 자라도록 관리되어있는 경관.

그것이 너무나도 넓게 펼쳐져 있었다.



"·········."

분명.

사람이 많았다. 적지 않게 있었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런 걸 판단 할 수 있을정도로 라인은 단련되어 있었다.



즉, 너무나도 없었다.

인기척. 사람 그 자체가.



어딘가 기시감이 있는 그 감각에 라인이 긴장감을 갖춘 그 때였다.

공기를 타고 흘러가는 연기와 그 냄새를 깨닫는다.



공원의 한쪽 길. 어떤 문양을 그리듯 만들어진 공원의 길 한쪽.

산책 혹은 런닝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만든 밴치.



거기에.



검은 정령술사는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위험한 녀석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복수라도 하기 위해 겪어본 적 있는 이런 공간을 만들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가만히 벤치 앉아있기만해도 위협감이 만땅으로 느껴지는 전신을 의도적으로 검게 물들인 장신의 남자.



그럴텐데도.



"너, 뭐하러 온거냐?"

그 긴장은 오래 가질 못했다.



질문의 대답은 바로가 아닌 하나의 호흡이 끝나고 찾아왔다.

"...내키진 않지만."

입에 문 담배가 불에 삼겨지고 내뱉어진 연기 또한 배어문듯 사라진다.



"경고<충고>를 하러왔다."






일어선 그는 장신이기에 서 있는 것만으로 위압이 있었다.

가죽제 검은 롱 트랜치코트. 군화처럼 단닫해보이는 검은 부츠. 검은 장발.

유일하게 색이 존재하는 얼굴은 대부분이 검은 문신이 걸려있다.



말 그대로 전신 검은 차림.

거기엔 마술 혹은 주술적인 의미가 있을테지만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그저 괴한일 뿐이었다.



하지만 라인이 그 모습에 느끼는건.

"너······."

단 하나.



"그······ 괜찮냐?"

힘이 빠지는 걱정의 한 마디였다.



장신인 그에게서 확연하게 느껴지는 차이점.

위협적인 특징들을 모두 날려버릴만큼 얼굴이 크게 부어올라 있었다.

마치 얻어맞은 것 처럼 퍼렇게.



"내가 한 거라면 미안하다?"

"·········칫!"

순진무구한 반응의 라인과 그의 반응에 혀를 차는 검은 정령술사 시리우스.



그들의 인연은 짧은 해우에서부터 시작된 연쇄반응과도 같은, 짧으면서도 대립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이리스와 라인의 협력에 그게 얻어맞고 쓰러진 시리우스였고, 지금의 맥락은 거기에서 찾아온 것이었다.



"웃기지마라. 네 주먹따위로 이렇게까지는 안됀다."



밴치에 다시 앉고는 품 속에서 사탕을 꺼내어 입에 털어내는 검은 정령술사.

그러면서도 상처가 아린지 손에서 물의 덩어리를 만들어내선 부은 상처를 식히고 있었다.



라인은 쌘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건지 긴가민가한 그의 모습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래서 뭐. 되받아칠려고 온 거냐?"



살짝 날카로운 느낌으로.

장신이기에 앉아있는데도 눈높이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시리우스를 압박했다.



"·········."



시리우스는 거기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품 속에서 초콜렛, 사탕을 꺼내선 입 안에 털어내고 다시 품 속에서 담배를 꺼내선 입에 문다.



대체 저게 무슨 조합인지 질려하는 라인을 놔두고 그 담배에는 자동으로 불이 붙는다.

어째서인지 연기는 내지 않는 그걸 놔두고.



"다시 한 번 묻겠다."

이번에야 말로 검은 정령술사는 온 몸을 물들은 것과 같은 검은 시선을 라인에게 맞추었다.



"네가 그 녀석에게 손을 뻗는 이유는 뭐지. 그 때와 같은 질문, 아니――"

모든 걸 삼킬 것마냥 깊고 검은 시선으로.

"――왜 지금까지 그 녀석을 데리고 다니는거지."



엄청난 압력.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져 빨려드러 갈 것만 같은 시선.

라인이 어제 보았던 백색의 정령술사와는 정반대처럼 보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하지만 라인은 전혀 물러서지 않는다.



"눈앞에서 놓치고 잃고 후회하는 건 사양이야."



평범한 사람, 라인의 기준에서 학생 정도의 사람이라면 기절할 그곳에서.

라인은 당당하게 그 시선을 맞받아치고 있었다.



사람이라도 잡아 먹을 듯한 시선과 거기에 당당하면서도 물러서지않는 자세.



아주 잠깐.

그들은 그렇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



그리고 그게 끝나는건 시리우스의 담배가 전부 연소된 순간이었다.

잡아먹을 듯한 시선을 거두고 불이 지고 꺼진 나머지 꽁초를 휙던지고, 그걸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불꽃이 잡아먹는 순간.



"그 눈빛을 나는 알고 있지. 그건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눈빛이다."

"뭔――."



나직히 들려오는 목소리. 잘 들리지도, 이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라인은 물음표를 띄웠지만.



"하지만 상관없겠지."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밴치에서 일어선다.



"나는 임무에 실패했다. 그게 전부인 거겠지."

품에서 담배를, 이번에는 불꽃을 만들지 않고 제대로된 라이터로 불을 붙히면서.



"경고를 하러왔다."



이제까지 봤던 어느 불꽃보다 무시무시하게.

"내 후임이 정해졌다. 네가 나를 쓰러뜨린 그 각오란 걸 시험받겠지."

검은 세상 속에서 그 불꽃은 잠잠하게 또 사납게 일렁인다.

"이번엔. 잘도 살아남길 바라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벗어날려는 검은 정령술사.



"야, 잠――."

라인이 뭐가먼지 자초지정을 설명하라고 말할려는 그 때.



갑자기 인기척이 들어왔다.

아무도 없어야할 이 공간에 라인과 시리우스 이외의 한 사람이.



놀란 라인이 그쪽, 자신의 옆을 바라보니 거기엔.



"·········."

시리우스를 노려보고 있는 이리스가 있었다.



"웃기는 짓을 하고 앉았어."

가만히 보니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는 이리스. 이 공간에 라인이 들어오면서 사라졌기에, 라인에게 메어 들려있던 이리스가 어떻게 됐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아프겠다고 생각하는 라인을 놔두고.



"네가 선택한 길이다. 그 정도는 견뎌라."

그 말만을 하고 시리우스는 인기척이 없어진 공원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정말··· 저 녀석 대체 뭐야······."

순순히 물러나는 검은 정령술사에게 복잡한 심정을 담는 이리스.



라인은 그런 이리스를 한 번, 검은 정령술사가 사라진 방향을 한 번 보곤.

'···역시.'

자신이 느꼈던, 어째서 경계심이 그렇게 빠르게 풀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쁜 녀석은 아니라는건가?"

"???"



영문모를 이리스를 놔두고.

공원은 다시 인기척을 되찾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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