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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32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2.01.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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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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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

DUMMY

그렇게 준비된 제복은.

말 그대로 도시가 무너져도 부서지지 않았다.



공기를 찢고, 공원의 지면을 깎아내고, 주위의 나무들과 풀숲들의 잎이 떨어져날아가는.

얼마나 강력한지 눈에 선한 그 일격의 현상 속에서 형상을 유지시키게 해주었다.



"·········."

그 상황에 기색을 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 외의 상황은 판단이 필요하고 요소가 필요했다.



'변한 점.'

눈에 들어오는건 아무 차이도 없었다. 분명 어제와 똑같은, 차이가 없었다.

'설마 실력을 숨겼나? 아니, 어제는 그런 기색은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가짐의 변화? 그건 처음부터 눈치챘다. 그렇다면··· 장비의 스펙이 바뀐건가.'

빠른 몸과 동일하게 머리회전이 빠른 '그'는 쉽게 답을 도출한다.



그리고.

'이런. 이 녀석과 오래 접촉하는건 위험하지.'

무엇보다 방심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 사고를 끝내고.

퍽! 다른 발로 소년을 발판삼아 거리를 벌인다.



발판으로 삼는다고 해도 발로 차는 것과 다름이없다. 그리고 그건 소년에게 있어 큰 대미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서있었다.



방어태세를 풀며 이쪽을 경계하는 소년.

하지만 자세는 취하지 않는다. 이도저도 아닌, 그저 서 있을 뿐.



그것이 신경에 거슬렸지만.



'고작 방어만 해냈다.'

공격으로 전환할 생각이 없는 그이기에 할 일은 어제와 변함이 없다.

'때려눕혀 불게 만들면 되겠지.'



단순하다.

단순하기에.

조급한 걸지도 모른다.



'그'는 주먹을 강하게 쥔다.







일방적.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공원의 풍경을 깎아내릴 정도로 강력한 괴물《신체》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맞고 있을 뿐.



라인은 양팔을 겹치고 몸을 낮춰 방어태세를 취하지만 상대방은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드리지 않는다.



측면, 어깨, 무릎, 배면.

내세운 방패를 무시하고 더더욱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면으로 괴롭힌다.



《부여》된 제복은 피해를 막아주지만 충격까지 막아주지 않는다.

일방적인 공격은 피폐함을 낳고 정신적인 탈진을 일으키는건 막을 수 없다.



절대로 불리한 상황.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어떤 수단을 쓴건지 모르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무릎하나조차 꿇리지 않는다.

마치 바위같이 굳건하게.



그저 본다.

몸을 모아 그 틈새로 상대방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것이, 오직 서있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다르게 바꾼다.



'바위 쪽이 더 나은 편이다.'

바위라면 발로 걷어차면 날아간다. 주먹으로 내지르면 깨진다. 양손으로 밀어내면 치워버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저 흰회색의 소년은 무엇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칫!"

혀를 차며 몰아세우지만.



몰아세운 순간 주먹이 눈앞에 다가왔다.

"――!?"

그 변칙에 몰아세울려 했던 공세에도 뒤가 생겨났다.



맞아도 상관없다.

저런 주먹따위 이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한다.



몰아세울려는 찰나에 저런 공격.

생각을 읽힌 것처럼 허를 찔린 감각.



그리고 그건.

자신의 다급함의 반증으로 이어진다.



"―――!!!"



이제까지 전혀 보이지 않던 동요가.

'그녀'에게 생겨나기 시작한다.



"당신은 대체 뭔가요!"

말투가 변한 것도 잊어버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몸이 앞서간다.



"어째서 이리 참견하는건가요!? 어째서 아무런 관계없는 일에 끼어드는건가요!!"

노도의 외침.

스산한 공기를 날려버리는건 닿으면 화상을 입을 뜨거운 분노.



그 뜨거운 열기야말로 본심.

안에 꽁꽁숨겨두었던 진심이다.



그 열기에도 여전히 태세를 바꾸지 않는다.

그저 이제까지 해냈던 것처럼 받고 또 받는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공세 중에서도 제일 강하다고 생각한 지금의 열기에 응답한다.



자신의 최대의 방패, 겹쳐놓은 양팔을 풀어놓으며 입을 연다.



"봤어."

떠올리는건 한 소녀.

과거의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수없는 겹침.

"봤고 놓칠 수 없고 놓치고 싶지 않아."



그 열기에도 지지않는다.

지금까지 버틴 것보다 견고하고 확실하게.



"자기만족의 영역일지도 모르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말을 담기까지의 모든 것을.



"이런 것도 못하면 난 앞조차 볼 수 없어."



과거의 연장선. 과오를 넘어선 어리숙하고 정당하지 않는 각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이 또한.

신이 담긴 몸이라 일컫는 《신체》의 강렬할 열기에도 지지 않을 기백이라고.



그 순간.

각오의 말이 세상에 자리잡는 그 순간.



뚜둑.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그건 주먹.

거기서 이어지는건.

인내심이라는 끊기면 안되는 선.



"웃기지마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가 찢어질 것만같은 포효가 주위의 공기를 째로 날려보낸다.

이제까지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터져나왔다.



"그건 위신이다! 만용이다!! 위선이다!!!"



나선 한 발자국.

쿠우우우웅!!!

그건 닿는 모든 걸, 내걷는 것만으로 이 공원의 거대한 파괴를 새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그 관용!!!"



힘의 압축과 발현.

몸을 검으로, 검을 몸으로 현상시킨 신이 담긴 일격.



전조도 없다. 거기엔 아무런 자세도 배려도 사전도 없다.

단 한순간이다.



"때려박아주마! 깨닫게해주마!!!"《갈라드 아모》



방어따위는 의미도 없이.

라인은 말 그대로 공원의 지면에 때려박힌다.








평범해야할 공원의 한가운데.

평범이란 공원의 특성상 고저 차, 특별한 장식물도 없이 평온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그곳은 평범하지 않다.



거대한 크레이터.

압도적인 파괴가 낳은 구덩이가 그 중심을 꿰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행범―괴물은 그 거대한 구덩이의 중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의 이데아의 빛에도 그 다부진 모습은 그림자져선 그저 검게 그저 어둡게 그 위용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정도의 방어력, 죽진 않았겠지. 이걸로 깨달아라."

육식동물의 공포를 내포하는 것과 같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것과 같이.

파괴로 만들어진 언덕의 위에서 그 위협은 내려앉는다.



"그 따위 무지로 이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구덩이의 중심. 거대한 크레이터의 중앙.

지면에 파묻혀 널부러져있는 백발의 소년, 라인에게.



눈빛으로 공기를 한 번 크게 짓누르고.

그 그림자《신체》는 자리를 물러선다.





-신이 깃든 몸end









·······································

···························

··················

·········





투두둑.



흙발이 털어지는 소리가 울리는건 그림자가 사라지고 난 한동안 후였다.



끄윽끄윽, 그런 신음소리가 들릴것만 같은 움직임으로.

라인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툭. 하고 힘이 딸렸는지 그대로 흙밭에 누워버렸다.



그대로 누운 하늘을 바라본다.



정말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크레이터.

그 중심에 제대로 박혀있어서 그런 지, 하늘은 뻥 뚫려 있어 밤의 에데아의 빛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떠올리는건 그 괴물이 말했던 말 한마디마디.

그 말에 틀린 게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말에 대한 자신의 답.



저 멀리 떠있는 에데아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



"·········."



결국엔 깊게 생각해도 소용없다는 걸 떠올린다.

결국엔 답은 정해져있고 해야할 건 변함없다.



찾아야한다.

눈이 보았던 모든 걸 통해서.



라인은 이번에야말로 몸을 일으킨다.

이번엔 무력함으로 끝난 여기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서.



흙투성이 될 때까지 버텨냈으니 지금을 계기로 해서 나아가야된다.



툭툭. 이렇게 강한 일격에도 찢어지않은 제복의 흙을 털어내면서.



"가자."



라인은 지금을 잊지 않으며 나아갔다.



············정체모를 열기가 라인의 눈을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방어력 높은 제복 덕분에 몸에 상처라 말할 수 있는건 없었지만 충격이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터벅터벅거리는 발걸음이 그걸 반증하고 있었다.



그런 위태위태로운 발걸음으로 공원을 나가고, 도중에 어떤 파음이 들렸지만 크게 신경쓰진 않았지만, 그대로 기숙사로 향했다.

산을 오르는 언덕길. 도시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그 길을 걸으며.



"그러고보니 오늘은 길을 잃지 않았지."



그 말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거진 3일 동안 똑같은 길을 가서 익숙해진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틀렸을거다.

3일 동안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건 길이 아니니까.



결국에 자신을 이끌어주는건 기억이 아니라 추억이다.



아마도 나아가는 자신은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음에 틀림없을거다.



추억은 멋쩍은 표정을 띄워주고 사람을 떠올려준다.



하늘에서 떨어진 후질근한 차림새로도 당당하기 그지없던 모습.

약한 마음에도 포기는하지 않을려는 모습.

억지에 이끌려 생긴 일에 당황해하는 모습.

새침하면서도 참견스럽게 다가왔던 모습.



그리고 작은 모습에도 앞을 지켜주는 그 모습.



불과의 시간에 연연하는건 먼 과거의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좋은 추억이라 생각한다.



그 추억이 지금 길을 이끌어준다는건 확실하니까.



정말로 멋쩍게 라인은 나아간다.



그리고.



"·········어?"



발견한다.

저 멀리 보이는 기숙사의 입구.



그곳에 누군가 쓰러져있는 것을.



붉게 물든다. 그 모든 게.

떠올린 추억이든, 어떤 모습이든, 무엇이든간에.



불길한 감정이 온 몸을 지배하고.

달려간 그 끝에는.



검을텐데도 불게 물들어가는 수도복의 소녀가 쓰러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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