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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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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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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6 20: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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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210,625

작성
22.02.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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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DUMMY

밤하늘에 이데아의 빛을 받으며 그려진 선의 종착점.

그곳은 기숙사의 별채. 창고용으로 사용되기에 한 방의 구조에 꽤나 크기가 존재한 별채였다.

덩그러니 세워져있는 그 건물은 그 역할에 맞게 조용한 장소에 지어져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조용함을 상징하는 건물은 요란스럽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쾅!!!



도착이란 단어는 무색하게 만드는 폭음이 울린다.

종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착지 하나 없는 단순한 돌진. 어마무시한 속도에 그건 대포를 쏜 것 마냥 엄청난 파괴력.

도착이 아니라 충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건 창고용 별채의 외벽을 무너뜨리고 반괴시킨다.



후두둑. 지붕을 이루는 기와가 무너져내리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이데아의 빛을 등진 채 '그녀', 유화는 앞에 선다.



그녀의 시선은 반괴된 창고의 안쪽을 노려본다.

향하는건 창고물건에 파묻혀 쓰러져있는 백발의 소년, 라인.

반괴된 창고와 마찬가지로 부서진 물건들은 잔해가 되어 그를 뒤덮고 있었다.



널부러진 그에게 잔해를 떨리게 만들 정도의 미동은 있지만.

움직이지 못한 채 창고의 그림자에 삼켜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끝이다.



그렇게밖에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을 인식하고 신을 담은 몸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뒤를 돌아선다.

그럼에도.



절대적인 강자가 끝이라고 판단하고 물러서는 판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붙잡힌다.

후두둑. 하고 잔해를 치워내고 일어서는 소년에게.



"――크윽!!"



다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 작은 단 하나의 소리에 붙잡혀 놓을 수가 없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진절머리가 난다.



"알고 있는건가요! 그 아이는 지금 위험한 상황이라고요!!"

'그녀'는 외친다.

빛을 등지고 어둠을 머금은 마나를 흩뿌리며.



"그건 네가 자초한거잖아. 부상은 네 습격 때문이라고."

작지만 힘을 다해 답한다.

반괴된 창고의 빛이 들지않는 그림자 속에서 빛을 품지 못하는 흰회색의 머리칼을 나부끼며.



"그건···! 사전의 정보로는 거기까지 안됐습니다!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수도복은 고작 그걸로 뚫리지 않는다고······!"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앉았냐! 그렇게 크게 벌여놓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그 정도나 되는 방어술식이 담겨져있는 옷이 간단히 부서져 있을거라곤······!"



분명 악재와 악재가 겹쳐있을거다.

지금의 '그녀'의 진심과 라인이 알고 있는 상황은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야!"

물러설 수 없다.



"네가 나한테 물었지? 그녀에 대해 대체 뭘 알고 있냐고."

아무리 상대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그것이 옳고그른지 따위는 상관없다.



"그럼 이쪽에서 물어보자."

저쪽의 '진심'이 어떻든간에.

"넌 걔에 대해 뭘 알고 있는거냐?"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은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 순간.

이제까지 본적이 없을 정도로 크게.



"――――――――!!"



이제는 밤의 어둠이 비춰지는 것이 아닌, 어두운 마음 그 자체가 반괴된 창고에 소용돌이친다.



뛰어든다.

《신체》로서가 아닌 《괴수》와 같이.

공적인 이성이 아닌 사적인 감정을.



"뚫어진 입이라고 아무말이나 지껄이고!"



격돌시킨다.

몸을 던져 소년을, 라인을 창고의 안쪽으로 쳐박는다.



그대로 짓눌러 쳐박힌 라인을 강타한다.

일어서는건 용납하지 않게.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그 아이가 짊어진 건 위험한 겁니다! 그대로 놨뒀다간 이 얘에겐 파멸밖에 남지않아요!!"



두 주먹을 내려친다.

아무런 자세도, 형식도, 품세도,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 채 번갈아가면서 무자비하게 두 주먹은 내려쳐진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참견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건 너도 마찬가지자나! 그 얘가 짊어진건 물건만이 아니라고!"



막지 않는다.

맞은만큼 되돌리듯 모든 몸짓을 총동원해서 되갚아준다.



"짊어진 것만 보지 말고 똑바로 그 얘를 바라보라고!!!"



억지를 부리는 두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는 막싸움 마냥 치고받고.

그 둘의 싸움에 반괴된 창고가 흔들리고 무너져내린다.



하지만 한계가 들어나는건 라인이 먼저였다.

막싸움이라고 부르지만, 애초에 그 둘의 능력 차이에서 성립되는건 어른이 아이의 싸움.

유화가 내리치는 주먹은 어른의 주먹과 같고 라인의 몸부림은 아이의 심술과도 같은거다.



뜨겁다.



몸을 움직이는게 자신인건지 아니면 꼭두각시처럼 줄로 이어져 억지로 움직이는건지.

그런 생각은 이미 멀어져 갈 정도로.



뜨겁다.



부여된 제복의 내구도는 이미 바닥이 난 건지.

몸 안쪽에 느껴지는 격통과 열상. 입에 담기는 씁쓸한 맛과 붉어지는 시야.

흘러나오는 그것은 너무나도.



뜨겁다.



무엇보다 열받는다.

시야에 들어오는 저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가졌어야 했을 모습이라는 게.



라인의 눈동자에 강렬한 열기를 담은 불꽃이 일렁인다.

불꽃의 눈동자는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의 토대.

우락부락한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수려한 얼굴. 테오가 알려준 《신체》에 대한 정보. 얻어맞으면서 눈이 느낀 열기.

그리고 무엇보다.

이리스가 말했던 '네 안의 너'라는 말.



보인다.

오직 눈동자가 향하는 그것이.



몸이 부서지는 걸 각오하고.

왼손을 뻗는다.



마나특성.

외부로 흘러나오는 마나는 몸을 부셔먹는다.

그리고 흘러나온 마나는 부서뜨리는 몸과 마찬가지로 닿는 모든 마나를 부셔먹는다.



그 삶을 갉아먹는 필살의 일격을 왼손에 담는다.



라인의 왼손이 부서져가는 동시에.

'그녀'를 《괴수》로 만들어주는, '그녀'를 '그'와의 경계면에 세워주는 그건.

가슴을 압박하듯 둘러싼 붕대에 걸려있는 그건.



부서진다.



유화 그린힐데는 '그'의 모습을 잃고 '그녀'로서의 상징을 출렁하고 흘러내린다.



"―――――?!"



그녀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동요를 품는다.



허나 무너지지 않는다.

이건 그런 걸 사이에 끼울 수 있는 싸움이 아닌.

막싸움이다.



생애 평생을 유지해왔던 그 힘을 잃는 동요 속에서도, 생애 평생 처음으로 소용돌이치는 수치심 속에서도.

날라온 왼손을 쳐내고 남은 저력으로 라인을 송장지으려한다.



그 집념에.



라인의 오른주먹이 강타한다.









유화 그린힐데.



그녀의 인생은 평탄하기만 하진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혼자였던 그녀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왔다. 또 《힘과 자격》 때문에 더더욱 고독한 삶을 지내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올바르게 옳곧게 자랐다. 더 나아가 정의롭게 살아왔다.

그녀에게 그럴 수 있는 《힘과 자격》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삶의 연장선일까.

그녀는 어떤 기회를 통해 교회에 속하게 돼고, '이름'을 하사받아 그에 걸맞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녀는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올바르게 옳곧기에.

《힘과 자격》을 통해 자기자신이 정의로이 존재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녀는 《힘과 자격》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힘과 자격》의 기원.

그것이 그녀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힘과 자격》은 특수하기에 채워야할 조건이 있었고 그 조건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힘을 잃어갔다.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에게 《힘과 자격》이 빠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앞은 언제나 올바르고 옳곧고 정의로웠던 그녀가 처음 느껴보는 공포.



그녀는 결심한다.

자신이 자신으로 있을 수 있게 거짓의 모습을 꾸며도 상관없다고.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정의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고.



그러기 위해 넘어야될 건 《힘과 자격》의 기원.

무엇보다 자신의 일이기에 그녀는 확실히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힘과 자격》의 기원.

『신은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장기를 거치는 그녀의 몸은 너무나도 '여자'다웠던거다.



그렇기에 꾸몄다.

자신의 모든 마나와 마력, 그리고 시간과 지식을 쏟아부은 술식.

《신체》를 위해 그를 제외한 모든 걸 쏟아부었다.



결과.

거짓된 '그'.



'유화 그린힐데'의 완성이었다.








자신부터 거짓된 삶을 살고 있다.

그 자각은 있었다.



하나의 힘《신체》를 잃는 걸 두려워하여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았다.

쉬운 길을 가기 위해 어려운 길을 포기한 삶. 올바르고 옳곧고 정의롭게 살기위해 고른 거짓된 삶.



어쩌면 거짓된 모습을 가장하고 살고 있는 자신이 위신이고 위선일지도 모른다.



밤하늘 아래.

주먹을 제대로 얻어맞아 부풀어오른 뺨의 열상을 느끼면서.

이제는 우락부락한 모습을 잃고 가늘고 얇은 모습이 되어선.

오래간만에 중량감이 느껴지는 가슴부분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차림새 때문에 풀어해쳐진 붕대만이 유일한 가리막이 된 채로.



널부러진 채 이데아의 빛을 올려다보며 '유화'는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완전히 부서진 왼손을 기점으로 엉망진창 상처를 입은 채 여기저기 찢어져선 넝마가 된 제복차람의 밝은 이데아의 빛인데도 빛나지 않는 흰회색 머리의 소년, 라인이다.



유화는 상처와 피로가 어마무시할텐데도 숨을 고르게 쉬는 그의 모습에 너무나도 어이없어하면서 시선만을 내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웃으러 왔나요. 위신이나 위선을 떠벌리던 사람이 정작 자기자신이 위신과 위선의 모습을 한 것을."



수치보다도 자조가 앞섰다.

방심하지 않겠다고 지껄이던 자신이 어처구니없는 실태로 인해 패배했다.

실의와 비웃음밖에 남지 않았다.



"·········."

대답은 바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 잠깐의 시간. 피부로 들어오는 차가움이 수치가 자조를 이기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썰렁함에 몸이 달아올 쯤.



"시꺼."

그런 말과 함께 천이 떨어져 유화의 시야를 가렸다.



"옳고 그렇다는 나나 네가 정하고말고 따질 것도 없어. 내가 옳고 맞다고 지금도 생각하지 않고 크게 틀린 적도 있어. 하지만 이건 지금에는 맞는거겠지."



그걸 치운 거기엔.



"여자가 그러고 누워있음 안돼잖아."



시선을 여기서 돌린 채 귀를 붉히는, 제복을 벗어던져준 한 소년이 있었다.



두근.

하고 불화의 감정이 유화의 심장을 꼭집어진다.



"············?!?!?"



오늘 하루만에.

생애, 너무나도 많은 처음을 경험하는 유화였다.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고.

라인은 제복을 벗어준 유화를 부축하면서 기숙사 쪽을 향했다.



"그래서 어쩔 겁니까."

살짝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하는 말투의 질문이 날아왔다.



"글쎄. 일단 이리스를 치료하고 같이 이야기를 해보는거야. 분명 오해가 있을거라고 난 생각해. 과정은 어땠든간에 다들 생각하는건 똑같아 보이니까."



떠올린다. 느긋히 이야기하고 합의점을 찾는 모습을.

분명 지금까지 만나고, 지금까지 싸웠던 사람들의 진심은 방향은 달라도 끝은 같았으니까.

분명 같이 이야기해보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믿고.

믿는다.



어떻든간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여겨지는 《신체》의 묵언과 함께.



"지금 쯤 테오가 이리스를――"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기대를 완전히 내쳐버리는 것마냥.



쿠우우우우우우우웅!!!



폭음과 함께 빛의 기둥이 기숙사의 하늘을 뚫고 세워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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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 22.01.13 8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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