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솔루스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20.08.07 14:20
최근연재일 :
2023.02.06 20:34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936
추천수 :
8
글자수 :
210,625

작성
22.04.09 13:15
조회
8
추천
0
글자
7쪽

2

DUMMY

거대한 원형의 공간.

어둠만이 자리잡은 그곳에 사람의 기척이 찾아왔다.



광대의 차림을 한 장신의 남자가 문을 열어 어둠 속에 빛을 낳고.

그 장소에 한 손님을 들여온다.



손님의 입장과 함께 광대의 남자의 마중과 함께 문은 사라지고, 그 공간은 다시 어둠만이 차지한다.



손님이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하자.

거대한 이 공간에 빛이 터져나온다.



그것은 행성. 그것은 별. 그것은 빛을 담은 강.

태초부터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의 형태와 색을 비추는 찬란한 빛들.



이곳은 밤하늘. 우주 바로 그 자체였다.



"협력에 감사한다."

손님.

'그'의 모습을 한 유화 그린힐데는 예의를 표한다.



"케하인 솔루스 경."



이 거대한 공간의 한 가운데.

거대한 의자에 거대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어서오거라."

손님을 마중하는 거대한 풍채의 사람.

용의 수염을 흔들리는 모습만 언뜻 보이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10미터는 거뜬히 넘어보이는 거체의 그 존재를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지만 이곳에서.

그는 그런 '사람'인거다.



"피해복구에 관해서는 이쪽에서 손을 써두지."

"괜찮다. 그곳의 복구에 관해선 해결 방법이 있으니."



거체에 맡게 중후한 목소리가 울린다.

이쪽이 일으킨 손해를 대신 메꿔준다는 반색을 띄울 이야기.



하지만.



유화는 속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도시 솔루스의 장이자 어원이 되는 존재.

그 존재는 어째서인지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치가 통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혐오감을 넘어서서, 속내 그 끝을 알 수 없어 생겨나는 혐오감.



경계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

신체로서의 그녀가 그것만은 확실히 한다.



"문제는 잘 해결했는가."

"···그래. 뜻밖의 방식으로 말이지."

경계를 가볍게 넘어서 들어온 그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교회의 원서가 탈주한다는 일이 벌어지다니. 교회의 상층부는 무엇을 숨기는거지?"



저쪽이 탐색한다면 이쪽도 역으로 탐색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묻고 싶군."



감정을 억제한다.



"어째서 그런 작은 아이가 교회를 빠져나가 이곳 솔루스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허나 '신체'의 억제는 그 자체만으로 주위에 불온한 분위기 뿌린다.



"그리고 그 소년은 대체 뭐지? 솔루스, 당신은 대체 이곳에서 뭘 꾸미고 있는거지?"



거기에 위대한 교수, 케하인 솔루스는.

"···············."

바로 대답을 놓지 않는다.



한차례 숨을 들이고.

"이 몸도 도시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는게 아니다. 수많은 제자, 수많은 사상을 가지며 그들 모두를 내가 내다보는건 무리이지."

이 공동에 크게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로 답할 뿐.



"흥. 이 도시의 주인인 당신이 파악 못하는게 있다? 농담도 적당히 했으면 좋겠군."

그대로 유화는 몸을 돌린다.

"보고는 이상이다. 피해복구에 관해선 당신에게 맡기지. 필요한 청구는 교회에 직접――"

그대로 문의 너머로 나갈려는 유화.



"어딜 가려는거지?"

솔루스는 그런 그녀를 붙잡는다.



"···볼 일은 끝났을텐데."

"아니. 아직 하나, 남아있다."

"무슨···."



긴장의 끈을 불들어 휘두르는 그 때.



거대한 공동의 한켠.

빛이 가득한 이곳에서 어둠이 자리잡은 그곳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순간.

유화의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갑자기 등장한 여성.

갑자기 모습을 들어냈음에도 불과하고 풍겨오는 존재감.

푸른 자수의 수녀복의 그녀에게서 자신과 동등, 아니, 그 이상의 '의미'가 엿보였다.



저런 존재가 모습을 숨길 수 있다. 모습을 들어낼 때까지 눈치를 못챘다.

그 두 가지 사실에 유화는 '신체'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경계를 이룬다.



엄청난 위압이 이 자리를 짓눌렀지만.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자애스라고 합니다."



푸른 자수의 수녀는 가볍게 웃으며 유화에게 인사를 한다.



"아, 으, 응?"



너무나도 가벼운 그 인상에 경계가 풀려 엉뚱한 표정이 된 유화.

하지만 이내 눈치챈다.



이 세상에서 겉모습에 현혹되선 안된다. 그 사실을 숙지하고 있음에도 경계를 풀었다.

아니, 풀려졌다.



자신이 뿌리고 있던 위압은 적절한 정도와 조절에 의해 중화되고 있었다.



"솔루스 교수."



그런 유화를 뒷전으로.

푸른 자수의 수녀, 자애스는 이곳의 주인을 똑바로 올려다본다.



"당신께서 맡긴 용맥(龍脈)의 토지의 관리. 그것에 대해선 아무런 불평도 불만은 없답니다. 제게 어울리고 자랑스럽게 여길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온화한 말이었다.

듣는 사람에게 평안을 주는, 그녀의 특성이고 성질일거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진심이 되면 어떻게 될 지.

오직 이 자리에 있는 자만이 알게 될 것이다.



"제가 없는 사이에 제가 관리하는 장소에서 아이들을 위험에 쳐하게 만드는 건 허락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쿠구구구구궁.

이곳 우주로 된 방이 흔들린다.



유화가 발했던 위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우주로 된 이 방을 위압으로 물리적인 압력을 가하는 푸른 자수의 수녀.



"·········."



빛이 들지 않는 눈빛은 그 위압을 내려다보고.



"선처하지."



짧지만 그에겐 큰 의미가 있는 대답을 이끈다.



"좋아요♪"



밤하늘의 방을 흔들던 위압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다시 미소가 되찾는 자애스.



"하지만."

솔루스는 거기에서 끝내지 않았다.

"이건 알아줬으면 하는군.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교회의 책임. 그리고 그 당사자가 현재 여기있다는걸."



하나 남았다는 말의 의미를 넘겼다.

"·········뭐?"

자애스의 위압에 굳게 버티고 있던 유화에게.



"아, 그렇군요. 당신이 우리 집을 박살낸······."

"아니! 그렇기에 교회에서 책임을 지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랍니다."



유화의 어깨를 자애스가 붙잡는다.



"책임. 져주실 거죠?"



'신체'로서도, 그녀의 사고방식에서도, 거절할 수 없는 도리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의외로 중요직에 놓여있어서 말이다--!"

"그건 문제없다. 네 상층부와 이야기는 끝내놨다."

"뭣?! 그 할망구가!?"



퇴로를 막힌 그녀에게.



"잘 부탁해요♪"

"·········그래."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하고 푸른 자수 수녀의 미소를 받아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손님이 모두 지나간 밤하늘의 방.

고고한 용의 자태를 지닌 위대한 교수 케하인 솔루스는 이 방의 천체를 올려다 본다.



"이제. 한걸음이군."



짧지만 크나큰 의미를 두고.

그는 그저 저 밤하늘에 뜬 어느 별을 바라볼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솔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7 3 23.02.06 5 0 8쪽
66 2 22.10.27 7 0 11쪽
65 1 22.07.01 5 0 10쪽
64 입단시험 22.06.21 9 0 6쪽
63 3 22.05.28 6 0 10쪽
62 1 22.04.26 10 0 6쪽
61 프롤로그 - 입단식 22.04.21 11 0 2쪽
60 3 22.04.13 9 0 10쪽
» 2 22.04.09 9 0 7쪽
58 에필로그 - 책장의 공주님 22.03.27 10 0 8쪽
57 3 22.03.21 7 0 9쪽
56 2 22.03.16 8 0 9쪽
55 1 22.03.10 14 0 8쪽
54 22.03.05 9 0 9쪽
53 4 22.02.28 7 0 6쪽
52 3 22.02.23 10 0 12쪽
51 2 22.02.23 11 0 5쪽
50 1 22.02.08 7 0 8쪽
49 원서 22.02.03 9 0 7쪽
48 3 22.01.24 10 0 10쪽
47 2 22.01.24 8 0 6쪽
46 1 22.01.13 9 0 4쪽
45 신이 깃든 몸 22.01.07 6 0 9쪽
44 11 22.01.01 7 0 7쪽
43 10 21.12.27 7 0 6쪽
42 9 21.12.22 9 0 9쪽
41 8 21.12.16 10 0 6쪽
40 7 21.12.10 9 0 10쪽
39 6 21.12.08 9 0 14쪽
38 5 21.12.04 10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