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글자를 알고 있어?
102화.
이동 수단인 말이 없다면 습격하거나 전쟁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로 먼거리에 살고 있는 부족민들은 한가족들끼리 뿔뿔히 흩어져 산다. 말이 없다면 찾아 가는건 어렵다. 그후부터 전쟁은 벌어지지도 않아 말이 없다면 편안한 삶을 영위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것이다. 안락함을 버리고 평화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해 준 랑티의 설명에 전적으로 동감되었다.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면 가족들 모두가 평화롭게 살수 있는 것이다. 천막이 설치된 곳에 무사히 도착하자 랑티 가족들이 반겨 주었다. 야르크등에서 짐을 내리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재회한 랑티는 만족스런 얼굴이었다. 여느때보다 풍족하게 물건을 구입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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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주님! 아무리 기다려도 알리 상단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이 서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음, 그들은 이미 도착한 상태다."
"예엣? 어떻게 그럴수 있는겁니까?"
"모른다."
아탄 상단주는 긴상행을 끝내고 돌아 왔을때 이미 알리 상단이 돌아와 양모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먼저 출발한 자신들보다 빨리 도착할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조사를 해 보았지만 전혀 알수가 없었다. 알리 상단엔 상단주와 부상단주밖에 없어 알아 볼려고 해도 알 방법이 없었다.
직접 물어 보면 되지만 알리 상단주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물어 봐도 말해 주지 않을 것이다. 알리 상단이 절대로 부활해선 않된다. 미개한 부족민들로 인해 아탄 상단은 크게 성장했다. 알리 상단이 부활한다면 더이상 부족민들과의 거래는 성립되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알리 상단이 재기하는걸 막아야 한다. 어떻게 알리 상단이 상행을 할수 있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알리 상단이 목책을 나가지 않았다고 경비들에게 들었다.
"볼모, 알리 상단 창고를 조사하게."
"알겠습니다."
용병 볼모가 알리 상단이 위치하는 곳으로 걸어 가고 있을때 알리 상단에서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거래를 할려는 소규모 상인들과 장인, 그리고 용병들이 많았다. 용병들은 창고를 지키는 역활이다. 그날 저녁 알리 상단 창고를 조사한 볼모는 아탄 상단주에게 보고했다.
"많은 용병들이 창고를 지키고 있습니다. 불을 지르는건 무리입니다."
보고를 들은 아탄 상단주는 일년후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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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는 단조로웠지만 광활한 초원을 보는 마음은 평화로웠다. 어디를 가더라도 걸어 가야 한다는 점은 불편했지만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얀마, 이제 잡생각은 떠오르지 않아?"
"아직이에요."
랑티의 큰아들인 얀마에게 명상하는 방법을 가르켜 주었지만 여전히 잡생각이 떠오른다고 했다. 완전히 명상에 젖어 들기엔 오랜 수련을 거쳐야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명상을 하는 얀마가 기특스러워 차크라 수련법을 가르켜 주며 마나가 어떤것인지도 직접 몸안에 불어 넣어 느끼게 해 주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야르크는 랑티가 데리고 가 방목하고 뿔양들은 얀마와 자신이 데리고 가서 방목한다. 자연히 얀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덕으로 챠크라 수련법을 가르켜 주고 나중엔 마법까지 가르켜 줄 생각이다. 얀마가 챠크라 수련을 한뒤 명상을 하고 있을때 아르는 아공간을 열어 지구에서 빌딩을 건설할때 사용하는 철빔을 꺼내 조금 잘랐다.
자른 철빔은 샐리아나에게 부탁해 철판으로 만들었다. 한사람이 앉을수 있을 정도 크기였다. 벌겋게 달은 철판을 마법으로 식히고는 마법진을 새겼다. 얀마가 앉아서 수련할 마나 집적 마법진이다. 얀마에게 불선도량심법을 가르킨다면 빠르게 단전을 만들수 있겠지만 마법을 생각하면 단전은 필요없었다.
"그게 뭐에요?"
"마나를 끌어 들이는 마법진이라는 거다. 이곳에 서거라."
얀마에게 주의점을 말해 주었다. 마나가 한꺼번에 많이 몰려 오더라도 절대로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챠크라 수련을 하라고 했다. 아직 챠크라 수련이 익숙치 않은 얀마는 선채로 수련해야 한다. 익숙해 지면 앉아서 해도 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럼 시작한다. 절대 놀라지 마라."
마나 집적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잠시후 얀마가 무얼 감지했는지 눈이 동그래졌지만 놀라진 않았다. 마법진으로 인해 챠크라 수련에 큰진전이 있을 것이다. 수련이 끝나면 얀마에게 대륙 공용어를 가르켰다. 룬어도 함께 가르켜야 하지만 대륙 공용어와 혼동될 우려가 있어 대륙 공용어를 먼저 가르킨것이다. 공부라고는 생전 처음하는 얀마는 대륙 공용어는 어려워했다.
"동생들에게도 이걸 가르켜 주면 않되요?"
"음, 마법은 어렵단다. 하지만 대륙 공용어는 가르켜 줘도 돼."
얀마의 동생들인 얀과 엘은 마나 친화력이 형편없었다. 챠크라를 배운다고 해도 마나를 거의 몸에 저장하지도 못한다. 대륙 공용어는 의욕만 있으면 얼마든지 배울수 있다. 초원에서 평생 생활하는 이들이 글자를 알 필요는 없었지만 어른이 된후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것 보단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그날 천막으로 돌아간 아르는 랑티에게 애들에게 글을 가르켜 준다고 했다.
"글? 글자를 알고 있어?"
"응. 글자를 알면 애들이 성장한후 도움이 되지 않겠어?"
"고맙다. 부탁하자."
흔쾌히 허락한 랑티였다. 이른 저녁을 먹고 애들에게 대륙 공용어를 가르키기 시작했다. 같은 천막안에서 모두가 함께 생활하는 탓으로 어른들도 듣고 있었지만 머리가 굳어 있는 어른들은 듣고 있긴 하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석달후 얀마는 물론 동생들까지 대륙 공용어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얀마는 요즈음 룬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슬슬 겨울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초원에서 랑티와 처음 만난 산쪽으로 이동할 시기가 된것이다. 얀마와도 한동안 떨어져야 한다. 얀마가 혼자서도 마법 공부를 할수 있게끔 준비를 했다. 마법 주머니 한개를 만들고 마법 영상구로 룬어를 한글자씩 메모리하며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마법 주머니안에는 마나 집적 마법진도 넣어 두었다.
"얀마, 내가 없더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알겠어요."
"그리고 마법 주머니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말거라. 가족들에게도 비밀이다."
"명심할께요."
5일후 랑티와 함께 야르크를 이끌고 멀리 있는 산쪽으로 이동했다. 야르크등에는 짐들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대부분 식량과 덮고 잘 야르크 가죽이었다. 마법 주머니안에 넣어 가지고 가도 되지만 랑티는 야르크 등에 싣고 가는게 좋다고 했다. 야르크 등에 짐을 싣지 않으면 훗날 야르크들이 등에 짐을 실을려고 하면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산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같은 곳에서 야르크를 끌고 가는 쿠신을 만났다. 쿠신도 야르크들을 이끌고 산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전번과 마찮가지로 라르모 부족 사람들이 속속 합류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탓으로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많은지 연신 떠들썩했다.
"이곳은 변함없네."
"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산 초입에 도착해 자신들의 집으로 제각기 헤어진후 야르크들을 우리로 몰아 넣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동안은 집과 야르크 우리를 수리하고 장작을 준비해야 한다.
"랑티! 그런데 왜 이렇게 라르크 우리들이 제각기 떨어져 있는거냐? 한곳에 크게 우리를 만들어 집어 넣어면 관리하기도 좋잖아?"
"우리가 커지면 그만큼 관리하기가 힘들어. 화이트 울프 놈들이 어디서 습격해 올지 몰라."
"그럼 지붕이 있는 우리를 만들면 되잖아?"
"그러면 좋겠지만 큰공사를 해야 해.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야."
아직 눈이 내릴려면 시간이 있다. 완전한 겨울로 접어 든것도 아니다. 매년 이런식으로 추운 겨울에 우리 옆 마루 바닥에 야르크 가죽을 뒤집어 쓰고 화이트 울프의 접근을 감시하는 라르모 부족 사람들이 불쌍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만들수 있다.
"랑티! 만약 우리를 만든다면 어디가 좋을까?"
"저쪽 중앙이 좋지 않을까?"
드문 드문 떨어져 있는 부족민들 중앙이 좋다는 말에 우리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지구의 양계장 축사처럼 만들면 될것 같았다. 양계장이라면 지겹도록 봐 왔다. 비록 나무로 만들어야 하지만 정령들이 도와 주면 얼마든지 만들수 있다.
"난 장작을 만들어 올께."
"부탁할께. 이걸 가져가. 혹시나 울프 놈들이 있을지도 몰라."
랑티가 건네 주는 정글도와 창을 들고 산으로 들어 갔다. 무기는 필요도 없었지만 랑티의 성의를 생각해 들고 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같이 따라온 네마리의 개들중 얄도 동행했다. 마나 서치를 시전해 몬스터들이나 동물들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감지되지 않았다. 근처의 산에서 나무를 벨 생각은 없었다.
산속으로 점점 들어가자 얄이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산속에 몬스터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얄은 잘 알고 있었다. 바닥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며 가끔씩 오줌으로 마킹까지 하며 산속으로 들어 간 것이다. 마나 서치에는 아직 몬스터는 감지되지 않았다. 작은 동물 몇마리는 감지되었지만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었다.
"윈드커터!"
빠지직.
쿵!!
거대한 나무가 천천히 쓰러지자 다른 나무들의 나뭇 가지들에 엉켜 가지를 부러 뜨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밀집되어 있는 곳에 있는 큰나무만 몇개만 베어 넘어 뜨려 다른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성장할수 있게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식으로 베어 넘긴 나무는 실라페를 불러 일직선으로 잘라 판자로 만들었다. 판자는 5센티정도 굵기였다.
벽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큰축사를 만들려면 판자가 많이 필요하다. 또한 판자와 판자를 이어 붙일 못이 필요해 둥근 나무 못을 만들었다. 판자를 깎아 서로 끼어 맞추어도 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 판자 옆면에 구멍을 뚫어 나무못으로 서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다. 또한 축사가 쓰러지지 않게끔 외벽면에는 가로로 각목을 대어 나무못으로 끼어 넣으면 튼튼한 축사가 만들어 질것이다.
축사에 필요한 기둥과 판자, 각목, 나무못을 만들고 남은 굵은 나뭇가지나 판자를 만들고 버린 나무들을 아공간에 넣었다. 이것만으로도 이곳으로 온 12명이 몇년동안이나 겨울을 나고도 남을 정도였다. 랑티가 있는 곳으로 돌아 가며 동물 한마리를 잡았다. 회색의 털이 복실 복실한 눈동자가 검고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두배 정도는 긴 지구의 토끼보다는 세배정도는 큰 동물이다.
"컹컹!"
"컹컹컹컹!!"
무사히 돌아 왔다는걸 형제들에게 알리듯 얄이 크게 짖었다. 그러자 몰, 걀. 댤이 뛰쳐 나와 짖으며 반겨 주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달려온 개들의 머리를 쓰다 듬어 주며 랑티에게로 갔다.
"오오! 라군을 잡았어?"
"이게 라군이야?"
"그래. 겁이 많은 놈들이라 항상 숨어 있어 찾기가 어려운 놈이야. 찾는다고 해도 얼마나 약삭 빠른 놈인지 좀처럼 잡을수 없는데 용케 잡아 왔구나."
랑티는 당장 가죽을 벗겼다. 라군 가죽도 몇십쿠퍼는 받을수 있다고 했다. 랑티가 라군 가죽을 벗기고 있을때 아르는 랑티와 떨어진 공터로 이동해 장작으로 사용할 나뭇 가지들을 꺼내 놓았다. 엄청난 양의 나뭇 가지들을 한곳에 쌓아 놓고 축사를 만들 장소로 현장 답습을 했다. 울퉁불퉁한 곳이지만 바닥을 정리하고 작은 나무들을 처리하면 될것같았다. 어느 정도 크기로 만들지 머리속으로 가늠한후 되돌아 왔다.
지글지글.
랑티는 라군 고기를 굽고 있었다. 두명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랑티는 자신에게 구우라고 한뒤 다른 사람들을 부르러 간다고 나선지 얼마 되지도 않아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르! 저, 저건 어떻게 된거야?"
랑티는 쌓아 놓은 나무들을 보고 놀라서 되돌아 온것이다. 대답은 간단했다.
"장작을 만들어 온다고 했잖아. 비록 장작은 아니지만 장작 대신으로는 충분할 정도야."
"......."
굳어져 있는 랑티에게 빨려 다녀 오라고 했다. 라군 고기가 구워졌을때 다른 사람들이 몰려왔다.
"오오! 간만에 라군을 먹어 보겠군."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흘리는 이들에게 랑티가 단검으로 고기를 베어 건네 주었다. 이럴땐 술 한잔이 그리웠다. 아공간엔 맥주와 다른 술들이 있지만 꺼내진 않았다. 이들이 평소에 마시는 술인 야르크 젖을 발효시킨 얄크를 마실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꺼낸 술을 마실려고 할것이다. 라군 고기는 자신을 포함한 13명이 먹기엔 부족한 양이지만 첫날부터 구하기 어려운 고기를 먹어서인지 모두의 표정을 밝았다.
"야르크를 넣을 큰우리를 만들려고 한다. 나 혼자 만들테니까 갑자기 큰집이 들어 서더라고 놀라지 마."
"혼자서 만든다고?"
"그래."
큰우리가 완성되면 어떤점이 좋은지 설명해 주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혼자서 만드는건 쉬운 일이 아니라며 도와 준다고 했다.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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