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마도사십니까?
52화.
영지민들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들어 오는 세금이나 영지전이 벌어 졌을때 징집할수 있는 남자도 부족해 진다. 그런것을 알것이지만 영지를 발전시킬 생각은 커녕 더러운 놈들이라고 내 버려 둔다. 그런 영주들중 이곳 브라슨 자작도 같은 부류에 속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미 영지에 식량이 바닥 날 정도로 아무런 대책도 없다면 귀족 주의에 심취해 있는 영주로 밖에 판단할수 없다.
넬슨경이 영혼이 검은 놈들을 모조리 끌고 갔다. 경비병들과 중년인들이 웅성거리며 사라지자 탄수는 카리 집안으로 들어 갔다. 식당 주인이 침대 시트로 카리 엄마 몸을 둘둘 말아 놓은 상태였다. 화장을 하기 위해 외성 밖으로 짊어 지고 나갔다. 카리와 폴리는 울먹이며 따라 갔다.
화르륵!
큰모닥불을 만들고 불을 질렀다. 엄마에게로 달려 갈려는 폴리를 카리가 꼭 잡고는 말리고 있었다. 폴리는 울고 불며 엄마한테 간다고 생떼를 부리고 있었다. 아직 죽음이 어떤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폴리가 불쌍해 보였다. 화장이 끝난후 뼈는 모두 주워 잘게 부수어 가루를 냈다. 가루를 낸 뼈는 강물에 흘러 보냈다. 화장을 하는 동안이나 강물에 흘러 보낼때 탄수는 불경을 외우며 극락왕생을 빌어 주었다.
"일단 영크리 아저씨 식당으로 가자."
남매를 데리고 화장을 도와준 식당 주인은 영크리라는 이름이었다. 식당으로 간다고 해도 먹을것은 없지만 노루같은 동물을 해체해 구워 먹을 생각이다.
쿵!
"...음. 다시 봐도 굉장한 노르모군요."
식당 뒷편에 내려 놓은 노루같은 동물을 영크리는 노르모라고 부르고 있었다. 영크리가 해체를 해야 한다. 배쪽에 흠집을 내어 목덜미까지 가죽을 쭉 베어 낸후 벗겼다. 약속대로 넙적다리 한개는 영크리에게 주고 다른 고기를 베어내 구워 달라고 했다. 카리와 폴리는 배 터지게 고기를 먹었다. 남은 고기는 카리에게 줄 생각이다. 집에서 구워 먹으면 될것이다. 카리 집으로 돌아 오자 문앞에 경비 대장인 넬슨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틀란티스 마법사님! 자작님이 만나 보고 싶어 합니다. 모시겠습니다."
"무슨 일로 보자는거지?"
"그건 마법사분이 영지를 방문하면 당연히 초대를 합니다."
"음...좋아. 같이 가지. 단 애들도 데려 간다. 이곳에 어린 둘을 그냥 둘순없으니까."
둘을 데리고 넬슨경을 따라 갔다. 카리와 폴리는 자작을 만날수 없어 집사장이 마련해준 방에서 기다려야 했다. 시녀가 돌 봐 주기에 무섭진 않을 것이다.
"어서 오시게. 쿠티프 데 브라슨이네."
"아르주나 아틀란티스입니다."
브라슨 자작은 멋진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영혼의 색깔은 회색이었다. 좋은 영주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악덕 영주도 아니었다. 자작의 기억을 읽어 파악할수 있었다. 자작은 영지에 닥친 폭풍으로 인해 부족해진 식량 조달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상단에 의뢰해 다른 영지에서 식량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법사인데 왜 로브를 입지 않는건가?"
"입을때도 있고 입지 않을때도 있습니다."
당연히 마법사라면 로브를 입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마법사들의 권위를 상징하는 로브를 입고 있지 않는 마법사는 거의 찾아 볼수 없다. 은퇴해 조용히 살고 싶은 노마법사가 아닌한 모두 로브를 입고 있어 멀리서도 마법사라고 알아 보고 실수를 하지 않게끔 조심하라고 알려 주는 것이다. 마법사들도 어떤 트러블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고 일반인들도 마법사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가. 그럼 실례되지만 몇서클인지 알려 줄수 있나?"
"죄송하지만 그건 말할수 없습니다."
마법사에게 서클을 묻는건 실례되는 행동이지만 영주라면 물을수도 있다. 몇서클 마법사가 자신의 영지로 들어 온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혹시나 영지에서 무슨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말일세. 살인자들이나 도둑들은 어떻게 알수 있었는가?"
"마법으로 기억을 읽은 겁니다."
"뭣이? 그런 마법이 존재한단 말인가?"
깜짝 놀라는 자작이었다. 자작의 반응으로 볼때 서클 마법에는 그런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것 같았다. 고대 마법에는 상대방의 기억을 읽어내는 마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억을 읽는 마법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사용하게 되면 피대상자는 백치가 되어 버릴수도 있는 부작용때문이다. 또한 기억을 읽은 마법사 당사자도 뇌에 부하가 걸려 충격을 받을수도 있었다. 서클 마법의 고서클 마법서를 읽어 본적이 없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자작의 반응으로는 없다고 판단되었다.
"물론 있습니다."
"...음, 놀랍군. 설마..."
"안심하십시요. 자작님의 기억을 읽는 무례는 하지 않습니다."
자작을 안심시켜 주었다. 이미 기억을 읽은 상태라고 자작이 안다면 크게 화를 낼것이다. 자작은 모르는게 약이다.
"어느 마탑 소속인가?"
"소속은 없습니다. 스승님이 마탑엔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까요."
"그런가? 그럼 이 영지에 정착할 생각은 없는가?"
"정착은 못합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애들이 안정될때까지 보살펴 줄 생각이니까요."
무소속 마법사라면 당연히 영지에 정착시키고 싶어 하는게 영주의 바램이다. 마법사가 영지에 정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마법사만이 할수 있는 일이 워낙 많아서다.
"영지에 식량이 부족한건 아나? 돈이 있어도 식량 구하기는 어렵다네. 애들을 데리고 다른 영지로 갈 생각인가?"
"아니요. 돈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식량이라면 얼마든지 구할수 있으니까요. 사냥을 해도 되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 와도 되니까요."
"오오! 그럴수도 있군. 그럼 부탁해도 되겠나? 식량이 도착할때까지 동물들과 물고기를 잡아 주게. 물론 대가를 치루겠네."
자작의 얼굴이 환해지며 한줄기 빛을 찾았다는듯 망설임없이 부탁해 왔다. 충분히 들어 줄수 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음, 엄청난 양이 필요할텐데요?"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네. 무리라면 영지민들이 멀건 수프라도 먹을수 있게 해 주게."
"좋습니다.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걸 꺼내 놓겠습니다."
자작의 안내를 받으며 창고로 향했다. 어떤걸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자작에게 물고기라고 말해 주었다. 카리에게 줄 물고기는 고스란히 아공간에 남아있는 상태다.
"아공간 오픈!"
"헉! 아, 아공간!! 마, 마도사..."
자작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아공간에서 쏟아지는 물고기들을 보고는 할말을 잃은듯 굳어져 버렸다. 노르모 고기는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이 정도 양이라면 며칠 동안은 문제없을 것이다. 그렇더라고 계속 물고기 수프만 먹는다면 질려 버릴것이다. 해산물과 어패류도 필요하다.
밀을 구할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자작이 이미 밀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자신은 바다에서 구할수 있는 식량을 가져 오면 될것 같았다. 산속에서 사냥을 한다해도 너무 많은 동물을 잡아 버리면 몬스터들이 먹을 동물들이 사라져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내려 올지 모른다. 몬스터 웨이브만큼 인간들에게 두려운 일은 없었다.
"엄청난 양이군요. 그런데 마도사십니까?"
아공간을 본 자작은 정중하게 말을 높였다. 마도사라면 적어도 7서클이상의 마법사를 가르킨다. 그런 마도사에게는 아무리 귀족이라도 말을 높이는건 당연하다. 국왕일지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게 마도사다. 한 왕국에 마도사를 보유하고 있다는건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된다. 만약 전쟁에 마도사가 나선다면 병력 피해는 엄청나게 될것이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비밀로 해 주십시요."
"음, 알겠습니다."
"그럼 전 그만 가 보겠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물고기를 잡아 오죠."
"감사합니다."
카리와 폴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 왔다. 자신의 집은 아니지만 당분간 같이 생활할 생각이다. 먼저 집안을 깨끗하게 클린 마법으로 청소했다. 따뜻한 남쪽 지방이어서 한밤중에도 그렇게 춥진 않았다. 피곤한지 카리와 폴리는 일찍 잠들었다.
애들을 보살펴 줄 가정부를 고용할 생각이다. 월급은 식량으로 대신하면 충분히 구할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이지만 식당을 찾아 갔다. 늦은 시간은 아니다. 길거리엔 불빛이 전혀 없었다. 외성벽과 내성벽위엔 모닥불이 피워져 있을뿐 다른 불빛은 찾아 볼수 없었다. 이곳은 어두워지면 불빛을 찾기 어렵다. 성밖에서 야영을 하지 않는한 어두워지면 일찍 잠드는 사람들이었다. 오락이라곤 전혀 없는 세상이다. 식당은 어두컴컴했다. 불을 밝히지 않은 탓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인 영크리가 반겨 주었다.
"술 한잔 주세요."
시큼한 소파르멘트지만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것 보단 매상을 조금이라도 올려 주기로 했다.
"애들을 돌보아 줄 사람을 구할려고 합니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십시요. 대가로는 고기와 생선을 줄겁니다."
"그럼 제 마누라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죠."
누구든지 믿을수 있는 사람이면 문제없다. 하는 일이라곤 하루에 두번씩 아침과 저녁에 식사를 준비해 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집안 청소와 빨래는 클린 마법으로 대신하면 된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부탁했다.
다음날 아침 영크리 부인인 메리 아줌마가 찾아왔다. 아침 식사는 물고기였다. 구운 물고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이곳 사람들은 귀한 음식을 먹을수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대륙 안쪽으로 운반할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귀족들이라고 해도 함부로 먹을수 없을 정도다. 대륙 안쪽에서는 물고기는 주로 민물 고기를 먹는다.
귀한 물고기임에도 아이인 폴리는 비릿한 냄새가 입에 맞지 않는지 먹을려고 하지 않았다. 카리가 화를 내 윽지로 먹는 폴리였다. 메리 아줌마에게는 아침마다 넉넉하게 물고기나 고기를 준비해 놓고 남은걸 일당으로 가져 가라고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후 카리에게 동생과 같이 놀아라고 한뒤 바다로 향했다. 워프로 이동해 엔다이론에게 독이 없는 어패류를 잡아 다 달라고 부탁했다. 조개류와 게, 새우, 문어, 오징어등등 엄청난 양을 확보하고 이왕 바다로 온김에 해산물까지 확보하고 물고기도 자작에게 줄 양을 아공간에 담고는 돌아 갔다.
"저어, 마법사님! 주변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나눠 줄순 없는지요?"
"갑자기 그건 왜 묻는거냐?"
어느날 카리가 부탁을 해 왔다. 자작이 성내의 영지민들에게 물고기 수프를 배식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점심때 한번만 배식을 받지만 굶어 죽진 않을것이다.
"냄새가 진동한다며 대체 뭘 굽는지 근처 사람들이 자꾸 물어 와서요."
"음, 줄수는 있다. 하지만 소문이 돈다면 자작이 뭐라고 할것이다. 배식을 하고 있음에도 이곳에서 따로 물고기를 내 준다면 모든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 들것이 아니겠느냐? 내일부터는 냄새가 나지 않게끔 조치를 취하면 문제없을꺼다. 누가 물으면 마법사인 내가 먹는 음식을 나누어 준다고 해라."
미리 그런걸 생각하고 고기를 구웠어야 했다. 옆집 사람들이 얼마나 고기를 먹고 싶어 했을지 미안한 감이 들었다. 그날 저녁에 찾아온 메리 아줌마에게 많은 물고기를 굽게 했다. 냄새가 진동하지 않게끔 실라페를 소환해 연기를 일직선으로 하늘로 날려 보내라고 부탁했다.
"응?"
폴리의 표정이 이상했다. 공중에 떠 있는 실라페를 똑바로 바라 보고 있었다. 정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다.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볼수 없다. 폴리가 만약 정령을 감지했다면 정령에 민감한 체질일것이다. 물고기를 속속 구워지자 카리에게 마법사가 주는 선물이라며 구운 고기를 한마리씩 옆집으로 돌리라고 했다. 물고기를 모두 굽고 메리 아줌마도 구운 물고기를 들고 돌아 가자 실라페에게 폴리의 몸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 마스터, 폴리는 정령과 충분히 계약을 맺을수 있는 체질로 물의 속성이 강해요. 운디네와 계약을 맺게 해 주면 될꺼에요.
-고맙다.
역시 정령 체질이다. 물의 속성이 강하다면 엔다이론을 알아 보는지 소환해 보았다. 그러자 뭔가를 감지했는지 폴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 보고는 엔다이론이 소환해 있는 곳을 빤히 바라 보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폴리! 뭔가 보여?"
"응, 예쁜 언니가 있어."
"어디에?"
"저기에."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방향엔 엔다이론이 있었다. 엔다이론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바람의 정령인 실라페였을땐 뭔가가 있다는것만 알았지만 물의 정령인 엔다이론은 모습까지 볼수 있었다. 엄청난 정령력이다. 아무리 정령에 민감한 체질이라고 해도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의 모습을 볼수 있다는건 엄청난 재능이다. 폴리는 훗날 대정령사가 될것이 틀림없었다. 만약 자신이 실라페를 불러 내지 않았다면 폴리의 재능은 누구도 알아 보지 못한다. 우연히 정령사의 눈에 띄이지 않는한 평범한 사람으로 일생을 마칠것이다.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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