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기적이다.
76화.
"응? 뭐야! 동상이잖아."
머리가 이 정도로 거대할 정도라면 몸통도 굉장히 큰동상이었을것이다. 그런 동상이 바다에 잠겨 있었다. 해수면이 높아진 탓이다. 도시쪽도 물에 잠겨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도시위에 눈이 쌓여 있었지만 한국처럼 집들이 완전히 파 묻힌 상태는 아니었다. 어림잡아 1미터정도가 쌓여 있을뿐이다. 도로로 짐작되는 곳엔 사람들이 이동한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돌아 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인도는 틀림없겠지만 어딘지는 모른다. 사람을 찾아야 한다. 도시로 이동해 마나 서치를 시전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감지되었다. 거의 모든 집에서 사람들을 확인할수 있었다.
똑똑.
집앞에 눈이 치워진 문을 두드렸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기척이 들려 오며 문이 빼꼼히 열리며 누구냐고 물었다.
"말 좀 묻겠습니다. 이곳은 어느 지역입니까?"
"카냑쿠마리다."
겨우 찾았다. 미스라가 마하라자와 함께 이곳에 살아 있기를 바랬다. 미스라나 판데 구루 사원의 구루와 샤르마 마하라자가 이곳으로 온것을 모르냐고 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온 탓으로 몰라."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요."
"이곳에 구루가 살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구루들은 모두 마두라이쪽으로 갔어."
딱!
대답을 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 몇집을 방문해 물어 보았지만 미스라 일행을 아는 사람은 없어 카냑쿠마리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물었다.
"스팔사 리조트 카냑쿠마리(Sparsa Resorts Kanyakumari) 호텔이 가장 좋은 호텔이었지만 바다에 잠겨 버린 탓으로 지금은 신가르 인터내셔널(Singaar International) 호텔이 최고야. 하지만 어느 호텔이나 더이상 투숙객을 받지 않아."
호텔 위치를 묻고 직접 찾아 갔다. 마하라자의 재력이라면 가장 좋은 호텔에 투숙했을 것이다. 신가르 인터내셔널 호텔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몇사람이 달려 왔다.
"더이상 호텔 운영은 하지 않아. 나가라."
대뜸 추방령을 내렸다. 강제로 끌고 나갈 심산인듯 곧바로 달려들 기세였다. 은근히 화가 났지만 일단 물어 볼것을 물어야 한다.
"사람을 찾고 있다. 판데 구루나 샤르마 마하라자를 알고 있나?"
"샤르마 마라하자님을 찾는다고요?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며 정중해 졌다. 샤르마 마하라자를 들먹였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구루는 존경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마하라자는 각 지역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한다. 남쪽인 이곳에서 샤르마 마하라자가 권력을 휘두를순 없지만 마하라자라는 것만으로도 일반 사람들은 경원시한다. 어디론가 달려간 자가 한사람을 데리고 왔다. 눈에 익은 자였다.
"오오! 시, 시바신이시여!"
달려 온 자는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이 황당해 했다. 무릎을 꿇은 자는 마하라자 궁전에서 일하던 하인이었다.
"일어나라. 마하라자와 미스라는 어디냐?"
"여신님과 주인님은 마두라이에 있습니다. 시바신님이 찾아 오시면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마하라자가 이곳에 하인을 남겨 둔것이다. 언제 찾아 올지도 모르는 자신을 위해서였다. 이곳도 식량 사정이 나쁜지 하인은 비쩍 마른 상테였으며 입고 있는 옷도 추워 보였다.
"네 짐을 가지고 와라."
"아, 알겠습니다."
하인이 안쪽으로 달려 가자 자신을 끌어 낼려고 하던 자들이 영문을 몰라했다. 그때 하인을 데리고 온 자가 무릎을 꿇고는 입을 열었다.
"시, 시바신님이십니까?"
"마하라자가 그렇게 부른다. 이곳의 식량 사정은 어떤가?"
"어렵습니다. 바다가 잔잔할땐 고기를 잡지만 어선이 작은 탓으로 이곳 사람들이 모두 먹고 살기엔 어려워 식량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변변한 옷이 없어 얼어 죽는 자들도 많습니다. 저에게 축복을 내려 주십시요."
"홀리 라이트!"
손을 뻗어 꿇고 있는 자에게로 향했다. 환한 빛이 몸을 휘감았다. 그러자 지켜 보던 이나 꿇고 있는 자는 놀란듯 움찔했다.
"오오! 시바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격에 젖은 이는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해 했다. 그런 모습에도 탄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른 생각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눈이 적은 이곳도 사정이 어렵다면 다른 곳은 더욱 어려운 사정일것이다. 그래도 바닷가인 탓으로 고기를 잡을수 있지만 내륙 지방에선 그럴수도 없다. 이들을 도와 줄수도 있지만 일단은 미스라를 만나는게 우선이다.
타다다닥.
하인이 짐을 꾸려 등에 짊어 매고는 달려왔다. 다른 자가 축복을 내려 달라고 매달리기전에 즉시 호텔을 나서 마두라이가 어느 방향인지 물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는 동북쪽에 위치한 곳이라고 했다.
"손을 내밀어라."
오른손을 내미는 하인의 손을 잡자 하인은 어쩔줄을 몰라했다. 자신이 시바신의 화신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하인은 잠시후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하고 있었다. 무려 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하인에게도 실드 마법을 걸어 주고는 곧바로 동북쪽을 향해 텔레포트했다.
"아악!"
공간 이동으로 나타난 곳은 공중이다. 하늘에 둥둥 뜬채 아래쪽을 내려 다 본 하인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한번의 텔레포트로 아래쪽에 보이는 도시로 내려갔다. 너무 멀리까지 이동하면 되돌아 와야 할지도 모른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찾아 물어 보길 반복하며 마두라이를 향해 이동했다. 카냑쿠마리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하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제법 거리가 멀었다.
"저, 저곳이 미낙시(Meenakshi) 사원입니다."
공중에서 하인이 소리쳤다. 남인도에서 가장 큰 사원이라며 저곳으로 찾아 오라고 했다. 인도의 신을 조각한 조형물이 빼곡히 들어찬 마야 문명의 피라밋처럼 생긴 10층정도 높이의 고푸람이라는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푸람외에도 여러 건물들이 많았으며 담장으로 둘러 쌓인 안쪽엔 눈을 치우고 있었다. 도시쪽엔 그대로 눈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사원인만큼 눈을 방치할수 없는 것이다. 천천히 아래쪽으로 하강했다. 하인은 아직 공중에 떠 있는걸 불안해 하고 있었다. 겁을 먹고 덜덜 떨고 있었다.
"어어? 저, 저기..."
눈을 치우던 자가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 자의 손짓에 다른 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헉! 시, 신님이 강림하셨다. 우리들을 구원하러 오셨다."
"오오! 신이시여!!"
눈을 치우던 모든 자들이 바닥에 엎드렸다. 양손을 하늘로 뻗고선 신이라고 외쳐 대었다. 어쩔수 없었다. 큰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사원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방이 기둥으로 둘러 쌓인 중앙에는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중앙에는 뾰족한 촛대같은게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기둥앞 계단에 엎드린 상태였다. 중앙 촛대 옆으로 내려 가기 전에 노임을 불러 눈을 치워 달라고 했다.
- 마스터, 이 아래쪽은 연못이에요. 엔다이론을 불러 치워 달라고 하세요.
- 그래. 알았어.
노임을 들어 가게 한후 엔다이론을 불러 연못위의 눈을 모두 치워 달라고 했다. 천천히 하강하자 연못위의 눈이 스르륵 녹아 사라지며 얼어 있던 연못의 얼음도 저절로 녹고 있었다.
"오오! 기적이다."
연못위에 살짝 내려섰다. 하인은 발이 빠진다고 생각하는지 허둥대고 있었다. 그런 하인의 손을 꼭 잡아 주자 조금 진정이 된것 같았다.
"시, 시바님!"
"스, 스승님!"
들은적이 있는 목소리에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마하라자가 미스라 일행과 함께 나와 있었다. 마하라자가 있는 곳으로 연못위를 걸어 갔다. 실제로는 플라이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물위를 걸어 가자 이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든 자들이 다시 한번 놀라며 경배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카냑쿠마리에서 거슬러 올라 왔다."
샤르마 마하라자나 미스라는 물론 판데 구루와 미스라의 가족들도 모두 함께였지만 노부인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조용한 곳으로 가자."
"안내하겠습니다. 그전에 저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요?"
기둥 사이는 물론 계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 보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진짜 신이라고 생각하는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두 일어나라. 그리고 병자들은 한곳에 모아라."
마하라자를 따라 가며 간단하게 마하라자가 이곳으로 온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북서부에 위치하는 조드푸르엔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더이상 살기가 어려워졌다.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해 왔지만 카냑쿠마리는 많은 지역이 바다에 잠겨 버려 하인을 호텔에 남겨 두고 이곳으로 옮겨 온것이다. 마하라자는 부쩍 늙어 보였다. 미스라는 성숙한 처녀가 되어 있었다. 판데 구루 또한 많이 늙었다.
"미스라! 노부인은 어디에 있지?"
"신의 품으로 돌아 갔어요."
연세가 많으셨던 노부인이었다. 흐르는 시간은 어쩔수 없었다. 극락왕생을 빌 뿐이었다. 마하라자와 미스라, 판데 구루 세명과 자리를 함께했다.
"많이 기다렸어요."
"수련을 한 탓으로 늦어진거다. 수련한 후 세상으로 나오자 이렇게 바뀐 세상이 되어 있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미스라가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렸다. 미스라의 모습에 미안함이 몰려 왔지만 어쩔수가 없었던 일이다.
"이곳 식량 사정은 어떤가?"
"어렵습니다."
세명은 모두 마른 상태는 아니었다. 미스라를 시바신의 사자라고 생각하는 탓으로 신자들이 먹을것을 가져 다 주는 덕에 굶지 않는다고 했다. 마하라자는 한국의 김상아와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태다. 마하라자의 대리인인 라르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걱정했다.
"이곳에서 생활하실겁니까?"
"아니다. 한국으로 돌아 가야 한다. 한국은 지금 모든 지역이 눈으로 뒤덮힌 상태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먹을 것을 주마. 빈방으로 안내해라."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중간계에서 가져온 빵과 물고기를 꺼내 놓았다. 밀도 꺼내 놓을려고 했지만 정미를 한게 아니어서 꺼내 놓진 않았다.
"이것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줘도 되고 너희들이 먹어도 된다.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다른 빈방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자."
안내받은 빈방에는 대구의 백화점에서 아공간에 넣어둔 옷과 이불을 방에 꽉 채울 정도로 꺼내 놓았다. 이곳 인도인들은 추운데도 불구하고 두툼한 옷이 없었다. 여자들은 사리를 몇겹으로 껴 입고 남자들은 긴소매위에 반팔 티를 껴 입고 있었다. 겨울이 없는 남부 지역인 탓이다.
"너희들이 가져 갈만큼 가져 가고 나머지는 나누어 줘라."
"감사합니다."
"그럼 병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자."
병자들이라고 모아 놓은 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영양 실조였다. 영양 실조가 아닌 사람들만 치료해 주었다. 신성력 치료는 놀랄 정도였다. 순식간에 자리를 털고 일어 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영양 실조인 사람들에겐 물고기로 수프를 끓여 먹이라고 했다. 자신이 이들을 계속 먹여 살릴순 없다. 이곳에서 식량을 나누어 준다는 소문이 돌면 인도 전역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들것이다. 그들을 모두 감당할수 없다. 어떻게든 자립할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남부 지역인 덕에 눈은 많이 내리지 않고 계절이 바뀌어 여름철이 되면 따뜻해 진다고 했다. 밀을 재배하기 적당할것이다. 그런 말을 마하라자에게 하자 심을 종자가 없다고 했다. 인도 남부 지역에선 쌀 재배를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여름철이 되어도 기온이 올라 가지 않아 쌀은 수확량이 굉장히 적은 상태라고 했다.
"밀 종자는 얼마든지 주마. 날이 풀리면 밀 재배 할 곳을 알아 보도록 해."
"조드푸르로는 갈수 없는 겁니까?"
"갈수 있다. 거대한 하우스를 만들어 하우스 안에서 밀을 재배해도 돼. 한국에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 조드푸르로 돌아 가고 싶습니다."
마하라자는 자신의 고향인 조드푸르로 돌아 가고 싶어 했다. 미스라나 판데 구루 또한 마찮가지였다.
"음, 조드푸로로 돌아 갈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몇달은 걸릴꺼다. 일단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한후 조드푸르로 이주할수 있도록 만든후에 이곳으로 찾아 오겠다. 그때까지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몇달후에 보자고 하며 한국으로 이동했다. 석달 예정으로 중간계로 이동했었지만 두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법성사 앞마당에 공간 이동으로 돌아와 주지 스님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본당이나 뒤쪽 산신당 어디에도 주지 스님은 물론 두 스님도 없었다. 축사쪽으로 간것 같았다. 눈속 터널을 따라 축사쪽으로 걸어 갔다. 걸어 가면서 뭔가 이상한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축사쪽에 무슨 일이 벌어진것 같았다.
- 실라페! 축사쪽을 살펴 봐 줄래?
실라페가 알아 오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축사쪽으로 걸어갔다. 빠르게 돌아온 실라페의 말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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