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쉬잇! 목소리가 크다.
100화.
아탄 상단을 나서자 아이가 쪼르르 달려 왔다. 부족민들과 거래를 하는 다른 두개의 상단도 아이에게 말해 찾아가 보았다. 역시 이곳의 상단은 모두 담합을 하는지 화이트 울프 가죽 가격은 똑 같았다. 다음은 작은 상단을 찾아 갈려고 했지만 안내하던 아이는 그런 상단은 모른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잡화점을 찾아 갔다. 부족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생각이다.
"이곳이 가장 큰 잡화점이에요."
"그래? 수고했다. 더이상 안내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에게 10쿠퍼를 주었다. 보통은 어디로 안내를 받으면 수고비로 1쿠퍼를 준다. 환한 얼굴로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달아 나듯이 후다닥 달려 가는 아이를 뒤로 하고 잡화점 안으로 들어 갔다.
딸랑딸랑.
문위의 작은 방울이 울렸다. 안쪽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옵쇼. 무얼 찾는지요?"
아이의 말대로 제법 큰 잡화점이다. 많은 물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상단들이 팔고 있는 물건을 말하자 주인이 여기저기서 말한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 혼자서 찾을려면 고생 좀 했을 것이다. 수북히 쌓인 바닥의 물건값을 치루며 소금은 어디서 파는지 묻고 있을때 방울 소리가 들리며 손님이 들어 왔다.
"아저씨, 물건 가져 왔습니다."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젊은 청년이 등에 진 물건을 내려 놓고 있었다. 짐이 무거운지 바닥을 울리며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힘이 센 청년이었다.
"마침 잘 되었네요. 알리 가게에서 소금을 팝니다. 저 애를 따라 가시면 됩니다."
"소금을 구입하시게요?"
주인의 말을 들었는지 자신에게로 다가온 청년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 보고 있었다. 소금 값이 얼마나 하는지 물어 보고 너무 비싸면 직접 바다로 가서 소금을 만들 생각이었다. 아탄 상단이나 다른 두 상단을 방문했을땐 미처 물어 보지 못했었다.
"그래."
"안내할께요."
주인이 말한 가격을 지불하고 바닥에 쌓인 짐을 마법 주머니를 열어 집어 넣자 주인이나 알리라는 청년은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 멍한 상태로 굳어져 있었다. 마법 주머니는 처음 보는듯했다.
"안내 해."
"따, 따라 오십시요."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지 알리가 엉거주춤하게 앞서 가고 있었다. 주인장이나 알리는 자신이 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없는것 같았다. 보통 남쪽 지역에서는 로브를 입고 있으면 마법사라고 먼저 생각해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러고 보니 찾아간 상단 사람들도 평범하게 대했었다.
"알리,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거냐?"
"그렇습니다. 규모가 작은 상단입니다."
"네가 상단주냐?"
"아니요. 할아버지가 상단주시고 전 부상단주에요."
알리를 따라 간곳은 허름한 건물로 다른 상단에 비하면 구멍 가게 수준이었다. 소금을 얼마만큼 구입하는지 물어 본 알리는 창고로 안내했다. 소금을 먼저 본후에 결정한다고 말해 주어서였다. 창고도 큰창고는 아니었다. 다른 창고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볼때 취급하는 물건도 한정되어 있는것 같았다.
끼이익.
창고문이 열렸다. 컴컴한 창고안으로 열린 문쪽에서 빛이 들어가자 안쪽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창고에는 군데군데 물건들이 쌓여 있었지만 높이는 낮았다. 한자루의 포대가 놓여 있는 곳으로 걸어간 알리는 소금 자루라며 안쪽을 보여 주었다. 누른 소금 덩어리들이 들어 있었다. 소금 자루라곤 이것 한개 뿐이다. 바다에서 채취한 소금이 아니라 노천 소금 광산에서 캐낸 소금같았다. 맛을 보았지만 짠맛이 느껴지는 소금이 틀림없었다.
"흰소금은 없나?"
"옛? 흰소금이라니요?"
알리는 하얀 소금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법 주머니안에서 소금을 꺼내 보여 주었다. 눈처럼 하얀 가루를 본 알리는 소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듯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이게 소금이라고요?"
"맛을 보면 알수 있을꺼다."
소금을 조금 집어 맛을 본 알리는 눈이 커진채 다시 소금을 집어 먹고는 손바닥위에 소금을 올려 놓고 손가락으로 알갱이 한알씩 구분해 자세히 살펴 보고 있었다.
"이, 이런 소금을 어디서 구하신겁니까?"
"만든거다. 방법을 알면 누구나 쉽게 만들수 있어."
"누구나라고요? 알려 주는 대가로 어떤것을 지불하면 되는지요?"
눈을 번쩍인 알리는 흰소금에 홀딱 반해 간이라도 빼줄듯한 기세였다. 그렇더라도 소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줄순 없는 노릇이다. 알려 준다면 알리 상단은 단번에 거상으로 변할것이지만 소금때문에 전쟁이 벌어 질지도 모른다. 노천 소금 광산에서 큰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광산은 대부분 귀족 소유다. 그 귀족이 알리 상단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다. 지금까지 노천 소금 광산으로 큰부를 이룩한 귀족은 권력도 대단할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알리 상단이 무너 지면 소금 제조법도 다른 자들에게 넘어 갈것이다. 괜히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는건 원치 않았다.
"이런 소금은 처음 보나?"
"그렇습니다. 소금은 모두 이것처럼 누른색입니다."
"그래? 그렇다고 만드는 방법은 알려 줄순 없어. 대신 얼마큼은 공급해 줄수도 있어."
"...감사합니다. 얼마나 지불하면 되겠는지요?"
조금 아쉬운 표정의 알리였다. 굳이 돈을 받고 소금을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 소금으로 거래를 할 생각이다. 알리 상단도 그게 더 나을 것이다.
"아탄 상단이 라르모 부족등 다른 부족민들과 거래를 한다는건 아나?"
"....물론입니다."
아탄 상단 말을 꺼내자 알리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아탄 상단과 무슨 일이 있었던것 같았다.
"부족민들하고 거래를 한다는 조건을 수락한다면 소금을 백포대정도만 공급해 주겠다."
"예엣? 거래라니요? 저희 상단으로써는 무리입니다. 예전에는 저희 상단도 부족민들과 거래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몇번의 마적들의 습격으로 인해 상단 사람들과 물건이 강탈 당한탓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알리 상단은 예전에는 이곳에서 가장 큰 상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아탄 상단이 자리하는 곳이 알리 상단이 있던 곳으로 마적들로 인해 큰피해를 입어 상단 건물을 팔수 밖에 없었다. 부족민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물건들을 구입하고 호위할 용병들을 구해야 한다. 지금은 그럴만한 자금이 없는 상태로 먼곳으로 상행은 무리라고 했다.
"내가 도와 줄테니까 거래를 하도록 해."
"그건...제가 판단할수 없습니다. 상단주인 할아버지께 물어 봐야 합니다."
알리 상단주가 있는 곳으로 갔다. 건물이 낡아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인 작은 건물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위에 노인 한명이 누워 있었다. 중간계에서 눈 덮힌 지구로 갔을때 대구 팔공산의 법성사의 주지 스님과 겹쳐 보였다. 당장은 무슨 말보다는 치료가 우선이었다. 엔다이론을 불러 치료를 부탁했다. 상단주라는 알리 할아버지는 잠이 들었는지 안으로 들어 왔음에도 눈도 뜨지도 않았다. 알리가 무슨 말을 할려고 했지만 급히 제지했다.
"깨우지 마라. 지금 치료중이다."
"예엣? 치료라니요?"
"쉬잇! 목소리가 크다. 조금만 기다려 봐."
어리둥절한 알리였지만 잠시후면 알수 있을 것이다. 엔다이론은 상단주는 큰병은 아니라 자잘한 병들은 많지만 가장 큰원인은 울화병이라고 했다. 심신이 피폐되어 살 의지가 없다고 말해 주었다. 자잘한 병들을 치료해 주라고 했다. 치료는 얼마 걸리지도 않아 끝났다.
"상단주! 눈을 뜨라. 손자를 내팽겨칠 생각인거냐?"
누워 있는 상단주에게 호통을 쳤다. 왜 갑자기 소리를 치는지도 모르는 알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끼어 들었다.
"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상단주의 상태를 아나?"
"노환이 아닙니까?"
"아니다. 네 할아버지는 널 버리고 죽을 생각인거다. 못된 할아버지다."
자신의 말에 알리는 굳어졌다. 알리는 뭔가를 집작하는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할아버지를 불렀다.
"할아버지, 정말이세요?"
"음, 자네는 누군가?"
"할아버지, 정말이세요?"
"넌 가만히 있거라."
상단주는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 눈을 뜨고는 자신을 올려다 보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끼어든 알리에게 호통을 치며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 보고 있었다.
"거래를 하고자 찾아 온 아르 아티스라고 한다."
"거래? 어떤 거래인가?"
"당신 손자가 설명해 줄꺼다."
알리를 바라 보자 당황해 있던 알리가 천천히 설명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상단주는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소금을 보여 달라고 했다. 마법 주머니안에서 꺼낸 소금을 보여 주자 상단주는 놀란 표정이었다.
"음, 신기한 기물을 가지고 있다니...자넨 누구인가? 주술사인가?"
상단주도 마법사를 모르는듯했다. 혹시 이쪽엔 마법사가 없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술사라는 말에 주술사가 마법사처럼 어떤 이적을 발휘한다고 생각되었다.
"주술사가 뭔지도 몰라. 일단 거래를 할것인지 판단하는게 먼저야."
"할수만 있다면 하고 싶다네. 하지만 그들과 거래를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네."
자금이 풍부하다면 이런 작은 건물에서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건물만으로 자금이 부족하다는건 충분히 알수 있었다.
"그건 내가 도와 주겠다."
"투자를 하겠다는 말인가?"
"그래. 백골드정도면 어느 정도 숨통이 틔이지 않겠어?"
마법 주머니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주었다. 안을 확인한 상단주는 반짝이는 골드를 보고는 놀라는 눈치였다. 백골드라면 엄청난 자금이다. 그런 자금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성큼 내 놓는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골드는 처음 보는 골드인데 어디서 사용하는 골드인가?"
상단주가 의문을 표했다. 남쪽과 이곳 북쪽 지역은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사용하는 골드가 다를것이다. 그렇더라고 전혀 문제는 되지 않는다. 골드안에 각인되어 있는 문양만 지우면 충분히 골드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남쪽 지방에서 통용되는 골드다."
"음, 그럼 자넨 남쪽 지방에서 온거란 말인가?"
"그래."
인정을 하자 상단주나 부상단주인 알리가 믿기지 않아 했지만 처음 보는 골드를 확인한 이상 믿지 않을순 없을 것이다.
"음, 그런데 왜 투자를 할려는건가?"
"다른 상단이 라르모 부족민들이나 다른 부족민들에게 사기를 치는 행위에 화가 나서 그런거야. 알리 상단만큼은 정당한 가격에 부족민들의 물건을 구입해 주었으면 해."
"다른 의도는 없는건가?"
"무슨 의도? 방금 말한게 전부야. 알리 상단이 부족민들에게 사기만 치지 않으면 다른 어떤 일을 하던 상관없어. 상단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을테니까 걱정마."
상단 일에 끼어 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귀찮아서라도 그런 짓은 하라고 해도 할 생각은 없었다.
"음, 좋네. 투자를 받아 들이겠네."
상단주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눈만은 좀전과는 백팔십도로 변해 있었다. 무언가를 갈구하는듯이 활활 타올랐다.
"좋아, 그럼 당장 이동하자. 아, 물건을 가져 가야 겠지? 부족민들이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가야해."
"올해는 이미 무리가 아닌가? 다른 상단들이 이미 거래를 하고 있을텐데 지금 출발한다고 해도 도착할즈음엔 모든 거래는 끝난 상태일걸세."
워프 마법으로 이동한다는것을 말해 주지 않아 상단주가 올해는 부족민들과의 거래는 포기한 상태였다. 아마 워프 마법으로 단번에 이동한다면 기겁할것이 분명했다. 워프 마법으로 이동할수 있다는 것도 발설하지 말라고 입도 막아야 한다.
"그렇진 않아. 라르모 부족민들에게 거래를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 놨어."
"자넨 그들과 어떤 관계인데 그런걸 지시할수 있는건가?"
"그들 일행과 함께 거주하거든. 시간이 없어. 부족민들이 원하는 물건을 빨리 구입해서 가져와."
"시간이 많이 걸리걸세. 짐 수레나 인부, 호위 용병들을 고용하고 출발할려면 적어도 5일이상은 걸릴걸세."
일반적인 상행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특별한 상행이다. 순식간에 이동할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줘야 한다. 마법을 숨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쩔수 없었다.
"내겐 특별한 능력이 있어. 부족민들과의 일년 장이 열리는 장소로는 순식간에 이동할수 있기 때문에 짐수레나 일꾼, 용병들은 필요없어. 내년부터는 내가 도와 줄순 없을테니까 알아서 준비해서 이동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냐."
"순식간에 이동한다고?"
"그래. 다른 사람들에겐 절대로 말해선 않돼. 그리고 이걸 받아."
"이건...그 신기한 기물 주머니가 아닌가?"
"그래. 이번 상행에만 빌려 주는거다. 마차 열대분량이 들어 갈수 있는 주머니로 입구를 열고 넣을 물건에 가져다 대면 저절로 빨려 들어 가. 이런식이지."
직접 어떤식으로 물건을 집어 넣는지 보여 주었다. 상단주의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위에 있는 물병에 마법 주머니 입구를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물병은 눈깜짝할새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작가의말
즐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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