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날 화나게 하지 마라.
45화.
놈과 설전할 시간이 없었다. 놈의 정면으로 이동해 눈을 마주쳤다. 눈이 좌우로 두리번거리는 탓으로 길게는 기억을 읽을순 없었지만 조금만으로도 충분했다.
"네놈은 이단 심문국 소속 라페르 사제군. 심문국 국장인 알프레드 추기경은...저 안에 있군."
"........"
퍽!
눈이 커진 라페르 사제의 뒷통수를 후려 갈겨 기절시켰다. 홀드 마법이 풀리지 않은 탓으로 선채로 기절한 놈을 실프를 불러 들고 오라고 하며 안으로 들어 갔다. 안쪽도 여러곳이 무너진 상태지만 길을 뚫어 놓았다.
지하로 점점 내려가 조금 넓은 곳에 도착했다. 여러 문들이 달려 있었지만 한곳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실프가 알려 온 대로라면 정면쪽에 닫혀 있는 문 안쪽에 사람들이 있었다. 문은 철문으로 되어 있었으며 문옆에는 전자식 열쇠로 추정되는 액정이 달려 있었다. 지문 인식이나 얼굴 인식으로 열어야 하는것 같았다. 실프가 들고 온 라페르 사제놈을 깨웠다.
"문을 열어라."
"...으으...누, 누군데 이런 짓을 하는거냐?"
"네놈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문을 열어라."
"신의 종자에게 협박은 통하지 않아. 신벌을 받기전에 회개하라."
역시 독실한 신자여서 그런지 신앙이 골수에 까지 틀어박힌 놈이다. 이런 놈이 가장 골치 아프다. 협박은 물론 고문도 통하지 않을것이다. 모든걸 신과 연결시켜 죽는다고 해도 신이 구제해 줄것이라고 철저히 믿는 자다.
"네놈이 열지 않는다면 교황을 잡아 오겠다. 교황이 다치지 않을려면 네가 문을 열어야 한다."
"........."
"믿지 않는군. 좋아! 네놈과 더이상의 실전은 없다. 이곳을 모조리 무너 뜨려 주마."
샐리아나를 불렀다. 거대한 가루가의 모습으로 등장한 샐리아나를 본 라페르 사제는 이제야 눈에 보이지 않는 자가 누군지 알수 있었다. 어떻게 한것인지 몸도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다. 성기사들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가 틀림없었다.
후끈한 열기가 엄습해 왔다. 정말 가루라가 존재할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인도에 등장한 가루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마술사가 속임수로 등장시킨게 아니라 진짜라고 생각되었다. 가루라는 철문을 녹였다. 저 철문은 핵 공격에도 방어할수 있을 정도다. 그런 철문이 녹고 있었다. 녹은 철물이 점점 누워있는 자신쪽으로 흘러 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신의 품으로 돌아 갈것이다. 그렇다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진 않았다.
완전히 녹은 철문 안쪽엔 영화에서나 보던 무슨 비밀 정보국 상황실처럼 여러 모니터와 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철문 앞엔 사제복을 입은 자들이 문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무기를 가진 자는 없는지 이쪽으로 겨누고 있는 자는 없었다. 바닥의 라페르 사제놈을 안쪽으로 던져 버렸다. 조금만 늦었다면 저 놈은 철물에 잠겨 녹아 버렸을것이다.
"으아~악!"
안쪽으로 날아가는 놈은 비명을 질러 대었다. 안쪽에 있던 자들은 당황하며 날아 오는 라페르 사제를 받아 들며 뒤쪽으로 쓰러졌다.
"윽!"
쿠당탕.
- 실프, 위로 올라가 이쪽으로 누가 오면 알려줘.
라페르 사제를 부축해 일으키는 놈들은 뭐가 뭔지 모르는듯 어리둥절한채였다. 머리위에 붉은색 모자를 올려 놓은 자가 알프레드 추기경으로 이단 심문국 국장이다. 샐리아나에게 고맙다고 하며 들어 가라고 했다. 탄수의 모습이 갑자기 드러나자 추기경은 물론 다른 사제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곳으로..."
"네놈이 알프레드 국장이군. 신을 섬기는 놈들이 인질극을 벌여? 성기사라는 놈들에게 지시한게 네놈이구나."
모습을 드러내고 알프레드 국장과 눈을 마주쳐 기억을 읽었다. 이 자가 모든 일의 원흉이다. 아르주나를 습격해 간디바라는 활을 가져 오라고 지시한 놈도 이놈이고 가루라를 손에 넣어야 한다며 지시한 놈도 이놈이다.
성기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수많은 자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고 정신 장애자가 되어 갇혀 생활했다. 이쪽과 다른곳의 무너진 곳 통로 안쪽에 야훼가 궤가 있었지만 아르주나가 박살낸 탓으로 야훼의 궤는 물론 갇혀 생활하는 자들의 생사도 모른다.
비밀스러운 장소로 무너진 돌들을 치울려고 해도 은밀히 행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탓으로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이단 심문국 상황실로 전세계의 정보가 모이는 중심부다. 수많은 신도들이 목사에게 죄를 털어 놓으면 그 비밀스런 정보가 이곳으로 모인다.
"음...자네가 가루라의 주인인가?"
"가증스러운 놈! 신을 들먹여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군. 저곳이 성기사 양성소냐?"
"........"
알프레드 국장은 물론 다른 자들의 눈도 커지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삼지안으로 기억을 읽는 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것이다.
- 샐리아나! 이 안의 모든것을 녹여 버려.
살려 둘 가치가 없는 놈들이다. 누군가 들이 닥치기 전에 빨리 일을 끝내야 한다. 살아 있는 성기사들은 더이상 없었다. 인도에서 인질극을 벌인 놈들은 운이 좋았다. 아르주나가 이곳을 습격했을때 그놈들은 다른 임무로 자리를 비운 탓으로 살아 남을수 있었다.
생각같아선 이곳을 녹화해 전세계에 폭로하고 싶었지만 그래봐야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고 음모라며 전세계 기독교인들의 비난을 살것이다.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리는게 가장 합당한 판단이다.
"머, 멈추게."
"웃기지 마라. 너희들은 신의 품으로 돌아 가는게 소원이지 않느냐? 신을 찾아 가라."
"으. 으아아악!!"
"홀드 이미지!"
샐리아나가 접근하자 비명을 지르며 입구쪽으로 달려 나오는 놈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해 버렸다. 산채로 모든 자들을 흔적도 없이 녹여 버리고 안의 물건들도 모조리 없애 버렸다. 누군가 달려 오기 전에 급히 밖으로 나갔다. 실프에게 아직 연락은 없지만 어디론가 연락이 들어 갔을 것이다. 운다인에게 부탁해 몸을 숨기고 플라이 이미지로 하늘을 날아 빠져 나갔다.
********
크레타 섬 유적지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폭격으로 인해 유적지의 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상 출입만 금지시켜 놓고 복구는 할 생각도 못했다. 어두운 밤 파괴된 유적지 안으로 들어 서는 인영이 있었다. 스로운 룸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무너진 돌들로 인해 위치만 대략 알수 있을뿐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 노움! 이렇게 생긴곳을 찾아봐 줄래.
대지의 정령이라면 스로운 룸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큰술잔 모양의 조형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확인을 해 봐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움이 찾았다고 알려 왔다. 무너진 돌들 아래에 술잔이 묻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술잔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법으로 부서지지 않게끔 어떤 조치를 취해 놓았다고 생각되었다.
술잔이 무사하다면 차원 이동 마법진이 있는 방으로 이동도 할수 있을 것이다. 단, 방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다. 다시 노움에게 차원 이동 마법진이 있는 방을 찾아 보라고 했다. 스로운 룸 아래쪽에 있는지 아니면 다른 쪽에 지하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 스로운 룸에서 이동 마법으로 이동하는 탓으로 크레타 섬 지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폭격때 천장이 흔들리며 무너졌었다. 그탓으로 스로운 룸에서 이동한다면 무너진 돌들에 몸이 틀어 박혀 죽을 것이다.
- 찾았다고?
끄덕끄덕.
노움에게 그 방으로 들어 갈수 있게끔 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무너진 돌들이 스르르 밀려 나며 저절로 통로가 만들어져 갔다. 통로를 따라 들어 가자 차원 이동 마법진이 있는 방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위쪽에서 무너진 돌들로 인해 차원 이동 마법진은 파괴된 상태다.
노움에게 위쪽의 돌들을 치워 달라고 했다. 바닥을 기어 들어 갈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어두운 밤이지만 노움으로 인해 차원 이동 마법진을 자세히 살펴 볼수 있었다. 또한 차원 이동 마법진의 최중요 요소인 마나석도 찾았다. 마법진은 곳곳의 선들이 끊겨 파괴되었지만 어떤 모양의 마법진인지 모두 기억했다.
- 샐리아나, 차원 이동 마법진을 기억해 둬.
- 이미 기억했어요.
- 그래? 그럼 모두 지워 줄래.
- 알겠어요.
차원 이동 마법진이 남아 있으면 고고학자들이 훗날 이곳을 발굴해 연구를 할지도 모른다. 그럴바에야 아예 흔적도 없이 지우는게 올바른 결정이다. 뚫은 통로까지 다시 무너 뜨린후 크레타 섬을 벗어나 그리스 공항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비행기에 숨어 인도로 갈 생각이다.
*******
"음, 심문국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그, 그렇습니다. 누군가 침입한듯합니다."
"전번의 그 자가 살아 있는게 아닌가?"
"그렇진 않을것입니다. 무너진 크레타 섬 유적지엔 생체 반응이 전혀 없었습니다."
교황에게 보고하는 미스트 추기경이나 교황도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누가 심문국을 파괴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심문국 국장인 알프레드 추기경이 가루라에 대한 보고는 아직이었다. 교황에게는 확실한 정보만 보고 된다. 그런탓으로 보고는 미루고 있던 탓으로 탄수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네. 모든 감시 카메라를 조사해 보게."
"알겠습니다."
********
인도 조드푸르에 도착한 탄수는 마하라자를 찾아 갔다. 우마이드 바완 팰리스 호텔로 이동해 숙박객처럼 위장해 궁전쪽으로 들어 갔다. 궁전에는 열명이 안내인의 안내로 궁전을 구경하고 있었다. 혼자서 들어온 탄수를 본 안내인이 놀라워하며 관광객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뒤 자신쪽으로 걸어왔다.
"혼자서 들어 오신 겁니까?"
"그렇다. 마하라자에게 안내해라."
"마하라자님은 함부로 뵐수 없는 분이십니다. 관광을 하실려면 저분들과 같이 하셔야 합니다."
규칙이 바뀐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돌아 다닐수 없게끔 조치를 취해 놓았다. 미스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같았다. 마하라자에게 전화를 걸려고 폰을 꺼냈을때였다. 이쪽을 주시하는 관광객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이상한 느낌에 즉시 삼지안을 열어 그 자의 기억을 읽었다.
'뭐야? 모사드잖아.'
모사드는 이스라엘의 비밀 정보 기관으로 전세계에서 정보 수집은 물론 암살까지 하는 이스라엘 수상 직속 첩보 기관이다. 그런 자가 왜 관광객처럼 위장에 이곳에 있는지 뻔했다. 자신을 바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이미 자신의 정체가 저들에게 드러난 것이다. 하긴, 교황청에서 쫓고 있다는 정보를 저들이 모를리가 없을 것이다. 혹시 인천에서 인도로 오는 비행기안에서 뒷끝이 찜찜한 이유가 저들이 감시하고 있던 탓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둘러 보았다.
'음, CIA군. 저 자는 MI6, 저 자는 SVR?'
안경을 낀 인도인 중년 남자는 미국의 CIA 해외 정보 수집 요원이고 키가 큰 젊은 인도인 남자는 영국의 비밀 정보국 소속인 MI6 요원이다. 또한 수염이 덥수룩한 인도인은 러시아의 해외 비밀 정보국인 SVR 소속 요원으로 전세계의 유명한 정보 기관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저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더러웠다. 이젠 어딜 가더라도 감시하에 생활해야 한다. 자세히 기억을 읽어 보았다. 모사드와 CIA, MI6는 확실히 자신이 가루라의 주인일것이라고 예상만 하고 있었지만 판데 구루 사원에서의 일을 파악하고는 지금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SVR은 다른 나라 정보원의 움직임이 수상해 따라 온것에 불과했다. 저들은 성기사들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판데 구루 사원을 장악한 것도 알고 있고 마하라자와 다른 일행들이 풀려나 이곳으로 이동해 온것을 알고는 몰려 온것이다.
"너! 너! 너! 너! 따라 와라."
각국 정보원들을 가르키며 따라 오라고 했다. 궁전을 나가 호텔쪽으로 이동했다. 놈들이 따라 오던 말든 상관없었다. 무얼 짐작했다면 따라 올것이다. 따라 오는 놈은 유능한 정보원일것이다. 발걸음 소리로 볼때 모두가 따라 오고 있었다. 안내인이 뭐라고 했지만 모두 무시하고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으로 이동해 빈자리에 앉았다. 네명 모두 걸터 앉자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모두 정보원들이다. 그렇지?"
"어떻게 안거지?"
"다 아는 수가 있어. 너희들 윗선에 보고 해라. 아! SVR 요원은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를꺼다. 나중에 설명해 줘. 나에 관한 모든 감시와 관심을 끊어라. 이건 경고다. 특히, 모사드 요원, 너! 이번 한번만은 봐 준다. 네놈이 판데 구루 사원에 대해서 보고한 탓으로 인질극이 벌어 진거다. 다음에 또 나와 연관있는 누군가가 협박 당하거나 핍박을 당한다면 그 나라는 완전히 파괴시켜 버리겠다. 명심해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스라엘쯤은 순식간에 붕괴시킬수도 있다. 날 화 나게 하지 마라. 조용히 살고 싶은 날 건드리지 말라는거다."
이것으로 중간계로 가서 수련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의 힘으로는 한나라를 무너 뜨리는건 어렵다.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무너 뜨릴수 있다. 삼지안의 활용법도 어중간한 상태다. 이번엔 확실히 파악하고 돌아 올 생각이다.
- 작가의말
토요일과 일요일은 밤 늦은 시간에 올립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