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저놈을 죽여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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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감옥앞에는 경비병 둘이 창을 들고 서 있었다. 문은 굳건히 잠겨져 있었지만 안으로 몰래 들어 가는건 일도 아니었다. 발걸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플라이 이미지를 시전해 공중으로 둥둥 뜬채 문앞으로 접근해 블링크 이미지로 문을 통과하고 안으로 들어 갔다.
감옥안은 암흑이었다. 문앞쪽은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빛이 있을뿐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시커먼 무저갱속으로 들어 가는 느낌이다. 삼지안을 열고 감옥안을 살펴 보며 백작을 찾아 보았다. 악취가 진동하는 감옥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루트 임시 영주에게 반발하거나 숙청된 자들이 갇혀 있는것 같았다. 안면이 있는 기사 몇명도 찾을수 있었지만 일부러 말은 걸지 않았다. 백작과 소영주를 찾아 보는게 우선 순서다.
창살로 되어 있는 감옥안에는 모두가 비쩍 마른 상태로 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 창살안 감옥을 살펴 보며 백작을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벌써 처형된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루트 임시 영주가 설마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처형하진 않았을것이라고 생각하며 감옥끝 부분에 도착했다. 감옥 끝에는 양쪽에 창살이 없는 철문으로 되어 있는 방이 제각각 한개씩 설치되어 있었다. 철문 위쪽 작은 창으로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찾았다.'
백작이다.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백작이 틀림없었다. 다른쪽 철문안에는 소영주가 갇혀 있었다. 먼저 백작이 갇혀 있는 철문을 열었다.
"언락 이미지!"
철컥.
끼이익!
거친 소음이 들려 왔지만 감옥안을 감시하는 간수는 없어 들킬 우려는 없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가도 백작은 여전히 눈을 감은채였다. 초췌한 얼굴이 고생이 심한것 같았다. 몸 또한 비쩍 마른 상태였다.
"백작님! 아르주나 아틀란티스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해도 눈을 뜨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자 백작이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것도 힘들어 보였다.
"라이트 이미지!"
희미하게 불빛을 밝혔다. 너무 밝은 빛이면 백작이 눈이 부셔 뜨지 못할것이다.
"절 알아 보시겠습니까? 개발청 청장이었던 아틀란티스입니다."
"음...수련은 끝난건가?"
"그렇습니다. 일단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오랜 시간 감옥안에 갇혀 있는 탓으로 백작은 몸이 많이 상한 상태다. 지금도 일어 나지도 못한채 누운채였다. 포션 한병을 꺼내 먹인후 엔다이론을 불러 치료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포션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을것이지만 엔다이론이 확실하게 치료를 할것이다.
"후우...간만에 몸이 개운하군. 고맙네."
"어떻게 된것입니까?"
"음, 루트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을것이네. 루트옆에 있는 기사를 보더라도 알수 있지. 익스퍼트 상급 기사과 중급 기사를 파견할 정도라면 고위 귀족이 배후에 있는게 틀림없네. 내성적인 루트가 혼자서 반역을 꿰할리는 없지."
누운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킨 백작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조용히 설명은 하고 있었지만 눈은 활활 타 오르고 있었다. 배후 세력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전쟁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나가시죠. 영지를 찾아 드리겠습니다."
"아니네. 기사 단장인 페드로 남작을 조용히 불러주게."
"백작님! 영지를 되찾는 일은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합니다. 적들이 방어할 틈을 주지 않고 기습해 처리하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그만한 힘이 있습니다. 전 마도사 경지에 올랐습니다."
"뭣이? 마, 마도사라고?"
즉시 작은 크기의 헬파이어 이미지 마법을 보여 주었다. 검붉은 화염이 이글거리는 헬파이어의 열기를 감지한 백작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헬파이어를 해제하자 멍한 표정의 백작은 한동안 굳은채였다.
"나가시죠."
"음...아, 알겠네."
바닥을 짚고 일어난 백작은 걷는게 힘든지 비틀거렸다. 앞쪽의 철문을 열고 들어 가자 소영주가 눈을 뜨고는 바라 보았다. 소영주 역시 비쩍 마른 상태로 눈도 뀅한 상태였다.
"자, 자네는..."
"오랜만입니다. 아틀란티스입니다."
"아 ,아버님!"
뒤따라 들어온 백작을 본 소영주는 깜짝 놀라며 서서히 누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힘든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누워 계세요. 일단 치료를 해 드리겠습니다."
"치료라니?"
"전 마법사가 된 상태입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 치료를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소영주 치료는 백작보다 더 빨리 끝냈다. 포션도 먹이지 않고 엔다이론의 치료만으로 충분했다. 백작보다 젊은 덕이라고 생각되었다.
"아틀란티스경이 마도사가 되었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소영주님! 전처럼 편안하게 말해도 됩니다."
"그럴순 없습니다. 마도사시라면 대륙에서도 존경받는 현자입니다. 그런 현자에게 막말을 한다면 다른 귀족들이 뭐라고 할것입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있을때만 그렇게 하시고 아는 사람들만이 있을땐 평소처럼 대해 주십시요."
소영주의 존대에 괜히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마도사라고 해도 자랑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백작과 소영주를 데리고 감옥 통로를 걸어 가고 있을때였다.
"배, 백작님!"
창살안쪽에 갇혀 있던 자가 백작을 알아 보았다. 안면이 있는 기사였다. 통로가 어두워 공중에 라이트를 띄워 놓아 백작의 얼굴을 알아 볼수 있었던 것이다. 기사의 말에 감옥안 사람들이 통로쪽으로 눈을 돌렸다.
"사일런스!"
소란이 벌어 질것에 대비해 즉시 음성 차단 마법을 시전했다. 몇몇 기사가 모두 창살앞으로 다가와 백작과 소영주를 입에 담았다. 게중에는 자신을 알아 본 자도 있었다.
"처, 청장님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겁니까?"
"백작님을 구하러 온겁니다."
"아틀란티스경! 기사들을 구해 줄수 있겠나?"
"문제없습니다."
언락 마법으로 감옥문을 열었다. 갇혀 있는 기사들은 모두 5명으로 마나 봉인 수갑을 손목에 차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을 억제하는 마나 봉인 수갑은 마법사가 아니면 풀수 없는 아티팩트다. 마나 봉인구를 처음 보는 아르주나는 봉인구를 자세히 살펴 본후 각인된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 넣어 해제했다.
철컥!
다섯개의 봉인구를 순식간에 풀어 버리자 기사들은 놀라워했다. 기사들 또한 몸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한명씩 모두 치료를 해 주어야 했다. 감옥안에 갇혀 있는 일반인들은 영혼의 빛을 살펴 보고 따로 분류해 가두어 놓았다.
검은 빛을 띄는 영혼과 밝은 빛을 띄는 영혼으로 분류해 놓고 기다리라고 말한뒤 감옥 정문쪽으로 향했다. 기사들이 앞장 설려고 했지만 백작이 제지했다. 영문을 모르는 기사들에게 백작이 자신의 경지를 설명해 주자 기사들은 놀라면서 믿기지 않아했다.
끼이익.
거친 소음을 동반하며 감옥 정문이 열리자 경비병 두명이 깜짝 놀라며 안쪽으로 창을 겨누며 경계했다.
"홀드!"
"어어?"
"어헉!"
"조용히 해라. 마법으로 너희들을 묶어 놓은 상태다. 소리치면 죽이겠다. 죽고 싶지 않으면 절대로 입을 열지 마라."
경비병 둘에게 경고를 해 주고 문을 나서자 경비병 둘의 눈이 커질대로 커졌다. 마법이라는 말보다 뒤를 따라 나오는 백작과 소영주 일행을 본것이다.
"너희들에겐 어떤 처벌도 내릴 생각은 없다. 조용히 있거라. 알겠느냐?"
"예. 백작님!"
경비병 둘을 묶어 놓은 홀드 마법을 풀어 주었다. 아직도 경악하고 있는 둘을 뒤로 하고 백작 집무실을 향해 갔다. 도중에 시녀와 하인 몇몇을 만났지만 백작이 나서 그들의 입을 막았다. 백작은 걸어 가면서 힘겨워했다.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소영주가 부축을 하고 걷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앞쪽에서 기사 두명과 루트 임시 영주가 달려 왔다. 멀리선 기사들이 달려 오는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백작이 감옥을 탈출한게 알려 진것이다.
"그대로 감옥에 계시지 왜 탈출한겁니까?"
"놈!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아버님! 이곳에 아버님 편은 한사람도 없습니다.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백작과 루트 임시 영주가 설전을 벌이고 있을때 아르주나는 임시 영주 옆에 있는 기사 두명을 살펴 보았다. 처음 보는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기억을 읽었다. 저 둘은 머턴 공작의 지시로 백작령을 장악한것이다. 왕세자 다툼에 삼왕자가 유리한 상황으로 변했다. 마트레인 왕국과의 전쟁에서 삼왕자가 큰활약을 해 앞서 가고 있는 탓으로 삼왕자를 밀고 있는 아스트로 백작을 처리하기 위해 머턴 공작이 백작 차남인 루트에게 접근해 바람을 불어 넣어 영지를 장악케 한것이다.
"그레이경! 제압해 주십시요."
스릉.
롱소드를 뽑아든 그레이라는 기사는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다. 백작령에서 상급 기사에 대항할수 있는 자는 기사 단장인 페드로 남작밖에 없지만 남작도 저 기사에세 패배했다고 한다.
저벅.
백작 앞으로 한발 나섰다. 그러자 루트 임시 영주가 의아해했다. 루트 임시 영주와는 예전에 백작 가족과 식사를 할때 딱 한번 본적이 있었다. 루트 임시 영주의 표정으로 볼때 기억하지 못하는것 같았다.
"네놈은 누구냐?"
"알면 다칩니다. 그레이경과 댄버경은 머턴 공작의 지시로 백작령을 장악하러 온것이군요."
그레이경과 댄버경의 눈이 커지며 당황하는 눈치였다. 들켜선 않되는 것이었다. 루트 임시 영주도 모르고 있었는지 두 기사쪽으로 급히 눈을 돌렸다.
"무슨 헛소리냐?"
팟.
그때였다. 그레이 상급 기사가 바닥을 박차고 롱소드에 넘실거리는 마나를 뿌려대며 순식간에 접근해 왔다. 입을 막을 심산인것 같았다.
"그리스! 리버스 그래피티!"
"어헛!"
비틀.
"헛!"
쩡!
달려오는 앞쪽에 마찰 계수 0인 그리스 마법을 시전하지 발이 미끄러지며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잡고 있었다. 역시 익스퍼트 상급 기사는 달랐다. 그리스 마법에 당해 발이 미끄러졌음에도 순식간에 중심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마법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역중력 마법인 리버스 그래피티 마법으로 인해 그레이 상급 기사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 오른 것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놈은 즉시 몸에서 마나를 뿜어내 마법을 깨뜨릴려고 했다. 리버스 그래피티를 시전한 아르주나는 즉시 삼지안을 열고 양손바닥을 활짝 펴며 그레이 상급 기사와 댄버 중급 기사에게로 뻗으며 무언가를 움켜 쥐는듯이 꽉 쥐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두 기사가 머리를 부여 잡고 괴로워했다. 그레이 경은 역중력 마법을 깨뜨리고 바닥에 내려선 상태로 롱소드까지 내동댕이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댄버경 또한 마찮가지였다. 아르주나는 두 기사의 영혼을 거머 쥐고 있었다. 삼지안의 능력으로 영혼을 꺼집어 낼수도 있었지만 그냥 쥐고만 있었다. 만약 꺼집어 낸다면 그대로 즉사해 버릴것이다.
"뭐, 뭐야? 그레이경! 댄버경!"
루트 임시 영주가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때 백작성 기사들이 도착해 백작과 소영주를 보고는 경악하고 있었다.
"배, 백작님!"
"단장! 루트를 제압하게."
"그, 그게..."
"단장! 당장 아버지를 제압해."
백작과 루트 임시 영주가 서로 제압하라고 페드로 기사 단장에게 명령했다. 단장은 누구 명령을 따르는지 궁금했다. 단장의 표정으로 볼때 백작이 살아 있을줄은 몰랐던것 같았다. 다른 기사들 또한 모두 단장과 비슷한 표정이었다. 단장이나 기사들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누구 명령에 따라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단장! 가족들이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제압해."
"루트! 이놈! 단장 가족들까지 인질로 잡은거냐? 단장! 그런건가?"
"그, 그렇습니다."
가족이 인질로 잡혀 있어 백작의 명령에 따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주군에게 충성 맹세를 한 이상 백작의 명령에 따르는게 기사다. 아마 단장은 백작이 죽은것으로 판단해 루트 임시 영주에게 충성 맹세를 한것 같았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우선 순위가 있느냐였다. 이대로 지켜만 본다면 단장의 입장이 굉장히 난처해 질것이다.
"홀드! 단장님은 지켜만 보십시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음, 청장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건가?"
"백작령에 반역이 일어 났다는걸 알고 찾아 온겁니다. 저놈들은 머턴 공작의 명령으로 백작령을 암중으로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놈들입니다. 이걸 놈들 손목에 채우십시요."
감옥안에 있던 기사들의 마나를 억제하기 위해 채워 놓았던 마나 봉인 수갑을 던져 주었다. 그레이와 댄버 기사는 영혼에 충격을 받아 혼절한 상태다. 홀드로 묶어 놓은 루트를 강제로 끌어 당겼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질질 끌려 오는 루트는 당황한듯 고래고해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단장! 저놈! 저놈을 죽여 버려. 당장 죽여.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단장 가족은 죽어."
퍽!
"컥!"
"닥쳐! 단장님 가족은 어디에 가두어 둔것인지 이미 다 알고 있어."
매직 핸드로 끌고 오는 루트의 뺨을 후려 쳤다. 단장 가족은 루트의 기억을 읽고 파악했다. 정보 길드 놈들이 가담하고 있었다. 왜 정보 길드 놈들이 단장 가족을 인질로 잡아 둔것인지는 모른다. 백작성 외성에 있는 정보 길드는 찾아 간적이 있어 위치는 알고 있다.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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