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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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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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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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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0. 카트란

DUMMY

“피곤해서 잠시 잠든 모양이군.” 카트란은 침을 닦으며 일어났다.


“아군이 아닌지역에서 잠에 드는 건 힘든법이지요. 무의식적으로 불안감이 드니까요.”

비네마인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확실히 그러더군. 라이티유 욕하는 소리에 귀가 간지러워서 말이야. 도통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카트란은 시트 좌석을 최대로 눕히고 두 팔로 머리를 받히고 늘어지게 하품했다. 짐칸에는 이제 무거운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카트란은 밤눈에서 빠져나올 때까지도 얼굴을 붉힌 채로 감정 조절을 못 하는 라이티유의 얼굴이 떠올라 실없는 미소를 지었다.


“문이 닫히기도 전에 안쪽에서 라이티유가 육두문자를 날리며 분노에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나더군. 유리잔 몇 개에 식기 몇 개가 부서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인들 일 거리나 늘리고 말이야 교양없게.”


“감염자들은 내가 시킨 대로 했지?”

“네, 말씀하신 데로, 빠져나오기 전에 감염자들을 도시에 풀었습니다. 지금쯤이면 도시의 귀족들은 시민들 몰래 빠져나가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일을 저지를까 말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라이티유의 눈동자를 보니 복수할 기세더라고. 후환을 만들 필요는 없지. 어차피 이제 밤눈으로 올 일도 없고 말이야. 그리고 해 오름가와 가온 연결하는 신성한 길을 봉쇄해 버리자.”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카트란이 가온에 도착했을 때에는 늦은 저녁이었다. 베어검은 펜트하우스에 있었다.

대공장장들이 답답함과 우울함을 느낄 때마다 수도 가온의 야경과 밤하늘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펜트하우스였다.


유리천장을 뚫고 쏟아질 듯한 별아래 식탁에서 식사 중이었다. 베어검은 연미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넥타이가 불편했는지 거칠게 풀어놓아 셔츠 끝자락이 비대칭적으로 벌어져 있었다.


비네마인은 그 모습을 보고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꾸짖었다.


베어검은 공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협소해 보이는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었다. 피아노 연주자가 왈츠형식으로 편곡하여 서정적이고 단정한 피아노 연주를 하였다. 시냇물이 조약돌을 굴리다가 떨어뜨리는 듯한 소리였다. 회전목마처럼 우리네 인생도 해가 뜨고 지는 밤하늘을 닮아 있었다. 카트란이 맞은편에 앉았다.


“피아노 소리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군”

“무희를 부를까요?” 비네마인이 물었다. 베어검은 잠시 고민했지만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무희들 춤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 몇 명이라도 불러줘 이 분위기를 잃고 싶지 않으니까.”


카트란은 간만에 먹어보는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을 다물자 육즙이 터져 나왔다. 카트란은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말하는 건 교양 없는 짓입니다. 카트란님.”

“베어검 형, 적월호에 쓸 만한 레이더 시스템으로 배송 되어왔어?” 카트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 덕분에 제 때에 왔어. 열차가 도착하는 걸 보려고 승강장에 나가 있었지, 적재칸의 물건을 뜯을 때까지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물건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감이 들더라. 지금은 격납고에서 적월호에 기존 시스템을 뜯어내고 신규 레이더로 교체하고 있을 거야.” 베어검은 입술에 묻은 스테이크 소스를 냅킨으로 닦아내며 답했다.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최대한 빨리 교체하고 성능시험까지 끝내야 해, 광맥가쪽 전선이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어. 처음에 밀알 병력을 밀어내고 연속으로 전투했던 게 무리였나 봐. 병사들이 피로 했는 지, 지구력 싸움에서 지고 있어. 사기를 올릴 만한 전력이 필요해.”


“광맥가 놈들이 잔뜩 열이 올랐나 보네.”

“그래 죽기 살기로 덤비는 중이야. 광맥놈들은 뭘 잘못 먹었는지, 한번 싸우면 광견병 걸린 개처럼 싸운다니까.”


카트란은 베어검 머리 위에서 브라운관 TV에서 슐레이반이 기계 호랑이의 발톱을 몸을 굴러 피하다가 붙잡혔다.


호랑이가 슐레이반이 목을 향해 물어뜯자, 슐레이반은 왼팔을 입에 쑤셔 넣었다. 이빨과 팔의 강철들이 붙딛혀 스파크를 튀었다. 슐레이반의 팔에 호랑이의 송곳니 자국이 나며 깊게 파였다.


슐레이반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네 호랑이의 경추를 타고 흐르는 윤활유관에 꽂아 넣었다.


호랑이는 윤활유를 바닥에 이리저리 흩뿌리다가 마지막에는 마찰열 때문에 몸 여기저기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호랑이가 삐그덕 거리다가 과열되어 멈춰 섰다.


두 눈에 박힌 에메랄드의 빛이 사그라졌다. 슐레이반은 한 손을 들어 승리를 만끽했다. 콜로세움에서 함성소리와 박수 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관객들이 슐레이반의 경기가 만족스러웠나 보다. 관객들이 원할 때까지는 슐레이반의 목숨줄도 연장될 터였다.


다라리콘도 거나 하게 취해서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갈채를 보냈다. 그 옆에 리케 칸타빌은 뭔가에 취해서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있었다. 옆의 하인이 쓰러지려는 리케 칸타빌을 한쪽에 고정시키듯이 앉아 있었다.


“다라리콘은 완전 콜로세움에 심취해 있어. 슐레이반이 잘해주는 중이지. 그 늙은 돼지를 상대하려면 꽤 골치 아프거든. 인간은 쾌락에 쉽게 굴복하니까. 계속해서 쾌락의 강도를 높여줘야 하긴 하지만 여긴 가온이니까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말 이야 하여튼 슐레이반 덕택에 다라리콘이 정치쪽으로 신경 쓰지 않아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몸 상태가 좀 괜찮아 지더라고,”


“그래 형은 좀 쉬어야돼.”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잖아. 그래도 이제 전쟁에 집중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지. 단숨에 화력을 집중해서 일격에 치명타를 가해야, 아군의 사기도 오르고 적군의 사기를 꺽지.”


“몸을 생각하면서 유연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야. 급할게 없다라는 거지, 어차피 둘 다 독 안에 든 쥐야. 우리야 황금도 벌고 수도 가온의 관객들이 이목도 집중시켜 주고 나쁘지 않은 거래야. 언제든지 수가 틀리면 목숨을 거둬들일 수 있으니까.”

카트란은 식탁 아래로 인장반지를 습관적으로 매만졌다. 슐레이반을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반지가 생각났다.


연분홍색 하늘거리는 치마에 흰색 블라우슬 입은 무희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무희들은 대리석 바닥을 발자국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건너왔다. 베어검은 흰색 시스루 사이로 속살이 비치는 무희를 바라보았다. 무희는 입에 꽃을 물고 부채를 펼치며 우아하게 춤을 췄다.


“제네트샤와는 어때?”

“아직 나한테 화가 안 풀렸어.” 베어검의 안색이 다시 안 좋아졌다.

“그 간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해도 어쨌거나 약혼식은 이제 없는 게 되어 버렸자나?”

“그래 여자들이 남자처럼 쉽게 화가 풀리면 얼마나 좋겠니.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나도 제네트샤에게 화해를 강요하고 싶지 않아. 비네마인하고 네가 제네트샤를 잘 보살펴 줘.”


“제네트샤가 유니스와 새딘이 철혈을 도와 준다는 명목으로 철혈쪽 황무지에 공장가를 증축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응. 그리 중요한 사람들이냐 싶긴 하던데 어차피 베어검 형이 결정할 거잖아?”


“수도 가온에서 그 둘의 영향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들 분수에 맞는 조건이라서 수락했어. 어차피 땅이야 밀알가든 철혈가든 하얀 별이든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데로 쓸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둘이 우리 쪽에 발 담군건말 알아도 눈치 있는 녀석이라면 우리를 따를 테니까.”


“언론과 술은 덤으로 따라올 테고.”

카트란은 잔을 들어 베어검에게 치켜들었다. 베어검은 눈빛이 우울해 보이기도 피로해 보이기도 하였다. 베어검이 잔을 들었다.

무희 하나가 곡예를 부리듯 허리를 뒤로 젖희며 베어검과 눈을 마주쳤다. 싱긋 웃버리고 다시 무희들이 춤을 취는 무대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밤눈은 어땠어?”

“밤눈? 아니면 라이티유?”

“둘 다.”

“밤눈의 곤돌라는 승선감이 편안한 함선에 타는 것과는 좀 달랐어. 흔들거리니까 올라갈수록 긴장이 되더라고 그리고 도시 야경은 끝내줬지.”

카트란은 그 도시의 야경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라이티유를 생각하면 입맛이 뚝 떨어졌다.


“라이티유는 정말인지 재수 없더군. 그 볼썽사나운 턱을 움직이며 말을 하는데, 주먹이 근질거렸다니까. 고집만 쎄지 않았더라도 우리랑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릴 경멸스러운 태도로 생각하는 거 같아서 밤눈에 감염자를 풀었어.”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어?” 베어검은 카트란의 말에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고민해봤는데, 라이티유의 행동을 보니 분명 복수할 기세더라고. 그렇다면 나중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지, 걸림돌만 될 테니까. 어차피 이제 밤눈으로 부탁할 일도 없을 테고 말이야. 나중에 밤눈이 정화되면 그토록 자랑하는 시스템 물자들은 회수하면 될 거야. 그리고 해 오름가와 가온 연결하는 길은 봉쇄해 버렸어.” 베어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할 때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지. 우리 편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어차피 레이더 시스템을 강제로 빼앗았으니 라이티유 성미라면 꼭 되갚음을 해줬을 거야.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거 같아.”


“아 참. 정화병들을 배치하라고 했던가?”

“밤눈에서 오는 길목에는 정화병을 배치하라고 시켰어.”

“아니 우리 쪽 전선에 말이야.”

“그쪽 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어.” 카트란은 베어검의 말에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밤눈에 감염자가 번진다면 나중에는 철혈군의 남쪽 군대가 노출될 터였다.


“철혈군들이야 감염자들 다루는데는 이골이 났으니까. 그 정도는 실수라고 하기도 뭐 해. 좀 있다가 통신을 보내서 밤눈 쪽으로 감시병과 정화병을 배치하라고 하면 알아먹겠지.”

카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어검은 배가 부르는지 나이프와 포끄를 접시 옆에 내려 두었다.


“보급이야기하니까 말이야. 재밌는 일이 있었어. 카트란 네가 그 얼빠진 얼굴을 봤어야 됐는데.”


“뭔데?” 카트란은 베어검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베어검은 그 모습이 마치 재미있다는 듯이 뜸을 들였다.


“하얀 별로 간 스철케이드가 아직 살아 있더라니까. 헤일로에서 통신으로 얼굴을 보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


“생명력 하나는 대단하군.” 카트란은 스철케이드에게서 슐레이반이 생각나며 광맥가의 생존력에 감탄했다.

“스철케이드가 뭐라고 하던데.”

“사빌라밀을 찾더라구. 죽었다고 이야기해 줬지. 처음에는 못 믿는 분위기더라고. 내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


“그리고?”

“그러고 나서 통신이 끊겼어. 스철케이드 쪽에서 통신을 끊었지, 아쉽게도 디젤유는 철혈에서 비축해서 가져온 걸 써야 할 거야.”


“그냥 이런저런이유로 둘러대고 디젤유를 조금이라도 공급받지 그랬어?”

“스철케이드는 믿지 않았을 거야. 사빌라밀을 보여달라고 했겠지. 하지만 어쨌거나 그럴 가치가 있었어.” 베어검은 스철케이드의 당황한 얼굴이 생각났는지 광대가 튀어나올 정도로 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어차피 스철케이드가 살아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이미 우리가 전쟁을 끝내고 정리하고 있을 거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 가온으로 돌아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카트란은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황상 유리한 것도 맞았지만 무엇보다도 모처럼 베어검의 기분 좋은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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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 콘마일 24.01.22 6 0 14쪽
85 85. 파스키은 24.01.19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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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하이니스 24.01.16 5 0 12쪽
81 81. 라이티유 24.01.15 5 0 12쪽
80 80. 스철케이드 24.01.12 7 0 13쪽
79 79. 파스키은 24.01.11 5 0 12쪽
78 78. 카트란 24.01.10 6 0 10쪽
77 77. 알도린 24.01.09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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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파스키은 23.12.28 15 0 11쪽
66 66. 파스키은 23.12.27 8 0 12쪽
65 65. 유니스 23.12.27 7 0 11쪽
64 64. 카트란 23.12.26 8 0 11쪽
63 63. 알도린 23.12.26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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