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2,386
추천수 :
9
글자수 :
800,193

작성
24.01.23 06:00
조회
6
추천
0
글자
12쪽

87. 스철케이드

DUMMY

스철케이드는 새벽내내 중독자들이 방호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중독자들은 일행이 들어간걸 알고 그런 건지 아니면 재미 삼아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잡철물을 불규칙적으로 철문을 두드리거나 던지는 소리가 건물에 내부까지 울렸다.


스철케이드는 잠이 덜깨 몽롱한 상태로 찌뿌등한 몸을 움직여보았다. 불청객이 없었다면 실제로 습격걱정 없이 잠이 든 건 오랜만이었다.


시체를 옮기느라 무리를 했는지, 온몸에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스트레칭 해 보니 손아귀 까지 찌릿찌릿하게 근육통이 느껴졌다.


뿌옇게 먼지가 쌓인 철망 유리사이로 혼탁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스철케이드는 밖에 나가게 된다면 헤일로 주변에 울타리를 보강해서 중독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개인실 문을 열자 4인실 침실에 들로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스철케이드가 인기척을 내는 데에도 일어날 생각하지 않았다. 스철케이드는 깨우려다가 좀 더 자게 내버려 두는 게 좋겠다 싶어 들로를 지나쳤다. 레빌리스의 침실이 비어 있는 걸 보니 일찍 일어나 의료실에 간 모양이었다.


스철케이드는 부스스한 머리를 털어내며 의료실로 발을 옮겼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곳은 의료실에 환자들이었으니 안 그래도 갈 참이었다.


“플로렌스는?” 레빌리스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며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고 있었다.

“잠자러 갔어. 좀 오래 쉬고 오라고 했어. 고질적인 피로감이 얼굴에 묻어나더라고. 간밤에 위태로운 순간은 잘 넘긴 거 같아.”


플로렌스는 레빌리스가 합류함에 따라 24시간 중환자 치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12시간씩 교대로 환자를 돌보기로 했다.


“필요한 건 없고?”

“음. 태양광 축전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니 우선적으론 전기를 확보하면 안심이 될 거 같아. 비라도 내린다면 떨어지는 배터리 용량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초조해 질거야. 상상만 해 봐도 꽤 난처할 거 같아. 그 밖에도 물이랑 식량도 넉넉하게 있으면 좋고.”

“흠. 지하에서 봤던 비상발전기를 가동할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어. 비숍은 어딨어?”

“비숍? 조종실에 간 거 같은데 거기서 한번 찾아볼래? 시간이 되면 식사도 준비해 주고”

“그래 알았어. 비숍한테 가서 이야기할게.”


스철케이드는 시체들을 바깥으로 처리하자 헤일로 내부의 공기가 한결 맑아진 걸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간혹가다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냄새를 맡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병에 걸릴 거 같은 악취도 많이 줄어들었다.


식수는 아직 사용하기에 여유가 있었지만 괜찮은 수원지라도 찾는다면 걱정거리가 하나 줄어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닥에 눌러 붙은, 냄새 나는 묽은 때들을 벗겨 내고 물청소를 하고 싶었다. 비숍은 조종실 디스플레이 하단에 패널을 열고 내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비숍! 뭐 하고 있어.”

“보다시피, 전선 상태나 단자들이 이상이 있는지. 내부좀 확인하고 있어.”

“식사 준비하자. 물을 길러 올게 불을 좀 지펴줘. 레빌리스가 전기를 부탁하더라고 밥을 먹고 나서는 지하 발전기 상태를 같이 확인하러 가야돼.”


“알았어.” 비숍은 급하게 일어서다가 디스플레이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얼굴을 찌푸렸다. 비숍이 주방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스철케이드는 옥상 계단으로 올라갔다.


스철케이드의 얼굴을 알아본 말이 허기가 지는 지, 울음소리를 내었다. 한쪽 기둥에 말 고삐가 매어져 있었다.스철케이드는 간밤에 들로가 옮겨 놓은 풀 묶음을 말에 가져다주고 작은 통에 물을 받아 말을 말 앞에 가져다 놓았다.


스철케이드는 말이 풀을 뜯는 소리를 들으며 철조망 밖을 내려다보았다. 조용한 공장지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스철케이드는 공장지대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말을 먹일 풀들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도 고민스러웠다. 식료품점에 가면, 상하지 않은 야채 통조림이라도 먹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실 물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일주일 안쪽으로 소나기라도 내려 준다면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대신에 전기가 부족해질 터였다. 어쨌거나 변수를 줄일려면 전력확보를 확실하게 해 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철케이드! 불을 지폈어. 마실 물을 가지고 내려와!” 비숍이 옥상 계단 아래에서 소리쳤다. 스철케이드는 드문드문 보이는 푸른 들판에서 시선을 거두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불을 지핀 화로위에 물을 담은 냄비를 올려 두고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


물이 보글보글 끓자 통조림 몇 개를 집어넣을 때쯤에 들로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걸어들어왔다.


“잘 잤어?”

“머리가 깨질거 같아.”

“그러게 적당히 마셨어야지.” 스철케이드가 침대옆에 아무렇게나 쓰러진 술병을 생각해냈다.

“창고에서 위스키를 찾아서 말이야. 그걸 그대로 두는 건 범죄야. 오랜만에 마시는 거잖아.” 들로는 머리를 만지며 만족했는지 웃었다.

“자 받아.” 비숍이 데워진 통조림을 차례대로 건넸다.

“레빌리스 환자들은 왜 그렇게 된 거 같아?” 스철케이드가 통조림 뚜껑을 따고 조림콩을 숟가락으로 펴서 입에 가져가며 물었다.


“아무래도 과다하게 약물을 주입한 거 같아.” 레빌리스는 뺨을 쓸어내렸다.

“약쟁이놈들이란. 적당히를 모르는군.”

“처음에는 극소량만 있어도 쾌감이 들지만, 중독될수록 내성이 생겨, 점점 많이 주입해야 예전과 같은 효과가 나거든. 그러다가 치사량을 넘길 때가 종종 있지.”

“정신 나간 녀석들.” 들로가 통조림을 입에 털어내며 거칠게 말했다.

“술도 별다를 게 없어.”

“난 그래도 중독되지는 않았잖아.”

“퍽이나 그러시군.” 레빌리스가 핀잔을 주었다.

“식사를 마치면 비숍과 들로는 나와 함께 비상발전기 상태를 확인하러 가자. 남은 통조림은 플로렌스가 일어나면 먹게 챙겨줘.”


스철케이드는 이빨에 낀 건조야채를 혀로 빼내었다. 대충 허기가 가실 정도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지하로 내려가고 싶었다. 스철케이드는 절반 정도 기름이 차 있는 램프등에 불을 붙이고 작은 빛에 의지해 계단을 내려갔다.


들로와 비숍이 뒤따라 지하실로 내려왔다. 스철케이드가 발전기의 외형을 살펴보는 동안에 비숍은 비상발전기가 축전지와 연결된 전선들을 만져 보고 있었다.


비상발전기는 성인 남자 세 명이 팔을 벌리고 서도 감싸 안을 수 없는 크기였다 높이는 3미터는 되어 보였다. 작은 배관들이 얽히고 섥혀 작은 기관차 같은 느낌이 들었다. 푸른색 페인트 칠이 벗겨진 곳에 붉은 녹이 곰팡이 처럼 쓸어 있었다.


“전선하고 동력 쪽에는 이상이 없는 거 같아.”

“그러면 발전기 돌려볼까?”


들로가 수동용 손잡이를 가리켰다. 스철케이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로는 한 발을 비상발전기에 올리고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모터가 탈탈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진동이 일어나더니, 발전기에 내려않은 먼지가 튀어 올랐다. 스철케이드는 코와 입을 가리고 재채기했다.


뿌얀 먼지사이로 발전기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들로가 한 번 더 손잡이를 당겨보았지만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멍청한 고물 덩어리!” 들로가 화가 난 채 긴 쇠막대기를 집어 발전기를 세게 후려치고 막대기를 던졌다. 쇠막대기가 바닥에 철그렁 거리며 떨어지고 정적이 흘렀다.


발전기가 덜덜거리며 다시금 움직였다. 지하실의 전등이 일제히 켜졌다. 들로가 갑작스렇게 밝아지자 눈을 찌푸렸다. 비숍이 스철케이드를 쳐다보며 눈썹을 으쓱했다.


발전기 모터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지하실 내부에 울렸다. 그러나 가동되는 시간이 길어졌을 뿐 이번에도 발전기가 스스로 꺼졌다. 지하에 적막함이 감돌았다.


지하실 전등이 차례로 꺼지고 발전기 관리 화면에 붉은색으로 경고 표시가 점등이 되었다. 스철케이드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비숍이 먼저 다가가 먼지를 털어내고 화면을 살폈다.


“충격에 연료주입구로 연료가 조금 들어간 모양인데?”

“발전기의 이상은 없어. 일체형이라 따로 내가 만질 수 있는 것도 없고 기름방울 모양의 표시가 점등된 걸 보니 연료가 부족한 모양이야.”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군.” 들로가 쓰러져 있는 나무박스에 걸터앉아 툴툴거렸다.

“결국에는 디젤유를 찾으러 가야 되겠네. 올라가자.” 스철케이드가 턱수염을 쓸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올라가서 어쩌게? 우리는 하얀 별 바깥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당장 밖으로 나가자는 건 아니야. 우리는 정보가 필요해. 헤일로 사무실을 뒤져 보면 배치도 같은 거라도 있겠지.”


스철케이드는 2층 조정실 옆의 통로를 지나 조정실의 절반 크기의 사무실을 찾았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손잡이를 돌려 안쪽으로 문을 열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 지 먼지들이 쌓여 있었다.

‘하긴 누가 서류 더미를 뒤지러 오겠어.’

스철케이드가 사무실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동안에 일행이 뒤따라 들어와 제각기 관심 있는 곳을 뒤적였다.


비숍은 사무실로 올라가 서랍장을 뒤졌다. 들로가 잠긴 철제 사랍장을 서랍째 뜯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서랍장을 통째로 부서버리려는 심산인 듯했다.

“디젤유 공장지대니 어딘가에 분명 비축해 둔 곳이 있을 거야.”

“찾았어. 여기 있다. 공장 배치도야.” 비숍이 한참 동안 사무실의 서류철을 뒤적이다가 손을 번쩍들었다.


서랍장을 뜯어내려던 들로는 흥미가 그새 사라졌는 지 서랍장을 아무렇게다 닫아버리고 탁자에 앉아 팔을 걸치고 졸고 있었다. 몸을 숙여 문서를 뒤적이던 스철케이드가 일어설 동안에 비숍이 탁자 앞에 배치도를 펼쳤다.



“가까운 곳에 디젤유 저장 탱크가 있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직선거리로는 3시간 정도 걸릴 거야.” 비숍은 탁자에 서류를 치워내고 배치도를 보여 주었다.


스철케이드는 중앙에 Halo 라는 글자가 써있고 각종 수식 사이로 저장고를 뜻하는 동그라미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길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차를 이용하면 1시간 정도 걸릴 거 같네.”

“말을 꼭 사용해야 할까? 저 말까지 죽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갇히게 될 거야.”

“한 번에 디젤유를 실으려면 마차를 사용하는 게 좋지 않겠어? 3명이서 배낭에 들고 오는 건 많아야 100L 정도밖에 안될 거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말이야.” 비숍이 되물었다.

“위험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라. 어쩔 수 없겠군.”

“스철케이드 뭘 그리 걱정하는 거야. 말과 마차가 있으니 당연히 싣고 와야지.” 들로가 어느 틈에 깨어나서 비몽사몽 한채로 이야기했다.


“중독자들 때문에 그래. 저번은 운 좋게 빠져나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깟 중독자들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텐데 힘이라도 있겠어?”

“차라리 동물이었으면 더 나을 뻔했어. 총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먼저 쏘면 그만이야.“ 들로는 시니컬하게 답했다. 스철케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위험을 무릎쓰지 않고는 얻는 것도 없으니. 들로는 마차를 사용할 채비를 해 줘. 비숍은 나와 같이 배낭을 챙기자. 낮이라면 놈들도 쉽게 접근하지는 못할 거야.”


스철케이드 일행은 이른 점심을 먹었다. 그 사이에 들로는 마차에 실을 물자들을 철문 앞까지 가져다 놓았고 비숍은 종이 한 장을 배치도 위에 대고 지도 사본을 베껴내었다.


스철케이드는 간헐적으로 들리는 공조기 울림 소리를 들으며 헤일로 바깥으로 가는 철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1. 파스키은 24.01.29 4 0 12쪽
90 90. 카트란 24.01.26 8 0 12쪽
89 89. 스철케이드 24.01.25 4 0 11쪽
88 88. 스철케이드 24.01.24 4 0 11쪽
» 87. 스철케이드 24.01.23 7 0 12쪽
86 86. 콘마일 24.01.22 6 0 14쪽
85 85. 파스키은 24.01.19 5 0 12쪽
84 84. 알도린 24.01.18 6 0 19쪽
83 83. 스철케이드 24.01.17 5 0 13쪽
82 82. 하이니스 24.01.16 6 0 12쪽
81 81. 라이티유 24.01.15 6 0 12쪽
80 80. 스철케이드 24.01.12 7 0 13쪽
79 79. 파스키은 24.01.11 5 0 12쪽
78 78. 카트란 24.01.10 7 0 10쪽
77 77. 알도린 24.01.09 7 0 11쪽
76 76. 콘마일 24.01.08 7 0 12쪽
75 75. 스철케이드 24.01.05 7 0 12쪽
74 74. 스철케이드 24.01.04 8 0 12쪽
73 73. 파스키은 24.01.03 6 0 12쪽
72 72. 알도린 24.01.02 7 0 11쪽
71 71. 카트란 23.12.30 6 0 11쪽
70 70. 스철케이드 23.12.29 7 0 11쪽
69 69. 스철케이드 23.12.29 7 0 11쪽
68 68. 콘마일 23.12.28 7 0 11쪽
67 67. 파스키은 23.12.28 15 0 11쪽
66 66. 파스키은 23.12.27 9 0 12쪽
65 65. 유니스 23.12.27 7 0 11쪽
64 64. 카트란 23.12.26 8 0 11쪽
63 63. 알도린 23.12.26 5 0 11쪽
62 62. 스철케이드 23.12.25 1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