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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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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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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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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알도린

DUMMY

“이건.. 도저히 못할 거 같아.”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거야? 어차피 죽여야 돼. 네가 죽이지 않은 다면 내가 처리할 거야. 선택해. 여기서 포기하고 저격총을 내려 놓던지, 아니면 살인을 하던지.”

알도린은 계곡에 배를 대고 엎드려 있었다. 옆에서 류드밀라가 저격총에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알도린은 거칠게 숨을 쉬며 류드밀라처럼 피도 눈물도 감정도 없이 말하려면 얼마나 많은 살인해야 될까라는 고민했다.


“류드밀라. 도대체 얼마나 죽였길래. 그렇게 쉽게 말해요?”

“사람 말이냐 아니면 감염자 말이냐?” 알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몰라 대충 천명 정도는 되겠지. 하나하나 세면서 죽인 줄 알아?저격이 뭐 성스러운 행위라도 되는 줄 알았냐? 남의 생명으로 제 목숨줄을 연명하는 천한 직업 중에 천한 직업이야. 질질 끌지말고 선택해.”

알도린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얼굴이 상기되었다.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선택하란 말이야. 뇌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알도린은 스코프 너머로 계곡 아래에서 걸어오는 감염자를 바라보았다. 이전에 죽은 감염자의 목 뒤분에서는 꽃을 피우기전에 자실체들이 아지랭이 처럼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알도린이 고민하는 건 이미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15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보이는 중년을 부축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며칠이나 먹지 못했는 지 볼이 패일 정도로 삐쩍 말라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 선택을 하냐구요! 고통을 가장 적게 주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서요!”

알도린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이 클까? 아니면 눈앞에서 어머니가 죽는 걸 보는 소녀의 고통이 클까? 알도린은 가늠할 수 없었다.


“감정적이면 안 된다니까. 그러면 재빠르게 둘 다 차례로 죽이면 되잖아.”


“어떻게 그래요.” 알도린은 울먹이라 어깨가 흔들렸다. 눈물로 스코프가 흐려졌다. 스코프의 십자선은 알도린의 갈등만큼이나 요동쳤다. 알도린은 어떻게 해야 될지 눈앞이 캄캄했다. 그 와중에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발! 그냥 되돌아가! 오지 말라고!” 알도린은 저격총에서 멀어지며 소리를 쳤다.

“지랄해라 그냥.”

류드밀라가 스코프에서 눈을 떼며 알도린을 보았다. 알도린은 볼에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먼지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을 때마다 손때가 얼굴에 묻었다. 류드밀라만 없었다면 목놓아 울고 싶었다.


“사냥감이라고 생각해야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평생 못쏜다.”

알도린은 심장 박동이 커지는 걸 느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어먹었길래 베리칼라 큰누나를 쉽게 죽인 거지? 그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건가? 알도린은 사람을 죽인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계곡 바닥에 떨어져 작은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두 모녀는 잠시 숨을 고르려고 하는 듯 자리에 주저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신이여 저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옵소서, 주저함 없이, 죽은이의 삶 하나하나까지 모두 빛으로 인도해 주소서 .”

류드밀라가 기도문을 외웠다. 알도린은 그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죽은이의 삶 하나하나까지 빛으로 인도해 주소서. 마음이 한결 진정되었다. 류드밀라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어린아이의 심장을 노릴 테니, 너는 어머니의 심장을 노려라. 셋하면 쏘는 거야.”

알도린은 눈을 한번 질끔 감아 눈물을 흘러내보냈다.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흐르는 걸 느끼며 어머니의 심장에 스코프의 십자선을 맞추었다.


“하나”


‘죽은이의 삶 하나하나까지.’


“둘”


‘빛으로 인도해 주소서.’


“셋”


알도린은 방아쇠를 당겼다. 저격총에서 불을 뿜었다. 알도린은 눈을 감지 않았다. 왠지 감으면 안될 거 같았다.


나의 손가락 하나로 죽은이에게 걸맞은 예의를 갖춰야 될 것만 같은 감정이었다. 어머니의 심장에 탄환이 밝히고 등 뒤로 피보라가 터져 나왔다. 알도린은 스코프를 돌려 소녀도 보았다. 소녀도 심장에 총알이 박히고 힘없이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다시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머니는 스러진 소녀를 감싸 앉으며 고꾸라졌다.


알도린은 심장을 짓누르는 무게추를 하나 올린 것 같았다. 가슴 먹먹히 누르는 이 감각. 류드밀라의 말을 아주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오늘 내 영혼의 일부가 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체에서는 아직도 꿀럭이며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소녀와 어머니의 피가 치마아래를 적셔 꽃처럼 바닥에 번져나갔다.


계곡 반대편의 집에 있는 곳에서 둔탁하고 무거운 트럭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찾아왔나 보구나, 누군지는 예상가긴 하는데, 틀릴 수도 있으니 일어나서 확인해봐야겠어. 가자.”

“알겠어요.”

알도린은 거칠게 숨을 쉬며 마지못해 시선을 스코프에서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리쇠를 후퇴시켜 탄피를 빼어내고 다시 장전시키고 안정장치를 걸쇠를 걸었다.

류드밀라는 어느 틈에 저격총을 어깨에 메고 계곡을 내려가고 있었다.


알도린은 힘없이 터덜터덜 내려가 집에 가까워졌을 때, 적갈색 철판을 덧댄 군용트럭이 서 있었다.

류드밀라는 검은 베레모를 쓴 인물이었다. 군용 트럭은 가까이서 보니, 적갈색 철판으로 만든 게 아니라,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적갈색 녹이 비쳐보이는 거였다.

바퀴는 알도린 키만큼 컸고 트럭 짐칸에는 나무를 덧대 올렸다. 지붕은 검은색 천으로 덮여 있었다. 안에서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거로 보아 사람들이 타있었다.


알도린은 류드밀라 뒤에가서 숨었다. 왠지 모르게 베레모의 사내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지젤 로스트카 오랜만이야.” 류드밀라가 시가를 넘겨 받았다. 지젤 로스트카라고 불린 사내는 이미 입에 시가를 물고 있었다. 라이터를 꺼내 류드밀라의 시가에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류드밀라 왜 연락은 안 받는 거야? 죽은 지 알고 찾아왔잖아.” 지젤은 남성미넘치는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생각보다 젊은 목소리였다.


“라디오와 무전기가 고장 났어. 자빌린에 가서 고치려고 했는데, 감염자가 많아져서 말이야. 여길 뜰 수가 없었어.” 지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소식도 못 들었겠군.


“무슨 소식인데?”

“사빌라밀이 죽고 다라리콘이 대공장장이 되었어.”


“그건 알아”


“그리고 다라리콘이 철혈가와 함께 전쟁을 일으킬 거야.”

“뭐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류드밀라는 미간은 찌푸렸다.

“우리 쪽에서 의뢰할 게 있어서 왔어. 류드밀라”

“전쟁에 참여하라는 소리겠지. 말해 봐 들어나 보게.” 지젤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철혈가는 자빌린 외곽쪽 수비 병력까지 전쟁 준비로 내려보냈어. 우리는 기회다 싶어서 그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공격을 감행했지.” 류드밀라는 시가를 손가락으로 털어내고 입에 가져갔다.


“내부 첩자의 말에 따르면 철혈 외곽 수비대의 8할 이상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 며칠을 지켜보다가 진지를 습격할 요량으로정찰대를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철혈에서 저격수를 남겨두고 갔더군. 2주 사이에 12명의 동지를 잃었어.”


“철혈가의 메리나가 후방을 방어안할 리가 없지. 꼼짝없이 당했군.”

“맞아. 일반 보병으로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철혈의 저격수를 죽여달라?”

“그렇지.”


“우리의 원대한 꿈을 이루는 건 좋은데, 감염자들 때문에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

“그건 우리 쥐들이 맡아서 할게”

“쥐!” 알도린은 류드밀라의 다리편에 숨어서 소리쳤다. 얼마 전에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저 남자가 쥐라니


“후계자는 안키운다고 하지 않았어? 류드밀라”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 뭐야. 내 나이도 있고 잘됐다 싶었어. 내가 죽으면 여기에 죽치고 앉아 감염자들을 처리할 사람이 없잖아.”


“그도 그렇군. 호세! 내려 봐!” 지젤은 성큼 걸어가 군용트럭의 짐칸을 손으로 두드렸다. 씨꺼멓게 얼굴이 탄 사람이 뛰어내렸다.


“병력 몇 명을 내려서 천막을 치게 하고, 3교대로 계곡을 감시해, 6명 정도면 되겠지? 계곡 밑으로 사람이 접근하면 이유불문하고 사살이야. 별다른 명령이 떨어지기전에는 여기서 벗어나면 안 돼.”


“알겠습니다. 대장”

알도린은 속으로 저 사람이 쥐의 대장이라고? 알도린이 의문을 가지고 살펴볼 때 호세란 사람이 몇 사람을 데리고 물품을 내렸다. 집 뒤편에 임시 천막을 치고 먹을 수 있는 물자와 병기를 내렸다.


“이러면 계곡은 문제없겠지?” 지젤이 류드밀라에게 물었다.


“그래. 의뢰를 수락하지. 어차피 라디오를 고치려면 자빌린에 들려야 하고 탄약도 떨어져가니까. 이번에 철혈가를 뚫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 아이는 어떻게 할 건데?”

“아이 아니예요! 내 이름은 알도린이예요” 알도린은 발끈하여 외쳤다.

“당돌한 녀석이군. 얼굴에 눈물 자국이 있지만 말이야.” 지젤이 웃음을 머금자 시가연기가 입가에 피어올랐다.


“데리고 가야지.“ 알도린은 머리를 쓰다듬는 류드밀라의 손길을 느꼈다.


“좋아. 준비가 되면 자빌린으로와 거기에서 작전을 짜도록 하지.” 지젤은 몸을 돌려 임시천막을 세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지시를 하였다.


“저 사람이 쥐의 대장이예요? 쥐는 뭐죠?”


“쥐는 레지스탕스야. 지젤이 대장이고, 망나니 처럼 보여도 우리들 쪽에서는 혁명가로 통하고 있어. 게릴라로 철혈군을 얼마나 죽였는 지 몰라. 타고난 용병이야.”

알도린은 류드밀라의 말에 지젤의 등을 바라보았다. 베레모 바깥으로 아무렇게나 손가락으로 넘긴 거친 머리카락이 보였다. 시가의 불빛은 빨아 당길 때마다 불게 빛났다.


지젤은 명령을 다 마친 뒤에 절도 있게 차량에 탑승했다.


“먼저 갈게! 쉬엄쉬엄 오라고.” 류드밀라는 손을 들었다. 조주석에 탄 지젤은 차창밖으로 손을 걸쳐앚고 알도린은 잠시 훑어보는 듯했다. 군용 트럭에 시동이 걸리고 덜덜 거리면서 반대편 길로 사라졌다.


“우리도 준비해야겠구나.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거야. 오늘을 씻고 일찍 자라.”


알도린은 신비로운 사내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앗다. 저 사람이 혁명군 쥐의 대장이라니. 군인들은 어느 틈에 간이 막사를 치고 불빛이 비치치 않게 불을 피우고 음식준비하고 있었다. 호세란 사람의 얼굴을 흘깃 훔쳐보았다.


“어서!” 알도린은 류드밀라의 따끔한 호통에 채찍이라도 맞은 냥 몸을 펄쩍 뒤며 개수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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