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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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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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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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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8. 카트란

DUMMY

카트란은 길게 이어지는 대회랑을 천천히 걸어갔다. 문 앞의 경비병이 노라의 손짓을 보고 무거운 나무 문을 천천히 열었다. 해 오름 문양이 그려진 문은 카트란 방향으로 열렸다.

카트란은 안쪽 상석에 앉아 있는 라이티유를 보았다. 라이티유는 뾰족한 턱을 연신 만지며 카트란이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라이티유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며 카트란을 맞이했다. 그러나 떨떠름한 말투는 감출 수 없었다. 카트란은 속으로 코웃음 흘리며 안쪽으로 들어가 고개를 숙여 절을했다.

홀 끝에서 라이티유가 아내 세일라와 아들 소지유와 함께 식사할 참이었다. 하인들이 주방으로 연결된 쪽문으로 들어와 하얀 식탁 위로 뜨거운 음식들을 내려놓았다.


“수도에서 사람이 오는 걸 보고 베어검인 줄 알았는데 카트란이었군.”


“형은 요새 바빠서 말이야. 잘 알잖아 전쟁 중인 거 말이야.”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서 들게. 다리도 불편하지 않은가? 때마침 식사할 참이었네.”

향유가 담긴 그릇에 라이티유가 손을 씻으며 말했다. 양쪽에 놓인 은촛대에 양초에 불이 붙어 있었고 벌집 모양 케이크와 통째로 구은 칠면조와 닭, 구운 빵과 케이크, 유리그릇에 포도와 사과 야채가 담겨 있었고 조각낸 치즈가 쌓여 있었다.

하인들이 소지유가 먹고 싶다는 건 잘게 잘라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카트란은 수행원들을 홀 아래에 마련된 하인용 식탁에서 식사하게 하고 라이티유가 있는 식탁으로 갔다.


“다리가 불편해서 예절대로 인사못 하는 건 이해해 주시지요.”

카트란은 고개를 숙이고 마련된 자리에 갔다. 하인들은 카트란이 자리에 앉길 기다렸다가 자리에 안자 정석적으로 빈 잔에 포도주를 따르고 빈 흰접시와 냅킨을 건네주었다.


라이티유는 트림을 한 후에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수도에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요새는 길이 잘되어 있다고 하지만 내가 차를 타고 이동해 보니 썩 편하진 않아서 말이야.”

“아마도 비행선 같은 편안 함은 없지요. 하지만 비행선은 아무나 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 부유석의 땅 해 오름 정도는 되어야 마음 놓고 탈 수 있지요.”


“맞아. 사실수도를 방문할 때 비행선을 타고 가고 싶었지만 알잖아? 수도에서 허가해줄 리가 없었지. 뭐. 나름 옛날 디젤차를 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어 마음이 내키면 언제든지 차를 세워서 사창가를 들리거나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건 좋았어.”


“아 그래. 그래서 베어검에게 전한 제네트샤와 소지유의 혼담에 대한 답은 가져 왔겠지?”

라이티유가 왼손으로 고기를 잡고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쥐고 뼈를 발라내었다. 카트란은 라이티유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겉치레는 집어치우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라이티유. 소지유는 좀 더 커서 결혼하는 게 맞아. 이제 10살이잖아.”


“아쉽게 되었군. 베어검이 그렇게 나오면 난 더 할 말이 없네. 베어검이 요청한 물건을 보낼 수 없어. 그 말을 전하러 이렇게 먼 곳까지 헛걸음을 할 줄이야. 머리가 좋은 줄 알았더니 철혈가도 때론 멍청한 짓을 하는군.” 라이티유가 불쾌한지 인상을 썼다.


“라이티유. 뭐 하나 물어보지. 본인이 그렇게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넓고 넓은 낡은 대륙에 낙원이 중요한 이유를 알아?”

카트란은 와인잔을 돌리며 불빛에 비춰 보았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까닥였다. 표정은 권태로워 보였고 목소리는 두려움과 떨림없이 단단햇다.


“그거야 낡은 대륙은 감염자에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반대편에 앉아 잇던 노라가 당연한 걸 묻냐는 어조로 대답했다. 의자 등받이에 기댄 몸을 곧게 펴고 식탁 위로 손을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감염자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 사람들은 때론 소문만으로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하지. 유령이니. 도시의 사이코패스 살인자니. 죽지 않는 불사의 검투사니. 내가 궁금한 건 실제로 감염자들을 본적이 있냐는 거야.”

가넷색으로 빛나는 와인을 입에 가져가며 물었다.


“···”

라이티유와 세일라는 조용히 포크로 음식을 찍어 입에 가져갔다.


“황금은행장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카트란은 혀로 단단한 탄닌을 느꼈다. 소지유 코로나는 딱딱한 이야기에 흥미를 잃었는 지 자리에서 풀썩 뛰어내려 방으로 가 버렸다. 보모가 소지유를 뒤따라 나갔다.


“내가 알기로 다 거짓말이야 감염자들은 회색장벽에서 대륙으로 나온 적이 없어. 실제로 감염자가 있는지는 몰라. 황금 은행과 수도에서 공포감 조성으로 낙원 티켓 팔이용 상술이야.“

라이티유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카트란이 비웃자 라이티유는 불쾌한지 얼굴을 더 구겨졌다.


카트란은 포도주를 다 마신 뒤에 거칠게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라이티유 식탁 앞에 갔다. 그리고 품에서 컬러 사진 몇 장을 꺼내 라이티유에게 던지고 제자리 돌아왔다.


“눈에 잘 새겨둬. 감염자는 실제하니까. 초반 감염에는 사람과 똑같아. 문제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하지. 그리고 마지막 사진을 보면 목뒤에서 뭔가 자라나와 있지 않아?” 라이티유는 사진을 돌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꽃 같네요.” 노라가 침을 꼴깍 삼키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맞아. 감염체가 죽거나 죽기 직전에 몰리면 인간의 영양분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목뒤에서 꽃을 피우지. 실제 꽃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말이야. 우린 그걸 꽃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카트란은 기괴하게 자라난 감염 꽃을 탁자 너머로 보았다.


“감염자가 있었어. 정말로.” 세일라 코로나가 사진이 충격적이 었는지 입을 틀어막았다.


“문제는 말이야. 그 꽃 아래에 있는 사람이 연속적으로 감염된다는 점이야. 꽃을 피우면 어느 순간 포자 바늘을 아래로 쏟아 내지. 이 포자는 인간의 눈에 간신히 보일 정도로 작아, 그래서 아래에 있던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감염자가 되는 거지. 무섭지 않아? 누가 감염된 지 안 된지 모르거든.” 노라와 세일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라이티유는 사진을 보다가 탁자에 던져 버렸다.


“일주일, 아니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4일이 걸렸으니까 5일을 주지 레이더 시스템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문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감염자들을 표류지역에 풀거야. 죽어 가는 감염자를 데리고 왔으니까. 아마 밤눈에서 도망가기도 전에 노동자들이 감염될 거야.”


“그런 짓을 하고 밤눈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노라가 카트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는 듯이 말했다. 로나는 마주할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을 보고 공포에 질린 것처럼 목소리가 떨렸다.


“협상은 없어. 내가 일주일 뒤에 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감염자를 풀거야.”

카트란은 심드렁하게 말을 하고 자리에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그런 미친 짓을 한다고? 나중에는 수도 가온에까지 여파가 미칠 텐데?” 라이티유가 뾰족한 턱을 심술궂게 움직였다.


“질문이 재밌군, 안 그래도 밤눈에 오면서 세어 보았는데, 가온으로 향하는 신성한 길의 다리 3개 정도만 봉쇄하면 번지지 않겠더군.”

카트란이 치즈를 집어 한잎 베어 물었다. 텁텁한 먼지맛이 느껴지고 곧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으로 들어왔다. 세일라는 눈을 질끈 감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하는 지 알 거 같았다.


“라이티유 내가 말했잖아요. 그깟 혈연이 뭐가 중요해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철혈가들은 제정신 아니라는 제 말이 맞죠? 저런 사람들과 혈연을 맺어서 무슨 이득이 있겠어요.”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카트란은 계략이 먹혀들어가자 신이 났지만 표정을 숨겼다. 라이티유는 고민하다가 접시가 깨어질 것처럼 거칠게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줘버려. 그깟 레이더 시스템은 또 만들면 그만이야. 표류에 널리고 널린 게 레이더라고, 하지만 카트란 나는 이 일은 두고두고 기억할 거야. 베어검이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는데, 분명히 철혈가에도 좋지 않을 거라고”

라이티유는 거칠게 냅킨으로 입을 닦아내었다. 하인이 들고 온 문서에 라이티유는 신경질적으로 사인했다. 하인은 카트란에게 문서를 가져 왔다. 레이더 시스템 일체 양도에 관한 문서였다. 알지 못 하는 수십 가지의 품목의 갯수와 상세설명이 문서에 써져 있었다.


카트란은 볼 것도 없다는 행동으로 하인에게 문서를 다시 넘겼다. 하인은 이문서를 가지고 내려가 보급관에게 보여 준다면 오늘 오후 내로 레이더 시스템을 열차에 싣고 수도로 보낼 거였다.


“처음부터 협조를 잘해 줫으면 이런 불쾌한 일도 없었을 거잖아. 괜히 고집을 부려서 일을 크게 만든 건 해 오름가야. 오히려 철혈가가 쓸떼없는 시간 낭비로 피해를 본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우린 전쟁 중에 있어.”


“원하는 걸 얻었으면 나가!” 라이티유는 패배감이 드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분노에 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카트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웃었다.


“노라”

노라는 카트란이 부를 때까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공포스러운 얼굴이기도 했다. 자신이 마주한 사람이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표정이었다. 카트란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노라는 흐트러진 사진에서 눈길을 거두고 치마를 펴며 일어났다. 카트란은 이미 홀을 내려가고 있었다. 노라가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들고 뒤따라 나왔다.

카트란은 노라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즐거운 듯 바라보며 물었다.


“한 일주일 정도 신세를 질까 하는데? 게스트룸은 어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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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 카트란 24.01.26 8 0 12쪽
89 89. 스철케이드 24.01.25 4 0 11쪽
88 88. 스철케이드 24.01.24 4 0 11쪽
87 87. 스철케이드 24.01.23 6 0 12쪽
86 86. 콘마일 24.01.22 6 0 14쪽
85 85. 파스키은 24.01.19 5 0 12쪽
84 84. 알도린 24.01.18 6 0 19쪽
83 83. 스철케이드 24.01.17 5 0 13쪽
82 82. 하이니스 24.01.16 6 0 12쪽
81 81. 라이티유 24.01.15 5 0 12쪽
80 80. 스철케이드 24.01.12 7 0 13쪽
79 79. 파스키은 24.01.11 5 0 12쪽
» 78. 카트란 24.01.10 7 0 10쪽
77 77. 알도린 24.01.09 7 0 11쪽
76 76. 콘마일 24.01.08 7 0 12쪽
75 75. 스철케이드 24.01.05 7 0 12쪽
74 74. 스철케이드 24.01.04 8 0 12쪽
73 73. 파스키은 24.01.03 6 0 12쪽
72 72. 알도린 24.01.02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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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스철케이드 23.12.29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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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파스키은 23.12.28 15 0 11쪽
66 66. 파스키은 23.12.27 9 0 12쪽
65 65. 유니스 23.12.27 7 0 11쪽
64 64. 카트란 23.12.26 8 0 11쪽
63 63. 알도린 23.12.26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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