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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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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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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하이니스

DUMMY

하이니스의 얼굴에 세월이 묻어 났다. 누구에게나 다가온 시각은 조각칼을 들고 그녀의 얼굴에 주름을 깊게 파내었다. 한 주름이 깊게 패이고 더 이상 짙어질 수 없을 때면 다른 쪽에 주름을 하나 더 파내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하이니스는 아침 일찍 깨어 찻주전자를 끓이고 있었다. 집사에게 시켜도 아무도 머라고 할 사람이 없었지만 곤히 자고 있을 집사를 깨우긴 싫었다. 하이니스는 차를 우려 찻잔에 따라 서재로 들어섰다.


‘야속한 사람’ 하이니스는 스철케이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책상 앞에 앉았다. 스철케이드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코뿔소 같은 사람이었다.

여자의 마음은 하나도 모르는 사내였다.


‘그 모습에 반한 내 잘못이기도 하지.’

하이니스는 철부지 같았던 어린 날의 자신을 반성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스철케이드와의 결혼은 심사숙고할 대상이었다.


하이니스는 서재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스철케이드의 흔적이곳곳에 남아 있었다. 서재를 집무실로 꾸미면서 부관이 키에 맞지 않는 책상과 의자를 철거하고 새 책걸상을 들여놓겠다곤 했지만 하이니스는 한사코 말렸다.


비어 있는 작은 공간에만 앉을 책상을 하나 들여놓았다. 멀리서보면 마치 비서책상이 서재 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하이니스는 언제라도 스철케이드가 돌아오면 서재를 쓸 수 있도록 그대로 두길 원했다.


가끔은 서재에 스철케이드와 앉아 업무를 보는 상상도 해 보았다.


잔을 전부 비울 무렵 문밖에서 사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하이니스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사샤는 단정한 베이지색 셔츠에 갈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하이니스님 전략 회의가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래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네. 가시죠”


하이니스와 사샤는 동관에서 내려와 서관으로 이동했다. 회랑의 중앙에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광맥 공장가 지역 뉴스였다. 광맥가 여러 곳의 뉴스를 다루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주로 마천루의 전선의 승리만이 보도되었다.


광맥군이 패배할 것 같다가 간신히 승리를 이끄는 상황도 내보낼 때가 있었다. 시민들은 광맥군을 응원하며 초조하고 긴장을 했지만 마지막에 광맥군이 승리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리포터들은 마천루의 곳곳을 누비며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인터뷰를 하였다. 사관학교를 찍는 다큐멘터리에서는 생도들이 금방이라도 전쟁영웅이 된 것처럼 사기가 좋았다. 패배의 그림자는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략회의실에는 레오폴드도 참석해 있었다. 허리춤에 작업도구가 의자들 사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레오폴드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하이니스는 큰 탁자를 따라 걸어 중앙의 빈자리 앉았고 사샤는 그 옆의 작은 의자에 앉으며 두 발을 모았다. 참모가 브라운관TV에 전선현황을 띄었다.


밀알과 광맥가 지역경계선을 따라 전선과 부대 배치도가 보였다. 밀알쪽은 수도 허수아비까지 밀려 들어와 있었다.


“전선 상황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아이언게이트부터 밀알전선까지 이어지는 전선은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사상자수가 늘어 점차적으로 철혈군이 전선을 밀고 들어올 가능성이 큽니다.”

“자네가 보기에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나?” 하이니스가 물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테지만, 전선의 병사 수가 부족하지 않계 충원을 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전차를 배치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땅이 물러서 진흙탕에 빠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포기해야 됩니다.”


“우리가 몇 살까지 동원령을 내렸지?” 하이니스는 참모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18살 까지입니다.”

“신병들 교육은 어떻게 되고 있지?”

“신병 교육대에서 4천 명 정도 훈련 중에있고 앞으로 1천 명 예비 징집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원령을 16세 까지 포함시키게, 먼저 17세인 사람부터 징집 대상에 포함하게.”

“알겠습니다. 하이니스님.” 하이니스는 오랜 전쟁 동안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아직 학생이라 할지라도, 철혈군에게 지게 된다면 굴욕적인 삶을 살아야 할 터였다. 병사수가 부족하면 전선을 유지하기도 힘들 뿐 더러 돌파당하게 되면 수습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철광석과 부양석 채굴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기상 의복류는 재료 수급 문제로 신병에게 보급해 줄 물자가 부족해.” 레오폴드가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로 거의 잠을 못 잔 모양이었다.


“서쪽 곡창지대 흉작이라 식량 보급도 문제가 있습니다. 거기다 이번 철혈군이 밀알 곡창지대를 공격해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있습니다.” 참모가 레오폴드의 말에 덧붙였다.


“가문에 비축중인 통조림들을 전선에 보내게, 뭐라도 먹어야 싸울게 아닌가. 그리고 의복과 신발, 총화기류는 전선에서 퇴각시에 꼭 회수에서 보급대로 보내라고 전하게. 후방에서 조금만 터진 것만 수선해서 보급하면 될 거야.”


“각 사단에 분부 전달하겠습니다.” 사샤가 파일철을 열고 지시사항을 적어 내려갔다.”

“레오폴드, 함선제작은 어떻게 되었지?”

“이미 비상 근로 체제로 들어갔어. 여명호를 대체할 만한 함선이 많지 않아 예전의 운송선을 활용해서 3기 정도를 건조 중이야.”

“최대한 빠르게 건조하면 몇 대나 가능한 거지?”

“일단 운송선에는 함포만 개조하여 달면 되는 거라 3대는 금방 나올 거야. 그보다 작은 운송선까지하면 7대 정도”


“그걸로 철혈 함선을 상대가능할거라고 봐?”

“무리야. 함선의 급이 달라. 여명호의 1/3 크기 밖에 안 되어 적월호를 상대하기에는 벅찰 테지만, 이마저도 없으면 적월호의 함포사격에 대응할 수단이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작은 함선이라도 찍어내는 수밖에, 격납고를 24시간 돌리면 한달 정도 걸려서 작은 함선 정도는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6대를 더 추가해.”

“뭐? 그건 불가능해. 함선을 사출하듯 찍어낼 수 없어.” 레오폴드가 탁자에서 멀어졌다.

“3개월이 지나면 전쟁이 끝나버릴 수도 있어. 레오폴드! 알잖아 이건 전쟁이야. 가능 불가능을 따질 때가 아니야. 만들어내야돼.”

하이니스는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한쪽 손으로 꾹 눌렀다. 스철케이드가 돌아올 때까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버텨내야 해. 하이니스는 눈을 떴다.


하이니스는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철혈은 공증인과 황금을 감시를 피해 어떻게 함선을 만들 수 있을까. 철혈로 철판과 부양석을 공급하려면 심각한 규제를 넘어서야 되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함선을 만든 게 아니라 고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래 철혈은 함선을 만든 게 아니야. 부서진 함선을 고쳤구나.’ 하이니스는 철혈군의 함선이 낯이 익은 느낌이 든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혈가는 2차 대륙 전쟁 때 추락하여 소실 된 자유호를 수거하여 몰래 고쳐왔던 거였다. 그렇게 한다면 함선을 새로 건조하는 것보다 강철과 부양석을 적게 써도 함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이니스는 꽤 오랬동안 잘 감춰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베어검이 작정하고 싸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라도 우리도 함선을 보유해야 해.’


“그런데 말이야 함선만 있으면 뭐할 거야? 운전할 사람이 없는데,” 레오폴드가 하이니스의 역린을 건드렸다. 하이니스는 레오폴드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잠시 쉬었다가 하겠습니다.” 사샤가 분위기가 험악해 지자 입을 열었다.

“아니네. 오늘 회의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지. 오후에는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하이니스는 자리서 일어났다.


레오폴드의 말이 맞았다. 비행 함선 승무원들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병사였다. 그 소중한 인재들이 여명호에서 산화 했으니 정말 큰일이었다.


“큰일이군 큰일이야.” 비행선이 있어도 승무원이 없다면 비행할 수 없었다. 하이니스는 정문이 열리는 걸 기다리며 혼잣말을 하였다.

“하이니스님 급한 대로 광맥 운송선에 탑승하던 노동자들을 모집하여 비행 훈련 중에 있습니다.”

하이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문이 열리자 하이니스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따뜻한 햇볕이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코잉밀의 상태는 어때?”

“상태가 정말 좋아졌어요. 지금은 휠체어 없이 일어나서 걷기도 해요.”

“말이 나온 김에 보러 갈까?”

“그러실래요?” 사샤는 목소리가 한껏 들떴다. 기쁜 일이 없던 와중에 잘된일이 있었다.


온실속에 있는 백일초 고아원의 원장이 나와 하이니스와 사샤를 맞이했다. 눈썹에 서리가 내린 노인이었다. 원장은 칠이 벗겨진 금속테 안경너머로 인자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정정하시네요.” 하이니스가 원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나야 걱정거리가 없으니. 자네는 그세 늙어 보이네.” 원장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하이니스와 사샤는 원장를 뒤따라 걸었다. 곧 아이들과 놀고 있는 코잉밀이 보였다. 코잉밀은 어린아이들과 놀이터에서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고 있었다. 얼굴이 마천루에 올 때보다 한층 좋아 보였다. 붉고 푸른 꽃이 가득한 정원에 웃음이 가득했다.


“식사도 함께 준비해 두었습니다. 즐거운 식사 되시지요.” 원장은 가볍게 인사하고 다른 식당으로 사라졌다. 원장은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놓은 코트자락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볍게 묵례를 하고 하이니스와 사샤가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아 맞다. 파스키은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같이 읽어 보실래요.”

“그래 지금쯤은 전선에 가 있겠지.”

“여기 어딘가에 잘 뒀는데.” 사샤는 갈색 서류 가방을 뒤적였다.


“사샤와 어머니에게 남은 편지지가 하나밖에 없어서 같이 적어 보냅니다. 벌써 몇 번 고쳐 썼거든요. 마천루의 승강장에서 까마귀호를 탄지 얼마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허수아비에 도착해 보급을 받고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까마귀호에서 폭우가 내렸지만 어머니가 챙겨 주신 옷 덕분에 한결 수월했답니다. 날씨는 춥지 않았어도 떨어지는 비를 계속 맞고 있으려니 그것도 고통이긴 했어요. 거기서 어색하지만 망젱이라는 친구를 사귀었어요. 엉뚱하지만 착한 친구예요. 지금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살이 올라왔답니다. 특이하죠? 대부분 사람들은 군인이 되면 살이 빠지는데 망젱은 살이 찌고 있어요.


저는 지금 최전방 전선에 와 있어요. 전방은 어머니와 사샤가 생각한 것보다 춥지 않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안락하답니다. 이쪽에는 나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잠도 누워서 잘 수 있게끔 되어 있어요. 선임들을 처음 봐서 어색하긴 하지만 곧 친해질 거 같아요.


그래도 철혈 참호를 바라보며 야간근무를 서는 날이면 따뜻한 마천루가 그리워지긴 해요. 마천루에는 어머니도 있고 제 친구들이 있잖아요. 이 전쟁이 끝나면 곧 만날 수 있겠죠. 보고 싶어요. 제가 돌아갈 때까지 건강 잃지 마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사샤는 눈망울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하이니스는 눈주름에 고독이 묻어나왔다.


“전선이 꽤 마음에 드나 보네. 광맥 남자 아니랄까 봐” 하이니스는 돋보기 안경을 쓰고 뜨개질 거리를 꺼내었다. 그러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남자들은 못말린 다니까요.” 사샤의 눈망울이 빛났다.


“거짓말도 서툴기는. 지 어미가 전쟁을 몇 년을 했는데, 전선 상황을 모를까 봐?”

“그래도 마음은 이쁘잖아요.” 하이니스의 핀잔에 사샤는 새침하게 웃었다.


“아비가 파스키은의 절반이라도 닮았다면 내 걱정거리도 한결 줄어들 텐데 말이야.” 하이니스가 사샤를 보고 웃었다. 사샤도 입을 가리고 함께 웃었다. 하이니스는 안경을 고쳐쓰고 가방에서 뜨개질 거리를 꺼내 뜨개질을 떴다.


스철케이드 당신이라면 어떻게 말했을까. 분명 괜찮을 거라고 말했겠지?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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