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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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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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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84. 알도린

DUMMY

알도린은 땀을 뻘뻘흘리며 증기실에 목재를 집어넣었다. 류드밀라는 거칠게 방향을 틀었다. 알도린은 나무들이 타들어 가는 걸 보면서 바퀴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마녀의 집은 노면을 따라 거칠게 출렁였다.


집은 반나절을 삐걱거리며 잘 달리고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둔 장작 덕에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알도린은 열기에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류드밀라가 신나게 엑셀을 밟으며 질주했다. 황무지의 죽은 나무들이 연달아 지나쳐 갔다.


커다란 바다가 나왔다. 류드밀라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바다를 옆에 끼고 내달렸다. 파도 소리가 차창 너머로 들려왔다. 알도린은 간만에 보는 바다에 시선이 빼앗겼다.


바다를 본 건 까마귀호를 타고 갈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남부의 바다였다. 북부의 바다는 저 머리에 빙산이 보였고 빙산부 흘러들어오는 맑은 은빛 물결쳤다. 남부의 바다에 비해 북부는 좀 더 쎄차고 쓸쓸해 보였다.


파스키은 형이 문득 생각났다. 까마귀호를 타고 파스키은 형을 잘 도착했을까? 내가 반대편 너머에 사는 걸 알까? 절대로 모를 거야.

‘내가 여기 있는 걸 알면 파스키은 형도 날 구하러 올 텐데. 편지라도 써볼까? 아니야 누군가 가로채서 보면. 숨어있는 게 들통 날거야.’

알도린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지금 당장은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살아남아야 한다.


“온도 떨어진다 이눔아!”

알도린은 류드밀라의 호통에 깜짝 놀라 장작을 집어넣었다. 류드밀라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류드밀라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나머지 손을 뻗어 창을 열고 담배 연기를 뿜었다. 알도린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담배 냄새를 맡으며 자발린이란 도시가 어떻게 생길지 상상해 보았다.


‘군용 트럭차를 타고 왔으니, 자빌린은 강렬한 디젤도시일까? 아니면 해변가에 있으니 거대한 항구일까? 분명 대단할 거야’


알도린의 머리에는 디젤엔진 발전기가 중심부에 회전하며 전기를 생산하고 디젤유가 각종 파이프라인으로 이송되어 공장에 가면 연료로 태워져 증기로 도시에 열원을 공급하고 전기와 디젤유를 사용하여 물건을 생산하는 마천루 같은 도시가 떠올랐다.


마천루는 지상이 아니라 지하 공동에서부터 올라오긴 하지만 말이다. 알도린은 제대로 본 대도시가 마천루와 가온 뿐이었기 때문에 지상에 건설된 공장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이제 곧 도착이다. 내릴 준비하고 옷을 단단히 입어. 자발린은 추울 거야.”

류드밀라의 말에 알도린은 고개를 돌렸다. 앞에는 산처럼 쌓인 쓰레기와 고철더미 밖에 안보였다.


“저 쓰레기가 자발린 이라고요?”

“쓰레기장 너머에 있어. 음. 네 말만따라 쓰레기가 맞긴 하지. 자발린은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지은 도시니까 말이야.”

“재활용이요?” 알도린은 류드밀라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 되물었다.


“그래. 마천루처럼 거대한 줄 알았냐?”

류드밀라는 보조개가 깊게 패이게 웃음을 머금었다.


“네. 트럭을 타고 왔길래 잘사는 줄 알았죠.”

대답하는 사이에 집은 쓰레기산 더미 몇 개를 지나쳐 바다에 가까이 갔다.

알도린은 코를 찌르는 폐기물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큼하거나 꾸릿한 냄새가 짠내가 나는 바닷바람에 섞여 불쾌한 냄새를 풍겼다.


“으~ 냄새” 알도린은 손으로 코를 막고 코맹맹이 소리로 물었다.

“주변에 음식물 쓰레기장하고, 재생 처리 공장에서 나는 냄새야.”

“쓰레기를 다시 사용한다니. 이런 곳에서 정말로 사람이 산다구요?”

“그러엄.”

류드밀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알도린은 역겨운 냄새에 토가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굳이 쓰레기장이 아니더라도 철혈 접경지역에 황무지의 땅이 많았다. 그 대지를 활용하면 쓰레기장에서 살지 않아도 되었다.

많고 많은 대지 중에 쓰레기장 옆에 도시를 세우는 이유는 뭘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 소리가 더욱더 가깝게 들리고 류드밀라의 집은 쓰레기들의 중심부로 향했다.


알도린은 왼쪽에 바다를 끼고 만들어진 모래사장에 아이들을 보았다. 파도에 떠밀려 오는 쓰레기를 줍는 아이 무리였다.

10살 남짓한 아이들이 어떤 건 등에 지고온 그물망에 넣고 다른 건 그냥 지나쳤다. 모래사장은 줍지 않은 쓰레기로 한가득이었다.


“왜 쓰레기를 전부 줍지 않고 고르는 거죠?”

“재활용 되는 것들만 고르는 거야. 플라스틱이나. 병들, 고철덩이들 재생공장으로 보내서 재활용하면 새것처럼 만들어 낼 수 있거든 반대로 재활용이 안 되는 건 가져가 봐야 버려야 되니 가져갈 이유가 없지.”


알도린은 새로 만들면 되는걸 다시 재사용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재생공장을 본적이 없어 머리에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설명으로도 이해는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도린은 저런 쓰레기들을 밀가루 반죽처럼 으깨서 새로 만드는 건지 궁금해졌다. 류드밀라는 몇십 분을 더 달려 자발린의 중심지로 들어섰다.


마녀의 집은 등에 가득 폐기물을 싣은 당나귀들을 피해 도로로 들어섰다. 알도린은 도로라고 하기엔 너무 작아 오솔길이라고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신호도 없어서 무질서한 도로에 양방향으로 사람들과 당나귀들이 오갔다. 집은 행인 때문에 멈추고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알도린은 말도 안 되는 교통체증을 느끼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곧 도착할 거야. 우린 바로 지젤 집으로 가서 집을 댈거야. 거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혁명군이 지키고 있거든. 자리가 있다고 집을 아무데나 주차해 놓으면 이튿날 이 집이 해체되어 버릴 거야.”


“지젤의 집이라면 아지트 같은 건가요?” 알도린은 코끝이 간지러워 손가락으로 긁으며 물었다.


“그래, 레지스탕스 쥐의 아지트지. 아지트라고 해도 다른 집들하고 차이는 없어. 만든 재료가 똑같거든.”

집은 비틀거리며 천천히 이동했다. 그 덕에 알도린은 자발린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해안선에 버려져 떠내려온 컨테이너들이나 철판 조각을 주워 겹겹히 쌓아 놓았다. 꽉 맞지 않는 곳은 천들을 끼워 넣어 바람이 들어오는 걸 막았다.


1층의 지붕이 2층의 바닥이 되고, 2층의 지붕이 3층의 바닥이 되는 형국이었다. 집들은 통로를 제외하고는 제멋대로 얼기설기 얽혀 있었다. 알도린은 집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진이라도 나면 풀썩 주저앉을 것처럼 형편없었다.


혁명군이 관리하는 집터에 들어섰다. 류드밀라가 차를 잠깐 세우니 혁명군이 다가왔다.

“출입증이 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됐어. 몇 년이나 됐는데 얼굴 하나 기억하지 못 하는 머저리냐?” 레지스탕스의 사복 군인이 류드밀라의 얼굴을 보고 출입증 요구했다. 창문에서 지젤이 담배를 피며 내려다보고 있다가 들여보내라는 소리에 혁명군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류드밀라를 통과시켰다.

“멍청한 놈. 저놈은 꼭 출입증을 확인한단 말이야. 나를 본 게 10년은 더 됐는데도 말이야.”

“원칙주의자나 보죠.”

“융통성이 없는 거겠지.”

공터에는 한쪽에는 물자들이 쌓여 있었고 그 옆으로 가시 철조망으로 세워 외부 출입을 막고 있었다. 류드밀라를 따라 내리려다가 알도린이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거 챙길까요?”

알도린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걸 떠올렸다. 몇 주를 지나 보고 있었지만 사람을 쏘는 것보다 얼굴 가죽을 벗겨내는 건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적응이 되는 사람이 이상할 거로 생각했다.


류드밀라는 신발을 벗고 안에 모래를 털어내고 다시 신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도린은 가죽을 담은 상자를 꺼내 왔다. 가죽을 말리고 상자에 수납하는 허드렛일은 알도린의 몫이 되어 있었다. 바짝 마른 가죽은 처음크기보다 1/3은 줄어 한 손바닥만해졌다.


“이게 쓸모가 있을가요?”

“실 별 가치는 없지만 우리가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는 있으니까. 지젤이 관심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알도린은 역시나 의심스러웠다.


“우리의 노고만큼 실용적이진 않아. 자발린 마을 사람들은 감염자와 그 위험성을 알고 있으니까. 물론.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 내가 실제로 없는걸 만들어서 온 건 아니니까. 아무튼 레지스탕스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해 그럴러면 사람들을 설득해야 되고 이 가죽은 그 명목 중에 포함되는 거지.”


“보호비 같은 건가요? 자발린 사람들은 참 힘들겠네요 동쪽에는 철혈이 있고, 서쪽에는 감염자들이 있으니. 양쪽에서 공격받는 형국이잖아요.”

알도린 수십 명분의 사람 가죽을 들고 있었다. 죽음의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더 두려운 건 사람을 죽이는 데 익숙해졌다는 점이었다.


류드밀라를 뒤따라 걸었다. 계단들이 철판으로 되있거나. 아무렇게나 나무판자를 대어둔 곳도 있었다. 바닥이 꺼져 있는 부분을 잘 피해가지 않으면 발이 빠져 넘어질 곳이 수두룩했다.


도시에 전기도 부족하여 간이 발전기 소리가 간혹 들렸다. 추위를 이기려고 사람들은 몇겹이나 옷을 입고 있었다. 자발린 주민들은 신기한 눈으로 알도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각 집들은 수도의 라디오와 TV 전파를 가로챌 수 있는 안테나 장비들이 있었다. 안테나들은 지붕 위로 거칠게 삐져나와 있었다.


집을 지나칠 때마다 잡음이 끓는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바닷물에 빨래를 빨아 소금기가 묻어나온 빨래를 방망이로 털어내는 여인들도 보였다.


집에 들을 기대고 앉아 있던 나병환자가 알도린의 어깨를 갑자기 잡자 비명을 지를 뻔했다. 눈알이 하나밖에 없는 노인은 불에 타 피부가 녹아내린 것처럼 보였다. 노인은 기괴하게 손을 저었다.


“나병환자야. 안옮기니까 소리 좀 그만 질러라 머리통이 다 울린다.”

“누 눈이 없어요!”

“어쩔 수 없어. 레지스탕스가 생기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았으니까.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걸야.”

류드밀라는 덤덤한 목소리였다.

“레지스탕스는 군인 아닌가요?”

“맞아”

“그런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 거죠?”

“지젤이 의 사이거든”

“군인이면서 의사라고요?”

알도린은 사람을 살리는 일과 사람을 죽이는 일을 동시에 하는지젤이 신비롭고 모순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류드밀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 안에는 혁명군 군인들 10여 명이 앉아서 자기들의 일하고 있었다. 지도를 그리거나 헤드셋을 끼고 쓸 만한 정보를 적는 군인들도 있었다. 한쪽에는 포커를 치는 군인들도 있었다. 알도린은 신기한 눈으로 이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얼굴이 햇빝에 타 시꺼멓고 마른 몸이었다.


류드밀라가 곧장 지젤이 있는 곳을 다가가자 지젤이 문을 닫고 안쪽으로 알도린과 류드밀라를 안내했다.


“철혈 방어선에 정찰을 다녀왔어. 네가 오기 전 며칠 동안 침투하려다가 저격에 맞아 숨을 거둔 동지가 4명이나 돼. 우리 처지에서는 큰 손실이지. 가뜩이나 청년도 구하기 힘든 판국에.”


“왜 여기 많잖아?” 류드밀라가 되물었다.

“몇 달전에 철혈군이 와서 강제로 노역자를 끌고 갔어. 그 때문에 자발린 마을 사람들의 민심이 흉흉하지.”


“나야 몸에 살이 붙을라고 하면 노동을 할 나가지. 풀을 베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자본에 너무 물들지 않게 말이야. 부탁한 건 가져 왔지 류드밀라?”

“잊지 않고 마을에서 구해왔지.”

류드밀라는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종이로 포장한 황동제 호흡기를 꺼냈다. 입에 물고 위에 누르면 천식약이 폐로 흡입되는 방식이었다.


류드밀라는 지젤에게 호흡기를 건넸다. 지젤은 입에 물고 버튼을 누르고 숨을 들이쉬었다. 기계관에서 괴물이 숨을 쉬는 소리처럼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마치 심해로 내려가는 잠수의 호흡 소리가 같았다. 알도린이 이상하게 쳐다보자 지젤이 말했다.

"증세가 심한데 약이 없으면 꼼짝도 못하게 될때가 있게 되지.” 알도린을 보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젤은 약 기운이 몸에 퍼질 대까지 발에 무거운 추를 단 것같이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알도린은 고철 바닥에 양털을 기워만든 카펫을 놓여 있었고 한쪽에 자루로 만든 베개가 놓인 침대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간이 책장과 분리된 나무 선반이 단출하게 있었다. 난로에서는 주기적으로 장작이 타는 소리가 났다.


“앉아서 이야기하지.”

“덧댄 곳을 보는 게 지루해서 빨리 나가고 싶어졌다. 라디오에서는 작은 소리로 지역 뉴스가 들려오고 있었다.


“철혈가의 베어검은 광맥가의 전쟁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성명서를 보내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수도에서는 전쟁분위기가 무르 익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올해 낡은 대륙은 전반적인 기후변화로 흉작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농장주들은 강수량이 적어 식물들이 타들어 간다고 합니다. 청취자 분들은 여력이 되는 한 식량 확보에 만전을 기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알도린과 류드밀라는 작은 패브릭 의자에 앉았다. 알도린이 안자 엉덩이 받침부분이 힘없이 푹하고 꺼지며 주저앉았다. 지젤은 반대쪽의 나무 의자에 천천히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두 손을 모았다.


“혁명군의 수가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레지스탕스니까. 너무 많으면 변절자도 생기고 예전에 밀고자를 몇 명을 공개 처형했어. 가끔 인간은 탐욕에 넘어갈 때가 있거든. 적지만 신원이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채워 넣어야 해서 말이야.”


알도린은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드밀라는 팔짱을 끼고 탁자에 발을 올린 채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한번은 의약품 박스와 탄알 박스 중에 골라야 할 적도 있었지. 고민이 되더군,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나머지 한 손에는 하나밖에 들 수 없으니까.”


“둘 중 어떤 걸 골랐나요?” 알도린은 지젤의 말에 흥미가 돋았다. 의약품을 고르면 나중에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탄알이 없으면 전쟁을 치를 수도 없었다. 지젤은 장기와 단기 목표 중에 무엇을 골랐을까?


“고민 끝에 결정한 건 탄약 박스야. 총알이 없으면 반군 활동할 수가 없으니까.”

지젤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고개를 까닥였다. 과거를 회생하며 깊은 생각하는 중이었다..

“지젤이야말로 타고난 레지스탕스지.” 류드밀라가 무엇이 웃긴 지 끌끌 거리며 웃었다.


“요새 정국이 어떻게 되는 거야? 라디오가 고장 나서 세상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

이어서 류드밀라가 눈껌뻑이며 물었다. 지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젤이 들어오라는 소리하자 막 조리한 감자조각을 접시에 담은 혁명군이 들어왔다. 접시는 각자 하나씩 앞에 놓였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알도린은 고소한 냄새에 침이 돌았다.


“그렇다면 철혈-황무지 군이 광맥가와 전쟁하는 것도 모르고 있겠군.” 지젤은 포크로 감자를 고정하고 한 손으로는 덜 벗겨진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뭐라고?”

“뭐라고요?” 류드밀라와 알도린이 동시에 되물었다. 류드밀라의 얼굴에서 웃음끼가 싹 가시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전쟁을 시작한 거지?”

“벌써 몇 달이 지났어. 대부분의 병력이 밀알 광맥 전선으로 이동해 있을 거야.”

“그래서 병사가 후방에서 전방으로 배치된 거군.” 류드밀라는 수염이 없는 턱을 쓸어내렸다.

“밀알쪽에 대규모 군사이동은 못본 거 같은데? 내가 눈치 못챌리가 없어.”


“당연하지. 사실상 밀알은 1차 지휘선이 괴멸된 상태니까.” 지젤이 입에 감자조각을 넣고 뜨거운지 혀를 굴리며 식혔다.


“대공장장 사빌라밀이 죽었고 그 딸 코잉밀도 지금은 행방불명이야”

“사빌라밀이 죽은 건 알고 있어. 그럼 다음 대공장장은 스철케이드가 된 건가?” 류드밀라의 표정은 구겨진 신문지처럼 심각해졌다.


“아니. 스철케이드는 어디있는지 몰라. 죽었을지, 아니면 감옥에 있을지, 여기서 가온의 내부까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니까. 라디오 정황상 현재 대공장장은 다라리콘에 부공장장은 베어검이야.”


“그럴 수가! 강제로 강탈한 거야. 확인할 필요 없이 내 의심이 맞을 거야.”

류드밀라의 눈동자가 초조하게 흔들렸다.


“코잉밀 누나는 지금 광맥가에 있을거예요. 저랑 같이 까마귀호를 타고 탈출했거든요. 탈출 중에 공격받아 저랑 베리칼라 누나만 떨어졌어요. 그리고 스철케이드는 동부의 문제로 하얀 별 공장으로 떠났어요.” 알도린이 지젤의 말에 답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지젤은 눈을 번뜩였다.


“수도에 있었거든요. 전 알도린 크래프터예요 광맥가니 당연히 알 수밖예요.”

지젤의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광맥가라.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니. 우연이로군 어쩌면 운명적이라고 볼 수도 있어. 알도린. 네 이름에 현상금이 붙은 건 알고 있지? 여기서 그 성은 쓰지 마라. 철혈군이 예민하게 반응할 테니까.”


“사빌라밀이 죽은 건 알고 있었는데 다라리콘과 베어검이 전쟁에 나설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류드밀라는 초조하게 입술을 매만졌다. 깊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해안 초소의 인원들까지 빼어내 간 거군. 밑으로 보급을 조달할 병사들이 부족한 거야.”


“그··· 회색지대에서 감염자들의 수도 늘어났어. 주기적으로 청소하던 정화병도 없고 말이야. 이 일과 관련이 있을까?” 류드밀라는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했다.


“글쎄. 이상하긴 하군 시기적으로는 비슷한데 말이야. 감염자가 늘어나는 건 이유가 몇가지밖에 없잖아?”


“그렇긴 하지.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가설은 회색지대에서 감당 못 할 만큼 감염자가 늘어났다고 볼 수밖에.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회색지대로 정찰해서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문제니까. 그건 회색장벽에게 맡기고 우리 쪽을 신경 쓰자 쥐에서 필요한 건 이전에 말했다시피 며칠내로 철혈 저격수를 처리해 주는 거야. 이 기회에 해안초소를 탈환하고 철혈의 농장에 가서 동지들을 구출해 내는 게 1차 목표야.”

지젤에 말에 류드밀라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농장이 뭔가요?” 알도린은 도통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은어에 되물었다.

“철혈가에서 붙잡은 사람들을 노예로 쓰는 곳을 농장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철혈 각지에 흩어져 있다고 해.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고 오늘은 이만 마치지 여기까지 오느라 여독이 쌓였을 테니까. 내가 작전을 하달할 동안 자발린에서 이틀 정도는 푹 쉬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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