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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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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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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콘마일

DUMMY

“잠깐 본가에 다녀와야 할 거 같아. 아버지가 호출 했어. 수도 가온에서 중요 인사가 오나 봐. 너도 같이 갈래? 해 오름가의 표류지역은 처음일 거 아니야?”

노라가 가기 싫은 표정을 잔뜩 지으며 물었다. 콘마일은 울상을 짓고 있는 노라를 보며 분명 가는 길이 지루해서 자신에게 제안을 했을 거로 생각했다.


“내가 가서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콘마일은 수도 가온에서 중요한 인물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다. 황금은행장이나 다라리콘이었으면 도장으로 공장가를 부르지 않겠나 싶었다. 남은 거라곤 베어검이 있는 철혈가일까라는 생각이 들자 분노가 치밀었다. 팔라이네의 원수.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냥 가는 거지 해 오름의 길거리도 구경하고.”


“됐어. 그보다 이것 좀 팔아줄래?”

콘마일은 수도에서 오는 인사가 철혈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에 숨어 있는 걸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콘마일은 힘없이 고개를 젓고는 장교복에서 떼어낸 금붙이들을 건넸다.

“돈으로 바꾸게?”

“응”

노라는 금붙이들을 받아 빛에 비춰 보았다. 지금 베어검을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죽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분명 수행원을 대동하고 이동하고 있을 테고 설사 운 좋게 베어검에게 다가갈 수 있더라도 검술에는 자신없었다.


콘마일은 함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든 사실을 깨닫게 되자 견딜 수 없는 무력감이 들었다. 노라는 광맥가가 철혈가를 적대하는지 모르고 순수하게 선의로 물어본 듯했다.


“알았어. 다녀올 때 동안 잘 지내고 있어야 돼. 마을 사람들에게는 부탁해 놓을게.”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콘마일은 노라가 간다고 하자 불안감이 들었다.


“아마도 4~5일 정도?” 노라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 잘 다녀와.” 콘마일은 마지못해 배웅했다


노라가 자기 몫의 빵과 물을 식탁에 두고 떠났다. 콘마일은 매트리스에 걸터앉았다가 누가 미는 것처럼 힘없이 뒤로 몸을 뉘었다.

사실 며칠째 밖에 나가지 않았다. 화약 폭발 소리라 놀라 겁먹은 개처럼 꼬랑지를 말고 숨어 있던 사건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폭발 소리가 났을 때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배에 주먹이라도 꽂힌 것처럼 숨이 턱턱 막히고 뒤이어 수만흔 폭발음 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영겁의 시간이 흘렀을 거로 생각했는데 작살총을 발사하고 회수하는 동안 겨우 10분 남짓이었다.


‘이제 배도 못타게 되는 걸까’

콘마일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자기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여명호를 승선하며 여러 나라를 항해하던 역할은 공장가의 특권이었을 뿐이었다. 공장가의 감투를 벗어 버리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어린아이 하나가 집 안에 있었다.


컴컴한 실내에 간혹 들어오는 햇빛이 시간이 흘러가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노라가 먹을 걸 들고 오긴 했지만 남자 식사량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량이었다.

콘마일은 기운을 차리면 괜찮아 질 거라고 스스로 위로 했지만 실상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건 없었다. 두더지 같은 자존감이 지하속을 끊임없이 파내려가고 있었다.


탁자에 빵을 먹고도 콘마일은 허기짐을 못 참아 결국 저녁 무렵에 집을 나섰다. 고개를 푹 숙이고 힘없이 걸어갔다. 콘마일은 자신이 너무 염치 없다고 느껴졌기에 주춤주춤 서 있다가 배식대 앞에 섰다.


얼굴이 시꺼먼 노동자가 콘마일을 막았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을 수 없어, 그게 여기 규울이야. 네가 외부인이라지만 여기서 살아가려면 우리 규칙에 따라야 해.”


“며칠간만이예요. 곧 할거예요.”


“우리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생각해.”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다른 노동자가 소리쳤다. 배식장에 사람들이 이어서 소리쳤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콘마일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재빠르게 빵 몇 개를 집어서 도망치 듯 배식대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뒤에서 야유하는 소리가 들렸다. 콘마일은 불빛에 간신히 보이는 곳까지 멀어져서 쓰러진 나무귀퉁이에 앉았다.


“지금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콘마일은 울먹이며 빵을 던지려다가 멈췄다. 어깨를 들썩이며 화가 난 건지 슬픈건지 도통 감정을 가늠헤 볼 수가 없었다.

시커먼 먼지가 묻은 빵껍질을 손으로 털어내고 입에가져갔다. 텁텁한 먼지맛과 약한 밀맛이 났다. 콘마일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ㄷ을 연신 손으로 닦아내며 생각했다.


‘좋은 빵도 아니고 예전이면 먹지도 않았을 빵 몇조각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가?’

광맥가로 돌아간다면 이 빵값의 몇백 배의 값을 치를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수중에 돈이 없다는 걸 깨닫는 데도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기가 좀 가실 때 즈음에 누가 어깨를 쳤다. 콘마일은 방어적으로 몸을 돌렸다. 바스락 거리며 다가온 사람은 빨간 모자의 아이였다. 그 아이는 같은 옷을 입고와이어를 끌어 당겨 어깨에 와이어 진흙 자국이 나 있었다.


“아저씨 돈 없죠?”

아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동화 세 개를 꺼냈다.


“왜 나한테 주는 거지?”


“노라 누나가 불쌍한 사람은 도우라고 했거든요.”

콘마일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아이는 콘마일의 손을 펴서 동화를 쥐여주었다.


“이걸로 며칠 동안은 먹을 걸 살 수 있을 거예요. 버티다 보면 노라 누나가 올거예요.”

“너는 하루 일하고 얼마를 받니?”

“와이어 끄는 일이요? 하루에 1동화예요.”

“그럼 3일치 일당을 나에게 주는 거야?”


“가끔 비 내리거나 사람이 다쳐서 없으면 2동화씩 주거든요. 또 굶을 때도 있구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부끄럼을 느끼는 소녀처럼 가 버렸다. 콘마일은 손바뒥 위세 놓인 세 개의 동화를 멀끄러니 바라보았다. 동화를 감촉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 건 아이의 손가락이었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거친 비바람을 견뎌 낸 고목나무처럼 꺼끌꺼끌하고 단단한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돌멩이를 쥐어 준 줄 알았다.

콘마일은 결국 인정하고 싶지 않은걸 인정해야 만했다. 패전하고 살아남은 것만 하더라도 자기 할 일을 다한거로 생각했다.


예전처럼 편하게 먹고살고 싶고 허드렛일하며 미래도 보이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쥐톨만한 자존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을 말이다.

콘마일은 동화를 세게 움켜쥐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렀다. 어금니를 굳게 깨물었지만 결국 소리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콘마일은 집에 돌아와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감정이 복받친 탓이었다. 자정이 지나서야 깊은 잠에 빠졌다가 동이틀 무렵 눈을 떴다.

그 전부터 잠이 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긴 했지만 열국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거울을 안보더라도 피곤해 눈이 충열되어 있을 게 뻔했다.


콘마일을 열깍지를 낀 손으로 머리를 바치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이미 시꺼먼 밤은 점차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몇십 분만 지나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는 떠오를 것이다.


콘마일은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세 개의 동전을 바라보고 집 밖을 나섰다. 노동자들은 시간에 맞춰 기계처럼 어디론가 향했다. 어슬렁거리며 걷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기지개를 켜는 사람들도 있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찌만 목적지는 똑같았기 때문에 일하러 모이는 장소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콘마일은 낯선 상황에 불편했지만, 이또한 익숙해지리리라 하고 눈을 감고 버텼다. 뒤에서 욕을 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대부분은 별 관심이 없었다.

작업반장이 나오고 오늘 할 일을 읊어 주었다. 그리고 모두 일어나 체조를 시작했다. 콘마일은 노동자들을 따라 어설프게 체조를 따라 했다. 뒤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콘마일은 신경 쓰지 않고 체조를 마췄다. 이게 뭐라고 숨이 가빠왔다.


끝 무렵 쯤에 사람들이 갑자기 “안전 안전 안전!” 을 외치고 흩어졌다. 콘마일은 잠시 어디로 가야 될까 생각했다가 빨간 모자의 아이를 찾아 그 뒤를 따라갔다.


“오늘도 나와서 다행이야. 처음이라 어디를 갈 지 알 수가 있어야지.”


“전 매일 나오는 걸요. 일을 하려면 저를 따라오세요. 어차피 아이랑 초보는 사슬 옮기는 일밖에 할 수 없어요. 몇 년 지나야 용접하고 커팅을 배우게돼요. 그건 어른들의 몫이죠. 위험하기도 하구요.”


모래사장 앞에 늘어선 도르래 장치에 다가섰다. 도르래에 감긴 체인은 성인 팔뚝만하게 굵었다. 여기서부터 인력으로 끌고 가 선박까지가서 묶으면 기계 장치를 돌려 바닷가의 선박을 최대한 모래사장까지 당겨 오는 목적이었다. 그래야 무거운 철판들을 옮기는 작업 반경이 짧아져 빠르게 해체할 수 있었다.


“이름이 뭐니?”

“롭이예요. 아저씨는 콘마일이라고 하죠? 그렇게 부르는 걸 들었어요.”

“맞아. 귀가 밝네.”


“여기서 눈치로 먹고 산지 꽤 됐거든요.“

롭은 배시시 웃더니 체인을 끌어 어깨에 걸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콘마일도 이어지는 체인을 어깨에 걸었다. 묵직한 체인이 어깨를 누르자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눈으로 볼 때는 그렇게 쉬어 보였지만 체인의 무게는 상상한 것보다 더 무거웠다.


‘이렇게 일하고도 1동화를 받는다고?” 콘마일은 모래사장에 몇 발자국을 걸어가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어졌다. 햇빛에 달아오른 모래의 열기와 걸을 때마다 살갗을 거칠게 쓸어내리는 모래바람을 뚫고 한 발자국씩 선박까지 갔다.

뒷사람이 체인을 들자 조금은 무게가 덜어졌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바닷물을 머금은 모래 때문에 발이 푹푹 꺼졌다.


사람들은 구령 소리에 발맞춰 조금씩 앞으로 체인을 끌고 나갔다. 콘마일도 노래에 맞춰 발을 떼며 앞을 걸어갔다. 이미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등에 땀이 흥건했다. 폐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거칠게 내쉬는 뜨거운 임김이 볼에 닿았다.


‘포기하면 편해. 하지만 다시는 체인질을 못 하게 될 거야.’

콘마일은 머릿속에 두 명의 자아가 싸우는 것 같았다.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에 닿았다. 멀리서 선박을 타고 배에 구멍을 내어 물을 빼는 게 보였다.

양쪽으로 선박에 차 있던 물이 뿜어져 나왔다. 콘마일은 갯벌 때문에 점점 걷기가 힘들어지기 힘들어지는 걸 느꼈다. 바다뭇을 허리까지 차올라 계속 모래사장으로 밀었다.


콘마일은 이를 악물고 다리를 움직였다. 선박에까지 도달해 체인으로 선박을 관통하고 클립에 못을 박아 단단히 체결했다. 콘마일이 체인에서 떨어져 허리에 손을 대고 숨을 고르는 순간에 롭이 체결을 다하고 모래사장에 수신호를 보냈다. 체인이 점점 팽팽하게 당겨지며 바닷물 위로 올라왔다

롭이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여기서 빠져나가야 돼요?”

“왜? 바닷물이 차가워서 몸 식히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되는데?”


“체인이 당기다가 끊어지면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튀어 올라와요. 몇 년 전에 거기에 맞아 머리가 떨어져 나가거나, 두 다리가 잘려 나간 사람이 있었어요.”

콘마일은 그 말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저 체인이 끊어지며 장력 때문에 뱀처럼 휘둘러지면 가히 그런 일이 벌어질 법도 하였다. 롭의 재촉에 콘마일은 바닷가를 빠져나와 체인에서 한참 떨어져 그늘에 가서 쉬었다.


“우리의 역할은 이제 끝이예요. 배가 당겨질 때까지는 쉴 수 있어요.”

“오늘 할 일이 끝이야?”

“그럴 리가요. 오전 일이 끝이라는 거죠.” 콘마일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 몇 시간 동안 한 일이 겨우 0.5 동화치의 노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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