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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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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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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라이티유

DUMMY

다라리콘은 밤눈 테라스의 개인 전용 바에 앉아 화를 삭히고 있었다. 카트란이 의기양앙하게 문 앞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짓도 하지 못한 자신을 보며 이상하리만큼 굴욕감을 느꼈다.


절룩거리는 카트란의 등 뒤에서 총알 하나를 박아줬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카트란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복수심이 불타있었다.


‘철혈은 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이래서 순혈이 아닌 놈들은 상대하면 안 되는 건데, 선대 공장장님들이 실수를 한 게야. 남의 통치지역에 들어와 놓고 협박질이나 하고 말이야. 천박하군.’


다라리콘은 툭 튀어나온 턱에 잔을 가져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탁자에 올려 둔 사진을 집어 들었다. 카트란이 던지듯이 주고 간 감염자들의 사진이었다. 라이티유는 오른손으로 사진한 장을 들었다.


썩어 문드러진 목뒤로 새싹처럼 피어난 포자덩이가 보였다. 꽃잎처럼 5등분 된 포자덩이는 멀리서 보면 작은꽃 같이 보이기도 하였다.


감염자는 수도에서 만든 허풍이 아니었던가. 약아빠진 철혈가 놈들이 조직한 사진일 수도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당황하여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었다.


그때의 상황을 더듬어 보면 감염자의 존재 유무를 가지고 위험을 떠안을 수 없었다. 그깟 레이더 시스템은 다시 만들면 그만이었다. 라이티유는 허풍을 떠는 카트란을 생각하며 사진을 테라스 밖으로 던져 버렸다.


철혈의 불구자 새끼에게 패배감을 느끼는 게 굴욕감의 원인이라고 느꼈다.

‘건방진 새끼, 내가 자기를 무서워하는 줄 아나. 이 전쟁에 철혈이 지기라도 하면 내 발바닥을 핥게 만들어 주지. 그러고 나선 지하 감옥에 넣어 죽을 때까지 햇빛을 못 보게 만들 거야. 표류섬의 밤눈의 높이만큼 깊은 곳 속에 지하 감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 그래 철혈의 베어검과 제네트샤까지 같이 넣어 버리는 거야.’


라이티유는 복수할 생각에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걸 느꼈다. 테스라 밖의 곤돌라 리프트가 정지하고 밤눈을 따라 도시 곳곳에 거미줄처럼 펼친 리프트등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문이 벌컥 열렸다.


“라이티유님 큰일입니다.” 등대지기가 급하게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뭔가?”

“밤눈 아래에 정체 모를 것들이 피어나 있습니다. 직접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앞서가게.”

라이티유는 휴식 시간을 방해받아 언짢아진 기분을 뒤로하고 등대지기를 따라나섰다. 이유가 마땅치 않으면 개인실에 등대지기 찾아온다면 교수형 감이었다.

‘지금, 이시간에 찾아올 이유가 정당해야 할 거야.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나는 오늘 몹시 불쾌하거든’


“그 불구자 놈이 오고 나서 밤눈이 개판이 되었군. 내 쉬는 시간까지 방해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최대한 빨리 전달해야 했습니다.” 등대지기는 죽을지도 모르는 자기 행도에 사색이 되어 말을 더듬었다.


라이티유는 등대 상부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탑승에서 내렸다. 등대지기가 망원경에 눈을 대고 손잡이를 돌려 어느 한지점을 조절하더니 망원경에서 멀어졌다.


“제일 가까운 건 여기입니다. 표류섬 곳곳에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라이티유님은 뭔가 아실 거 같아서 모셔왔습니다.”


등대지기는 표류섬을 상징하는 흰색 정장에 푸른색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서른살 쯤 되어 보일까 긴장이라도 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라이티유는 등대지기가 뒷걸음으로 자리를 비워주자 망원경에 눈을 대었다. 건물 최상부에 보라색으로 뭔가가 뻗어 올라와 있었다.

등대지기가 자리를 비키면서 충격을 주었는 지 흐릿하게 보였다. 망원경 다이얼을 돌려 초점을 맞추었다.


라이티유 눈에 보라색 꽃이 보였다. 라이티유는 표류섬에 수십 년을 사랑왔는 데에도 보지 못한 꽃이 이상하리 만치 익숙했다. 그리고 이 꽃이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이 이건!”

“라이티유님 뭔지 아시겠습니까?”

라이티유는 등대지기의 말이 들리지도 않았다. 망원경의 몸통을 조작해 표류섬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표류섬의 한 지점에서부터 꽃들이 많이 피어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밤눈에 가까워 질수록 꽃의 개수가 적어졌다.


‘도시가 감염되고 있어. 도시에서 빠져나가야 해!’ 라이티유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등대지기에게 사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자네가 급하게 해 줘야 할 일이 있네.” 라이티유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뭡니까. 라이티유님?”

“이 꽃들은 표류섬에 100년 만에 피는 꽃이네 자네는 아주 운이 좋아. 이런걸 먼저 보게 되었으니 말이야. 행운의 징표지.” 등대지기는 라이티유의 거짓말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우리 가문, 세일라 코로나와 소지유 코로나를 비행장으로 오라고 전갈을 보내게, 그리고 황혼호 선장에게도 비행 준비를 마치라고 전달해 주고.”


“황혼 호가 왜 필요하십니까?”

“아까 내가 뭐라고 했나. 행운의 징표라고. 이 광경을 가문 사람들이 먼저 봐야 되지 않겠나?”

“아 상공에서 보시려고 하셨던 거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가 가서 마님과 도련님을 모셔오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네.” 등대지기가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 노라 코로나 님에게도 전달할까요?”

“그래 주면 고맙겠네.”

‘그깟 가문도 물려받지 못 하는 계집 따위를 내가 신경이라도 쓸 것 같나? 아둔하기는.’ 라이티유는 노라를 모술에서 데려오려고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노라가 모술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자기 딸이 죽을 곳에서 나다니는 데에도 방치할 만큼 무정한 사람이 될 뿐만 아니라, 가문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구슬리는 데에도 고생이 많았지. 밤눈에 지내겠다는 맹세를 얻어내는 데에는 자기가 원할 때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등대지기가 사라지자. 라이티유는 다른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는 동안에 집무실로 가면 무엇을 챙겨야 될지 생각하고 있었다.


개인 집무실용 엘리베이터 앞에서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급하게 챙길 건 없는데에도, 공장장용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속도가 느리게 느껴졌다.


여벌의 옷과 금고에 있는 물건만 챙기면 되었다. 라이티유는 집무실에 들어서서 옷장에서 여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큰 여해용 가방을 꺼내 개인금고에 보관 중인 금괴를 옴겨 담았다.


라이티유가 로비로 내려오자 등대지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라이티유님, 분부하신 대로 전달하였습니다. 저는 등대에 위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라이티유는 등대지기가 뒤를 돌아보는 사이에 품에 숨겨둔 나이프를 꺼내 등대지기의 목을 그었다. 등대지기는 입과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모래성 처럼 허물어졌다.


“왜.. 이런..”목을 부여작고 피를 흘리며 왜 이런 짓을 하냐는 등대지기의 눈동자를 보고 라이티유가 입에 미소를 지었다.


“미안 하네. 공장장이 도망갔다고 하면 해 오름 공장가의 명성에 치명적이지 않나. 해 오름을 위해서 죽어 주게. 내가 돌아올 때, 당신 가족들이 살아 있다면 책임지고 돌봐주겠네.”


라이티유는 금괴와 보석을 가득채워 묵직한 캐리어를 끌며, 잠깐 그냥 등대지기랑 같이 황혼호에 탑승하는 게 더 좋았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했다.

하지만 표류섬으로 돌아올 때가 되면 등대지기를 어차피 죽여야함을 깨닫고 죄책감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라이티유가 혹여라도 등대지기를 죽이려는 걸 알면 표류섬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밀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굳이 후환을 남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전상 후퇴라는 거지.’


2차 대륙 전쟁 때 격추당한 전함급 자유호를 잃고 나서 철혈가와 광맥가는 해 오름 공장의 함선 제작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편집증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만들려는 줄 알았다.


어쩌면 해 오름 공장가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두려워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압력을 넣어 자신들에게 부유석을 제공하고 해 오름에서는 전함 제작을 못 하게 하였다 그나마 만들 수 있던 건 쾌속선인 황혼호 였다.


황호에는 함포도 장약도 채워 놓을 곳이 없었다. 사람을 싣고 나르는 여객선일 뿐이었다. 흰색 뱃머리가 날렵하고 물고기처럼 군더더기 없는 황혼호가 보였다. 비행장에서 좌우에 달린 프로펠러가 천천히 시험가동을 하는 중이었다.


세일라가 흰색 페이스베일 모자에 여행용 정장 차림을 입고 하인에게 가방을 맡긴 채로 서 있었다. 한쪽손으로는 프로펠러 바람에 모자가 날려가지 않게 붙잡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소지유 코로나의 손을 잡고 졸린 눈을 비비며 승강장에 서 있었다.


“여보 무슨 일이예요?”

“밤눈에 이상한 병이 퍼지고 있어.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잠시 표류섬을 벗어나 있을 거야.”

“그래요? 무슨 일이래 정말.”


황혼호에서 탑승계단이 내려오고 선장이 내려와 라이티유를 맡이했다.


“라이티유님 황혼호의 비행준비가 끝났습니다. 탑승하시면 곧 출발할 예정입니다.”

“좋아. 가지.” 라이티유가 계단에 올라서자, 계단이 움직이며 천천히 황혼호에 접근해 갔다.


“노라 코로나님은 안계시나요?”

“비행장으로 오라고 전갈을 보냈는데 밤눈에 없는 모양이야. 자주 있는 일이지.” 라이티유는 불편한 질문에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표류섬 상공에 산책을 나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디쪽으로 이동할까요?” 선장은 라이티유와 세일라를 브릿지 밑의 귀빈 선실으로 안내하며 물었다.


“우린 낙원으로 갈걸세.”

“낙원이요? 수도에서 특별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가는 도중에 격추당할 겁니다.”

“이미 승인은 얻어놓았네, 낙원에서 긴급하게 물자를 요구하더군, 선장 비행연료는 충분하지?” 라이티유는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하였다.


“비행연료를 충분합니다만 거리상으로 볼 때 아슬아슬 합니다. 물자를 좀 덜어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항해 중에 필요한 물자를 제외하곤 밤눈에 하역하고 떠나도록 하지. 선장의 판단에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라이티유님. 편안 하게 모시겠습니다.” 선장은 가볍게 묵례를 하고 선실에서 떠났다.


“여보 자세히좀 말해 봐요 병이라뇨? 전염병이라도 도는 거예요?”

“기억나? 감염자 말이야. 그 불구자 놈이 표류섬을 감염시켰어. 이미 퍼질 때로 퍼져 있을 거야.” 세일라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낙원에 도착할 때까지는 입단속 해야 돼. 혹시나 선원들에게 퍼지면 다시 되돌아가 가족들을 구하려고 할 테니까.”

세일라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소지유는 품에서 졸고 있었다.


새벽이 끝나고 지평선 저편에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황혼호의 프로펠러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일순간 공중으로 떠오르는 걸 느꼈다.

라이티유는 밤새 한숨도 못 잔걸 깨닫자, 긴장이 풀어졌는지 그제야 졸음이 몰려왔다. 안락의자에 앉아 스튤에 다리를 올리고 눈을 감았다.


황혼호의 삼각 마스트 사다리를 타고 사람 하나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헐떡이는 와중에도 머리를 위로한채 사다리 끝까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사다리가 끝나고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게 되자 하늘을 향해 손을 몇 번 허우적거리다가 포기하고 강철 기둥이 마치 귀중품이라는 되는 양 자석처럼 꼭 껴안았다.


그 사람은 곧 눈을 감았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목 뒤편이 갈라지며 작은 싹을 움튀었다. 황혼호는 상공에서 낙원으로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속력을 올려 구름을 가르고 낙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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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 라이티유 24.01.15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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