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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inante 님의 서재

강철의 독재자 IN 스팀펑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Rocinante
작품등록일 :
2023.11.04 18:34
최근연재일 :
2024.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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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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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스철케이드

DUMMY

스철케이드는 푸른색으로 물결치는 들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에는 들로가 마차를 모는 사이에 스철케이드가 잠깐 눈을 붙이고 나서 오후부터 교대하여 마부석에 앉았다.


계속하여 비포장도로를 내리달리니 짐마차도 이음매 부분이 벌어졌다. 충격이 누적되어 이제는 흔들릴 때마다 나무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비명처럼 들렸다.


다행인 점은 먹고 마시느라 짐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점이었다. 빈 박스는 그대로 저녁에 모닥불을 피우는 장작으로 쓰였다. 스철케이드는 풀잎을 껌처럼 씹으며 씁쓸한 맛을 혀끝으로 느꼈다. 강아지풀이 눈가에서 강아지 꼬리처럼 씹을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렸다.


스철케이드는 무료함이 잠시 뒷칸을 넘어보았다. 들로와 비숍 레빌리스가 짐칸에 기대어 걱정 없이 늘어져 자고 있었다. 스철케이드는 앞을 다시 보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체력을 회복하는 것도 좋을 거로 생각했다. 예상대로라면 곧 하얀 별 공장에 도착할 터였다.


스철케이드는 십수년 전에 하얀 별에 온 기억을 떠올렸다.


하얀 별 공장은 초대공장장 하셰일러 펜더가 산 위에 올라서서 본 공장이 마치 하얀 별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붙인 공장이었다.

불규칙적으로 얽히고 섥힌 파이프 라인들이 거미줄처럼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 있었다.

각 대지에서 빨아올린 석유를 중앙으로 보내면 중앙의 굴뚝에서 분별증류하여 가스와 디젤유 아스팔트를 뽑아내어 유류고로 보내었다.


수도 가온은 전적으로 하얀 별에 디젤유를 공급받고 있었다. 수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디젤 물량은 어마어마 했다. 하얀 별에서는 낡은 다른 공장가가 대체할 수 없는 막대한 물량으로 디젤유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었다.


현재 공장장은 아흘라소 마틴이었다. 펜더가와는 가까운 친척쯤 되는 사내였는데, 하얀 별 공장을 노리고 전쟁을 하여 결국에는 공장장을 뺏은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전사하고 그 아들 셰일샌드 펜더는 전투에서 패전을 거듭하다가 결국에는 지지자들과 함께 함선을 타고 검은 섬으로 도망가 목숨을 부지했다고 들었었다.


디젤유 공급이 중단된 시점부터 하얀 별 공장에는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수많은 기름 저장소의 디젤이 모조리 떨어졌던지, 누군가가 공급 밸브를 잠가 버렸던지 그 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는 문제였는데 비숍의 말에 따르면 공장 폭발로 인한 디젤유 생산 중단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아흘라소 마틴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오르지 못할 거 같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이 끝났다.


스철케이드는 눈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져 말을 멈춰 세운 것도 모르고 있었다.

군데 군데 시꺼멓게 타버린 파이프와 공장들 24시간 가동되는 모터 소리와 유체가 흐르는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그을린 대지와 멈춰버린 유전에서 진득하게 쏟아져 나오는 원유가 땅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낮밤 가릴 거 없이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 공장의 램프등들도 꺼진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공장 관리자나 기술자들의 인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심장처럼 낡은 대륙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하얀 별 공장이 박동을 멈추고 죽어있는 게 보였다. 스철케이드는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빛바랜 낡은 녹색 깃발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걸 응시하고 있었다.


“스철케이드 왜 멈춰 선 거야? 벌써 식사를 준비할 시간인가?”

레빌리스가 짐마차가 멈춰 선걸 알아차리고 스철케이드에게 물었다.


“세상에” 레빌리스가 스철케이드가 멈춰 선 이유를 알고 탄식했다. 들로와 비숍도 부스스한 머리로 짐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뭐가 휩쓸고 지나간 거야?” 들로가 벌떡일어나 짐마차에서 마부석으로 넘어왔다.


“모르겠어. 멀리서 볼 때는 비숍 말대로 공장이 연쇄폭발을 한 거 같은데?” 원래는 태양 빛에 은빛으로 빛났을 파이프라인들과 타워들이 시꺼멓게 변해 마치 무덤의 묘비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공장지대 전체에 검은색 페인트통을 통째로 부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할 거야?”


“저기 전방에 건물이 보여?” 스철케이드는 폭발 잔해속에 그으름이 묻은 경비초소를 가리켰다.


“어디?”

“저기 말이야.” 레빌리스가 들로의 고개를 돌려 작은 점 처럼 보이는 곳을 가리켰다.

“레빌리스. 잘 보이니까 손 좀 놔줄래?”

“스철케이드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고민 중이야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공장까지 들어갈지.”

“아니면 오늘 저 건물까지 는 건 어때? 그러면 내일이면 공장내부까지 가더라도 널널 할 거 같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비숍에게 물었다.

“딱히, 어떻게 하더라도 문제가 있진 않을 거 같은데요?”

“외곽 지역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내일 가더라도 건물에 머무는 수밖에 없을 거야. 공장 내부 까지 가는데 시간적으로 부족해. 밤에 위험을 감수 할 수 는 없으니까. 가서 주변을 살펴보자.”


스철케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까지 가는 데는 크게 무리한 일 정도 아니었다. 레빌리스의 말대로 내일 단숨에 공장 내부까지 가려면 밤에야 도착할 텐데,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야까지 제한된다면 위험도가 커질터였다. 굳이 위험을 감수 할 필요는 없었다.


“가더라도 좀 쉬었다가 출발하자. 들로는 나와 함께 풀을 좀 베자. 말을 먹일 건초를 준비해야 할 거 같아.”

“널려있는 게 풀인데 풀을 왜 베는 건데?”

“혹시나 해서. 공장 내부로 들어가면 말을 먹일게 없을 수도 있고 다시 밖으로 나오기 힘들 수도 있으니까.”


스철케이드는 짐마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있어 경직된 근육과 관절에서 소리가 났다. 스철케이드는 피곤함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풀을 벴다.

“우리는 그러면 장작을 좀 구해볼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레빌리스와 비숍은 죽은 나뭇가지를 모아 짐마차에 실었다. 스철케이드는 풀을 한곳에 모으며 상념에 빠졌다.

풀과 장작을 짐칸에 싣고 일행은 마차에 올라탔다. 짐마차 고삐를 후려치자 숨을 골랐던 말이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갔다. 덜커덩거리며 세 시간쯤 지났을까 언덕 위에서 보았더 건물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쓸 만한데 스철케이드?” 짐마차에서 훌적 뛰어내려 건물을 둘러보던 들로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하룻밤 자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란 소리였다.


스철케이드는 건물의 철문손잡이를 돌려보았다. 걸리적거려 잠겨 있는 줄 알았지만 단순히 녹이 슬어 고착된 것 같았다. 어차피 문이 잠겨 있었어도 총을 쏘아 부숴 버리면 그만이었다.


건물을 200평 정도 되는 크기였다. 중앙에 대형 물펌프와 파이프 라인이 있는 걸 보아 공장으로 물을 공급하는 냉각수나 아니면 상수도로 쓰인 모양이었다.


내부에서 안전모에 고인 물을 마시던 사슴 두 마리가 스철케이드가 들어온걸 보고 잠시 쳐다보더니 좀 더 다가가자 반대편의 열린 문으로밖으로 도망가 버렸다. 옆 벽면에는 배수장치아 관리용 스위치들이 불이 꺼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짐마차를 들일 수 있겠어? 밖에 두기에는 안심이 안 될 거 같아서.” 레빌리스가 차고로 보이는 셔터문을 보며 이야기했다. 비숍이 자동기계와 연결된 사슬을 유심히 관찰해 보고 말을 이었다.


“전기가 없어서 자동문을 사용 못할 거 같아. 장치와 연결된 사슬을 풀어낼 수 만 있다면 열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잠시 비켜봐. 들로가 품에서 총을 꺼내었다. 레빌리스와 비숍이 비켜나자 들로가 자세를 잡고 이음매 부분에 총을 쏘았다.


메아치처럼 총소리가 증폭되어 건물 안을 울렸다. 스철케이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귀를 막고 있는 레빌리스와 비숍을 보았다. 이음매 부분이 간신히 떨어졌다. 들로는 쇠사슬을 잡고 팔에 힘믈 주었다.


“혼자서는 안 되겠어 이리 와서 잡아당겨봐.” 장정 3명이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차고문이 천천히 올라왔다.


“스철케이드 짐마차좀 안으로 들여넣어 줘.” 들로가 얼굴이 시뻘게진 채 힘겹게 말했다. 스철케이드가 짐마차를 안으로 들여놓자 들로는 쇠사슬에서 손을 놓고 바닥에 앉아 숨을 골랐다.


“두 번을 못 하겠어.”

바닥에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관리를 받지 않아 녹갈색으로 녹슨 기계가 이끼에 잠식당한 느낌이 들었다. 스철케이드는 식수용 물펌프의 손잡이를 열어 보았다. 물은 나오지 않고 몇 번 움직이니 손잡이가 부러져 버렸다. 스철케이드는 손잡이를 던지듯이 놓아버렸다.


레빌리스와 비숍이 짐마차에서 필요한 물품을 꺼내 밤을 지낼 준비하는 동안 들로와 스철케이드는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다. 들로가 어디선가 썩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며 건물 내부의 작은 사무실 문이 나무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스철케이드? 열어볼까?” 들로가 물었다. 스철케이드는 나무판을 치우고 고민에 빠졌다. 문을 열면 뭐가 나올 것인가. 열어서 확인해서 얻을게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어 보았자 썩은 동물 사체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문틈에서 불쾌한 악취가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문을 못열게 막아둔 거 같긴 한데 열어서 문제가 있을까? 열고 다시 닫으면 되잖아?” 들로가 손잡이가 돌아가는 지 열어 보며 말했다. 들로는 문이 안열리지 지렛대를 가져와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다.


“그렇긴 한데. 잠겨 있는 걸 굳이 열 필요가 있을까?” 스철케이드가 말꼬리를 흐리는 사이에 들로가 문을 열었다.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악! 이게 뭐야!” 들로가 벌때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체 파리에 손을 휘져으며 문에서 멀어졌다. 파리들이 왱왱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스철케이드는 토할 것 같은 악취에 코를 막았다.


“그러니까 열지 말래도.” 스철케이드는 계속 맡으면 전염병에 걸릴 거 같은 냄새에 코를 막고 안쪽을 살펴보았다. 오래전에 죽은 시체가 입을 벌리고 죽어 있었다.

뱃속에는 부화하지 않은 알들과 구더기들이 바글바글했다. 바닥으로 굳어 딱딱하게 말라 붙은 검은 피자국 위로 구더기들이 기어 나와 번데기가 된 자국이 가득했다.


“이 사람을 가둬둔 이유가 뭘까?” 들로가 스철케이드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너무 오래돼서 모르겠어. 원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체스단 같은 놈들이 마음에 안 든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을 시켰을 수도 있지.”


“죽이려면 그냥 죽이지. 고문 할게 뭐람.” 들로가 내부를 살펴보았다. 내부에는 술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술병이 보이는데, 술 중독자 같은 건가. 아니면 마지막이니 술 많이 먹고 죽으라는 건가 모르겠네. 스철케이드 네 말대로 괜히 열었어. 역시 이런 판단은 네 말이 맞다니까 괜히 헛고생했네.” 들로는 관심 없는 듯 고개를 밖으로 빼냈다.


스철케이드는 반쯤 떨어져 나간 문고리를 살펴보았다. 문은 처음부터 안쪽에서 잠그고 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죽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안쪽에서 열 수 있었다. 그럼 이 문을 잠근건 죽은 사람이었다.


정신적인 문제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숨어 있어야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스철케이드는 의문만 늘어가는걸 느꼈다.


“스철케이드! 저녁 준비가 다됐어! 거기에 계속 있다가는 병에 걸릴 거야. 어서 묻닫고 오라구!” 들로가 레빌리스와 비숍이 있는 모닥불에 돌아가 스철케이드를 보고 소리쳤다.


스철케이드는 손을 들어 알았다고 제스쳐를 보낸 후에 문을 닫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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