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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1,452
추천수 :
170
글자수 :
226,019

작성
22.03.13 21:41
조회
140
추천
2
글자
12쪽

신선(神仙)을 찾아서

DUMMY

하지만 백리평은 아직 구하지 못한 제자의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영을 제단에서 꺼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도움을 청할만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상고시대 선인의 선술을 알만한 사람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나마 등선했다고 생각했던 스승과 사형이 떠오를 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승님의 선도를 더 배워둘 것을···.’


후회와 걱정이 뒤섞인 그의 얼굴을 본 화군악이 물었다.


“백의원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백리평은 당황했으나 쉽사리 속내를 들킬 그가 아니었다. 그는 웃으며 농을 하듯 말했다.


“혹시 상무련주는 신선을 만나보셨소? 그들은 수백 년을 살 수 있다는데 내 환자들은 잘 해야 겨우 칠팔십을 살고 떠나니 안타까운 것이지.”


“흠. 그러셨군요.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한계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진짜 신선을 만나보았습니다. 그의 나이는 짐작 할 수도 없었죠.


여의검제의 담담한 대답에 백리평은 어린 시절 스승 옥로자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옥로자는 보통 신선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선풍도골의 풍채를 지니고 있었고 그의 신통을 처음 보았을 때 백리평은 처음으로 신선의 존재를 인식했었다.


“허허, 과연 상무련주는 견문이 풍부하시구만, 나는 나이를 허투루 먹었군. 허허허허.”


“농담이 아닙니다. 물론 그가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로 보아 틀림 없었습니다. 상고의 천신(天神)까지 만났다더군요. 사실 이 검도 그 신선이 만든 것입니다.


담담히 검을 들어보이는 화군악에 백리평은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듯 했다. 그는 원래 진천문주의 상징이자 천하칠대기보 중 하나인 진천여의검을 지녔으나 언제부턴가 그것을 두고 다른 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강호의 세객들은 그 까닭을 궁금해 했으나 알아낼 순 없었다. 그런데 백리평은 그의 새 검이 신선에게 직접 받은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백리평은 그에게 검을 준 신선이 직접 나선다면 원영을 제단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허허. 련주는 그 검을 어디서 얻으셨소?”


“신의는 검을 쓰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가 정말 신선이라면 불사의 비약을 만드는 법도 알지 않겠소?”


백리평은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능청스럽게 물었다.


“글쎄요. 그런 것이 있다면 그가 알려줄까요?”


“그가 없다고 하면 그만 이겠으나 물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허허허허”


“그는 대명부 근처의 산에서 야장으로 있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읍소하여 겨우 이 검을 얻었을 수 있었죠. 장소를 일러 드릴테니 저에게 들었다는 말만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백리평은 이렇게 쉽게 신선의 행방을 일러주는 화군악의 의도를 의심했으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기에 곧장 떠났다.


‘늙은이의 경공이 듣던 대로구나. 태화군 못지 않겠어. 그런데 불사의 비약이라···. 그런 것이 있다면 정말 좋겠군. 그 쪽은 나보단 저 늙은이가 나서는 것이 낫겠지.’


백리평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화군악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




아쉬운 마음으로 백리평을 떠나 보낸 원영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부선인이 남긴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천년 뒤에 올 사람을 기다리며 제단에 머무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말이다.


상고시대의 제단은 산에 묻혀 있음에도 끊임 없이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고 그 모든 기운은 다시 원영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그 기운을 자신의 단전에 갈무리 하려 했으나 단전의 크기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부선인쯤 되야 이 제단의 기운을 다 흡수할 것인데···. 아!’


제단의 기운을 다 흡수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그는 속으로 탄식이 터졌다. 일념일식칠단대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일곱 개의 단전이라면 훨씬 많은 기운을 갈무리 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칠단대법을 통해 일곱 개의 단전을 만들기로 하곤 대법의 진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것은 이 일념일식칠단대법의 묘용은 지극히 실용적이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너무나도 딱 들어 맞는 비법이라는 것이었다


비단 일곱 개의 단전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단전을 이용하여 일곱 배로 빠르게 기운을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에 따르면 원영은 화수분처럼 무궁무진하게 모여드는 제단의 기운을 빠르게 자신의 단전에 축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칠단대법은 그 자체로 매우 실용적인 법문이었고 원영은 한 나절 동안 연구한 끝에 체득할 수 있었다. 원영이 그렇게 빠르게 칠단대법에 익숙해진 것은 원기가 물밀 듯 밀려드는 환경이 그를 도왔고 오직 좌선 한가지만 할 수 있는 그의 상황도 한 몫 했다.


원영이 칠단대법을 이용해 비현결을 운용하자 제단이 응축한 원기가 일곱 단전에 켜켜이 싸이기 시작했다. 그는 하루 전보다 일곱 배 빠르게 원기를 모을 수 있었고 원기가 쌓임에 따라 자부선인이 그에게 남긴 기억과 성취를 빠르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원영은 여전히 천년 후에 올 사람에 대한 기억은 얻을 수가 없었다. 그 기억은 왠지 자부선인의 기억 깊숙한 곳에 위치한 듯 아무리 그의 기억을 훑어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자부선인이 남긴 그의 신통들을 체득해도 제단에 얽매인 몸으로는 소용도 없는 것들이었다. 다만 자부선인의 깨달음과 지혜, 그가 얻은 성취들은 매우 흥미로운 것들이라 원영은 한편으로 정신적 쾌락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차피 꼼짝도 할 수 없다면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은 최대한 얻고자 한 것이다.


‘상고시대의 신이 외계인이었다니···.’


원영은 자부선인이 외계인을 만났던 기억까지도 마치 자신이 본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자부선인은 UFO를 탄 외계인을 신으로 여겼지만 말이다.


‘하긴, 그들이 인간문명의 스승이라면 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 같은 존재라 할 수 있겠구나.’




*****




화군악의 말을 듣고 대장장이 신선을 찾아 나선 백리평은 일순간 당황했다. 극속의 경공을 펼치고 있는 그의 눈앞엔 인간사의 비극이 느리게 펼쳐지고 있었다.


금나라의 군사들이 이미 국경을 넘었고 송의 대명부에는 약탈과 학살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송의 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며 달아났고 금의 군사들은 사기충천해 남쪽을 향해 밀고 내려가며 승자의 권리를 누리고 있었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백리평은 측은지심이 우러나왔으나 동란에 서두르지 않으면 신선이 떠나고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제자인 원영과 전쟁에 고통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민해야만 했다.


결국 백리평은 자신의 눈앞에서 다치고 희생되어가는 사람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고 그들을 위해 금의 군사들을 쫓아내고 다친 이를 치료해 주느라 시간을 보냈다.


제단에 묶인 제자가 가엾은 것은 사실이나 당장 죽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천년 동안 살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에 백리평이 살아 있는 한 언제든 신선을 찾아 도움을 청해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긍휼(矜恤)하며 시간을 보낸 탓에 그가 화군악이 가르쳐준 위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장장이는 사라지고 없었고 불에 타고 있는 대장간만 남아 있었다.


세속을 떠난 신선이 전란에 휘말릴 리도 없었고 대장간을 남겨두어 전쟁을 도울 리도 없었다.


‘한발 늦었구나. 이제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그는 주변을 최대한 돌아보며 검을 만들던 신선을 찾아보았으나 그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면밀히 둘러 보아도 작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고 홀연히 사라진 느낌이라 과연 신선이라는 감탄이 나올 뿐이었다.


‘스승님처럼 풍행술을 펼쳐 떠났다면 내가 쫓기는 힘들겠지. 부디 인연이 있어야 할 텐데.’


백리평은 선인의 제자였고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곤 했던 스승의 모습을 보았기에 추적을 단념하고 막연한 인연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





원영은 여전히 제단에서 꼼짝 않고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일념일식칠단대법을 통해 비현결을 운용한지 1년이 훨씬 넘었고 처음엔 일곱 배로 빠르게 쌓이던 기운은 이제 단전이 훨씬 더 커져 처음보다 수십 배 빠르게 단전에 쌓이고 있었다.


그간 기다리던 백리평은 오지 않았으나 불청객 여럿이 제단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이전에 들어왔다 원영의 꾀로 인해 밖으로 나갔던 이들로 제단에서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 몰래 들어온 것이었다.


흑검단이 파놓은 굴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상고의 제단은 탐욕스런 무림인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원영은 불청객의 방문이 내키지 않았다. 그들이 제단에 들어오면 자부선인이 백리평을 가두었던 것처럼 가두고 천지원기를 차단시켜버렸다.


그러나 여의검제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수 개월간 제단 근처에 머무르며 네 명의 고수들이 제단에 들어갔다 나오지 못한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부선인을 가장한 원영과 대화한 적이 있었고 거기서 의문이 있었기에 원영을 의심하고 있었다.


당시엔 상황이 급박하여 어쩔 수 없이 군웅들을 데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단을 움직이고 자신들을 속여 내보낸 수수께끼에 싸인 존재와 신비한 동부가 품고 있는 비밀은 그의 호기심과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혹시 전에 만났던 대장장이 처럼 신선이 아닐까?’


여의검제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비인의 정체를 신선으로 생각했다. 덕분에 경거망동은 하지 않았으나 그에겐 버릴 수 없는 야심이 있었다.


화군악은 지난번 만났던 삼절과 자신을 비교해 볼 때 여전히 그들을 누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고 남해검선의 말로는 태화군도 이미 비슷한 경지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소식이 끊어진 천산설표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하제일인으로 키워졌고 현재 천하제일검이라 불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허울에 불과했다. 여전히 오절 중 하나였고 천하제일인이라는 생각은 자신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 천하제일인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수년 전 대장장이 신선과의 접촉으로 길을 그 길을 발견한 듯 했다. 그가 신선들의 비술을 터득한다면 언젠가 무림제일인이 될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때문에 화군악은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흑검단이 만들어 놓은 산아래 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부에 있을 신선은 그가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었고 그는 다른 고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때 원영은 익숙한 기운이 제단에 들어온 것을 느꼈다.


‘범상치 않은 기운! 여의검제다. 그의 검강은 제단의 석벽을 자를 수도 있으니 그냥 가두기는 쉽지 않겠군.’


원영은 전날 그를 속여넘겼으나 오늘은 쉽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먼저 뜻을 전했다.


<내 전날에 보내줬거늘 왜 다시 찾아온 것인가? 너는 영겁의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작가의말

이번주 많은 글을 올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일은 힘들고 야근이 잦네요. 

다음 주는 더욱 많은 글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기다리진 마시고 주말에 들러서 모인 글을 읽어주세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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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神仙)을 찾아서 22.03.13 141 2 12쪽
41 백리평의 처방 22.03.07 104 3 12쪽
40 천산설표(天山雪豹) 모용우 22.03.05 146 1 12쪽
39 흉계 22.03.02 121 2 13쪽
38 결전 22.02.27 127 1 11쪽
37 하늘이 선택한 자 22.02.27 122 3 12쪽
36 남해검선 22.02.27 136 2 12쪽
35 진퇴양난 22.02.27 137 2 11쪽
34 흑검단의 흉계 22.02.21 171 3 12쪽
33 제단을 접수하다. 22.02.20 150 3 11쪽
32 상고대신의 비밀 22.02.13 162 2 12쪽
31 칠정운천도 22.02.03 187 4 11쪽
30 상고시대의 제단 22.02.01 176 4 13쪽
29 자부선인의 유적 22.01.31 173 4 13쪽
28 흑검단주와 상무련주 22.01.31 162 4 12쪽
27 장생오계(長生五戒) 22.01.31 165 4 13쪽
26 자부선인(紫府仙人) 22.01.30 193 4 13쪽
25 첫 살인(殺人) 22.01.30 171 4 13쪽
24 징악(懲惡) 22.01.30 167 5 13쪽
23 거도방 22.01.29 164 2 12쪽
22 허장성세(虛張聲勢) 22.01.29 172 4 12쪽
21 싸움 22.01.29 165 4 11쪽
20 한가장의 비사(悲事) 22.01.29 172 5 11쪽
19 홍운선자(虹雲仙子) 22.01.29 183 5 11쪽
18 도적(盜賊)과 협객(俠客) 22.01.25 193 5 13쪽
17 비현결(秘玄訣) 22.01.24 205 3 11쪽
16 원영 22.01.23 209 3 13쪽
15 천강음혈강시(天剛飮血僵屍) 22.01.23 223 5 13쪽
14 주화입마(走火入魔) 22.01.23 216 3 12쪽
13 후회 22.01.19 22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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