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1,454
추천수 :
170
글자수 :
226,019

작성
22.01.29 16:27
조회
172
추천
4
글자
12쪽

허장성세(虛張聲勢)

DUMMY

원영은 사실 실력이 그리 좋진 않아 도움이 될 순 없었으나 일단 허장성세로 위기를 모면할 셈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스승님께선 말씀하셨지. 의술을 배우면 빌어먹진 않아 좋다고.”


원영은 말을 하며 또 다시 암기를 던졌다. 하지만 장완상은 그가 던진 암기의 정체를 알고는 더욱 격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치명적인 암기라 여겨 급히 땅바닥에 엎드리며 흉한 꼴을 보였는데 동전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놈. 장난이 지나치구나.”


그가 검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나서자 원영은 급히 오른쪽으로 피하며 거리를 유지하고 또 다시 동전 세 개를 던졌다.


그는 원래 백리평에게 적지 않은 무학도 전수 받았으나 실전경험도 없었고 배운 기간도 짧아 장완상 같은 고수와 겨룰 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제 홍운이 비도탈명을 보여 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멀리서 던지는 암기술과 자신의 빠른 발이 있다면 싸움에 휘말려도 도망치면 도망쳤지 잡혀서 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는 밤새도록 비도탈명을 연구하고 뒷산에 나가 돌을 던지며 최대한 숙달 시킨 것이었다.


장완상은 계속해서 도망치며 동전을 던지는 원영을 결코 잡을 수 없었다. 아무리 동전이라지만 번개처럼 날아왔고 동전 하나 하나가 정교하게 요혈을 노렸기에 경시 결코 경시 할 순 없는 것이었다.


“도인은 살생을 멀리한다네. 하지만 계속 궁지에 몬다면 나도 검을 뽑을 수 밖에 없네.”


원영이 도망치며 꾸짖자 장완상은 혼란스러워졌다. 조금 전 의원이라 했다가 지금은 도인이라 하고, 꽁꽁 싸맨 옷과 복면, 삿갓 때문에 그의 내력이나 나이도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출중한 경공술을 가져 잡기도 어렵고 암기술도 능했다. 거기다 검은 보자기에 싸서 왼손에 쥐고 있는 것은 분명 검으로 보였다. 그저 나무 막대기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어제 내가 숨어 있던 것을 먼저 알아채고 멀리서 도적놈들을 죽인 것까지 알고 있었다. 최소한 저 놈이 계집들보다 고수인 것은 틀림없는데... 어쩌면 나보다 고수일지도.’


장완상은 그런 생각이 들자 난감해졌다. 복면인이 조검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도 혼자서 소영, 소혜의 협공을 받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고민에 빠진 장완상을 지켜보던 소영, 소혜도 다시 힘을 내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생각에도 원영이 여러 정황상 힘을 감추고 있을 뿐 자신들 보다 고수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백리평에게 고작 2년을 배웠으나 그 전에 합기도를 배웠다고 했으니 실제로 도가의 고수가 분명 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소영, 소혜는 사력을 다했고 일검 일초에 살기가 넘쳐 흘렀다. 멀리서 원영이 지원하자 전세는 다시 반대로 기울었고 장완상과 조검은 다시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원영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결코 장완상과 조검을 죽이려고 끼어 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달아나길 바랬는데 그들의 자존심이 그들의 발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동전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씨발, 더럽게 비싼 암기술네. 도망 좀 치라고, 이 개새들아.’


그는 동전이 떨어지면 자신이 도움도 되지 못하고 전세 또한 뒤집어 질 것을 염려했다. 궁리 끝에 그는 다시 큰 소리를 쳤다.


“가소롭구나 이놈들아. 곧 홍운선자께서 당도 할 것인데, 후배 된 입장으로 어찌 선자를 수고롭게 하겠는가? 기어이 지옥참마검(地獄斬魔劍)을 뽑아야겠구나.”


원영의 입에선 호통과 함께 기억 속 어딘가에서 익숙한 이름의 검명이 나왔다. 그리고 그의 말에 나머지 네 사람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천하오절인 홍운선자가 온다면 장완상과 조검은 달아날 수도 없고 그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었다.


조검은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현재의 상황에서 홍운선자를 만난다면 그 노여움이 자신뿐만 아니라 거도방 전체로 향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상한 것은 홍운이 온다는 얘기에 소영, 소혜 두 사람도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것이다.


홍운은 원래 도인으로 세상사에 끼어드는 것을 꺼렸고 최근 십여년간 살계를 범하지 않았다. 홍운이 소영을 제자로 거둔 것도 그날 밤 거도방의 패악질이 너무 잔혹하여 측은지심을 자극한데다 살계를 범하지 않고 거도방을 물리기 위함이었다.


자연히 홍운과 원수가 될 수 없었던 거도방은 한가장에서 물러났고 몇 사람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아는 소영과 소혜는 사존이 오면 자신들 때문에 살계를 범하거나 자신들이 크게 혼날 것을 걱정하게 되었다.


어찌됐든 원영은 분위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느꼈고 이번에는 열 개 남은 동전 중 다섯 개를 한 번에 발출하고 보자기로 감싼 나무막대를 그대로 휘둘렀다.


“가자! 지옥참마검!


동전 세 개가 대혈로 날아들자 눈치를 보던 조검은 객잔 밖으로 뛰어내렸고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장형. 홍운선자가 온다니 먼저 갑니다.”


장완상은 기가 막혔으나 어쩔 수 없었다. 동전과 보자기를 피하며 그 역시 객잔 밖으로 뛰어내려 사라졌다.


그제서야 한숨 돌린 원영은 땅에 떨어지고 벽에 박힌 동전들을 재빨리 줍기 시작했다. 객잔 밖으로 날아간 동전은 영영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또 신세 졌습니다. 김형. 그런데 언제 스승님께 알린 겁니까?”


원영은 떨어진 동전을 줍다가 일어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그런 적 없소. 상황이 다급하여 두 분까지 속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려삼과 약재를 구해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소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급히 올라온 것이니 알릴만한 시간이 없었죠.


그는 말을 마치자 마자 다시 동전을 찾아 주워담았다. 그를 본 소영과 소혜는 가슴속에 분함은 남았으나 다행스러웠다. 분노와 수치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싸움을 걸었으나 목숨까지 잃을 뻔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이, 씨발. 반밖에 안되네.”


원영의 입에서 갑자기 21세기 한국어가 흘러나오자 소영과 소혜는 깜짝 놀라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함께 바닥의 돈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으나 돈을 아까워하는 것은 분명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셋은 3층 구석구석을 살펴 떨어지고 박힌 동전을 모두 수거했다.


“소저들에게 수고를 끼쳤군요. 고맙습니다.”


그는 전대를 챙기고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어서가요. 거도방 무리와 마주치고 싶지 않으니.”


객잔에서 나온 원영은 찝찝함을 떨칠 수 없었다. 과거로 와서 가장 큰 일에 가담해 버린 것 같았다. 결코 세상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이 다른 이의 칼에 죽어나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역사에 관여하지 않고 오직 강시묘를 찾아 불태우겠다는 그의 목표와 그가 가진 도덕적 윤리관이 부딪히는 일이 계속 생길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도 이런 일에 계속해서 직면할 것인데, 그때마다 끼어들 순 없어.’





*****




개봉 인근의 작은 언덕. 새파란 대나무 군락이 파란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속에 한 남자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음 속 갈망과 답답함을 쏟아내려는 듯 검기가 사방천지로 비산하며 애꿎은 대나무 잎을 스쳐갔다.


이때 한 줄기 금빛이 그의 어깨 견정혈로 날아들었고 청년은 검을 들어 암기를 두 조각 내었다.


“풍뢰검법이 제법이구나. 어째서 저번 상무련 비무에서 볼 수 없었는고?”


‘개봉에선 여러 사람이 놀라게 하는 구나.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도 몰랐다니.’


우혁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모습을 들어낸 중년 여인을 향해 공손하게 포권했다.


“강호 말학 우혁이 선배님을 뵙습니다.”


자신을 공격했지만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상무련 비무를 볼 수 있었다면 강호의 고인이었기에 우혁은 자신을 시험한 것이라 생각했다.


“네 녀석이 상무련 비무에 나왔다면 연무당주 셋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인데 어찌 협검문에선 형편없는 꼬맹이를 내보낸 것이냐?”


“후배가 부족하녀 종문의 비무대회에서 졌습니다.”


“가소롭구나. 누굴 속이려고. 협검문 오장문도 형편없구나. 추대협의 풍뢰검법까지 전수한 제자를 두고 부족한 자기 핏줄을 앞세우다니.”


자신의 사존을 나무라는 사람 앞에서 우혁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상대의 지위도 알 수 없었고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는 협검문의 제자 우혁입니다. 선배님의 존성대명을 알 수 있겠습니까?”


“도인은 속세의 이름이 높고 낮음을 신경 쓰지 않는다. 빈도의 도호는 홍운이니라.”


우혁은 그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제 장완상이 뵙길 청했던 천하오절 홍운선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홍운이 사존의 욕을 했을 때 참길 다행이라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운선자를 뵙습니다.”


“오장문이 풍뢰검법을 전수했다면 너를 아낀 것이고 자질이 남다르다 여긴 것인데 그깟 혈연에 얽매여 협검문의 미래를 버렸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미력하여 비무에서 졌을 뿐입니다.”


“너는 거짓을 고할 필요가 없다. 내가 여의검제에게 서신을 써줄 테니 상무련으로 가겠느냐?”


우혁은 원래 상무련에서 수련하고 연무당주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이제 와서 자신이 간다면 사존과 사제가 지금처럼 비난 받을 것이 분명했다.


“저는 그저 강호를 주유하며 천하의 정취를 즐기며 고수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정취라니··· 그저 고수를 만나 겨뤄보고 싶은 것이 아니더냐?”


우혁은 말문이 막혔다. 그것이 그의 본심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냥 그렇게 인정 하기는 싫었다.


“요즘 벽을 만나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고수와의 실전에서 배우지 않고서는 그것을 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 주저리주저리 변명할 것 없다. 칼을 쥔 무인들은 젊을 때 호승심이 넘치는 법이지. 하하하하하”


“송구스럽습니다.”


이때 우혁을 발견한 한 청년이 급히 달려 왔다. 그는 홍운선자는 보지도 못했는지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달려 오며 입을 놀렸다.


“우사형, 여기 있으면 어떡합니까? 빨리 개봉을 벗어나야 합니다.”


“무슨 일인가?”


“그 계집들이 얼마나 약았는지. 글쎄, 우리가 희롱하는 얘기를 다 엿들었지 뭐요. 방금 계집들과 한바탕 싸우고 오는 길입니다. 홍운선자가 우릴 찾아 나서기 전에 빨리 갑시다.”


우혁은 “우리”라는 말로 자신까지 옭아맨 장완상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곤란해진 그는 구겨진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홍운선자를 향해 조아렸다.


그것을 본 장완상은 마침내 홍운을 쳐다보더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자신이 아는 우혁은 자긍심이 강해 누군가에게 쉽게 고개를 숙이는 인물이 아니었기에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홍운은 이미 장완상의 말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뒤 담담히 물었다.


“그래 그 싸움은 어떻게 됐느냐?”


“다 이긴 싸움에 웬 개뼈따귀 같은 놈이 끼어들어 다 망쳤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뉘신지요?”


홍운이 넌지시 묻자 평소에 머리가 잘 돌아가던 장완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입을 놀렸다. 우혁이 주의를 주려 하자 홍운이 급히 다시 물었다.


“아니 어떤 계집들인데 겨우 희롱 좀 했기로서니 주제도 모르고 협검문의 제자들에게 칼을 겨눈단 말인가?”


장완상은 자신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다시 자기 말만 하는 중년 여인이 못마땅했으나 우혁이 저리 공손한 것을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홍운선자의 제자가 뭐라고. 황제라도 없는 데서는 욕 좀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황제가 그 욕을 엿들었으면 어찌 되었겠느냐?”


“예? 그야 죽었···.”


장완상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도 처음과 다르게 노기를 띤 것이 심상치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통천일검(通天一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신선(神仙)을 찾아서 22.03.13 141 2 12쪽
41 백리평의 처방 22.03.07 104 3 12쪽
40 천산설표(天山雪豹) 모용우 22.03.05 146 1 12쪽
39 흉계 22.03.02 122 2 13쪽
38 결전 22.02.27 127 1 11쪽
37 하늘이 선택한 자 22.02.27 122 3 12쪽
36 남해검선 22.02.27 136 2 12쪽
35 진퇴양난 22.02.27 137 2 11쪽
34 흑검단의 흉계 22.02.21 171 3 12쪽
33 제단을 접수하다. 22.02.20 150 3 11쪽
32 상고대신의 비밀 22.02.13 162 2 12쪽
31 칠정운천도 22.02.03 187 4 11쪽
30 상고시대의 제단 22.02.01 176 4 13쪽
29 자부선인의 유적 22.01.31 173 4 13쪽
28 흑검단주와 상무련주 22.01.31 162 4 12쪽
27 장생오계(長生五戒) 22.01.31 165 4 13쪽
26 자부선인(紫府仙人) 22.01.30 193 4 13쪽
25 첫 살인(殺人) 22.01.30 171 4 13쪽
24 징악(懲惡) 22.01.30 167 5 13쪽
23 거도방 22.01.29 164 2 12쪽
» 허장성세(虛張聲勢) 22.01.29 173 4 12쪽
21 싸움 22.01.29 165 4 11쪽
20 한가장의 비사(悲事) 22.01.29 172 5 11쪽
19 홍운선자(虹雲仙子) 22.01.29 183 5 11쪽
18 도적(盜賊)과 협객(俠客) 22.01.25 193 5 13쪽
17 비현결(秘玄訣) 22.01.24 205 3 11쪽
16 원영 22.01.23 209 3 13쪽
15 천강음혈강시(天剛飮血僵屍) 22.01.23 223 5 13쪽
14 주화입마(走火入魔) 22.01.23 216 3 12쪽
13 후회 22.01.19 228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