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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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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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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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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상고시대의 제단

DUMMY

동부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했으나 흑검단이 준비한 등불을 든 군웅들이 줄줄이 들어서자 넓지 않은 통로는 충분히 밝아졌다.


“김형은 너무 겁이 많군요. 동부 안에 상고시대의 신선술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포기하다니요. 두 소저는 이 주현명이 지켜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 손에 등불을 든 현명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며 웃었다. 도제는 그런 제자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진중하게 당부했다.


“지금 이 동부에 너 보다 약한 이는 없으니 경거망동 하지 말거라.”


사실 그의 제자 현명은 강호의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손 꼽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강호의 명문대파들이 이 곳에 파견한 고수들은 장문과 장로들이 대부분이라 도제로서도 누구 하나 경시 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하물며 현명은 내공에서 열세에 놓인 것이 분명한데 자만까지 한다면 음험한 흉계나 기만에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


“너희도 나와 멀리 떨어지지 말고 항상 조심하거라.”


홍운 역시 동부 안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인 그녀의 제자들에게 거듭 당부해야 했다.



*****



원영은 동부 앞에 몰려 있던 대부분의 군웅들이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동부 앞에 남은 고수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약속을 깨고 호시탐탐 동부에 들어갈 틈을 노리고 있었기에 계속 동부 앞에 머물렀다.


굴에는 중간 중간 흑검단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되돌아 나가는 원영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흑의 무복으로 전신을 가린 원영의 복장은 흑검단원과 너무 닮아 있었는데 오절인 홍운선자와 태산도제와 동반했기에 흑검단의 눈길도 끌고 기억에도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가 밝은 빛이 들어오는 출구를 눈앞에 두었을 때 흑검단원 셋이 그를 막아 섰다.


“나갈 수 없소. 일행들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시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갈 수 없다니.”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소. 오늘 이 곳에 들어간 분들은 모두 무림의 기라성 같은 영웅들인데 이 소식이 바깥으로 새어나가면 그들을 노리는 흉수들이 있지 않겠소?”


그의 말이 일리가 있었으나 원영은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이 진짜 이유라면 흑검단주가 들어가기 전에 미리 나갈 수 없다고 당부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을 노리는 흉수가 외부의 인물이 아니라 흑검단이라면 그 흉험한 일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몰랐다.


원영은 비현결 수행으로 어느 순간부터 생명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매우 민감해져 누군가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도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는데 눈 앞의 흑검단 사내의 눈빛에서 심상치 않은 뜻이 느껴졌다.


‘반드시 다섯만 들어갈 수 있다면 나머지는 굴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굴 안으로 끌어들인 뒤 동부 밖에 세운 것은 꿍꿍이가 있는 것이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듯 안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이놈들. 무슨 짓이냐? 나는 오독교의 장로니라.”


“무슨 짓은. 못나간다 하지 않았소. 얘들아, 서둘러라!”


원영은 이런 정황에 누구보다 먼저 반응했다. 출구를 막은 세 명에게 셀 수도 없이 많은 동전이 뿌려졌다. 그것은 단지 동전일 뿐이었으나 등불 밖에 없는 동굴 안에선 암기인지 동전인지 알아볼 방법이 없었고 길을 막은 흑검단원은 땅을 구르며 피했다.


원영은 재차 동전을 뿌리며 출구를 향해 최선의 경공을 펼쳐 달려나갔고 다행이 누구도 따라잡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동굴 밖으로 나오자 거기에도 흑검단원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며 원영을 향해 비검(飛劍)을 던졌다. 원영은 동굴을 빠져 나올 때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으나 너무도 많은 비검을 쉽사리 피할 수 없었다.


놀라서 몸을 끌어 올리니 십 장 가까이 치솟았고 그것은 그의 실수였다. 삼십에 가까운 흑검단원은 높이 뛰어오른 그의 경공술에 놀랐으나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차 비검을 뿌렸다. 경공이 능공허도에 이르지 못한 원영은 마땅히 비검을 쳐낼 무기도 없었고 공중에서 몸을 틀어 최대한 피했으나 세 자루의 비검이 그의 등에 격중했다.


“읔”


비명을 내지른 원영은 산비탈에 굴러 떨어졌다. 얼마 전에 오르내렸던 그 곳이었고 아래쪽에서 그를 노리는 흑검단을 피해 그는 바로 삼청궁을 향해 뛰어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원영은 이미 도검불침의 몸에 가까웠기에 보통 흑검단원이 던진 비검은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고 그는 다시 최대의 속도로 산을 달려 오르기 시작했는데 거의 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뒤에서 그를 쫓던 흑검단원 중 하나가 그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급히 호각을 불었다. 그가 삼청궁 옛 터에 거의 다다랐을 때, 거기에 있던 흑검단원은 호각소리에 반응했다.


다시 수십 개의 비검이 원영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가 하늘로 치솟자 다시 비검이 날아왔다. 원영은 한 번 겪은 일이었기에 비검이 위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팔을 휘둘러 비검들을 쳐내며 공중에서 다시 동전을 뿌렸다.


하지만 대낮의 밝은 빛에 동전을 알아본 흑검단은 코웃음 치며 자신들의 장검을 뽑아 달려들었다. 급했던 원영은 몸을 날렸으나 다시 비검이 날아들었고 뒤에선 아래쪽에 있던 흑검단이 마침내 산비탈을 올라와 그를 완전히 포위해 진식을 만들었다.


“우리는 좋은 뜻에서 하는 일이니 순순히 항복하고 굴로 들어가라”


원영은 피할 곳도 없었고 그들을 이길 방법도 없었다. 그가 느끼기에 그들 중 가장 약한 이도 조검 정도의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의원일 뿐이고 사존을 찾으러 왔으니 사존을 찾으며 떠날 것인데 왜 이리 사람을 핍박하는지 모르겠구려.”


“하하하. 네가 도제와 홍운과 함께 온 것을 우리 모두가 보았는데 무슨 말인가? 도제와 홍운이 살아나오면 풀어 줄 것이다. 하하하하하”


그들은 도제와 홍운에 대한 존경심이나 두려움이 없어 보였고 원영은 그것으로 흑검단이 흉계를 꾸몄다고 확신했다.


원영은 기운을 사방으로 뻗어 빈틈을 찾았으나 이미 흑검단은 그의 주변으로 빈틈없는 포위를 했고 서서히 움직이며 어떤 진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아래쪽 굴 속의 소란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소동을 피우던 고수들이 굴 속에서 제압된 것으로 보였다.


원영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공중으로 몸을 뽑아 올렸고 근처에서 가장 높은 나무를 밟고 다시 뛰어 나갔다. 오직 경공 만이 자신 있었던 원영이 선택한 방법은 줄행랑이었다.


“흥, 같은 수에 또 당할까?”


흑검단은 바로 같이 날아오르며 누군가는 비검을 던졌고 누군가는 장력을 뿜어냈다. 원영은 이미 비검을 맞은 적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은 듯 팔로 비검을 쳐냈으나 뜻 밖에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장력이 등을 때렸다.


“컥!”


백리평에 의해 강시로 단련된 후 처음으로 내상을 느낀 원영은 피를 토하며 힘 없이 떨어져내렸다.


“풍덩”


“독정(毒井)으로 떨어졌다.”


“혼절 했는데 끌어내 가둘까요?”


“됐다. 시체를 끌어내 뭘 한단 말이냐? 내 묵룡장(墨龍章)을 받고 오식절명독(五息切命毒)을 푼 독정에 떨어졌으니 살아 날리 없다. 동부 입구는 막았느냐?”


갈라진 목소리로 호령하는 사내는 흑검단에서도 제법 지위가 높은 듯 검 손잡이엔 은색 수실이 달려있었는데 흑검단의 귀영십검 중 하나였다.


“동부는 다시 틀어막고 굴 속에 남은 고수들은 모두 수면향으로 재웠습니다. 그리고 굴도 바위로 막았습니다.”


“좋다. 주변 백리에 천라지망을 펼쳐 누군가 접근하거든 즉시 알리거라. 알겠는가?”


“존명!”


흑검단은 한치의 굼뜸 없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미리 안배된 곳으로 이동했다.






한편 우물에 빠진 원영은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불완전 했으나 천강지체(天剛之體)에 가까워진 몸뚱아리가 치명상은 막아냈고 결정적으로 만독불침의 그에겐 오식절명독도 맹물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죽은 척하다가 삼청궁터의 기척이 사라지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비현결을 운용하여 조섭하기 시작했다.


우물을 채운 독물이 그의 명치까지 왔는데 원영은 마치 반신욕을 하는 듯 편안했다.


‘오식절명독이라···. 숨을 다섯 번 쉬는 동안 죽는 독이란 말인가? 흠. 오랜만에 때나 불리자.’


그는 안에서 옷을 벗어 버리고 좌선을 했다. 대주천을 한 번 끝내자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흐르고 어느새 요상이 끝나 속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비현결의 요상능력이 대단하구나.”


그는 감탄하며 불린 때를 밀었다. 언제나 깜깜한 밤중에 폭포나 계곡을 찾아가 몸을 씻던 그는 백리평을 찾아 나서고 나서는 한 번도 목욕을 하지 못했다. 21세기의 위생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그에겐 너무도 찝찝한 일이었고 오식절명독을 푼 물이 그 어느 맑은 계곡물보다 시원하게 느껴져 물장구까지 쳤다.


“독물이라 그런가 때가 더 잘 밀리는 군.”


오식절명독은 천하 극독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인데 그처럼 웃으며 목욕하고 물장구를 치는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


목욕이 끝난 그는 일어나 옷의 물기를 짜기 시작하다 문득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산 정상부근에 우물이 있을 리 없다. 물은 아래로 내려가지 여기서 샘이 솟진 않을 텐데.’


그는 얼른 우물 안의 돌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깊은 곳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나 그에겐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손목시계와 라이터가 있었다. 혼자 있을 때마다 틈틈이 충전시켜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시계의 led 라이트를 켰다.


3초마다 꺼지는 통에 몇 차례 반복해서 켜야 했지만 결국 그의 눈높이 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그림과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연자에게 자부선인의 일월오성(日月五星) 칠정운천도(七政運天圖)를 풀어 남기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3년 동안 상고시대의 글자를 연구하여 알아낸 것으로 후인은 이를 깊이 깨달아 상고시대의 제단에서 목숨을 보전하고 큰 인연을 맺길 빈다.


산 아래에 숨겨진 동부가 있으니 그것은 원래 상고대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제단이라 천지를 뒤덮은 수마(水魔)가 휩쓴 뒤 토사가 그 위에 쌓여 산이 되었다. 수마가 그치고 후에 자부선인이 제단을 찾아 그 위에 새로운 제단을 지었으니 삼청궁이다.


이 첨성단은 자부선인이 삼청궁에서 상고 동부로 드나들던 통로이자 일월과 오성을 관측하여 칠정운천도를 완성했던 곳이다. 나 광양자(光量子)는 자부선인과 비록 큰 인연을 맺지 못하고 스쳐가는 작은 연에 그쳤으나 이곳에서 등선함에 감개무량하구나.


선인의 길에서 중요한 것은 안으로 단을 쌓고 밖으로 덕을 쌓는 일이니 그 모두가 인연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참된 선인은 그런 방법에 그치지 않고 마침내 하늘의 뜻을 헤아려 그 이치를 땅에서 펼쳐낸다.


그리하여 선인은 하늘의 천신에게 제를 올리고 땅의 억조창생을 교화하며 천지만물의 심령을 위로하고 자라게 하는 사람이다.


요즘 도를 닦는 자들은 오직 심법과 신통에만 힘쓰니 백 명을 죽이고 천 명의 원수를 만들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 그들에겐 수 갑자의 내공과 열 가지 신통이 있다 하여도 결코 등선 할 수 없으니 그들을 어찌 도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연자는 부디 자부선인과 큰 인연을 맺고 참된 선인의 길로 들어서 이 땅에 선도의 맥을 이어주길 바란다.



-중략-


세상 만물은 모두 공하나 또 충만하도다. 연자여,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세.


광양자(光量子) 남김.>


광양자가 남긴 글 옆에는 윷판 같은 그림도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자부선인의 칠정운천도(七政運天圖)였다. 광양자의 말에 의하면 산에 뭍힌 상고시대의 제단을 자부선인이 보수해 놓았는데 이를 알아야만 동부에 들어가 목숨을 부지하고 기연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인가? 자부선인만 해도 상고시대의 선인이라 불리는데 그 보다 훨씬 더 오래 전에 지은 제단이라니. 거기다 그 사이에 천지를 뒤엎은 홍수가 있었다니, 설마···..’


원영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와 홍수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레이엄 핸콕의 책에서 본 것이 생각났다. 거기엔 초고대문명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쓰여있었는데 그에겐 그저 흥미로운 전설일 뿐이라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초고대문명의 유적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발견을 한 것마냥 전율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광양자의 칠정운천도 풀이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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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신선(神仙)을 찾아서 22.03.13 140 2 12쪽
41 백리평의 처방 22.03.07 104 3 12쪽
40 천산설표(天山雪豹) 모용우 22.03.05 146 1 12쪽
39 흉계 22.03.02 121 2 13쪽
38 결전 22.02.27 127 1 11쪽
37 하늘이 선택한 자 22.02.27 122 3 12쪽
36 남해검선 22.02.27 136 2 12쪽
35 진퇴양난 22.02.27 137 2 11쪽
34 흑검단의 흉계 22.02.21 171 3 12쪽
33 제단을 접수하다. 22.02.20 150 3 11쪽
32 상고대신의 비밀 22.02.13 162 2 12쪽
31 칠정운천도 22.02.03 187 4 11쪽
» 상고시대의 제단 22.02.01 176 4 13쪽
29 자부선인의 유적 22.01.31 173 4 13쪽
28 흑검단주와 상무련주 22.01.31 162 4 12쪽
27 장생오계(長生五戒) 22.01.31 165 4 13쪽
26 자부선인(紫府仙人) 22.01.30 193 4 13쪽
25 첫 살인(殺人) 22.01.30 171 4 13쪽
24 징악(懲惡) 22.01.30 167 5 13쪽
23 거도방 22.01.29 164 2 12쪽
22 허장성세(虛張聲勢) 22.01.29 172 4 12쪽
21 싸움 22.01.29 165 4 11쪽
20 한가장의 비사(悲事) 22.01.29 172 5 11쪽
19 홍운선자(虹雲仙子) 22.01.29 183 5 11쪽
18 도적(盜賊)과 협객(俠客) 22.01.25 193 5 13쪽
17 비현결(秘玄訣) 22.01.24 205 3 11쪽
16 원영 22.01.23 209 3 13쪽
15 천강음혈강시(天剛飮血僵屍) 22.01.23 223 5 13쪽
14 주화입마(走火入魔) 22.01.23 216 3 12쪽
13 후회 22.01.19 22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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