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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치퍼 님의 서재입니다.

통천일검(通天一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블루치퍼
작품등록일 :
2022.01.17 23:15
최근연재일 :
2022.03.13 21:41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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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6
추천수 :
170
글자수 :
226,019

작성
22.01.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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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거도방

DUMMY

“황제가 들었으면 욕을 한 놈을 죽였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어르신은···.. 뉘십니까?”


장완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많이 늦은 뒤였다.


“홍운선자시네.”


우혁의 말에 장완상의 얼굴은 벌써 죽은 시체처럼 하얗게 질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죽을 죄를 진 것을 이제 알겠구나. 네가 그 애들이 내 제자인 것을 알고도 한 일이니 나를 희롱한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선자의 제자를 희롱한 것은 제가 아니라 거도방의 조검으로 저는 그자가 취기에 헛소리를 하는 걸 들어줬을 뿐입니다.”


장완상은 벌벌 떨며 바닥에 엎드려 조아렸다. 억만금을 가지고 있다 한들 죽으면 무소용이고 천하의 기인이사들과 인연이 있다 한들 모두 멀리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는 손가락 하나로도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분노한 천하오절 홍운선자가 있을 뿐이었다.


“흥. 네가 그 긴 혀로 내 제자를 희롱하고는 나까지 속이려 하는구나.”


“아닙니다. 사형, 사형이 다 들었으니 얘기 좀 해주시구려.”


그는 원래 우혁과 진짜 사형제 지간은 아니었다. 자신의 아비가 우혁의 사숙이고 자신은 아비에게 협검문의 절학을 전수 받은 것이라 사실 우세형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했다.


하지만 우혁이 강호에 위명이 있는 협검문의 대제자이고 실력이 출중하여 더 두터운 친분을 쌓고자 사형이라고 부르고 따랐던 것이다.


우혁은 곤란해 미칠 지경이었다. 홍운은 처음 만난 자신을 상무련에 추천하겠다 할 정도로 잘 대해줬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벌써 수년 간 금마상단에 신세를 지고 있었고 장완상은 자신을 사형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었으니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원래 장완상과 조검이 한씨 자매에 대해 더러운 말을 안주 삼자, 그런 말이 듣기 싫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우혁은 장완상을 위해 홍운에게 거짓을 고하더라도 그녀의 제자들이 다 들었다면 금방 들통날 것이고 그렇다고 장완상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어 전전긍긍 하던 차에 홍운은 우혁의 표정을 보고 장완상의 말이 거짓인 걸 눈치 챘다.


“내가 7년 전 거도방의 무도함을 목도하였으나 조무래기들 때문에 손을 더럽히기 싫어 한가의 여식을 제자로 삼아 그들을 돌려 보낸 것이다. 허나 무도한 놈들이 이제 내 제자를 희롱하기에 이르렀으니 씨를 말려 인세(人世)의 정의를 가르치고 강호의 도리를 높이 세우겠노라. 너희의 처분은 조검 그 쥐새끼와 대면한 뒤 결정할 것이니 당장 거도방으로 앞장 서라.”


우혁은 그 자리에서 장완상을 꾸짖고 말리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였고 장완상도 자신의 입방정을 후회하였으나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



원영은 청란객잔에서 나와 소영, 소혜와 헤어진 후 비정사흉을 만난 객잔으로 갔다. 하루 밖에 되지 않아 아직 비정사흉이 죽었다는 걸 모르는지 점소이는 그대로 있었다.


“어이, 자네는 내게 뭐라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그는 원래 점소이에게도 예의를 지켰으나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이고, 또 오셨습니까? 흑검단은 잘 찾으셨는지요?”


점소이는 이미 시체가 되었어야 할 원영을 보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으나 이내 침착함을 찾고 비정사흉의 일을 모르는 듯 인사를 했다.


“내가 분명 소개비는 두둑이 줬던 것 같은데 영 시원찮은 놈을 소개시켜줬어.”


“그럴리가요. 용삼은 거도방의 사람으로 허튼 짓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점소이는 일부러 개봉에서 힘 좀 쓰는 거도방인 것을 일러 겁을 줄 요량이었으나 원영은 방금 거도방의 소방주와 싸우고도 거도방이 뭔지 몰랐다. 그저 거도방이란 이름에서 칼 좀 쓰는 무리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원영은 점소이의 말투와 표정에서 그 의도를 눈치를 채고 짐짓 놀라는 척 탄식했다.


“거도방이라··· 그럼 어쩔 수 없군. 그런데 함께 나온 셋도 거도방이란 말인가?”


“그럼요. 그들은 용일, 용이, 용삼, 용사 형제들이고 모두 거도방의 도당들입죠.


“네놈은 어제 분명 한 사람을 소개시켜줬는데 셋이 더 나온 것을 알고 있구나.”


원영의 비웃음에 점소이는 아차 싶었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아이고, 대협.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이 객잔의 점소이라 거도방 무리가 시키는 일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이 객잔도 거도방이 뒤를 봐주는 걸요.”


“지랄하···.. 내가 언제 너를 죽인다고 했나? 어제 준 돈이나 가져오거라.”


원영의 입에선 자기도 모르게 21세기 한국의 욕지거리가 튀어 나왔다. 그는 처음부터 어제 소개비로 준 돈을 받고 떠날 생각이었기에 점소이를 윽박질렀다.


“사실··· 그 돈은 어젯밤 노름판에서 다 날려서···”


“이 새끼가···.. 너,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있으면 더 살기 싫은 것으로 알겠다.


그는 다시 21세기 한국의 욕이 터져 나왔으나 참고 점소이에게 경고한 뒤 객잔을 나섰다.


‘씨발. 이상한 일에 휘말리고 돈까지 날렸네.’


그는 비정사흉이 죽고 한소영의 일에 참견 하게 된 것이 다 점소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원망스러웠다. 그 동안 가장 경계하는 것이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죽게 되거나 죽을 사람이 살게 되는 것이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인 만큼 사람의 생사로 역사가 바뀔 가능성도 큰 것이다.


특히 비정사흉 같이 사람을 서슴없이 죽이는 놈들은 원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더 죽였을지 알 수 없었는데 그가 자신으로 인해 좀더 일찍 죽었다고 생각하니 영 찝찝했다.


‘악인이 조금 더 빨리 죽었음에도 좋아할 수만은 없구나.’


원영의 마음 깊은 곳에선 이런 저런 심상과 감회가 절로 끓어올랐고 그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는 새 어느덧 비정사흉이 죽어 쓰러진 곳에 이르렀다.


아직 사람에게 발견 되지 않은 듯 시체는 그 자리에 있었으나 금수들은 여러 번 왔다 갔는지 시체는 뼈와 내장이 드러났고 까마귀 떼가 내장을 쪼아 먹고 있었다. 참혹한 광경에 원영은 잠시 좀비와의 전투를 떠올렸다가 떨쳐 버렸다.


‘나쁜 놈들이라도 묻어 줘야겠다.’


검고 윤기 나는 땅을 대충 파내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짐승들에 의해 배가 뚫리고 찢겨진 시체를 옮기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아 절로 인상이 찌푸려 졌다. 특히 일격에 잘린 머리 네 개는 자신들의 죽음을 믿지 못했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눈 뜬 채 코 베인다더니. 눈 뜬 채 목이 잘렸구나. 대단한 솜씨다.”


원영은 마지막으로 객잔에서부터 자신을 유인했던 사내의 머리를 구덩이에 차 넣고 흙으로 덮었다.


“극락왕생하고 윤회를 한다면 선행으로 갚거라.”


그의 말을 들었는지 하늘에선 까마귀가 울었고 원영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제법 11세기 도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 땅을 보며 웃음이 터졌다.


그때 원영의 눈에 땅에 떨어진 갈색 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죽 주머니는 비정사흉의 시체에서 빠져나 온 것이 틀림 없었다. 그는 점소이와 장완상 때문에 손해 본 돈을 만회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주머니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씹새끼들이 사람 죽여서 이렇게나···..”


가죽주머니 안에는 금덩이 몇 개와 그림이 그려진 알 수 없는 종이 몇 장이 있었다. 시체를 뒤적거리면 더 많은 재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원영은 묻어버린 시체를 다시 파낼 정도로 재물을 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주머니를 갈무리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때 빠르게 달려가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에 3층 누각에서 만난 한 남자가 그를 향해 달려 오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알고 여기서 매복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인상을 구기며 등에 메고 있던 큰 칼을 뽑아 곧장 원영을 베었다. 난데없이 공격 당한 원영은 황급히 비켜섰다. 하지만 상대는 끝을 볼 생각인 듯 거듭 도를 휘두르며 거세게 몰아쳐왔다.


‘일진이 사납구나.’


원영은 할 수 없이 동전을 던지며 달아나기 시작했고 조검은 그를 뒤따르며 소리쳤다.


“네놈이 홍운선자에게 이르지만 않았어도 우리 거도방이 멸문지화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을 내놓거라.”


황당한 소리를 들은 원영은 깜짝 놀랐다.


‘멸문지화라니. 거도방 무리가 다 죽기라도 했단 말인가? 일이 꼬였다. 홍운선자는 어찌 알고 거도방을 멸문했단 말인가?’


그는 이런 저런 궁금증이 일어 도망치다 잠시 멈추었다.


“오해가 있는 것 같군. 나는 거도방이 뭔지도 모르오.”


“헛소리 하지 마라. 네 입으로 홍운선자가 청란객잔으로 올 것이라 하지 않았더냐? 그녀가 장완상을 붙잡아 거도방을 찾아와 나는 뒷문으로 겨우 빠져 나왔거늘.”


‘영문은 모르겠으나 변명이 어렵겠구나. 그렇다고 목을 내어줄 수도 없는 일.’


원영은 번개처럼 쫓아 오는 조검의 표정에서 비분강개를 느꼈고 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경공에 자신 있었기에 다시 도망치며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아직 멸문을 당한 것은 아니지 않나?”


“노한 홍운선자가 장완상을 잡아 거도방에 왔으니 반드시 다 죽이고 말 것이다.”


원영의 머릿속엔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거도방이 아직 멸문 당하지 않았다면 가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홍운에 알리지 않았으나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가 변수가 되었다면 역사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었다.


“거도방이 어느 쪽이냐?”


“언제까지 나를 희롱할 셈인가?”


원영은 말이 안 통하자 바로 방향을 바꿔 조검이 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번화한 시내가 나왔고 조검은 원영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채고는 더 이상 쫓지 못했다. 원영은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 거도방으로 곧장 향했다. 거도방은 개봉의 한 쪽 구석에 있었는데 가는 길목에 한가장도 있어 원영은 곧장 들어가 한소영을 찾았다.


“한소저는 지금 홍운선자께서 거도방에 간 것을 알고 계십니까?”


“예? 김형이 분명 사존께 알리지 않았다고 하셨잖아요.”


“나는 알린 적이 없소만 어쨌든 선자께서 장가를 잡아 거도방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 거도방으로 가는 길인데 소저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들렀습니다.”


그는 짧게 얘기를 끝내고 다시 거도방을 향해 달렸다. 소영과 소혜는 어찌된 일인지는 몰랐으나 분명 자신과 관계가 있다고 여겨 원영을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개봉에선 무인들이 함부로 칼을 들고 눈에 띄게 경공을 펼칠 수 없었다. 바로 개봉에 황궁이 있기 때문인데 원영은 급한 마음에 어제 들은 것을 잊고 경공을 펼쳐 달렸다.


소혜는 달리며 전음으로 오늘 조검과 장완상이 소영을 희롱한 일과 거도방에 대한 묵은 원한을 얘기해 주어 원영은 대충 상황을 파악 할 수 있었다.


“김형, 왼쪽 입니다.”


소혜가 뒤에서 길잡이 노릇까지 해주어 원영은 속도를 조금 늦추었으나 헤매지 않고 거도방에 이를 수 있었고 짙은 살기가 거도방의 높은 담벼락 넘어 넘실거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에 원영은 문을 찾지도 않고 바로 담을 뛰어 넘었고 소영과 소혜도 바로 뒤를 따랐다.


거도방의 너른 연무장 한 가운데 홍운이 있었고 그 앞에 장완상과 우혁이 조아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 아직 살겁은 일어나지 않았는지 거도방의 식솔들은 홍운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있었다.


“사존을 뵙습니다.”

“홍운선자를 뵙습니다.”


“잘 왔다. 마침 사람을 시켜 너희를 부를 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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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결전 22.02.27 127 1 11쪽
37 하늘이 선택한 자 22.02.27 122 3 12쪽
36 남해검선 22.02.27 136 2 12쪽
35 진퇴양난 22.02.27 137 2 11쪽
34 흑검단의 흉계 22.02.21 171 3 12쪽
33 제단을 접수하다. 22.02.20 150 3 11쪽
32 상고대신의 비밀 22.02.13 162 2 12쪽
31 칠정운천도 22.02.03 187 4 11쪽
30 상고시대의 제단 22.02.01 176 4 13쪽
29 자부선인의 유적 22.01.31 173 4 13쪽
28 흑검단주와 상무련주 22.01.31 162 4 12쪽
27 장생오계(長生五戒) 22.01.31 165 4 13쪽
26 자부선인(紫府仙人) 22.01.30 193 4 13쪽
25 첫 살인(殺人) 22.01.30 171 4 13쪽
24 징악(懲惡) 22.01.30 167 5 13쪽
» 거도방 22.01.29 165 2 12쪽
22 허장성세(虛張聲勢) 22.01.29 173 4 12쪽
21 싸움 22.01.29 165 4 11쪽
20 한가장의 비사(悲事) 22.01.29 172 5 11쪽
19 홍운선자(虹雲仙子) 22.01.29 183 5 11쪽
18 도적(盜賊)과 협객(俠客) 22.01.25 193 5 13쪽
17 비현결(秘玄訣) 22.01.24 206 3 11쪽
16 원영 22.01.23 209 3 13쪽
15 천강음혈강시(天剛飮血僵屍) 22.01.23 223 5 13쪽
14 주화입마(走火入魔) 22.01.23 216 3 12쪽
13 후회 22.01.19 22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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